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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01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백현과 매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는 나란히 훈련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학교에 갔다 오는지 교복을 입고 있는 세훈이 보였다. 그 사이 또 큰 건지 작은 감이 없잖았던 교복이 더 작아진 것 같았다. 세훈은 곧 백현과 저를 발견하고는 뛰어왔다.

 

 

형들 오후 훈련 가요?”

.”

 

 

변백현은 아이스크림을 물어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너 학교는 언제까지 가냐?”

안 그래도 오늘까지만 학교 가고 내일부터는 안가요.”

 

 

세훈은 대답을 하고는 먼저 훈련을 간다며 바삐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백현이 곧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는 화제를 돌렸다. 올림픽이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입단하고 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태릉선수촌은 여느 때보다도 부산스럽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그거 들었냐?”

?”

김종인도 오늘 입촌한다던데?”

...”

 

 

김종인. 그는 수영에 있어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기적같이 나타난 수영 선수였다. 주 종목은 단거리였는데 지난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00M400M에서 1위, 2위을 따며 하며 많은 이들이 그의 이번 올림픽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수영선수 치고는 작다고 하지만 180이 훌쩍 넘는 키에 잘생긴 외모는 그를 단번에 스포츠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저번에 백현이랑 같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구리빛인 그의 미끈한 몸이 물살을 가르는 것이 꼭 날쌘 흑표범 같기도 했다. 그 때 보았던 그의 탄탄한 몸이 생각나며 괜히 근육도 별로 없이 마르고 작기만 한 자신의 몸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곧 백현이 저의 머릿 속을 읽기라도 한 듯이 키득거리며 말을 한다.

 

 

우리 경수 또 키 때문에 그래?”

아니야...”

활 쏘는데 문제없으면 됐지. 뭘 또 그러냐.”

그렇긴 해도.

김종인 보러 갈래?”

. ?”

박찬열이랑 이종사촌이라서. 나중에 개인 훈련 좀만 빨리 끝내고 같이 가자.”

 

 

백현의 성화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실은 TV로만 보던 그가 실제로도 똑같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조금 자리 잡고 있긴 했다. 절대로, 그의 키가 부러워서 그랬던 건 아니다. 절대로.

 

 

 

 

-

 

 

 

 

자율 훈련을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마치고 나가자 벌써 백현과 찬열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다른 종목이었지만 같은 고등학교에 룸메로 지내서인지 꽤 친한 사이였다. 태릉선수촌에 입촌하기 전에는 종종 찬열의 프로 경기를 보러가기도 했다고 하니 말이다. 지금은 저와 룸메인 백현은 탁구 선수였다. 평소에는 강아지처럼 순한 인상이었는데 꼭 탁구대 앞에만 서면 눈빛이 단단해지고는 했다. 이번 올림픽은 첫 출전이었는데 언론에서는 유승민 선수를 이어 단식에서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 기사들을 보고 백현은 메달을 못 따면 어떡하냐며 찡찡대기도 했지만 백현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저는 확신했다. 그리고 찬열은 제 큰 키에 걸 맞는 배구 선수였다. 이미 17살에 프로 배구팀에 입단해있는 경력 4년차의 선수였다. 그만큼 노련하기도 하고 인정하긴 꺼림칙했지만 팬들도 꽤 많았다. 찬열 역시 이번 올림픽이 첫 출전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실내 수영장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찬열과 백현 몰래 숨을 들이쉬며 다짐했다. 절대 그를 보더라도 쫄지 않기로. 들어서 보니 아직 훈련을 하는지 물소리가 들렸다. 찬열은 크게 불러 세웠다. 그는 레일 끝에 다다르자마자 물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TV로 보던 것 보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그는 훨씬 근사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 조그맣게 몰려오는 질투에 입술을 살짝 삐죽이고 말았다.

 

 

 

그는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는 곧 이쪽으로 다가 왔다. 절대 그에게 호감을 표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곧 그가 가까이 오자 찬열이 인사말을 나누더니 곧 소개를 백현과 저를 소개시켰다.

 

 

백현이는 몇 번 얘기해서 알지? 내 고등학교 동창. 탁구.”

안녕? 저번에 박찬열 경기서 한 번 봤는데 기억하려나.”

, 기억나요.”

 

 

백현은 웃으며 그와 대화를 나누었고 찬열이 곧 옆에 있는 저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기는,”

양궁, 도경수. 맞죠?”

? ? ...”

 

 

 

옆에서 비웃는 박찬열과 변백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쪽팔림이 발끝부터 몰려왔다. 얼마나 멍청해 보였을까. 쥐구멍이라도 만들어서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웃더니 악수를 청해오며 말했다.

 

 

저번 올림픽 경기 봤어요. 마지막에 10점 쏘고 금메달 확정 됐을 때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팬이에요.”

 

 

우리나라 양궁이야 워낙 알아주니 대우도 좋고 올림픽 경기도 몇 번씩이나 방송해주기에 사실 저를 알아보는 이들도 태반이기는 했다. 더군다나 저는 저번 올림픽에서 단체 금메달에, 개인 은메달을 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스포츠 스타에, 기적이라 칭송받는 그가 의외로 내 경기를 보았다며 웃으며 악수를 청해오는 모습에 모든 다짐들이 잊혀지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재수 없거나 건방진 성격이 아니어서 그랬던 거다. 절대로 김종인이 내 팬이라고 그래서가 아니다. 진짜라니까?

 

 

 

 

 

 

 

+

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직전 입니다. 2016년은 너무 많이 남아서 과거 시간을 배경으로 설정했습니다.

경수가 얘기하는 저번 올림픽은 그러니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구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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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응어아어 제목보고 바로달려왔어요 태릉선수촌이라니!! 작가님 ㅅ제 취향을직격해버렷..!으윽ㄴㄴㄹ...아진짜너무좋네요 애들 종목이 다 잘어울려요ㅋㅋㅋ양궁탁구배구수영.. 특히 수영!! 진짜!!종인이!!수영선수 짜장잘어울리네요...허엌... ㅇ상상된다..보기만해도침이주르륵흐를듯 후.. 경수랑 조닌이넘기여워요 부러워하는경수 팬이라며조아하는조닌이...ㅎㅎㅎㅎ허허벌써행쇼의기운이느껴지네요 잘보고갑니다 자까님하트뿅뿅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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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작가님 제가 태릉선수촌 이런 운동물 좋아하는거 어떻게 아시고ㅠㅠ진짜 작가님 제 취향 저격을 제대로 하셨네요!!!ㅠㅠㅠㅠ종인이가 수영이라니ㅡ.....저 숨멎는기분이에요ㅠㅠㅠ다음 편 엄청 기대하고있을께요!그리고 암호닉은 하나둘로 신청해두되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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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세모네모입니다!
와ㅠㅜㅠㅠㅠㅠㅠ태릉선수촌이야기는 진짜 오랜만에 봐요ㅠㅠㅠㅠ취향저격 단번에 하셨네요ㅠㅠㅠㅠㅠㅠ아 경수가 양궁이라니ㅠㅠㅠㅠㅠ상상만해도 귀여워요ㅠㅠㅠ그 조그마한 아이가 활들고ㅠㅠㅠㅠㅠㅠㅠ으아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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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허류ㅠㅠㅠㅠㅠㅠㅜㅠ태릉선수촌얘기 완전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거기다 카디ㅠㅠㅠ경수 양궁 !!!!!완전 캐릭터가 하나하나 다 잘어울려요ㅠㅠㅠㅠㅠㅠ다음화도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암호닉 신청해도되죠....?ㅠㅠㅠ됴종이로 신청할게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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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허헐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선수촌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다음화기대할게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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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ㅎ 대박 잘보고갑니다! ㅎㅎ 태른선수촌이라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재에요 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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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우왕 이것도 짱재밌어요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작가님은 쓰시는것마다 제취향저격이세요ㅠㅠㅜㅜㅜㅠㅠㅠㅜㅠㅠㅠㅠㅜㅠ아진짜 짱짱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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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으아ㅠㅠㅠㅠㅠ태릉이라니..!!!!아 진짜 대박 소재 터진다 진짜 사랑해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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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 진심 소재 장난없네요ㅜㅜㅜㅜ너무 좋아요!!!ㅜㅜㅜㅜㅜㅜ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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