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부승관] 고등학생 부승관 좋아하는 썰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24/0/1aa9d24416a49b1b01e7ba99b1353344.jpg)
중딩 때부터 바꾼 적 없던 내 번호를 아직도 가지고 있었던 거야. 나는 너무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나올 뻔했는데, 꾹 참았어. 아무래도 걔 앞에서 두 번 우는 건 좀 쪽팔리니까. 그렇게 있다가 무심코 부승관을 쳐다보게 됐는데, 내 친구 남자 친구랑 교복이 똑같더라고. 그래서 '아, 걔도 원일남고구나.'라고 혼잣말 했더니, 부승관이 자기 고등학교에 좋아하는 애라도 있냐고 묻더라. 여고 생활 경험 3년을 찍는 나에게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라 대답 안 하고 집에 갈 준비했어. 그렇게 헤어졌던 걸로 기억해. 꿈만 같던 부승관이랑 오랜만의 만남은 뒤로 하고 나는 다시 공부에 집중했어.
서점에 갔는데, 부승관을 또 만났어. 원래 한 번 만나기는 힘들어도 길이 생기면 계속 보게 된다잖아. 자꾸 만나게 되는 거야. 사실 당당하게 번호 달라고는 했지만 걔 앞에서 엉엉 애처럼 울었던 게 창피해서 맨날 피했어. 만날 때마다 피했고, 걔랑 마주칠 것 같은 장소는 다 피했어. 문자에 답장도 일부러 안 하고 말이야. 처음에는 내가 핸드폰을 잘 안 보니까 승관이가 이해하다가도 내가 너무 티 나게 피하니까 다 알았나 봐, 피하는 걸. 승관이한테 문자가 왔어.
[너 나 피하는 이유 알겠다]
[피하긴 무슨 아니야]
[반장 우리 사이가 이것밖에 안 돼? 나한테 남친 생겼으면 일빠로 말해야지 ㅋㅋ]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바로 생각나는 게 하나 있더라. 내가 부승관 학교에 좋아하는 애 있냐고 물은 거에 대답 쌩까고 갔던 거. 기억력 하나는 진짜 좋은 부승관을 이길 수 없어, 난. 그래서 그냥 바로 전화했어. 오해 풀어야 하니까 말이 많아진다. 말 많이 하면 말은 더 늘고. 부승관이랑 날이 새도록 얘기한 것 같아. 공부 아닌 다른 걸로 밤새우고 학교 간 건 처음이었어. 그래도 옛날처럼 친해진 것 같아서 좋더라.
집 근처에 있는 독서실은 학교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공부가 안 됐거든?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 버스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정도의 거리의 독서실로 옮기게 됐어. 마침 학원 쪽이라서 큰 부담이 아니었지만 내가 살면서 했던 수많은 선택 중에서 세 번째로 잘했던 선택 같아.
핸드폰에 신경도 안 쓰고 독서실에서 공부만 엄청 했어. 애들이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했던 것 같아. 진짜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톡톡 치길래 뒤를 돌아봤다? 아, 깜짝 놀랐어. 부승관이 커피랑 초콜렛 들고 흔들면서 씩 웃고 나가자는 눈짓 주더라. 독서실 안에 있는 휴게실에서 승관이가 사 준 거 먹으면서 얘기했어. 어떻게 알았냐고. 알고 보니까 원일남고 다니는 내 친구 남친 있지? 걔랑 부승관이랑 친구래. 근데 걔 여친이 나랑 같은 학교인 거 알고 친하냐고 물어봤더니, 하필 걔랑 나랑 죽마고우 수준이었으니까 다 알게 된 거지. 오랜만에 내 친구가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그렇게 승관이랑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독서실도 같이 다니고, 가끔은 집도 데려다 주고. 공부에 관심 하나도 없던 부승관도 나랑 있으면서 공부하는 것 같아서 내심 기분도 좋았어.
하루는 부승관이 풀고 있는 영어 문제 해석이 어렵다고 같이 해 주고 있는데, 손이 딱 스쳤어. 두근두근. 갑자기 5초가 어색했는데, 역시 부승관이야. 어색한 거 죽어도 싫어한다고 했지? 그대로 내 손잡더니 여자애 손이 왜 이렇게 차갑냐면서 코코아 먹고 하자고 뽑아 주는데, 그냥 미쳤나 봐. 코코아가 달아서 그런지, 부승관이 달아서 그런지. 이제는 모르겠다.
나 부승관 좋아하는 거 같지.
응, 맞아.
이상하게 이거 중학교 때 내가 부승관한테 느꼈던 감정이랑 비슷한 것 같아. 솔직히 부승관이랑 있으면 심장이 난리도 아니야. 여고에 박혀 지내다가 남자라는 다른 염색체를 만나니까 두근거리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냥 얘랑 있으면 다른 애들이랑 있는 것보다 편하고 조금만 더, 더, 더 같이 있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괜히 연습장에 수학 문제 풀다가 부승관 이름 한 번 적어 보고, 오늘의 운세에 연애운 보면 부승관을 상대방에 대입하게 되고. 바로 깨달았어, 내가 부승관 다시 좋아하는 걸. 하지만 내 감정 표현할 수도 없었고, 티를 내고 싶지도 않았어. 일단 나는 공부가 우선이었던 것 같아. 나도 내가 답답하다. 왜 이렇게 공부에 다 줬는지.
학교, 학원, 독서실에 반복. 너무 지쳤을 때, 옆에 부승관이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 좋았어. 다른 날처럼 똑같이 자기 전에 부승관이랑 문자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 거야. 나한테 연락할 애는 부승관이랑 같은 반 친구 하나 뿐이었는데, 당연히 부승관이었지. 기분 엄청 좋아 보이는 목소리로 부승관이 쫑알쫑알 떠들기 시작했어. 그렇게 얘기하는 게 좋더라고, 또. 오늘 있었던 일도 얘기해 주고, 가끔 누구 흉도 보고. 그러다가 자기 이번 가을에 하는 축제 참가한다고 얘기하더라. 난 알거든, 부승관이 노래 잘하는 거. 원래 끼도 많고, 노래도 잘부르고 옛날에 별명도 연예인이었어. 갑자기 들어 볼래? 하더니 노래 불러 줬다. 짧게 불러 줬는데, 너무 잘하는 거야. 그래서 듣고만 있었어. 그랬더니 부승관이 노래 멈추고 장난스럽게 말하더라.
나한테 맨날 노래 불러 주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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