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이므로 일부만 보여집니다
할 수 없을 만큼 잡다한 감정들이 뭉쳐져 내 머리를 짓눌렀다. 순간 흐릿한 시야가 일렁였다. 갑작스럽게 덜어진 무게에 몸이 휘청였다. 헐, 야 쟤네 싸운다! 뒤쪽 벽에 학생들이 몰려있던 모양이었다. 눈을 깜박이자 후드득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보다 선명한 눈 앞의 광경이 들어찬다. 힘없이 나가 떨어진 이제노의 멱살을 잡은, 너무나도 낯익은 슬리데린 퀴디치복을 본 순간, 익숙한 이름 하나가 입 밖으로 튀어나갔다.
"마크?"
"아, 씨."
언제 온건지 이동혁이 옆에서 곤란하다는 얼굴으로 제 머리를 헤집고 있었다. 언제 왔냐는 물음을 던질 새도 없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소리가 정신 사납게 공간을 채웠다.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이따끔씩 섞이는 것 같았으나 주변의 소음으로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싸움을 말리기 위해 몰려든 슬리데린 남학생들이 겨우 둘을 떼어놓았다. 그렇잖아도 기숙사 점수 깎일 대로 깎인 슬리데린이라 더이상의 감점은 있어서는 안되었다. 마법학교에서 머글들처럼 싸우는게 말이나 되냐며 쑥덕이는 소리와 함께 마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흉흉한 눈빛으로 걸어나오는 그에 잠깐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마크는 내게로 다가오는 대신, 잘난 얼굴 곳곳에 얼룩덜룩한 상처를 매단 이제노를 향해 다시 뒤를 돌았다. You should have to tell her everything. 그 문장 하나가 콱 박혀들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더 있단 말인가? 잔뜩 엉킨 실타래같은 머릿속으로 굴러들어온 그 문장 하나와 함께 이제노와 시선이 부딪혔다. 한차례 눈물을 쏟았는데도 그렁한 두 눈동자. 그리고 시야에 천천히 침투하는 손 하나.
"・・Sweetie"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 또한 맞은건지 입술이 터진 채 나에게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올곧은 그의 눈길과 함께였다. 믿어야 할까? 뻗어나가던 손이 주춤거린다. 이제노로 인해 깨져버린 믿음은 불신을 낳았다. 진득할지도 모르는 덫에서 발을 한발짝 물려야 할 때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그 덫이 내 발목을 자를 지라도, 또 그 덫 너머엔 커다란 구렁텅이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기꺼이 나는. 그 손을 잡았다.
*
지하감옥에 위치한 슬리데린 기숙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나와 마크를 향한 수군거림은 따라붙었다. 아까 전의 상황에 대한 얘기일 것이 분명했다.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잡은 손에 힘을 준 그가 나를 이끌었다. 복도를 걷고 걷다 거대한 벽걸이 양탄자 맞은 편의 빈 벽 앞을 세번 지나자 필요의 방으로 향하는 입구가 나타난다. 그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마치 양호실과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필요한건 이게 아닌데. 뭐가 필요했던 건지는 모르겠다만 마크가 툴툴대는 소리에 가만히 그를 한쪽 구석에 놓인 침대에 앉혔다. 슬리데린 여학생 셋한테 당한 뒤 그가 나를 치료해줬던 것처럼. "Well, I can do it by myself." 연고를 집어드는 나에게 머뭇대며 말하는 그의 입을 막았다.
"내가 해주고싶어."
"마크?"
"아, 씨."
언제 온건지 이동혁이 옆에서 곤란하다는 얼굴으로 제 머리를 헤집고 있었다. 언제 왔냐는 물음을 던질 새도 없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소리가 정신 사납게 공간을 채웠다.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이따끔씩 섞이는 것 같았으나 주변의 소음으로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싸움을 말리기 위해 몰려든 슬리데린 남학생들이 겨우 둘을 떼어놓았다. 그렇잖아도 기숙사 점수 깎일 대로 깎인 슬리데린이라 더이상의 감점은 있어서는 안되었다. 마법학교에서 머글들처럼 싸우는게 말이나 되냐며 쑥덕이는 소리와 함께 마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흉흉한 눈빛으로 걸어나오는 그에 잠깐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었다. 나와 눈을 마주친 마크는 내게로 다가오는 대신, 잘난 얼굴 곳곳에 얼룩덜룩한 상처를 매단 이제노를 향해 다시 뒤를 돌았다. You should have to tell her everything. 그 문장 하나가 콱 박혀들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더 있단 말인가? 잔뜩 엉킨 실타래같은 머릿속으로 굴러들어온 그 문장 하나와 함께 이제노와 시선이 부딪혔다. 한차례 눈물을 쏟았는데도 그렁한 두 눈동자. 그리고 시야에 천천히 침투하는 손 하나.
"・・Sweetie"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 또한 맞은건지 입술이 터진 채 나에게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올곧은 그의 눈길과 함께였다. 믿어야 할까? 뻗어나가던 손이 주춤거린다. 이제노로 인해 깨져버린 믿음은 불신을 낳았다. 진득할지도 모르는 덫에서 발을 한발짝 물려야 할 때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그 덫이 내 발목을 자를 지라도, 또 그 덫 너머엔 커다란 구렁텅이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기꺼이 나는. 그 손을 잡았다.
*
지하감옥에 위치한 슬리데린 기숙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나와 마크를 향한 수군거림은 따라붙었다. 아까 전의 상황에 대한 얘기일 것이 분명했다.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잡은 손에 힘을 준 그가 나를 이끌었다. 복도를 걷고 걷다 거대한 벽걸이 양탄자 맞은 편의 빈 벽 앞을 세번 지나자 필요의 방으로 향하는 입구가 나타난다. 그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마치 양호실과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내가 필요한건 이게 아닌데. 뭐가 필요했던 건지는 모르겠다만 마크가 툴툴대는 소리에 가만히 그를 한쪽 구석에 놓인 침대에 앉혔다. 슬리데린 여학생 셋한테 당한 뒤 그가 나를 치료해줬던 것처럼. "Well, I can do it by myself." 연고를 집어드는 나에게 머뭇대며 말하는 그의 입을 막았다.
"내가 해주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