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남자인 사람 친구 03 (부제: 우리 연인 사이 아니에요.)
“ 언제까지 잠만 잘래. ”
마치 새 책 마냥 반듯한 생물 교과서를 베게 삼아 자고 있는 날 흔들어 깨워 댄다. 내 긴 머리카락이 커튼 처럼 내 얼굴을 가리자 세훈이 머리를 걷어 귀에 걸어준다. 어둡던 시야가 밝아지니 저절로 눈살이 찌뿌려진다. “아, 딱딱해”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쉬고 있는 녀석의 손 바닥을 얼굴 앞에 가져다가 대고 베고 누웠다. 내 얼굴 전체를 감쌀 정도로 큰 손이다. 따뜻하기 까지하다.
“ 자지마, 심심해. ”
“ 나 몸이 이상한가봐. 자도자도 졸려. ”
왁스로 앞머리 곱게 올린 녀석의 얼굴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내 기억으론 어제 샤워를 마치고 바로 잠에 빠졌던것 같다. 아마도 저녁 8시경이 었던것 같다. 심지어 오늘 지각도 했다.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을 녀석 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잠팅이..”라며, 내 볼을 꼬집는다.내가 “아프허엉!” 하며 세훈의 얇은 팔을 철썩 때렸다.
“ 다음 시간 뭐야? ”
“ 아, 체육 인거 같던데? ”
“ 히익! 나 체육복 안챙겨왔다! ”
아이, 큰일 났다. 체육복 안입고 수업에 들어가면 오리걸음인데. 아침에 늦잠을 잔덕에 세탁 까지 해서 곱게 접어 담아둔 쇼핑백을 집에 두고 와버렸다. “ 오리..걸음 하기 싫은데.” 잠이 홀랑 달아나 버렸다. 했빛이 쨍쨍 찌는 오늘 같은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오리걸음을 하는 상상만 해도 등골에 담이 맺히는것같다.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 칠판만 멍- 때리면서 보는 내게 시선을 고정 시킨 녀석이 한숨을 푹 내쉰다. 지금 한숨 쉬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 내 체육복 줄게. 그만 표정 풀어. ”
“ 됐어. 그럼 넌.. 난 다른반에서 빌리면 되지. ”
“ 너 친구 없잖아. ”
“ 야!!...응.. ”
안타깝게도 그러하다. 녀석과 붙어다니는 동안에는 내 주변엔 항상 친구가 없었던것 같다. 간간히 대화를 나누는 그런 친구는 있었지만, 내 마음 속을 터놓고 얘기할 할말할 정도, 그러니까 세훈이와 같은 친구는 없었다. 지루했던 수업이 끝이 났다. 교실안이 귀에 거슬릴 적도로 시끌벅적 해졌다. 점심시간 때부터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던 몇 남자아이들은 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선크림을 치덕치덕 얼굴에 펴 바르며, 치마 속으로 체육복을 껴입기 바쁜 여자아이들 틈에 나와 세훈만 여유만만이다.
"가려줘" 내가 분홍색 담요를 건내니 언제나 그랬듯이 쿨하게 훽 낚아챈다. 녀석의 손목을 잡고 구석진곳으로 데려가 "잘들어-" 라고 한마디 하자 알았다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나와 마주한 세훈이 담요로 내 상의를 감싼다. 혹여나 누가 볼세라 매의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 마치 주인을 지키는 강아지 같다.
“ 다입었다. 으..헐렁해. ”
“ 내가 한 기럭지 하지. ”
“ 접어줘. ”
내 손을 덮고도 한 참이나 남은 소매를 펄럭거리며 내밀자 “피식, 진짜 짧네.” 라며 소매를 접는다. 너가 긴거야 오세훈. 바지는 더 가관이었다. 바지가 얼마나 긴지 녀석의 체육복을 지려 밟고 서있다. “앉아봐” 날 의자에 앉히고 자기도 의자에 앉는다. “체육복에서 너 냄새나.” 소매를 코에대고 킁킁 냄새를 맡을때 녀석은 내 발을 자기 허벅지에 올려두고 바지 밑단을 접기에 여념이 없다.
*
“ 오늘 남자는 농구, 여자는 피구를 하겠다. ”
어느새 녀석은 제대로 체육복으로 갖춰입고 있었다. 내가 떻게 된거냐고 묻자 “박찬열꺼” 라고 짧게 대답했다. 남녀가 다른 종목으로 시합을 한다는 말에 내가 녀석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떨어지기 싫다는 의미다. 아까 말했듯이 우리반에 친구라고는 오세훈밖에 없는데. 삼삼오오 짝지어 비명을 지르며 죽이네마네 하는 애들 틈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생각에 그냥 쉴까라는 생각도 든다.
“ 같이 아플까? ”
“ 아니, 너 농구 좋아하잖아. ”
“ 잘하는거지 좋아하지는 않아. ”
거짓말. 눈은 벌써 농구공을 향하고 있으면서. “나 피구할래” 짝수, 홀수로 나뉜 애들 사이로 끼어들 틈을 보고 있는데 오세훈이 내 손을 꼭 잡고 여자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수비 쪽에서서 공포에 떠는 애들 중 한명에게 걸어가더니 그 아이와 내 손을 꼭 잡게한다. “얘 좀 부탁한다.” 라면서. 오늘이 처음은 아니지만 매번 고마운 녀석의 배려가 날 감동시킨다.
농구장 쪽으로 뛰어가는 녀석을 내내 지켜보다가, 내 손바닥이 간질거림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때 나를 빤히 쳐도 보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체육복 가슴에 박힌 하얀 글씨에 자동적으로 눈이 갔다. '권 지수'라는 예쁜 이름이 바르게 적여있었다. 같은 반이 된지도 벌써 오랜데 아직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미안, 귀찮게 해서.” 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 손을 빼려는데 지수가 꼭 다시 내 손을 잡는다.
“ 오세훈이랑 사귀는거 맞지? ”
“ 응? ”
“ 누가봐도 사귀는거 같은데 뭘 숨기긴. ”
“ 아니, 세훈은 그냥 친구일 뿐이야. ”
“ 히힉? 거짓말! 그렇게 달달함이 터지는데? ”
못믿겠다는 눈치로 나를 바라본다. 뭐, 당황스럽다거나 황당하다거나 그런건 없다. 하도 많이 들었던 말과, 의심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혹시나 세훈이 들었을까 하고 뒤를 슬쩍 바라봤다. 어느새 공을 튀기며, 뛰어다니는 녀석이 보인다. “ 시작한다! 어서 들어와! ” 라며 나를 끌어 당기는 손길에 사각형으로 둘러싼 아이들 틈으로 들어왔다. 공을 쥐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살벌하던지, 맞고 싶지 않아 요리조리 피해다녔더니 우리 편은 나를 포함해 4명이 남았다. 꽤 좋은 성적이다.
“ 힘내~!!! ”
“ 죽지마!! ”
나를 응원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런듯하다. 괜히 힘이 나 요리뛰고 조리뛰고 피하고 있는데 저 멀리 농구대 쪽에서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린다. 뭐지 하고 보니 오세훈이 발수갈채를 받고 있다. 3점슛을 넣은 모양이다. 이미 체육복 윗도리를 벋어 던지고, 하얀 티셔츠를 입은 녀석이 제일 튀게 보인다. 티셔츠를 들어올려 이마를 닦는 녀석의 모습을 구경한 난, 게임 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조심해!!” 라는 소리가 내 귀에 박혀 들어왔을땐, 이미 난 뜨거운 모래 바닥위에 눕혀져 있었다. 코에 아주 강한 통증을 느끼면서 말이다.
“ 어떻게!! 괜찮아? ”
“ 피다 피!!! 쌍코피야!! ”
“ 코 뼈 부러진거 아니야? ”
어지럽다. 나를 빙 둘러싼 걱정스런 표정의 아이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일어나고 싶다. 창피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웅성웅성 들려오는 말로는 쌍코피가 터졌단다.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세면가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다, “ 선생님, 여기 다쳤어요! ” 라며, 저 멀리 농구대에 있는 선생님까지 부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수상했는지 제일 먼저 녀석이 뛰어온다. “ 비켜!!! ” 라는 괴음을 내면서 말이다.
“ 히잉..세훈아. 나 일으켜줘. ”
“ 아오씨, 조심하지 이게 뭐야! ”
“ 나 쌍코피..흐잉..나 아퍼.. ”
*
아무도 없는 양호실은 너무나 조용했다. 심지어 양호 선생님까지 안계셨다. 세미나를 가셨다는 팻말이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내 양쪽 콧구멍에 솜을 쿡쿡 집어 넣으면서도 세훈은 잔소리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런거야?” , “조심 좀 하지. 목숨걸고 피구하냐?” , “다음부턴 피구 절대 하지마!” 하아, 저 입을 솜으로 콱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 너 농구하는거 보다가 그랬지. ”
“ 골 때리게 하네 또.. ”
“ 나 얼굴 웃기지. ”
“ 넌 원래 웃겼어. ”
말이라도 못하면. 손 거울로 얼굴을 요리조리 살피다가 콧잔등에 앉은 멍을 보니 공을 딱 맞았을때의 그 아픔이 고스란히 다시 전해오는것 같다. “멍 오래가겠다.” 라며 내 콧잔등을 손가락등으로 쓱 훑더니, 냉장고에 있는 얼음 몇 조각을 담아와 코 위에 올려준다. 차가울까봐 정확히 초 까지 세면서 들었다 놨다 한다.
“ 공주 처럼 안아 올리는건 좀 오바였어. 선생님도 계시는데. ”
“ 피가 철철 흐르는데, 따질 정신이 있었게? ”
“ 난 줄 어떻게 알고 제일 먼저 뛰어왔어? ”
“ 너일까봐 제일 먼저 뛰어왔지. ”
“ ...방금 말 좀 멋있다? ”
“ 나 원래 멋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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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래입니다^^
하루에 한편씩 꼬박꼬박 오려고 노력중이에요~ㅎㅎ
내일부터 추석 연휴 시작이네요~
모두들 송편 많이 먹고, 고기도 많이 먹고 살 만히~ 찌세욤~!!
저 고래는 벌써, 송편 고기 흡입했다는!
아! 암호닉 받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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