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이 눈을 뜨자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잘생긴 얼굴이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이불을 반쯤 덮은체 눈을 감고 색색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있었다. 그얼굴을 보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얼굴로 손을 향했다. 택운의 손가락이 홍빈의 눈, 코 를지나 어느새 입술에 와닿았다. 멍하니 손을 움직이다 자신의 손이 홍빈의 입술에 닿자 택운이 화들짝 놀라며 손을 땟다. 그러곤 홍빈이 깨지 않았을까 눈칠 살폈지만 아직 닫혀있는 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변태에요?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택운이 놀라 어깰 들썩였다. 다시 고갤 돌리자 어느새 눈을 뜬 홍빈이 장난스레 웃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새삼 멋있어보여 자신도 모르게 설레였다. 아..저..그게..택운이 말을 더듬으며 당황해하자 홍빈이 소리내 웃으며 택운의 머릴 헝클였다. 그러곤 입을 열어 택운을 불렀다. 택운아.
홍빈의 말에 택운이 아무반응없이 눈을 멀뚱멀뚱 뜬체 앉아있자 홍빈이 웃으며 말했다. 답해야지.
..네?
택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짓자 홍빈이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 네 이름이야. 택운이. 그말을 들은 택운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
어느덧 택운과 홍빈이 함께 생활한지도 한주가 지났다. 처음엔 홍빈을 어려워하고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던 택운도 어느새 홍빈에게 말을 놨고 항상 학교와 독서실 밖에 모르던 홍빈이 공부를 포기하곤 집에 붙어 생활하고 있었다. 이른새벽 홍빈이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짜증스레 눈을뜨고 옆을 바라보자 평소처럼 얌전히 잠을 자고 있어야 할 택운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홍빈이 빠르게 방을 빠져나와 택운을 찾기 시작했다. 부엌, 욕실 구석구석 찾아봐도 없는 택운에 홍빈이 설마 이 날씨에 밖을 나간건가 하고 베란다를 바라보다 허-하는 탄식을 뱉었다. 택운이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활짝 열어놓곤 그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저기서 뭐하는거야. 비도오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택운쪽으로 향하던 홍빈이 멈칫했다. 매쾌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저 하얀 연기는. 그모습을 보던 홍빈이 택운에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곤 택운의 뒷통수를 바라보았다. 홍빈이 뒤로 온걸 아는지 모르는지 택운은 얼굴에 빗물이 튀는데도 상관하지 않고 연기를 내뱉었다.
택운이 담배를 피고있는 모습이 묘하게 이질적이였다. 어울리지 않았다. 천천히 뒤로다가가 택운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어들었다. 깜짝놀라뒤를 바라보더니 자신을 확인하곤 뭐냐는듯 바라보는 눈동자에 너 담배도 펴? 하고 묻자 천천히 고갤 끄덕인다. 그 하얀 얼굴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 담배를 땅에 지져끄곤 저 멀리 밖으로 던져버렸다. 너 뭐하는거야. 당황하여 눈이 동그래진체 물어오는 너에게 다짜고짜 손을 내밀곤 말했다. 담배 다 내놔. 그런 내말에 주머닐 뒤적이더니 담배갑을 순순히 내손위에 올려놓는다. 만족스럽게 그모습을 바라보다 담배를 쥔 손을 뒤로 빼며 말했다. 이거 압수야. 그말에 발끈하며 손을 내게로 뻗어온다.
그런게 어딨어. 이리줘.
안돼. 담배 끊어. 뭐가좋다고 이런걸 펴.
단호히 말하자 뭐가그리 맘에 안드는지 입술이 불퉁하게 나와있다. 그 입술을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다 너 생각해서 이러는거잖아. 담배 피면 폐 썩어서 일찍죽는다 너? 그말에 또 언제 시무룩 했냐는듯 도끼눈을 뜨고 날 바라본다. 말 참 예쁘게 한다. 적어도 너보단 오래살꺼니까 걱정마. 하며 벌떡 일어나 집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다 뒷머릴 긁적였다. 삐진건가..그래도 담배는 안돼. 생각하며 혼자 고갤 끄덕이다 문뜩 손에 들린 담배가 눈에 띄었다. 이런걸 대체 왜필까. 자기 몸상하는 짓은 절때 안하는 홍빈에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관심조차 준적 없던 담배지만 왠지 택운이 피던것이라 생각하니 궁금해졌다. 사춘기때도 이런거에 호기심 가진적은 없었는데. 담배갑을 빤히 쳐다보던 홍빈이 슬쩍 집안을 살피곤 택운이 나올기미가 보이지 않자 담배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곤 불을 붙이고 한모금 빨아들였는데.
콜록!콜록 어우..콜록!
목이 타들어가는듯 아파오고 답답했다. 모든 호흡이 막히는 기분이였다. 콜록대며 기침을 하고 상태가 좀 괜찮아 지자마자 담배를 바닥에 꾹꾹 눌러꺼버렸다. 하여간에 이런걸 왜 피는지 이해가안가. 고갤 설레 설레 젓던 홍빈이 담배를 뒷주머니에 집어넣고선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우리..놀러가자.
그날따라 택운이 뭔가 이상하다 했다. 평소완 다르게 뭔가 초조해보이고 다급해보였다. 나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홍빈을 제외하곤 다른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던 택운이 왠일로 홍빈에게 나가자 말했다. 그때 이상한 낌새를 알아 챘어야했다. 그때 너에게 무슨일이냐고 다정히 물어보고 다독여 줬어야 했는데. 여태껏 나 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탓인지 나는, 남에 심경변화따윈 알아채지 못했다. 그냥 그런 너에말에 좋다고 웃으며 놀이공원으로 널 데리고 가는것밖에는 난. 하지 못했다.
평소엔 죽고못살던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줘도, 놀이기구를 태워줘도 녀석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내게 웃어보이긴 했지만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하고 적어도 세번은 불러야 네가 날 바라보았다. 결국엔 내가 네게 화를 냈었다. 니가 오자 해놓고 왜그러냐고. 그렇게 싫으면 집에가자 했지만 녀석은 더듬더듬 손을 뻗어 내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그러곤 고갤 도리도리 저었다. 미안해.. 작게 들리는 니 목소리에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넌 자존심이 쎗다. 네가 한 실수도 제가 하지 않았다며 고갤젓고 잘못한일도 자신의 일이아니라며 우겼다. 먼저 고갤 숙이고 들어오는 법이없었다. 적어도 내가 봐온 네 모습은 그랬다. 그런 네 사과에 맘이 누구러진 내가 그럼 뭐 하고 싶은게 있냐 묻자 고민하던 너는 그 흰 손을 뻗어 관람차를 가르켰다. 저거.. 저거타자 홍빈아.
'
관람차에 들어서고 관람차가 움직이기 시작할때까지 녀석은 아무말 없었다. 그런 널 따라 나도 괜시리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관람차가 꼭대기에 다다르자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네가 입을 열었다. 홍빈아.
네 부름에 고갤 돌려 널 바라보자 넌 미세하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고마워.
..뭐가.
그냥..이것저것 다.
고마운줄 알면 좀 잘하지?
장난스레 뱉은말에도 넌 예전처럼 내 장난에 발끈하거나 받아치지 않았다. 그냥 내게 웃어보였을 뿐이였다. 그러곤 네가 날 다시 불렀다. 홍빈아.
또 왜.
...사랑해.
그말에 놀라 고갤 번쩍 들었다. 녀석은 말을 하면서도 그저 평온하고 웃고 있었을 뿐이였다. 창밖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그 하얀얼굴을 비췄다. 녀석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처음 만났던 그날 처럼.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에 두볼을 양손으로 감싸곤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했다. 두 입술이 맞물렸고 누가 먼저라 할것도 없이 서로를 헤집었다.
*
입술을 떼자 녀석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녀석의 볼에 입맞추자 녀석이 몸을 움츠렸다. 마침 관람차가 멈추고 녀석과 손을 꼭 마주 잡은체 관람차에서 내렸다. 방금전까지만해도 그리 쨍쨍하던 해가 갑자기 구름에 가려진듯 하늘이 어두웠다. 비오겠다. 가자. 녀석의 손을 이끌었으니 녀석의 발은 그자리에 꼭 붙어있었다.
왜 그래?
내 물음에 녀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물좀 사다주라.
뜬끔없는 말에 녀석을 바라보고서있자 녀석에 내등을 떠밀며 말했다. 여기 서있을게. 갔다와줘. 그말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순순히 발걸음을 띄었다. 그렇게 편의점으로 걸음을 옮기다 슬쩍 뒤돌아 네 쪽을 바라보자 넌 여전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모습이 무언가 안심이 되어 걸음을 빨리했다.
물을 산뒤에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아니 뛰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듯 싶었다. 니가 혹여나 오래 기다릴까봐서 그렇게 뛰어서 네가 있던 곳으로 향했는데, 넌 없었다. 너가 서있던 그곳엔, 날 바라보던 네가 있던 그 공간엔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 이곳이 아니였나. 싶은마음에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어느새 신발끈도 다풀려버렸다. 샀던 물은 언제 떨어트린건지 빈손이였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너가 없어졌다. 내게 볼을 붉히던, 내게 웃어주던 너가 사라져 버렸다. 급하게 뛰던 두다릴 멈추었다. 어느새 하늘에선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오늘 이상했던 네 행동들. 그리고 갑작스런 너의 고백. 넌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대체 왜?
하늘도 매정하지. 하필이면 그때 비가 본격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매섭게 내리기라도 하지. 툭툭. 약하게 보슬비가 내렸다.
*
끵끵 예상오류다 하편에서 안끝나네여..번외편으로 찾아뵐게염 뿌잉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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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