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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기..."
강의실을 가는길에 마주친 여자아이는 내게 말을 걸었다.
"도경..수...맞지?"
"응.."
"어...저기..저번에! 도서실에서 너 자리에 음료수 놓고간거 나야!..어..그러니깐....너..너번호좀..!!"
망설이는듯 하더니 당차게 번호 좀 달라고 내게 말했다.
"아 미안.."
그리고 난 아무렇지도 않은듯 미안 이라는 말과 함께 뒤를 돌았다.
그게 내가 지금 이 강의실을 오기전의 일이다.
한두번이 아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쭉.. 길을가다가도 번호를 물어보는 여자들이 줄곧 있었다.
하지만 번호를 준 적은 단한번도 없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그저 아무생각 없이 전공교과서에 연필로 그림만 그리고 있다.
" 이렇듯 서양의 디자인역사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죠...
단순한 것 들을 추구했던 사람들과 화려하고 곡선적인 것 들을 추구했던 사람들..
끝나기 2분전이네요. 오늘수업은 여기까지만 하죠!"
오늘 영 기분이 아니었던 나는 강의도 안듣고 그냥 그림만 그렸다....그러다가 창문 밖도 한번 봐주고
그러다보니 벌써 강의시간이 끝났다는 교수님의 말씀과 학생들의 환호성이 내 정신을 깨웠다.
"헐!! 도경수!!! 교수님 대박!! 야 오늘 일찍끝났는데 우리 경수~ 오빠랑 밥이나 한끼? 콜?"
"됐어 꺼져 임마"
"에헤~ 우리 경스~는 이렇게 까칠한게 매력이라니깐~?"
"야 박찬열 경스라고 하지마 내이름 도경수거든"
"알았어 우리 경스~ 뭐 먹을까!! 말만해 말만! 오늘은 이 박찬열님이 쏜다!!"
박찬열. 나랑 고등학생때 부터 함께한 내 친구.
워낙 활발한 성격에 친화력도 좋고 리액션도 잘해줘서 여기저기 인기가 많다.
그러니까.. 나랑은 정반대. 그나마 잘 안웃는 내가 박찬열이랑 있을때만 많이 웃는다.
찬열이와 나는 지금 A대학교에서 조소과를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 미술시간때 그린 그림을 보고 미술선생님은 나에게 미술전공을 하라며 적극적으로 푸쉬를 해주셨고
예술이라면 껌뻑 죽는 우리 엄마는 노래를 부르며 그 비싼 입시미술학원을 등록했다.
내가 미술학원을 다니자 박찬열은 "나도 미술학원 다닐래!!!" 라며 날 따라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똑같은 학원에. 그렇게 찬열이와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2년동안 미술학원에서 썩었고
나는 평균타로 박찬열은 하향지원으로 같은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대학교를 정할때도 박찬열은 "난 경수랑 같은 대학교 넣을꺼야!!!" 라며 자신의 실력보다 낮은 대학교를 굳이 지원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난 평균으로 들어왔으니깐 뭐.
그렇게 지금 우리과.. 즉 A대학교 조소과에는 남자가 단 두명이다.
박찬열. 나 도경수. 끝..
다른 디자인과와 실음과, 무용과도 만만치 않다.
아. 그리고 조소과와 가장 친한 시각디자인과에는 찬열이와 나의 또다른 친구 변백현이 있다.
찬열이와 나는 백현이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백현이는 시각디자인과에서 청일점이다.
혼자 남자. 오직 변백현만.
그래서 MT와 OT때 고생했다고 우리한테 얼마나 찡찡대던지.
백현이는 찬열이와 나보다 1년 먼저 미술전공을 했다.
찬열이와 내가 미술을 전공할꺼라고 말하자 얼마나 좋아하던지. 박찬열과 나는 그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놨어야 된다고 아직도 후회중이다.
아무튼 그렇게 박찬열, 변백현, 그리고 나는 2,3년동안 미술학원에서 썩었고,
백현이는 수능날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본 덕에 지금 우리와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원서접수를 할 때 얼마나 앵앵거리던지.. 수능을 더 잘 볼수 있었느니 어쨌느니...
아무튼 변백현과 박찬열 그리고 나는 같은 대학교에서 2년째. 또. 베프라는 소리를 들으며 캠퍼스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도경수!!!! 박찬열!!!!!!!"
"헐! 변백!!!"
"왔냐"
"야!! 넌 친구한테 왔냐가 뭐냐? 좀 즐겁게 맞이하여 주면 안되니? 찬열이좀 보고배워!!!"
"어이구 그래 우리 백현이 왔니?"
"아 도경수 완전웃겨!!! 야 변백현 도경수한테 바랠걸 바래라"
저거봐 변백현 저거 또 자기 인사 안받아준다고 찡찡댄다.
박찬열이 맨날 저렇게 다정하게 받아주니깐 변백현이 나한테 찡찡거리는거다.
내가 정상인데. 우리가 1년된 친구도아니고.. 5년째다 5년...징그럽다 진짜
"변백! 밥먹었냐? 안먹었으면 우리랑 같이 먹자"
"헐 좋지. 뭐? 뭐먹게? 너가 쏘는거야?
"그래 오늘 특별히 변백현 밥까지 내가 쏜다"
"어머 찬열이 오빠 멋졍"
아..토나와 진짜...변백현 저거 애교 저거....
저건 5년째 저러고 있냐..
"야! 도경수! 너 또 속으로 내욕하고 있었지? 애교부린다고?"
"알면 그만좀 해라"
"어어엉 경스야아~~ 빨리 밥먹으러가쟈앙~~"
"꺼!!!!!져!!!!!!!"
"도경수표정봐!!!!"
변백현의 애교에 질색하는 내 표정을보고 박찬열이 무릎을 치면서 웃는다.
박찬열은 항상 내 표정을 보고 많이 웃었다.
언제는 왜그렇게 웃냐고 물어보니깐 박찬열이
"니 눈이 너무 커서 너가 어떤 표정을 지을때마다 눈이 빠져서 됴르륵 굴러갈거같애"
라고 했다.. 됴르륵 굴러가는건 또 뭔지...
" 야 얼른 밥이나 먹으러가자. 오늘 오빠가 쏜다고!!"
" 아 맞다 너네 그거들었음? 우리 소묘시간에 남자모델온데!!!"
" 진짜? 대박!! 여자애들 난리 나겠다..."
" 경스경스 떨리지 않아? 남자모델이래"
" 떨리기는 무슨.."
남자모델?...와...드디어 남자모델을 그리는 기회가 오는건가.....
소묘시간에는 항상 스케치 모델을 섭외해서 빠른 시간내에 소묘를 완성하는 습관을 들이곤 했다.
원래는 여자모델과 남자모델이 수시로 교체되면서 오지만
왜 때문인지 우리가 1학년때에는 남자모델들이 섭외를 거절해서 1년 내내 여자모델들만 그렸다.
난 그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물론 옷을 입은모델을 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누드크로키를 진행했으니깐..... 처음 누드크로키 시간에 들어갔을때
찬열이와 나의 얼굴과 귀는 정말 새빨간 사과처럼 변해있었다.
덕분에 같이 수업을 듣던 여학생들도 난감해 했다.
변백도 그시간에 얼굴이 꽤 빨개져서 한동안 엄청난 놀림을 받았다.
그렇다고 1년이 지난 지금은 누드크로키를 할때마다 아무렇지도 않을...리가없다.
찬열이는 그나마 나아졌지만 나의 홍조는 사라질줄을 모른다..
근데 남자모델이라니!! 드디어..!! 우리셋은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너..누드모델할래...? 라고 물어봤다가 맞아 죽을뻔한 적도 있었다.
"와..남자모델.....변백 너도 해보는건 어때?"
"닥쳐 박찬열. 근데 진짜 기대된다... 도경수 이제 얼굴 빨개질일 없겠네!!"
"그러게 남자모델 언제온데?"
"2주 뒤랬나? 아마도?"
정말 별거 아닌데 쓸데없이 기대된다.
2주....남자모델........
이 두단어만 생각하며 난데없이 실실 웃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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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조소를 전공하는 됴백찬입니다ㅠㅠ
처음쓰는거라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서 분량도 그냥 쓰다쓰다 끝냈어요!
뭔가 어색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시고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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