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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차 전체글ll조회 3639

도경수는 쉬운남자였다. 누가 대쉬를 해도 다 받아줬고 누가 떠나가도 안 막았다. 대외적으로는 쉬운 남자라고 알려졌으나 사실은 서툰 남자 혹은 망충한 남자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겠다. 그의 귀여운 외모에 반하여 여자든 남자든 다가와서 대쉬하면 그저 애정을 받는 것이 좋아 승낙했다가 상대가 그저 귀여운 맛만 있는 것을 알고 질려하면 잡지도 못하고 그저 보내면서 상처만 잔뜩입는 것이다.


 이번에도 겉으로는 실없이 헤헤 웃었지만 이미 도경수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라는 신파극 대사를 던질 만큼 많이 상처받았다. 도경수는 연애라는 건 자신한테 너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아예 닫아버릴까하지만 애정이 없다면 도경수는 말라 비틀어질것이다. 경수는 애정을 무한으로 쏟을 수 있으면서 자신을 걷어 차버리지 않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은, 대한민국 슈퍼스타이자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공격수 중 하나인 김종인이였다. 도경수는 망충한 남자이기 때문에 망충한 생각을 한다. 감히 사적으로 절대 친해질 수 없는 사람과 연애하면 된다는 결론이 도경수의 머리에서 도출된 결론이였다. 그렇게 도경수는 김종인과 연애를 시작했다. 물론 혼자.

 

-

 

 

"우와, 진짜...진짜 잘 나왔다."

 

 

백현은 자신의 친구가 언제부터인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6번째 애인한테 차인 이후, 실연의 아픔인가 축구선수의 빠돌이가 되더니 한 시간째 그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녀같달까.


"쯧... 아예 연애를 해라 연애를."


백현의 눈에는 그냥 친구가 운동선수에 빠져 과한 팬질을 하고 있다고 보이겠지만 사실은 도경수는 열애 중이였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물론 혼자.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지 간에 도경수는 현재 생활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알바를 마치고 침대 옆에 붙여놓은 대형 브로마이드를 보고 하루일과를 조잘 얘기 할 수도 있었고, 진짜 사람과 연애를 할 때에는 진짜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짓을 귀여워 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지루해했고 먼저 잠들어 버리기도 했다. 자기전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좋아한다고도 하고, 그렇게 하고나서 혼자 잠자리에 들면 외롭지가 않았다. 김종인은 그에게 최고의 애인이였다.


가난한 대학생 신분으로 매번 국가대표 경기를 보러가고 한정판 상품을 구하러가는 것은 적자로 가는 지름길이였다. 하지만 경수는 빠돌이의 마인드로 자기가 밥을 굶는 한 있어도 김종인을 보러갔다. 내일도 김종인이 출전하는 국가대표 친선경기가 있다. 해외로 진출한 이후로 국내에서의 경기는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회는 꼬박꼬박 놓치지 않고 다녀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침대에 들기전 가상의 연인에게 말을 걸었다.


"음, 종인씨. 내일 경기 잘 하고요, 어...나한테 나쁜 말같은 거 안해줘서 고맙고요, 좋아해요."


포스터 속의 김종인은 전혀 미동도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도경수는 웃으며 잠에 들었다.

 

 


-

 


이렇게 도경수가 맹목적으로 혼자 좋아하는 김종인은 대외적으로는 실력좋고 얼굴잘생긴 완벽남이였지만 사실은 아주 나쁜놈, 그러니까 개새끼였다. 개새끼라는 욕까지 쓸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를 만나본 사람마다 그런 표현을 쓰기 때문에 그는 개새끼다. 자신이 의자왕이나 천일야화의 왕도 아닐텐데 그들처럼 매일 밤 만나는 여자는 다른 여자요, 주변 에이전트나 매니저는 똘마니라고 생각하는 성격 더러운 카사노바였다. 그렇게 나쁜 놈인데 누구하나 까지를 못하느냐 하면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월드컵, 올림픽, 또 컵이라는 컵은 다 따와주니 감히 누가 그를 까느냐 다들 쉬쉬하고 있는거다. 하지만 다들 벼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실력만 떨어지면 엄청난 양의 썰이 터질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그런 희대의 나쁜놈 김종인은 경기 전 운동장을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긴장이 되서도 아니였고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없었다. 그냥 꼬실만한 예쁜 팬이 있나싶어서 보는 것이였다. 그가 나쁜 놈인 큰 이유 중 하나는 팬들을 잠정적 잠자리 상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당연히 예쁜 사람만. 한 두번쯤 관객석을 훝었을때 오늘은 꽝이라고 생각했으나 자신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기는 있었다. 그것도 남자애. 애라고 표현하기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사람. 좀 귀엽게 생겼다. 분명 처음 본 사람은 아닌 것같다. 저번경기에 있었고, 저저번 경기에도 있었고, 자선경기에도 있었고, 그래 거의 매번 있었다, 분명히. 오늘와서 자각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분명 낯이 익은 사람이다. 멍하게 관객석을 보던 중 경기가 시작될거 같다는 말에 다시 홈 쪽으로 몸을 돌리기는 했지만 신경이 꺼지지는 않았다.

 

그날 경기는 난조였다. 내일 아침 김종인 컨디션 난조같은 기사가 뜰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골은 분명 넣었으나 패스 미스가 그가 아닌것처럼 많았다. 씨발! 경기 내내 그 남자가 신경쓰였다. 응원석에 앉아서 요란하게 응원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난동을 부리는 팬도 아니였는데 그냥 하는 일이라고는 가만히 앉아서 골 넣었을 때 말고는 일어나지도 않는 팬이였는데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김종인이 거지같은 기분으로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할때 원흉인 도경수는 기분이 좋았다. 일년에 몇번 못보는 실물을 보고 와서 그런것도 있고 왠지 모르게 그가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많이 처다본거 같아서 자신의 착각이라더라도 기분이 매우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서 그에게 물어봐야겠다. 오늘 나 본거 맞는지.

 

**************
 

마지막 친선경기다. 이것만 끝난다면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분명 좋은 기분으로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경기에서도 이겼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야 정상이였지만 종인은 그러지 못하였다.
 
"오늘도 그 새끼 왔어."


솔직하게 찬열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종인은 존나 미쳤다. 그렇게 솔직한 심경을 들어내고 싶었으나 서로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어 일년에 몇 번 보지도 않고 김종인은 골도 잘 넣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너 존나 미친거같애 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누군가가,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었다. 분명 예쁜 여자이거나 과도한 훌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장본인은 그냥 조용히 경기만 보고 가는 한 남자였다. 그래 그렇게 한 남자가 있었다. 워낙 유명한 스타플레이어기때문에 극성팬도 있었고, 기자들은 그의 이십사시간을 감시하는데 누군가 지켜보는 것에 과민반응을 하는 그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래도 걔가 무슨 문제 이르킨 적은 없잖아?"


흘리듯이 찬열이 말했지만 스타플레이어에게 너무나도 고까운 발언임이 틀림없었다. "내가 거슬린다고!" 아, 예예.

 


----

 

 

 

이 나라는 연애하는 청춘들에게 전혀 관대한 나라가 아니였다. 달콤한 꿈에 젖어 연애를 시작하는 모든 남성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최저임금에도 목이 매어가며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00일, 200일, 생일, 또 데이란 데이는 이 땅에 끝도 없이 존재한다.  예측하건대 학자금대출이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들이 커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인간과 연애하지 않는 도경수는 연애비용이 제로인가? 그것은 또 아니다. 일단 응원을 위해 꼭 입어줘야하는 레플리카는 국가대표용, 올림픽대표용, 리그 팀용 그것도 홈에서 할때와 원정갈때로 나뉘어져 있다. 그렇다고 나름 자신에게 커플티로 다가오는 레플리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또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종인은 올림픽 득점왕, 리그 득점왕. 암묵적인 별명 의자왕과 함께 왕이라는 왕은 다 해먹으시고, 대한민국에서 다시 나올 수 없다고 칭해지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스트라이커이다. CF며 잡지며 어디하나 김종인이 차지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런 자신만의 연애를 위해 도경수는 이미 지식인에 '호랑이 이빨닦이 알바는 시급이 쎈가요?'를 물어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경기 안가면 돈도 굳고, 몸도 편하잖아."


하품을 쩍쩍하는 경수를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백현이였다. 물론 백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경기에 집중하는 종인을 본다는 것은 사진이나 인터뷰를 보는 것과 달랐기 때문에 놓칠 수 없었다.


"일년에 매번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일년에 매일 볼 수 있으면 넌 매번 갔을거잖아."


"아, 아니거든! 나 알바간다."


솔직하게 매일볼 수 있다면 매일 갔겠지만, 경수는 말을 삼켰다.


새벽 1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경수는 집 문 앞에 섰다. 손님이 없을때의 서빙알바는 꿀 알바지만, 손님이 많을 때의 서빙알바는 지옥이다. 6시간동안 서서 음식을 나르던 다리가 이제는 후덜덜 떨리면서 비상벨을 울린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낸뒤 문을 따는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경수의 작은 머리통에는 온통 잠, 잠, 잠이 동동 떠다니고 있다. 철컥, 드디어 열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히익!"


누군가 어깨를 덥썩 잡는다. 놀람에 고개를 휙 돌려보자. 자신의 뒤에 바싹 붙어있는 한 인영이 있었다.


"어-?"


경수는 의문형으로 올라가는 감탄사 이외에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의 눈이 급피로로 삐꾸가 되지 않는 이상, 눈 앞의 사람은

어제도 국가대표 경기에서 골을 넣어주시고 챔스리그 우승의 주역까지 되어주신 또, 저의 연인이라 생각하고 있는 김종인이였다.

대략 몇 십초가 흐르고, 의식의 흐름을 여전히 잡지 못하는 경수를 위해 종인이 말을 꺼냈다.


"좀 들어가서 얘기하지?"

 


--


어릴때부터 맞벌이하는 부모님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온 터라, 자취하는 남자치고는 괜찮은 살림살이를 꾸려오고 있던 경수지만 오늘따라 어쩜 그렇게 집꼬라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냉장고 손잡이에 때탄것도, 구멍난 방충망도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그래도 이런 누추한 곳에 강림한 김종인은 어쩜 저렇게 빛이 나는 걸까. 가죽을 가장한 빨간색 인조 쇼파에 긴다리를 꼬고 앉은 종인은 마치 한 남성잡지 작년 8월호에 여자와 함께 화보를 찍은 그 모습과 흡사했다.


"진....진짜 김종인이에요?"


이리저리 경수의 집에 시선을 던지던 종인은 자신을 향해 질문이 던져지자 알면서 뭘 묻느냐는 표정을 해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등장 이후로 멍하니 있는 경수의 얼굴로 분명한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표정 그대로 경수에게 반대편에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분명 재수없음이 듬뿍 묻어나는 행동이였으나 실물을 영접한 경수에게는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못했다. 혼자 연애를 하는 거지만 실물이 제 눈 앞에서 티비보다 화보보다 더 잘난 얼굴로 움직여준다는 것은 정말...죽어도 좋을거 같았다.


"야, 너 나 좋아하지."


의문형도 아니고 평서형으로 끝난 이 폭탄을 김종인은 도경수에게 던졌다. 

 

 

 

 

 

 

 

 

축구선수 김종인과 어벙한 팬 도경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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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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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 취향저격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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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필력 보고 소름돋았어요 진짜재밌어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금손이세요?..아 다음편기대요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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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신선 ...다음편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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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우와..새로운소재다..신알신하고갈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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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세상에 제가이런글을 발견하다니...역시 글잡은 새벽에 돌아야해요.. ㅇ어우세상에 진짜 너무죠아요 분량도짱바람직!!!!!! ㅠㅜ 이런거너무좋네요진짜 건방진 김종인에 팔불출 콩깍지씌인경수!! 으엉ㅇ아아앙ㅇ앙ㅇ어어어어게다가 추꾸선수래..어우..취향저격.....ㅇ조닌이는 무슨수로 경수한테 찾아왔을까요 의심미....다음편을기대하며 신알신하구가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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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재밌어요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여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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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ㅎㅎ 잘보고 갑니다! ㅎㅎ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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