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짝사랑 그렇게 시작하지 않나;짝지
" 언제부터 좋아했는데? “
" 언제부터 좋았는데? “
“ 야, 나 잘꺼니까 제발 너도 그만 떠들고 조용히 자자.”
옆에서 계속 언제부터를 연발하며 있는 윤기를 짜증난다는 듯이 눈을 흘겨주고 책상 위에 엎드려서 혼자 얼굴근육을 움직이면서 심호흡을 한다.
가만히 있는데도 얼굴이 붉어져서 후끈후끈 달아오른 것이 확 느껴지는데 여기서 한번만 더 깨우면 홍당무가 된 상태로 민윤기를 마주할지 모른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하고 잠을 청해보는데 도통 잠이 안온다.
“ 잔다고 하면 끝이냐, 일어나면 또 물어볼껀데. ”
저렇게 민윤기가 칭얼거리는 까닭은 다 이유가 있다.
말하자면 길기도 하고 짧은데 나에겐 지금 이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다시 하나씩 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때는 언제 였더라? 정확히는 기억안나는데 짝바꾸는 날이었을꺼다.
*
“ 헐 말도안돼. 이번에도? 와 미치겠다. ”
“ 아 그 표정 뭔데? 아 쌤 진짜 이번엔 바꿔줘요! ”
이 두 마디의 대화를 보고 혹시 한다면 그게 맞다. 이걸로 네 번째나 지긋지긋한 민윤기랑 짝이 된거다.
두 번 정도는 뭐 그럴수도 있다고 치자 근데 이번으로 벌써 네 번째라고!
“ 뭘 어쩌긴 어째? 그냥 그대로 앉아. 서로 운명이라고 생각해. ”
“ 아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너넨 대박이다. ”
교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박장대소와 단호하게 그냥 앉으라는 담임의 말까지. 오 주여.
하는 수 없이 망연자실하면서 책상을 옮기고 무의식적으로 옆을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먼저 옮긴 민윤기가 특유의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근데 내가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는 거에 대해 혹시 궁금해 할수도 있는데 뭐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아까도 말했지만 생각하는 그거 맞으니까 말 안할래.
그냥 괜히 계속 짝하면 내가 혹시라도 좋아하는거 티날까봐 그러는 것도 있고
이상태로 더 친해지다간 이게 진짜 날 친구로만 볼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눈치 없이 장난이나 치고.
...
아 솔직히 말하면 짝하면 계속 흘깃흘깃 보는거 눈치 챌까봐 걱정된다고!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윤기한테 아 좋다. 이런느낌을 받았냐고 묻는다면 진짜 별거없는데.
아까 말한거 보면 아 싫다 너만싫냐 미치겠다. 이러는데 막상 수업시간이나 쉬는시간되면 계속 장난치고 떠들고 노는데 그런게 있단말이야.
혹시 알아? 남자들은 잘 모를수도 있는데 장난치면서 괜히 꽁냥거리는거? 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민윤기 쟤가 잔망스러운 것도 있고 잘 챙겨주는게 있어서 그런지 지는 모르는데 은근히 사람 설레게 하는거 있어.
예를 들면 만약에 지하철 이런데서 모르는 사람이 괜히 나한테 막 뭐라고 했다는둥 어쩌다 그런일 있어서 말하면
반응이 관종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면서 그냥저냥 넘어가는데
괜히 지가 화내면서 " 아 내가 옆에 있었어야 됬는데, 그 사람 뭔데? " "나였으면 진짜 쏘아붙여줄텐데" 이러면서 말해주고.
이건 뭐 장난스러운거 까진 아니고 내가 막 졸고 있는데 밑줄쳐야 되는거 있으면 슬쩍 한번씩 밑줄쳐주고
아니면 어깨 흔들면서 일어나라고 해주고 뭐 그런..
음 좀 이런거 있잖아. 더 말 안해도 알지?
그리고 그냥 나혼자 설렜던건데, 보통 엎드려서 잘 때 짝이랑 반대로 고개 돌리는데
나는 그런거 상관안하고 막 엎드리는 편거든. 짝 쪽으로 고개 돌릴때가 더 많은거 같기도하고.
하여튼 딱 자고 눈을 떴는데 민윤기가 나랑 마주보고 자는데,
애가 피부도 하얗고 그래서 애기 같은데 고개를 팔 안으로 안넣고 그 뭐라고 해야하지 하여튼 얼굴 보이게 자고 있는거야.
좀 거리가 가까워서 놀랬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마냥 찹쌀떡같을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음.. 되게 어.. 아 몰라 몰라 입으로 말하기 쑥쓰러워.
그냥 그랬는데 둘이 같이 잠들건 내가 먼저자건 내가 눈뜨면 걔가 자고 있을 때가 좀 있더라고
게다가 그때 자리가 맨뒷자리라서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까 괜히 윤기 깰까봐 혼자 조마조마하면서 계속 뚫어져라 많이 봤던거 같아.
그러다가 다시 잠들고? 뭐 그런 패턴이었지.
사소한거에 혼자 설레하면서, 보통 짝사랑 그렇게 시작하지 않나.
*
그렇게 또 짝되고 얼마 안되서였는데 평소에도 친한사이라서 통화 자주하는 편이란 말이야.
근데 요즘 들어서 전화가 귀찮은거야 게다가 그런 감정 느끼고 나니까 괜히 통화하는 것도 쑥스럽고 그래서 전화 잘 안하려고 했어.
나-검정 윤기-파랑
‘[ㅋㅋ 야 내가 요즘에 전화 안해주니까 심심하지]
[그러고 보니까 너랑 요즘에 안했네? 괜찮아ㅋㅋ 할사람 있지롱]
[혹시 여자?]
[너말고 다른애랑 하는건데 당연히 여자지 으컁컁 ]
혹시나 해서 물어본건데 괜히 물어봤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진짜 자주 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너랑 요즘에 안했네? 그게 뭐야.
나랑 안해도 다른 여자애랑 통화 잘하고 재밌다 그거잖아.
그 내용 보고 혼자 심통나있는데 내 기분을 전혀 알 리가 없는 눈치없는 민윤기가
[ 지금도 통화하고 있는뎅 ]
그러면 지금도 통화한다 그거네. 답은 빠르더니 뭐 그래도 전화하는데 카톡이 눈에 들어오겠어.
그래서 그럼 통화하라 그랬더니 우정을 버릴수 없다나 뭐라나. 그럼 썸타고 있다는거야 뭐야.
괜히 걔가 하는말 하나하나에 혼자 진지해져서는 카톡하기 싫어지더라.
[ 야 그럼 통화해 왜 카톡하냐ㅋㅋ 멀티윤기? ]
[ 우정을 위해 스피커 해놓고 있당 ㅎ ]
[ 나 졸리다 통화 적당히 하고 자~ ]
윤기 말은 들은체 만체 나 먼저 잔다고 하고 자고 며칠동안 일부러 카톡 답장도 늦게 하고
아무도 눈치 못채는 나혼자 소심한 복수했지.
근데 하루에 한번꼴로 전화하는지 카톡할때마다 전화하는거 같던데
이상하게 통화에 집중하라고 하면 싫다고 멀티할거라고 하는데.
흠 아직 친구를 버릴 단계는 아닌거 같아서 안심 했어 바보같다.
근데 윤기가 카톡하다가 나한테 요즘에 왜 지랑 안 놀아주냐고 찡찡거리고.
근데 왠일인지 전화를 하자네.
[ 오랜만에 통화하자 카톡 힘들어ㅠㅠ ]
잔망윤기 죽지 않았네.
이거보고 괜히 좋아서 알았다고 하고 혼자 삐졌다가 혼자 풀려서는 통화하는데
학교에서 맨날 듣는 목소린데도 또 들으니까 또 다른거 있지.
평소처럼 또 신나게 통화하다가 넌지시 물어봤다? 왠일로 전화하자 했냐고.
“ 야 근데 왠일이야, 민윤기가 먼저 전화하자고 다하고? 내 목소리 듣고싶었나봉가~ ”
“ 응응 듣고싶었어. 왜이렇게 통화 안해줘~ "
%
깔끔하게 망한거 같네요.. 스토리는 대충 다 정해놨는데 이런 똥손은 웁니다..
윤기느님 오빠 이렇게 망쳐놔서 미안해.. ;ㅁ;
여러분 미앙해여;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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