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샌닌! 저 형아 떠와써여. "
백현이 민석의 바지가락을 잡고 민석을 불러세웠다. 백현이 가르킨 조그마한 손끝에는 유치원 문 밖을 기웃거리는 키 큰 청년 하나가 걸쳐있었다.
민석이 고운 미간을 찌푸리다 말간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백현을 바라보곤 미소지었다. 백현을 타일러 제 친구들에게로 보낸 민석이 애써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고 청년에게 다가섰다.
"저기, 누구 형이세요? "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제게 말을 건 민석을 빤히 바라보던 청년이 아무 말 없이 다시 유치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민석이 어색하게 웃고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누구, 찾으시는데요? "
청년의 시선이 다시 민석에게로 돌아왔다. 가만히 민석의 눈을 바라보던 청년이 샐긋 웃었다. 큰 눈이 반원을 그리며 띄운 미소에 민석 또한 짧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청년의 손 끝이 유치원을 가르켰다. 민석의 시선이 자연스레 손 끝을 따라 유치원을 바라보자 청년이 느리게 입을 뗐다.
"나, 찬녀리. 저기.. 나도. 가고 싶다. "
띄엄띄엄 내뱉어지는 낮은 목소리에 민석이 의아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마주친 찬열의 눈이 올곧게 민석을 향했다.
"..네....? "
민석의 물음에 찬열이 또 한 번 눈꼬리를 접어보였다. 나도, 저기. 가고 싶어. 저기, 미끄럼틀 있고. 선생님..? 있어. 친구들도. 가고 싶다.
바보같이 웃는 찬열의 모습을 보는 민석의 눈에 망설임이 스쳐지나갔다.
"선생님. 선생님. "
"응? "
결국 민석은 찬열을 거절하지 못했다. 바보같이 입을 벌리고 웃음짓는 찬열을 본 민석이 왜 불렀어- 하고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모자라보인다 해도 다 큰 청년을 요즘 같은 시대에. 절래절래 고개를 젓는 원장님께 몇 번이고 부탁드려 결국엔 허락을 받아낸 민석이었다.
제가 절대 한눈팔지 않고 잘 볼게요. 민석이 제게 다짐하듯 내뱉은 견고한 어조에 두 손 두 발 든 것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뱉은 원장님이었다.
"찬열아, 오늘도 선생님이랑 같이 집에 갈거야? "
"네! 저 같이 갈거에요. 선생님이랑 같이. "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찬열은 민석이 허락을 받아낸 그 이후, 쭉. 꼬박꼬박 제 시간에, 아니 어쩌면 제가 출근하기 훨씬 전부터 유치원 대문 앞에서 민석을 기다렸다.
찬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심 유치원을 그것도 제 시간 맞춰 찾아올 수 있을까 걱정하던 민석인지라 사실 조금 놀란 건 사실이었다.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어디서 주워온건지 분필 하나를 손에 쥐고는 슥슥 바닥에 낙서를 하는 모습에 놀란 민석이 제 이름을 부르자 아무렇지 않게
바보같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찬열이었다. 문득 궁금해진 민석이 찬열을 바라보았다.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꼬맹이들과 나란히 누워 크레파스로 스케치북을
채워나가던 찬열이 민석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 왜요? "
"찬열아, 너 유치원에 언제 오는 거야? 아버지가 데려다주시는 거야? "
민석의 말에 찬열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꺽인 채로 저어지는 고개가 아플법도 한데 여전히 민석과 눈을 마주친 채로 대답한다.
"혼자. 7시. 선생님 7시 30분에 와. 그러니까 7시. "
찬열의 목소리가 칭찬을 바라는 듯 들떴다. 그리고는 그리던 손을 멈추고 일어나 제게 엉금엉금 무릎으로 기어온 찬열이 민석의 허리께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첫 날 일찍 온 찬열이 기특해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민석의 손길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민석이 그런 찬열의 정수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손을
들어 찬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위험하니까 다음에는 7시 30분에 와. 선생님 딱 올 시간에. "
민석의 걱정어린 말에 푸스스 웃은 찬열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야무지게 쥔 크레파스가 유독 더 들떠보였다.
"선생님!! "
식판 가득 밥을 받은 찬열이 신나게 민석을 향해 뛰어온다. 민석이 그런 찬열이 넘어지기라도 할까 싶어 조금이라도 찬열이 휘청일라 치면 움찔거리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찬열이 무사히 제 식판을 가지고 민석의 앞에 앉고 민석이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식판 가지고 올 땐 뛰지 말라니까. "
"빨리 배고파서요. "
히, 웃는 찬열의 모습을 얄밉지않게 흘긴 민석이 짝 소리를 내며 두 손을 모았다. 그런 민석을 보고 따라 손을 모은 찬열이 우렁찬 목소리로 잘먹겠습니다!! 하고
외치기가 무섭게 숟가락을 들고 밥을 퍼 제 입으로 가져간다.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제 입에 밥을 퍼나르는 찬열이 신기한 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쳐다보는
민석이 체할까싶어 천천히 먹으라 말하자 찬열이 제 손은 멈추지 않고 고개만 끄덕끄덕한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민석이 물이라도 먹여야지 싶어 자리를 뜨자
그제야 제 숟가락을 멈춘 찬열이 민석을 바라본다.
"물 가지러. 찬열이 체할까봐. 물 가져다 줄테니까 밥 먹고 있어. "
언젠가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찬열을 보고 잠깐은 괜찮겠지, 싶어 교무실에 간 저를 모르고 불안한 눈으로 저를 찾던 찬열을 기억한 민석이 일어서기 무섭게
자신을 향한 찬열의 눈에 달래듯 말하자 찬열이 고개를 빠르게 젓는다. 그리고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빠르게 입을 움직여 입 안에 든 음식을 삼켜냈다.
"천천히 먹을게요. 앉아있어. "
찬열의 간절함에 민석이 잠깐 주춤하더니 어정쩡하게 다시 의자에 착석했다. 그럼 꼭꼭 씹어먹어야 돼? 민석의 말에 찬열이 자신에 찬 눈으로 두 어번 끄덕인다.
자세를 고쳐 완전히 자리잡은 민석을 본 찬열이 다시 식판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민석이 잠깐 자리를 뜨는 것이 그리 싫은 것인지 제법 느려진 속도에
그제야 숟가락을 드는 민석이다.
"선생님. 고기. "
"응? "
불쑥 제게 내밀어진 젓가락에 놀란 민석이 고개를 들어 찬열을 바라보았다. 고기. 선생님 홀쭉이. 고기 먹어. 그리고는 제 앞에 얼른 먹으라는 듯 살랑살랑
보채는 게 귀여워 씩 웃은 민석이 찬열이 내민 고기를 받아먹는다.
"우와 완전 맛있다~ "
"찬열이가 줘서? "
"응. 찬열이가 줘서 고기 완전 맛있어. "
민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찬열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깨작대며 민석을 흘깃흘깃 거리는 모양이 귀여워 민석이
또 한 번 웃고는 제 식판으로 눈을 돌렸다.
"자. 찬열이가 고기 줬으니까. 선생님도 찬열이 좋아하는 고기 줄게. "
민석이 제 식판의 고기를 집자 찬열이 그럼 똑같잖아요. 한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똑같아. 똑같아. 하는 모양새가, 뿔이 난 마냥 입술도 툭 튀어나왔다.
"고기 싫어? 다른 거 줄까? "
의아해진 민석이 묻자 찬열이 또 한 번 고개를 젓는다.
"찬열이 키 커. 완전 커. 진짜 커. 선생님보다. 선생님 작아. 홀쭉이. 그래서 고기 줬는데. 다시 주는 거 똑같아. "
그리고는 정말 뿔이 난 건지 아예 몸을 식판 쪽에서 틀어버렸다. 입술은 툭 튀어나오고 눈은 내리깐 채 제게 화났다 시위하는 찬열을 바라보는 민석의
얼굴에 난처함이 가득했다. 선생님이 잘못했어. 그냥 선생님은 고마워서.. 민석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저를 바라보지 않는 찬열을 보던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저를 떠나나싶어 힐긋 거린 찬열이 제게 다가오는 민석을 보고 다시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민석이 찬열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찬열과 눈을 마주했다.
"선생님이 잘못했어. 그러니까 찬열이 밥 먹지 않을래? "
제게 눈을 맞춰오자 가만히 민석을 바라보던 찬열이 민석의 시선을 피했다. 찬열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일주일,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한 민석이
입술을 깨문다. 어떡하지.. 고민하는 민석을 힐끗거린 찬열의 시선이 다시 민석에게 돌아왔다. 찬열이 민석의 입술을 가만히 보더니 손을 들어 민석이 깨문
입술을 빼낸다.
"입술 아야. "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는 찬열에 민석이 멍하니 있다 그럼, 찬열이가 선생님 봐주면, 그럼 입술 안깨물~지! 그리 말하며 제게 다시 한 번 고개를 내밀고
눈을 맞추는 민석을 보는 찬열의 입술이 불퉁하다.
"입술 아야 하지마세요. "
"그럼 선생님 봐주면 되잖아. "
그리 말하며 보란듯이 입술을 깨무는 민석을 본 찬열이 손을 들어 한 번 더 민석의 입술을 빼낸다. 민석이 빼내자마자 다시 입술을 깨물자 찬열의 손이
내려가다 말고 다시 민석의 입술을 빼냈다.
"선생님 보고 있으니까 입술 하지마. "
"그럼 밥 먹을꺼야? "
이때다 싶어 씨익 웃은 민석이 찬열에게 묻자 찬열이 여전히 부루퉁한 얼굴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 고기 많이 먹을테니까 찬열이가 화풀어주세요~?
민석이 애교부리듯 응? 응? 하자 찬열이 그제야 베시시 웃으며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석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찬열이 다시 몸을 돌려 앉았다.
민석의 눈치를 보며 다시 깨작깨작 속도를 붙여가는 찬열의 손을 슬쩍 바라본 민석의 입에 미소가 가득하다.
| 더보기 |
잘 쓰지 못해서 부끄럽네요;; 엑독방? 에 올렸었던 게 저예요ㅋㅋㅋㅋㅋㅋ 오해 없으시길:]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나 애인이랑 헤어졌는데 애인 어머님한테 톡으로 마지막인사 남기는거 에바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