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boy!
written by. 가쿠
드디어 축제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남고 축제의 꽃이라는 그 좆같은 여장 대회도 코 앞이다. 같은 반 애들의 살기 가득한 시선에 울며 겨자먹기로 나간다고 하긴 했는데 씨발, 내가 도대체 왜!! 변백현하면 남자, 남자하면 변백현 아니냐고!! 야, 야. 변백현 봐. 여장 대회 나간다더니 맛이 갔어. 어떡해. 우리가 심했나? 미안하긴 한데 어쩔 수 없잖아. 자그마치 피자가 10판이야. 그 뿐이냐? 상금까지 준다잖아. 내 몸값이 피자 10판과 현금 10만원 밖에 안되다니. 옆집 순이가 키우는 누렁이 만도 못한 개새끼들...
“야, 백현아.”
“뭐, 씨발.”
“존나 예민하네, 생리해? 우리 백현이 여장 한다니까 진짜 여자 된거야?”
“죽어라, 박찬열. 나가 뒤져버려.”
책상에 놓인 필통을 들어 박찬열을 향해 던졌다.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변나샷!
“...이 씨발년이?”
“님 머리에 지우개 가루 장난아님.”
거울 앞으로 걸어가 제 몰골을 확인한 박찬열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변백현 개새끼야!! 씨발, 오늘 드럼치러 올라가야되서 젤로 머리 세우고 왔는데!! 내 알바냐?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는 박찬열을 향해 길게 잘 뻗은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주었다. 교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박찬열을 신나게 비웃고 있는데 탁탁, 누군가가 내 어깨를 치는게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반장이 해맑게 웃으며 서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반장의 한 손에는 가발이, 반대쪽 손에는 옆 여학교의 교복이 들려있었다. 백현아, 시간 얼마 안 남았어. 갈아입어. 거의 명령조로 내게 말한 반장은 책상 위에 가발과 교복을 던져놓고는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부른다는 김종대의 말에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걸 쓰고, 이걸 입어야 되는거지?
“와, 쩐다. 야, 빨리 입어보셈.”
“...꺼져라, 김종대.”
“근데 화장은 안 해도 되냐? 니 눈에 아이라인만 그리면 진짜 게임 끝인데.”
“꺼지라고, 씨발놈아...”
지금 내 인생을 반성하는 중이니까... 내가 그동안 지은 죄가 많아서 그래... 하느님, 이제 다시는 애들 급식 안 뺏어 먹을게요. 누렁이 간식으로 순이가 맨날 챙겨주는 참치 통조림도 안 훔칠게요. 제발 저를 이 함정에서 구원해주소서, 아멘. 야, 근데 너 불교잖아. 어떻게 하면 김종대 입을 막을수 있을까.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어.
“나 갈아입고온다. 따라오면 니 불알로 후라이 해서 누렁이 갖다줄거임.”
“누렁이가 뭔데.”
“됐고, 갔다온다.”
“백희누나, 잘 다녀오세요!!”
신고 있던 실내화를 벗어 김종대한테 던졌다. 와, 명중이다. 역시 변스나이퍼. 씨발!! 변백현!! 고함을 지르는 김종대를 뒤로 하고 가발과 교복을 들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 문을 걸어잠구곤 손에 들린 가발과 교복을 빤히 쳐다봤다. 엄마, 나 울고싶어... 잠시 패닉에 빠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고있던 교복을 벗고 반장이 준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바지를 벗고 치마 속으로 다리를 넣을 때 나 진짜 울 뻔 했다.
가발까지 쓰고 거울을 보니 가관이다. 너... 누구야? 너... 뭐야? 아까 김종대가 지 누나한테서 훔쳐왔다던 아이라인이 생각났다. 분명 내 교복 주머니에 넣었었는데... 아, 여기 있다. 거울을 보고 떨리는 손으로 오른쪽 눈 두덩이에 줄 하나를 그렸다. 백, 백희야..! 이어서 왼쪽 눈 두덩이에도 까만 줄을 그렸다. 씨발... 예쁜데? 치마 주머니에 아이라인을 넣고 벗어던진 교복을 주워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 지나가는 애들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봤다. 미친, 쟤 누구야? 존나 예뻐. 얘들아, 피자 먹을 수 있어!! 10만원은 우리 꺼라고!!
교실을 나설 때와는 달리 가벼운 발걸음을 이끌고 교실로 향하려던 찰나, 뒤통수에서 낮게 깔린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
“누구 동생이냐. 어떤 병신이 지 교복도 안 챙겨왔대.”
저 새끼가 낮부터 술을 쳐먹었나, 뭔 개소리야. 잠깐, 설마 지금 나를 진짜 여자인줄 아는건가?
“아... 나 5반에 변백현 쌍둥이 동생이야.”
“변백현? 아, 그 개새끼 마냥 눈꼬리 쳐진 애.”
“뭐? 씹... 으, 응. 걔.”
“나는 도경수. 얼른 갔다주고 집에 가라.”
변백현, 대단한데..? 손을 들어 도경수를 향해 흔들어 주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꽉 막힌 귓구멍을 시원하게 뚫어줄 듯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씨발!! 피자 파티다!! 10만원!! 사물함에 교복을 넣고 자리에 앉았다. 와, 변백현. 존나 예쁜데? 백희누나, 저랑 사겨요!!
“방금 소리지른 새끼 누구야. 죽여버린다.”
“이야, 변백희. 쩌는데?”
“꺼지셈. 니 머리에 지우개 가루 아직 붙어있다.”
“씨발, 진짜?!”
하여튼 단순한 새끼. 내 말에 곧장 거울 앞으로 달려가 제 머리 이곳 저곳을 확인하던 박찬열이 야, 없잖아!! 하고 고함을 지르며 다시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걸 믿냐, 병신새끼. 시계를 보니 시작하기까지 한 20분 남짓 남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교탁 앞으로 걸어갔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다들 궁금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교탁 앞에 서서 칠판에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피자 파티. 10만원. 변백현 최고.’
교실은 금새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아아, 곧 축제를 시작하겠습니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은 강당으로 모여주시길... 방송이 나오자마자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우사인 볼트에 빙의라도 한 것 처럼 잽싸게 강당을 향해 뛰어갔다. 앞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이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여장 대회 나가는 각 반 대표들은 여기로!!”
전교 회장의 말에 무대 쪽으로 가 줄을 서는데 아까 복도에서 만났던 도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뜬 도경수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너 남자야? 나는 미안하다는 듯 웃어보이곤 무대 위에 올라섰다.
“자자, 다들 조용. 지금부터 제 12회 여장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도경수의 눈은 아직도 나를 향해 있었다. 괜히 미안하네. 뭐, 먼저 오해한건 쟤잖아. 도경수가 입 모양으로 재차 나에게 물었다. 미친, 너 변백현이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도경수의 눈이 더욱 더 커졌다. 쟤는 뭔 눈이 계속 커져.
한 명씩 나와 제 소개를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자, 다음 5반의 변백희 양!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왠지 모를 긴장감에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 앞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5반의 변백현... 아니, 변백희입니다.”
/
참... 이상한 데서 끊었네요. 죄송합니다, 흑흑.
의도치 않게 도경수를 속인 변백현과 거기에 껌뻑 속은 도경수의 병신같은 이야기가 계속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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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애인이랑 헤어졌는데 애인 어머님한테 톡으로 마지막인사 남기는거 에바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