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몬? 규지몬임둥!
2화올리고 전 이만 사라지겠어요......
와...인스티즈 로그인이 이렇게 성스럽고도 뭐랄까 기분좋은 일이라는거 처음알았네요^^
흡..................그럼...전....이만.....
아 오타지적 무진장 사랑하니까 꼭 해주세요......
여러분...전 여러분과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진게 아니라
강제로....................아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
| 해빙 (解氷) _ 02. |
해빙 (解氷) [ 부제: Having ] W. 규지몬 _ 제목*내용*커플링*작가등 뭐든 수정하시다간 16대가 폭풍설4 _ 공금따위 곱게접어 나빌레라 (배포 대 환 영) _ 모든 글은 '정독'이 필수입니다. 한 단어, 한 문장 꼭꼭 체하지 않게 씹어드시길 권장합니다 :D
02.
누가봐도 고급스러운 일식집 앞에 검은색 썬팅이 짙은 차량이 멈춰섰다. 일식집에 비해 초라해보이는 차량은 누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절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고정되어있었다.
“규형, 오늘 꼭 남감독님과 좋은결과 만드셔야해요!” “뭐 대화를 해봐야 알겠지?” 스윽- 다시 선글라스를 쓰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성규를 안달난 듯 동우가 쳐다봤다. 그런 동우에게 어느새 옷매무새를 잘 다듬은 성규가 고개를 깨딱허니 돌렸다. 성규의 속내를 파악한 동우가 소리없이 아-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빠른속도로 차에서 내리더니 성규가 편히 내릴 수 있게 뒷 문을 열어주었다. 그에 자연스럽게 차량에서 내려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 백명의 카메라의 렌즈가 주시하고 있는 사람마냥 격조있게 고개를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선‘제발 파이팅이에요,성규형!’하는 동우의 눈빛이 느껴져 뒷통수가 따꼼했지만 그건 모른체하며 성규는 일식집으로 들어섰다.
밖과는 전혀 다른, 소음이 하나도 없는 공간이었다. 그 공허한 공간을 '소음'으로 여기질법한 것이 아닌 일본전통 악기들의 가락과 쪼로록거리는 물소리가 곱게 게어 섞인듯한 '소리'로써 공간을 촘촘히 메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전부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였기에 주위를 둘러보던 성규는 어느새 자신의 앞으로 총총다가와있는 일본전통의상을 갖춘 여자에 놀라버린건 조금 창피한 사실이었다. 허나 연예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다시금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덧발랐다. 예약된 사람 이름으로 ‘남우현’을 확인한 여자가 성규에게 나긋한 손짓으로 따라오기를 권유했고 성규또한 말없이 따라갔다. 작고 커다란 룸으로 빽빽이 채워진 공간이 으리으리한 느낌을 주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위축해버린 성규는 정신차리자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대나무살로 무늬를 낸 미닫이 문 앞에 선 여자가 작게 노크를 한 후 드르륵 열어주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말 없이 고개인사를 표한 여자에게 슬몃 고개만 까딱한 성규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것에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나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간 성규의 앞에는 유일하게 보는 외부이야기가 담겨져있는 잡지에서 보여지던 모습보다 훨씬 훈훈하고 더 앳된 남자가 앉아있었다. 남 감독님은 화면빨이 안받으시는 구나, 소리없이 좌석근처로 간 성규는 들어오면서 힐끔 보았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말없이 물잔을 입에대고 홀짝 마신 우현이 손짓으로 성규에게 앉기를 권했다. 살짝 고개인사를 한 성규가 최대한 소리를 내지않고 의자에 앉으며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시작했다.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선글라스 뒤로 살살 눈인사를 치는것이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걸 성규는 알고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물잔을 내려두고 물잔의 끄트머리를 윙윙 소리나게 손가락 끝으로 둥글리던 우현이 그 행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되받아쳤다.
“그러게요, 안 바쁘신거 뻔히 다 아는데 굉장히 늦으셨네요.” 무료하다는 표정과 손짓을 반복했지만 우현의 눈빛은 꽤나 예리했다. 직통으로 화살을 맞은듯한 성규였지만 역시 연기자의 얼굴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은 일반인과 달리 빠르게 조절이 가능했다. 입가에 맺혀있던 성규의 미소는 끝까지 유지된 상태였고 우현의 무료해보이던 표정또한 그대로인 상태로 둘은 팽팽히 보이지않는 끈으로 씨름중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씨름은 프로들에게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곧 성규는 언제그랬냐는 듯 표정을 풀며 선글라스를 곱게 벗어 우현의 물잔과 같은 디자인의 잔을 집어들었다. 쪼르륵 조용했던 복도안을 채워갔던 물 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띄게 맑은 액체를 이쁜 도자기 잔 안에 채워갔다. 거진 다 채워진 잔에 입술을 가져다 댄 성규는 하마터면 우현의 얼굴에 다 뱉어버릴 뻔 했다. “나랑 잘래요?” 자신의 물 넘기는 소리로 만들어진 잘못 낸 소음인 줄 알았다. 허나 입에 머금은 물은 아직 목구멍 근처까지도 못 간 상태였다.
“아니, 자죠.” 목구멍에 걸려 큭소리를 내며 급하게 넘겨버린 성규가 우현과 찌르듯 눈이 마주쳤다. 지금 그 말을 한 사람의 표정이 저런 무료해 마지않는 표정을 갖춘 사람에게서 나온 말인건지 묻고싶었다. 다짜고짜 꽤나 짖궂은 질문을 뱉어낸 것이‘아 졸려-’하는 사람처럼 표정과 손짓을 하고있는 저 남우현감독님 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뭐,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던 성규는 아차 싶었다. 어찌 잡은‘기회’아닌‘기회’인데....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힌 성규지만 이미 씹기 시작한 입술 끝은 놓을줄을 몰랐다. “첫 만남 인데 말씀이 심하시네요.”
답 없이 물 잔 끝만 빙글빙글 매만지는 우현에게 답을 듣기위해 계속 눈빛으로 꼬집어보던 그 순간 에피타이저를 들고 등장한 여직원 때문에 성규는 벌어지는 입술을 다시금 꾹 깨물며 그 세기만큼이나 꾹꾹하게 우현의 손끝만 바라보았다. 저 알 수 없는 표정을 계속 바라봤다가는 하얗고 길쭉하니 꽤나 고와보이는 손가락으로 여며진 자신의 주먹이 차마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것 같았다. 다시 닫혀진 문틈덕에 어떠한 소음도 방안에 남아있질 않았다. 후우 들킬새라 작고 급하게 숨을 내뱉은 성규는 자신의 몫으로 나온 작은 에피타이저를 바라만봤다. 그러나 우현은 언제 그런대화를 오고갔냐는 듯이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우현의 말썽꾸러기 같은 입이 쉽게도 벌어졌다.
“싫어요? 나정도면 괜찮지 않나?”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시 붙잡은 성규가 우현을 따라 젓가락을 들다 또다시 사고회로가 멈춘 것 처럼 온몸을 멈칫했다. 그러나 혼자만 따로 놀 듯이 멈춰버린 성규와는 다르게 우현은 흐르는 물결처럼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쪽 어차피 게이잖아. 나한테 한번 더 대준다고 뭐가 달라지나?” “남,우현 씨!”
결국은 귀끝이 뜨거운 쇳덩이처럼 붉게 올라온 성규가 소리쳤다. 드디어 우현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던 행동을 멈추고 오롯이 성규를 바라봤다. 또 그 무료한 표정이었다. 허나 눈빛은 무언가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성규는 그 눈빛을 알고싶지도, 읽고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았다.
“기회, 주고싶었어.” 이게 무슨 소리지, 동공이 살짝 풀렸다. “아깝더라고, 당신 연기력.” 이젠 젓가락질은 멈춰졌고 우현의 입가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방안에서 제대로 움직이는 단 하나였다. “그딴 쓰레기 새끼 때문에 사회에서 그리고 영화계에서 아웃 당한게.”
대한민국에서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역시나’가‘역시나’였다. 그치만 지금 이 사람이 내뱉는 말들은 전혀 날 위로랍시고 하는 문장들은 아니었지만 날 알아봐주는 속 깊은 단어들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느껴졌다. 7 년 동안 꼭꼭 숨겨놓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동우와 호원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댔지만 사실은 질시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눈총이 시렸다.
7 년 전 까지만 해도 성규가 지나가면 대중들은 달아오른 두 볼을 하고 달려와 팬이라며 소리치고 쉽게도 사랑한다는 단어를 가볍게 내던졌다. 작품의 내용이 어떠한지는 중요치 않고 김 성규가 나오기 때문에 믿고 본다는 목소리도 흔치않게 들려왔었다. 물론 ‘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대중들에겐 탑 스타, 게이, 동영상, 성행위 이런 단어의 조합들은 그저 불쾌함뿐이었다. 그리고 김 성규의 수식어로 달리던 그 모든 것을 깔아 뭉게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건 저런 불쾌한 단어의 연속.
분명 성규는 그를 사랑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나? 수 많은 사랑을 주는 대중 앞에서 웃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행복했었다. 그 뜨거운 환영의 공간을 비척대며 빠져나가 너무나 상반되는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오게되면 행복을 위한 대가라는 듯 경직된 입꼬리와 뭉처버린 얼굴근육 때문에 남모르게 흘러나오던 그 눈물들은 오롯이 성규의 몫이었다. 그런 성규에게 그는 아니 그라는 사람의 ‘위치’는 굉장히 달콤했다. 숨을 쉬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 받았던 고단함을 최대한 희석시키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모든걸 잠시 놓아두듯이 문 앞에 내려두고 그 문을 닫고 들어온 자신의 집안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문이 닫힌건지 아니면 열고 들어온 건지 헷갈릴정도로 그는 성규의 중심을 흔들었다. 그의 품에 들어갈 때면 받을 수 있는 여러 사람의 무게가 다른 사랑들이 아닌 완벽히 자신만을 향한 그 사랑.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무겁게 짓누르는, 단 한사람이 주는 그 사랑을 올곧게 받아낼 수 있었다. '그'사람 이여서가 아니었다. 그 '존재'하나만으로도 성규에게는 오아시스였고, 작은바늘로 만든 빛 구멍 하나였다. 그저 그 방안에 있는 빛 구멍 하나만 있다면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웃는 가면을 쓰고 그 어떤 일들도 모두 감내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버려버렸다. 성규도, 성규의 삶도, 성규의 그 모든 것도. 기사가 나던 그 당일의 새벽까지도 그는 성규와 사랑을 속삭였었다. 시발점은 다르지만 끝에는 눈물이라는 결과로 맺혀낸 그 모든 것 들을 토해내듯 뱉어냈을 때도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먹어 주듯이 그는 성규를 어르고 달래주었었다. 그러나 그런 그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백지의 침대위에 성규를 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정적함이 보기 싫다는 듯 비참하게 깨져버린 현실만이 성규를 기다리고있었다.
미친 듯이 울려대던 전화 진동 소리들. 다짜고짜 윽박지르는 이호원의 목소리. 엉엉 울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던 동우의 목소리. 떠지지 않는 눈으로 확인한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수 많은 기사들. 그리고 적나라한 사진과 짧은 동영상들. 자신이 감내해 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성규를 켜켜이 감싸내어 결국은 뭐가 뭔지 도통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런 멍한 상태로 끌려가듯 간 기자회견장에선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기자분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파직대던 카메라 셔터음들의 소음과 빛덩어리들. 그게 기억의 처음과 끝이었다. 연중무휴일 정도로 빽빽이 잡혀있던 CF들은 모두 파기가 되었고, 당연한 듯 사무실 한켠에 간택되어 달라는 모습으로 얼기설기 쌓여있던 대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성규를 더욱 역겹게 한 것은, 간간히 들어오는 대본이라는게 그저 하급한, 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있는 질 좋은 GV들 뿐이라는 ‘현실’이었다. 그렇게 연예계는 수식어가 바뀐 성규를 가볍에 내쳤다. 하루사이에 위치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이렇게 바람에 꽃씨하나 날리는 것 보다 가볍다는걸 틈새 하나 없이 온몸으로 내려쳐지는 물줄기처럼 촘촘하게 받아버린 성규는 그렇게 쉽게 박혀버렸다, 저 끝으로.
그렇게 내쳐지고 떨어지고 잊혀졌던 성규를 남우현이 알아봤다. 7 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아까워했다. 떨리던 성규의 동공에 자신이 감당못할 정도의 생기가 돌았다. 어쩌면, 어쩌면.
“당신 실력이 고작 그딴 놈 때문에 떨어질만한 저급한 실력은 아니잖아?” 단어는 계속 귀에 거슬렸으나 속 뜻은 매 한가지 였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듯 성규의 동공은 계속 자잘한 움직임을 보였다. “근데 또 꼴리더라고, 당신 허리 돌리는 영상을 보니까...”
아아, 결국 희망을 잡아내듯 손 끝으로 꾸욱 잡고있던 젓가락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도저히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무엇보다 이미 어그러져버린 자신의 자존심이 가만두지 않았다. 허나 그런 성규의 못된행동을 고스란히 보고있던 우현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무료하게 에피타이저가 담긴 입술만 우물댔다. 그꼴이 더 보기 싫었던 성규는 곱게있던 선글라스를 무자비하게 잡아챘다. 선글라스를 쓰지도 못하고 그대로 일어나려고 했다.
"여기 초밥 죽이니까 먹고가."
허, 또 동문서답같은 이상한 말. 작게 고개를 저은 성규가 일어나려고 했다. 그래, 일어나려고. 그러나 그 순간 눈앞에 스쳐지나가듯 기억속에 짓물러있던 그 아이. 아무것도 몰라보이던 아직 청년이라고 하기에도 어려보였던 22살의 그 아이. 그러나 그 아이의 눈에 담겼던 열정은 결코 어리지 않았었다. 그 아이의 열정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함께 얽혀버린 그 손가락. 그리고 흐른 10년이라는 세월. 더 이상 너를 배부르게 해 줄수 없으니 떠나가라. 처음으로 보였던 자신의 눈물에 자신보다 더 펑펑 울던 그 아이. 어느 날 너의 핏줄이니까 네가 키우라는 몇 번 보지도 못한 여자가 안겨준 핏덩이를 빙긋웃으며 잘 키우겠다고 말했던 그런 아이. 매니저라는 이름표뿐이면서 성규의 손톱부터 발가락에 있는 먼지까지 자신이 도맡았던 아이. 그 하나의 아이가 눈 앞을 스쳐지나감에 성규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나 그것도 찰나였다.
결국 성규는 일어나버렸다. 아이를 짓밟을 순 없었다. 허나 자신의 녹록치 못한 자존심이 잠시나마 추억속의 그 아이를 가려주었다. 그렇기에 성규는 휘청이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 대나무살로 빗어진 미닫이문을 잡았다. 그러나 서걱대던 그 입술에서 흐른 알량한 단어들이 발목을 간지럽혔다.
"다른사람이 이 역할 해도 좋아요?"
분명 손에 작은 힘을 더해 열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이 뒤죽박죽 이상한 감정으로 축축히 젖어있는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음색보다는 그 음색으로 빚어낸 문장이 꽤나 발가락을 묶을만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반했잖아, 이 역할에" 고개를 돌릴수는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또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문장은 계속해서 이어져나갔다. "분명 희열을 느꼈잖아." "너도 알잖아. '진우'라는 역할 누가 더 제대로 소화할지."
손가락이 꿈틀댔다. 절대 틀린말이 아니었고 과언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너밖에 없어, 김성규."
그래, 그 말이 듣고싶었던걸까? 그래 맞아. 진우는 나 밖에 없어. 아니 나일뿐이야. 마음으로는 심한 긍정을 표했지만 전혀 겉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다.
"그니까 받아들여." 그의 단어들의 무게는 굉장히 단단했다. 그러나 그는 말과 표정이 다른 사람이라는걸 그 짧은 순간에 캐치해버렸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감정을 담고 이 사실적인 말들을 흘려내는건지, 그 당사자의 동공이 궁금해져버렸다. 고심했다. 고심하고 고심했다. 그러나 그 고심도 시간의 흐름으로 따지면 작은 조각이었다. 그 조각을 혼잡히 만들던 성규는 마음보다 행동이 더 앞섰다. 결국 주인의 마음보다 먼저 돌려버린 눈빛은 이미 마중나와 있던 그의 눈빛과 마주해버렸다. "진우도, 나도."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둘은 멀지도 혹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서로를 얼기설기 섞어대고 있었다. 어떤색의 조합이 나올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그저 그 상황은 참으로 흥미로웠으나 관중없는 경기일 뿐 이었다. 그리고 결국 결과는 나왔었다. 둘 중 하나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몰랐다. 열릴 줄 알았던 미닫이문은 잠잠했고, 비어버린줄 알았던 주인잃은 좌석은 다시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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