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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몬? 규지몬임둥!

2화올리고 전 이만 사라지겠어요......

와...인스티즈 로그인이 이렇게 성스럽고도 뭐랄까 기분좋은 일이라는거 처음알았네요^^

흡..................그럼...전....이만.....

 

 

아 오타지적 무진장 사랑하니까 꼭 해주세요......

여러분...전 여러분과 떨어지고 싶어서 떨어진게 아니라

강제로....................아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

 

 


 

해빙 (解氷) _ 02.
해빙 (解氷)  [ 부제: Having ]
 
W. 규지몬
 
 
 
 
_ 제목*내용*커플링*작가등 뭐든 수정하시다간 16대가 폭풍설4
 
_ 공금따위 곱게접어 나빌레라 (배포 대 환 영)
 
_ 모든 글은 '정독'이 필수입니다.
  한 단어, 한 문장 꼭꼭 체하지 않게 씹어드시길 권장합니다 :D
 

 

 

 

 

 

 

 

 

 

02. 

 

 

누가봐도 고급스러운 일식집 앞에 검은색 썬팅이 짙은 차량이 멈춰섰다. 일식집에 비해 초라해보이는 차량은 누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절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고정되어있었다.

 

 

 

“규형, 오늘 꼭 남감독님과 좋은결과 만드셔야해요!”

 

“뭐 대화를 해봐야 알겠지?” 

 

스윽- 다시 선글라스를 쓰며 옷매무새를 다듬는 성규를 안달난 듯 동우가 쳐다봤다. 그런 동우에게 어느새 옷매무새를 잘 다듬은 성규가 고개를 깨딱허니 돌렸다. 성규의 속내를 파악한 동우가 소리없이 아-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빠른속도로 차에서 내리더니 성규가 편히 내릴 수 있게 뒷 문을 열어주었다. 그에 자연스럽게 차량에서 내려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 백명의 카메라의 렌즈가 주시하고 있는 사람마냥 격조있게 고개를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선‘제발 파이팅이에요,성규형!’하는 동우의 눈빛이 느껴져 뒷통수가 따꼼했지만 그건 모른체하며 성규는 일식집으로 들어섰다.

 

 

 

밖과는 전혀 다른, 소음이 하나도 없는 공간이었다. 그 공허한 공간을 '소음'으로 여기질법한 것이 아닌 일본전통 악기들의 가락과 쪼로록거리는 물소리가 곱게 게어 섞인듯한 '소리'로써 공간을 촘촘히 메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전부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용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였기에 주위를 둘러보던 성규는 어느새 자신의 앞으로 총총다가와있는 일본전통의상을 갖춘 여자에 놀라버린건 조금 창피한 사실이었다. 허나 연예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다시금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덧발랐다. 예약된 사람 이름으로 ‘남우현’을 확인한 여자가 성규에게 나긋한 손짓으로 따라오기를 권유했고 성규또한 말없이 따라갔다. 작고 커다란 룸으로 빽빽이 채워진 공간이 으리으리한 느낌을 주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위축해버린 성규는 정신차리자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대나무살로 무늬를 낸 미닫이 문 앞에 선 여자가 작게 노크를 한 후 드르륵 열어주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말 없이 고개인사를 표한 여자에게 슬몃 고개만 까딱한 성규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것에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나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간 성규의 앞에는 유일하게 보는 외부이야기가 담겨져있는 잡지에서 보여지던 모습보다 훨씬 훈훈하고 더 앳된 남자가 앉아있었다. 남 감독님은 화면빨이 안받으시는 구나, 소리없이 좌석근처로 간 성규는 들어오면서 힐끔 보았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말없이 물잔을 입에대고 홀짝 마신 우현이 손짓으로 성규에게 앉기를 권했다. 살짝 고개인사를 한 성규가 최대한 소리를 내지않고 의자에 앉으며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시작했다.

 

 

 

“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죠?”

 

선글라스 뒤로 살살 눈인사를 치는것이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걸 성규는 알고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물잔을 내려두고 물잔의 끄트머리를 윙윙 소리나게 손가락 끝으로 둥글리던 우현이 그 행동을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되받아쳤다.

 

 

 

“그러게요, 안 바쁘신거 뻔히 다 아는데 굉장히 늦으셨네요.” 

 

무료하다는 표정과 손짓을 반복했지만 우현의 눈빛은 꽤나 예리했다. 직통으로 화살을 맞은듯한 성규였지만 역시 연기자의 얼굴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은 일반인과 달리 빠르게 조절이 가능했다. 입가에 맺혀있던 성규의 미소는 끝까지 유지된 상태였고 우현의 무료해보이던 표정또한 그대로인 상태로 둘은 팽팽히 보이지않는 끈으로 씨름중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씨름은 프로들에게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곧 성규는 언제그랬냐는 듯 표정을 풀며 선글라스를 곱게 벗어 우현의 물잔과 같은 디자인의 잔을 집어들었다. 쪼르륵 조용했던 복도안을 채워갔던 물 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띄게 맑은 액체를 이쁜 도자기 잔 안에 채워갔다. 거진 다 채워진 잔에 입술을 가져다 댄 성규는 하마터면 우현의 얼굴에 다 뱉어버릴 뻔 했다.

 

 

 

“나랑 잘래요?” 

 

자신의 물 넘기는 소리로 만들어진 잘못 낸 소음인 줄 알았다. 허나 입에 머금은 물은 아직 목구멍 근처까지도 못 간 상태였다.

 

 

 

 

“아니, 자죠.” 

 

목구멍에 걸려 큭소리를 내며 급하게 넘겨버린 성규가 우현과 찌르듯 눈이 마주쳤다. 지금 그 말을 한 사람의 표정이 저런 무료해 마지않는 표정을 갖춘 사람에게서 나온 말인건지 묻고싶었다. 다짜고짜 꽤나 짖궂은 질문을 뱉어낸 것이‘아 졸려-’하는 사람처럼 표정과 손짓을 하고있는 저 남우현감독님 이라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뭐,라고? 크게 소리치고 싶었던 성규는 아차 싶었다. 어찌 잡은‘기회’아닌‘기회’인데....다시금 마음을 가라앉힌 성규지만 이미 씹기 시작한 입술 끝은 놓을줄을 몰랐다.

 

 

 

“첫 만남 인데 말씀이 심하시네요.” 

  

 

 

답 없이 물 잔 끝만 빙글빙글 매만지는 우현에게 답을 듣기위해 계속 눈빛으로 꼬집어보던 그 순간 에피타이저를 들고 등장한 여직원 때문에 성규는 벌어지는 입술을 다시금 꾹 깨물며 그 세기만큼이나 꾹꾹하게 우현의 손끝만 바라보았다. 저 알 수 없는 표정을 계속 바라봤다가는 하얗고 길쭉하니 꽤나 고와보이는 손가락으로 여며진 자신의 주먹이 차마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것 같았다. 다시 닫혀진 문틈덕에 어떠한 소음도 방안에 남아있질 않았다. 후우 들킬새라 작고 급하게 숨을 내뱉은 성규는 자신의 몫으로 나온 작은 에피타이저를 바라만봤다. 그러나 우현은 언제 그런대화를 오고갔냐는 듯이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우현의 말썽꾸러기 같은 입이 쉽게도 벌어졌다.

    

 

 

“싫어요? 나정도면 괜찮지 않나?”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시 붙잡은 성규가 우현을 따라 젓가락을 들다 또다시 사고회로가 멈춘 것 처럼 온몸을 멈칫했다. 그러나 혼자만 따로 놀 듯이 멈춰버린 성규와는 다르게 우현은 흐르는 물결처럼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쪽 어차피 게이잖아. 나한테 한번 더 대준다고 뭐가 달라지나?”

 

“남,우현 씨!” 

 

 

 

결국은 귀끝이 뜨거운 쇳덩이처럼 붉게 올라온 성규가 소리쳤다. 드디어 우현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던 행동을 멈추고 오롯이 성규를 바라봤다. 또 그 무료한 표정이었다. 허나 눈빛은 무언가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성규는 그 눈빛을 알고싶지도, 읽고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았다.

 

 

 

“기회, 주고싶었어.”

 

이게 무슨 소리지, 동공이 살짝 풀렸다. 

 

“아깝더라고, 당신 연기력.” 

 

이젠 젓가락질은 멈춰졌고 우현의 입가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방안에서 제대로 움직이는 단 하나였다. 

 

“그딴 쓰레기 새끼 때문에 사회에서 그리고 영화계에서 아웃 당한게.” 

 

 

 

  

 

 

 

 

대한민국에서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역시나’가‘역시나’였다. 그치만 지금 이 사람이 내뱉는 말들은 전혀 날 위로랍시고 하는 문장들은 아니었지만 날 알아봐주는 속 깊은 단어들이라는 것은 명백하게 느껴졌다. 7 년 동안 꼭꼭 숨겨놓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동우와 호원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댔지만 사실은 질시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눈총이 시렸다.  

 

 

 

7 년 전 까지만 해도 성규가 지나가면 대중들은 달아오른 두 볼을 하고 달려와 팬이라며 소리치고 쉽게도 사랑한다는 단어를 가볍게 내던졌다. 작품의 내용이 어떠한지는 중요치 않고 김 성규가 나오기 때문에 믿고 본다는 목소리도 흔치않게 들려왔었다. 물론 ‘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대중들에겐 탑 스타, 게이, 동영상, 성행위 이런 단어의 조합들은 그저 불쾌함뿐이었다. 그리고 김 성규의 수식어로 달리던 그 모든 것을 깔아 뭉게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건 저런 불쾌한 단어의 연속.

 

 

 

 

분명 성규는 그를 사랑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나? 수 많은 사랑을 주는 대중 앞에서 웃고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아니 행복했었다. 그 뜨거운 환영의 공간을 비척대며 빠져나가 너무나 상반되는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오게되면 행복을 위한 대가라는 듯 경직된 입꼬리와 뭉처버린 얼굴근육 때문에 남모르게 흘러나오던 그 눈물들은 오롯이 성규의 몫이었다. 그런 성규에게 그는 아니 그라는 사람의 ‘위치’는 굉장히 달콤했다. 숨을 쉬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오늘 받았던 고단함을 최대한 희석시키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모든걸 잠시 놓아두듯이 문 앞에 내려두고 그 문을 닫고 들어온 자신의 집안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문이 닫힌건지 아니면 열고 들어온 건지 헷갈릴정도로 그는 성규의 중심을 흔들었다. 그의 품에 들어갈 때면 받을 수 있는 여러 사람의 무게가 다른 사랑들이 아닌 완벽히 자신만을 향한 그 사랑.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무겁게 짓누르는, 단 한사람이 주는 그 사랑을 올곧게 받아낼 수 있었다. '그'사람 이여서가 아니었다. 그 '존재'하나만으로도 성규에게는 오아시스였고, 작은바늘로 만든 빛 구멍 하나였다. 그저 그 방안에 있는 빛 구멍 하나만 있다면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웃는 가면을 쓰고 그 어떤 일들도 모두 감내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버려버렸다. 성규도, 성규의 삶도, 성규의 그 모든 것도.

기사가 나던 그 당일의 새벽까지도 그는 성규와 사랑을 속삭였었다. 시발점은 다르지만 끝에는 눈물이라는 결과로 맺혀낸 그 모든 것 들을 토해내듯 뱉어냈을 때도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먹어 주듯이 그는 성규를 어르고 달래주었었다. 그러나 그런 그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백지의 침대위에 성규를 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정적함이 보기 싫다는 듯 비참하게 깨져버린 현실만이 성규를 기다리고있었다.

 

 

 

미친 듯이 울려대던 전화 진동 소리들.  

다짜고짜 윽박지르는 이호원의 목소리. 

엉엉 울며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던 동우의 목소리.

떠지지 않는 눈으로 확인한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수 많은 기사들.

그리고 적나라한 사진과 짧은 동영상들. 

 

 

 

자신이 감내해 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성규를 켜켜이 감싸내어 결국은 뭐가 뭔지 도통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런 멍한 상태로 끌려가듯 간 기자회견장에선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떤 기자분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파직대던 카메라 셔터음들의 소음과 빛덩어리들. 그게 기억의 처음과 끝이었다.

 

 

 

연중무휴일 정도로 빽빽이 잡혀있던 CF들은 모두 파기가 되었고, 당연한 듯 사무실 한켠에 간택되어 달라는 모습으로 얼기설기 쌓여있던 대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성규를 더욱 역겹게 한 것은, 간간히 들어오는 대본이라는게 그저 하급한, 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있는 질 좋은 GV들 뿐이라는 ‘현실’이었다. 그렇게 연예계는 수식어가 바뀐 성규를 가볍에 내쳤다. 하루사이에 위치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이렇게 바람에 꽃씨하나 날리는 것 보다 가볍다는걸 틈새 하나 없이 온몸으로 내려쳐지는 물줄기처럼 촘촘하게 받아버린 성규는 그렇게 쉽게 박혀버렸다, 저 끝으로.

 

  

 

 

 

 

 

그렇게 내쳐지고 떨어지고 잊혀졌던 성규를 남우현이 알아봤다. 7 년이 지났음에도 그는 아까워했다. 떨리던 성규의 동공에 자신이 감당못할 정도의 생기가 돌았다.

어쩌면, 어쩌면.

 

  

 

 

“당신 실력이 고작 그딴 놈 때문에 떨어질만한 저급한 실력은 아니잖아?”

 

단어는 계속 귀에 거슬렸으나 속 뜻은 매 한가지 였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듯 성규의 동공은 계속 자잘한 움직임을 보였다. 

 

“근데 또 꼴리더라고, 당신 허리 돌리는 영상을 보니까...” 

 

 

 

아아, 결국 희망을 잡아내듯 손 끝으로 꾸욱 잡고있던 젓가락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도저히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 무엇보다 이미 어그러져버린 자신의 자존심이 가만두지 않았다. 허나 그런 성규의 못된행동을 고스란히 보고있던 우현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저 무료하게 에피타이저가 담긴 입술만 우물댔다. 그꼴이 더 보기 싫었던 성규는 곱게있던 선글라스를 무자비하게 잡아챘다. 선글라스를 쓰지도 못하고 그대로 일어나려고 했다.

 

 

 

"여기 초밥 죽이니까 먹고가."

 

 

 

허, 또 동문서답같은 이상한 말.

작게 고개를 저은 성규가 일어나려고 했다. 그래, 일어나려고. 그러나 그 순간 눈앞에 스쳐지나가듯 기억속에 짓물러있던 그 아이. 아무것도 몰라보이던 아직 청년이라고 하기에도 어려보였던 22살의 그 아이. 그러나 그 아이의 눈에 담겼던 열정은 결코 어리지 않았었다. 그 아이의 열정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함께 얽혀버린 그 손가락. 그리고 흐른 10년이라는 세월. 더 이상 너를 배부르게 해 줄수 없으니 떠나가라. 처음으로 보였던 자신의 눈물에 자신보다 더 펑펑 울던 그 아이. 어느 날 너의 핏줄이니까 네가 키우라는 몇 번 보지도 못한 여자가 안겨준 핏덩이를 빙긋웃으며 잘 키우겠다고 말했던 그런 아이. 매니저라는 이름표뿐이면서 성규의 손톱부터 발가락에 있는 먼지까지 자신이 도맡았던 아이. 그 하나의 아이가 눈 앞을 스쳐지나감에 성규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나 그것도 찰나였다.

 

 

 

결국 성규는 일어나버렸다. 아이를 짓밟을 순 없었다. 허나 자신의 녹록치 못한 자존심이 잠시나마 추억속의 그 아이를 가려주었다. 그렇기에 성규는 휘청이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 대나무살로 빗어진 미닫이문을 잡았다. 그러나 서걱대던 그 입술에서 흐른 알량한 단어들이 발목을 간지럽혔다.

 

 

 

 

"다른사람이 이 역할 해도 좋아요?"

 

분명 손에 작은 힘을 더해 열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이 뒤죽박죽 이상한 감정으로 축축히 젖어있는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음색보다는 그 음색으로 빚어낸 문장이 꽤나 발가락을 묶을만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반했잖아, 이 역할에" 

 

고개를 돌릴수는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또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문장은 계속해서 이어져나갔다. 

  

"분명 희열을 느꼈잖아." 

 

"너도 알잖아. '진우'라는 역할 누가 더 제대로 소화할지." 

 

손가락이 꿈틀댔다. 절대 틀린말이 아니었고 과언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너밖에 없어, 김성규."

 

그래, 그 말이 듣고싶었던걸까? 그래 맞아. 진우는 나 밖에 없어. 아니 나일뿐이야. 마음으로는 심한 긍정을 표했지만 전혀 겉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다. 

 

"그니까 받아들여." 

 

그의 단어들의 무게는 굉장히 단단했다. 그러나 그는 말과 표정이 다른 사람이라는걸 그 짧은 순간에 캐치해버렸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감정을 담고 이 사실적인 말들을 흘려내는건지, 그 당사자의 동공이 궁금해져버렸다. 고심했다. 고심하고 고심했다. 그러나 그 고심도 시간의 흐름으로 따지면 작은 조각이었다. 그 조각을 혼잡히 만들던 성규는 마음보다 행동이 더 앞섰다. 결국 주인의 마음보다 먼저 돌려버린 눈빛은 이미 마중나와 있던 그의 눈빛과 마주해버렸다.

 

"진우도, 나도." 

 

 

 

 

아무런 말 없이 그렇게 둘은 멀지도 혹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서로를 얼기설기 섞어대고 있었다. 어떤색의 조합이 나올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그저 그 상황은 참으로 흥미로웠으나 관중없는 경기일 뿐 이었다. 그리고 결국 결과는 나왔었다. 둘 중 하나의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몰랐다. 열릴 줄 알았던 미닫이문은 잠잠했고, 비어버린줄 알았던 주인잃은 좌석은 다시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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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이거본적있어요 헐헐ㅜㅜ진짜 금손님 컴백하셨군요ㅜㅜㅜㅜㅜㅜㅜ 성규랑우현이의 관계가 기대되는군요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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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와 제글 보신적 있으세요? 와와 ㅠㅠㅠㅠㅠㅠㅠ나 진짜 진심ㅠㅠㅠㅠㅠ흐어엉 반가워요 흐읍....ㅋㅋㅋㅋㅋ금손이라뇨ㅋㅋㅋㅋㅋㅋㅋㅋ아마 점점 퀄리티가 떨어질것같아서 지금 심히 걱정이랍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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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허류ㅠㅜㅜ이거 저번에 보고 다음이야기 짱짱궁금했는데ㅠㅜㅜㅜㅜㅜㅠㅜㅜㅠ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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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어머ㅠㅠ그랬다니 왠지 기분이.....좋습니다! 하하하하! 전 그럼 내일, 아니지 오늘 다시 돌아올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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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꺙 감성 이에요 진짜 사랑합니다 나 진짜 이거 기다리고있었어요 ㅠㅠ 너무 매웆기쁨 ㅇㅅㅇ 하 성규야 화이팅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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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안녕하세요 감성님! 기다려주시다니ㅠㅠㅠㅠㅠ한달을 정지먹었어서 정말.....하하하하 그래요 우리 현성이들 화이팅!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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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신알신 신청했어요!!! 이렇게 매력적인 글은 정말 오랜만이에요 ㅠㅠㅠ 제목이 해빙이라서 옆에 괄호 그대로 얼음이 녹다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부제가 HAVING이라니...... 작가님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글을 쓰셨는지 알 것 같아요 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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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ㅠ감사합니다! 제목은 그때 투표를 했는데요, 게보린님이 저에게 갑자기 뜬금없이 이렇게 아름다운 제목을 투척해주셨어요 ㅠㅠㅠㅠ네! 얼음이 녹는다는 해빙도 되지만 having이라는 같은발음의 부제가! 하 진짜 제목 아름답죠? ㅠㅠㅠㅠ제목만큼 제 글고 잘 나오면 정말 좋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유 감사합니다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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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엇 이거 얼마전에 여기서 본글같아ㅇ요!!!다시볼수있게되어서 기쁘네요ㅎㅎ 진짜재밋게봣어요ㅠㅠ 성규가불쌍한데우현이는또멋잇고...ㅎㅎ 아!암호닉 신청되나요?ㅎㅎ된다면 규요미로신청할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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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드디어 연재입니다 우후후후!!!! 암호닉 받습니다, 규요미님^^ 이제 꾸준.....히....넵, 열심히 연재해볼게요! 빨리는 힘들지만요 ㅠㅠㅠㅠㅠㅠ저도 다시 만나뵙게되서 기쁩니다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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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융유에요!!! 진짜 ㄷㄷㄷㄷㄷㄷㄷㄷ 제 취향을 저격하는거에 모자라서 그냥 아주 뻥 뚫어주시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역시 능글맞으면서 할말 다하는 남우현 ㅠㅠㅠㅠㅠㅠ 좋습니다 ㅠㅠㅠㅠㅠ 작가님 다음편이 굉장히 시급합니다 ㅠㅠ 당장 올려주시와여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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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융유님 안녕하몬?ㅋㅋㅋㅋㅋㅋ다음편 지금 오타 정리중임돠ㅋ 아마 오늘안에 올라가니 혹 급하시면 조금 기다려주세요 (소근소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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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작가님 안녕하몬?? ㅎㅎㅎㅎㅎ 기다릴거에요!!!! 그 놈의 오타 그냥 너그럽게 이해할게요 ㅠㅠㅠ 올려만 주신다면 감사할 다름입니다 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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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ㅋㅋㅋㅋ그렇다면 좀만 기다려주떼여ㅋㅋㅋㅋㅋㅋ(꾸벅)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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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네엥 ㅎㅎ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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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두부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진짜 몰입력 너무 대박이에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자까님 글 보면서 먹으려고 사둔 햄버거랑 감자튀김이 방치되고있는거 알아여?? 이런 자까님같으니라고...하... 당신이란 자까님 마성의 자까님.... 해빙 너무조아여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입꾹다물고 숨만 쉬면서 스크롤 내리는데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까님 순순히 제 망태에 들어오시죠(찡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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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안녕하몬 두부찡? 헐..........어떻게 햄버거랑 감튀를 방치할수있죠? 저라면...우선 먹고..........ㅋㅋㅋㅋ먹고!!!ㅋㅋ어떻게 그 대단한 분들을ㅋ아놔ㅋㅋㅋㅋㅋㅋ내가 그정도에요? 어떻게 햄버거느님과 감튀느님을? 헐? ㅋㅋㅋㅋㅋ내가 그랬다니? 지금부터 채비를 하고 망태에 들어가겠습니다! 그안에 인피니트도 같이 있는거 맞져? ㅋㅋ(풍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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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넴 제가 애들이 알아주는 음식킬러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식 애들 밥남기면 뺏어먹고 안남겨도 뺏어먹는 아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감튀느님이랑 햄버거를 방치했어요!!!!
이정도면 그대의 필력을 아시겠찌...☆★

제가 이미 자까님 망태에 넣기 전에 잉피애긔들 다 망태기에 넣고 왔져 헤헿ㅎ! 자까님 어서오시라 망태월드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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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그러니까요, 어떻게 음식을......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어떻게 우리 햄버거느님을 ㅠㅠㅠㅠ하....제가 음식을 가로막는 사람이라니 ㅠㅠ저 진심 감격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으흥으흥 그렇다면 한번 망태기속으로 들어가 볼까용? 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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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베스에요!! 하...일단 제일 나쁜놈은 성규 버리고 사건 터뜨리고간 저놈인것같네요..... 성규가 제일 믿었던 사람이었을텐데 저렇게 크게 뒤통수맞고 나면 진짜 다른 누구에게라도 다시 맘을 여는게 정말 힘들것같아요ㅠㅡㅠ게다가 그동안 누렸던 모든것들을 포기해야했을테니까요ㅠㅠㅠㅠ 그래도 우현이가 그런 성규마음을 꼭 해빙시켜주었으면 좋겠네요!!!!ㅎㅎㅎ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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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안녕하몬 베스님? 맞아여......나쁜 놈이죠 그사람...참.....어휴....(먼산보기)
제목이 그런 뜻도 되긴하는데 오홍홍 딱 맞추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우리 현성이들도 빨리 꽁냥꽁냥.....했음 좋겠는데....아후 자꾸 먼산만 보게되네여 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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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바로연달아보러왔어용 규여워더에요 성규에게 그런일이있었군요 어떤망나니같은 인간이 성규를(부들부들) 아 이런분위기 짱짱맨이에요 그럼 전 또 담편을보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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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규여워더님 안녕하몬? 부들부들!!!망나니 부들부들!! 넵! 슬프게도 현재 4편까지밖에 없다는 부들부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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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테라규에요!!! 으아아아 진짜 너무 재밌어여.. 그대 그동안 밀린글보면서 힐링중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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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몬
안녕하몬 테라규님? ㅋㅋㅋㅋㅋ밀렸어봤자 몇편안되여..흡.....전 매우 느리니까요 ㅠㅠㅠ힐링이 된다니 기분이 좋습니다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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