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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젠없다(2AM)

 

 

 

 

 

 

Painful wound 

 

W.봄온화   

 

 

for.멍규

 

 

 

 

 

주제의 키워드는 영화 '스파이'에서 따와 각색했습니다.

 

 

 

 

 

 

 

 

짧고 크게 울린 소음의 시작은 동우가 들고 있던 총이었다. 안 그래도 기운 없는 몸이 총을 쏜 반동으로 인해 발목이 꺾이며 힘없이 쓰러졌다. 탄피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가자 갈 곳을 잃은 눈이 상처투성이로 바닥에 긁혀 피범벅이 된 제 손을 내려봤다. 털썩, 무언가 제 앞으로 쓰러지는 소리가 나자 이내 눈시울이 더 붉어졌다. 다가가서 만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새어나오는 붉은 혈흔조차 가식적이게 느껴졌다. 소리도 나오지 않게 꺽꺽거리며 우는 동우를 달래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

 

 

내 앞의 자신이 만들어낸 끔찍한 광경을 차마 더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동우야, 동우야!!"

 

 

눈을 감고 있는 동우를 호원이 세차게 흔들었다.

 

눈을 뜨자 식은땀이 흐르는 저를 호원이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꿈 이였구나. 안도감에 바보같이 눈물이 또 한없이 새어나왔다.

 

 

 

"왜 울어, 울지마. 울지마 동우야. 나 여기 있어."

 

 

흐으..."

 

 

 

다 쉬어버린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렸다. 꿈을 꿨어. 악몽인데 악몽이 아니야. 잔인하고, 직설적이었어. 알 수 없는 말을 뱉어내며 우는 동우를 호원이 감싸 안았다. 근 한 달간 10분이라도 잠이 들기만 하면 동우는 같은 증상을 보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우는 동우를 깨우면 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뱉어냈다. 호원이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오로지 동우 자신이 호원을 죽였다고 하는 것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한없이 말라갔고 제 옆에 호원이 잠시라도 없으면 미쳐버릴 듯이 불안해했다.

 

 

 

 

 

"나 어디 안 가."

 

 

 

 

 

"호원아. 잠들기 무서워. 무서운데 나 또 너무 졸려."

 

 

 

"괜찮아. 여기 있을게."

 

 

 

잠들기 싫어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들지 않으려고 애써도 감기는 동우의 눈꺼풀을 보며 호원이 쓰게 웃었다. 동우가 완전히 잠들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약하게 푸른 빛이 도는 동우의 머리를 한번 쓸어넘긴 호원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짧지 않은 신호음이 울린 뒤, 긴 침묵 끝에 호원이 입을 열었다.

 

 

 

 

 

 

 

 

 

 

 

"1128. 이호원."

 

 

 

 

 

「코드 확인 완료. No.23. 이호원. 임무확인 바란다.」

 

 

 

 

딱딱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잠든 동우를 다시 한 번 살핀 호원이 입 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다시 열었다.

 

 

 

 

 

"Plan A, 현재 진행 중. 목표물 현재 곁에 항시 대기 중입니다. 위치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성산동."

 

 

 

「Plan A. 확인 완료. 작전지시를 하겠다. 추적방지를 위해 GPS를 꺼주기 바란다.」

 

 

 

"확인했습니다."

 

 

 

 

 

 

「Plan A. 작전지시를 시작한다. 목표물, 장동우 명칭 J.」

 

 

 

호원이 전화기를 어깨와 귀 사이에 끼고 침대 옆에 있던 겉옷을 들었다.

 

 

 

「국제적 핵 안보를 상대 테러 협박 조건으로 J를 전면전 인질로 내세우기로 했다.」

 

 

호원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전면전이라니. 그렇게 되면 동우를 그냥 죽이겠단 의미나 다름없었다. 작전이 바뀐 건가? 심장 박동수가 쉼 없이 빨라졌다. 안 그래도 요즘 한참 몸이 안 좋아진 동우였다.

 

 

 

 

"J를 내세웠다가 신변에 문제라도 가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IRN(International Riot of Nuclear; 국제 핵 테러 반란 조직)에도 타격 클 텐데요. 현재 J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J의 신변 보호는 자네 임무야. 전면전에서 어떻게든 J를 한국정부에 빼앗기면 안 된다. 말 그대로 단순 협박용이지. 한국정부는 반드시 J와 접선을 하기 위할 모션을 취할 거야.」

 

 

 

"접선을 애초에 중간에서 차단하란 말씀입니까. K."

 

 

 

「우리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 조금의 정보라도 새어나가면 IRN의 모든 사람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테니까. 지금 당장 협상을 추진해. 이번엔 너에게 맡긴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겉옷을 걸친 호원이 침대 옆 서랍 안에서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깊은 한숨으로 좁은 방 안이 채워졌다. 잠든 동우의 옷소매를 조심스럽게 걷어 고무줄로 묶은 뒤 주사기를 팔에 꽂았다. 살이 빠져 한 손에 잡힐 듯 얇고 햇빛을 받지 못해 새하얀 팔뚝에 수면제를 주입한 호원이 쓰게 웃었다. 잠에서 깨지 못할 동우가 얼마나 고통스러워 할지, 동우의 불규칙한 수면장애가 자신이 주사한 약물 때문이란 것을 알면서도. 애초에 연민 이상의 감정을 느낀 것이 잘못이다. 배고픔을 떨쳐내고 살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덤벼든 일이었다. 지금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했다. 인이어를 끼고 병실 문을 나온 호원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주먹을 세게 쥐었다.

 

 

 

 

 

 

 

 

 

 

 

"남우현!!"

 

 

"네. 김 팀장님."

 

 

 

 

며칠 밤새 야근으로 인해 졸고 있던 우현이 화들짝 놀라 뛰어가자 명수가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니터를 본 우현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다크서클이 턱밑을 뚫고 내려올 듯했지만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화면에 붉게 쪽지처럼 뜬 것은 IRN. 보안을 뚫고 IP를 해킹하여 보낸 경고 메시지였다.

 

 

 

 

 

 

"서울특별시... 시내 외곽 카페 접선을 요구한다. 아무런 조건, 병력 없이 1:1 협상을 원한다. 인질은...  장동ㅇ, 씨발."

 

 

 

 

천천히 메시지를 읽어내려가던 우현이 이내 인질이란 단어를 듣고 욕설을 뱉었다. 이것들이 해킹도 모자라서 인질을 잡아?

 

 

그런데 인질을 직접 밝히는 것을 보면 일반인은 아닐 것 이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옆에 있던 명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팀장님. 장동우가 누구입니까?"

 

 

 

 

"...있어도 죽고, 없어도 죽는 사람."

 

 

 

"네?"

 

 

 

명수가 급히 전 부대에 상황 보고 메시지를 보내며 말을 이었다.

 

 

 

 

"...미국, 러시아, 북한이 암묵적으로 핵 개발을 할 때 그 모든 국가를 통틀어 핵융합발전연구소에 있던 연구원중 떠오르는, 세계에서 가장 핵 분야에 천재적인 사람이야. 한국사람이라 다른 국가에서 책임을 한국 쪽으로 넘겨 골치 아프게 돼버렸지. 우리 쪽에서 접선을 시도 하고 있었는데, 행방불명이 된 사이에 IRN에서 인질로 잡혀있을 줄이야..."

 

 

 

저런 천재적인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우현이 빠른 속도로 타자를 쳐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며 장동우의 프로필을 찾기 시작했다.

 

 

 

 

"장동우가 살아서 완전히 IRN으로 가면 장동우를 협박하며 핵 개발의 원천 삼아 전 세계를 뒤집을 핵 반란을 일으킨다. 죽어도 물론 핵 반란은 일어날 수 있어. 다만 장동우의 데이터로 이루어지던

 

전 세계의 모든 핵 개발이 중단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암묵적으로 이루어진 개발이 수면 위로 올라 언론에 보도될 거고. 전 세계가 난리가 나겠지."

 

 

 

 

 

"저런 사람이 IRN에 여태까지 가만히 잡혀있다고요?"

 

 

 

 

황당한 우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우의 프로필이 화면 가득 올라왔다. 몇 개는 고위 문서로 분류되어 열 수 없었지만, 나머지는 우현의 눈에 빠르게 정리되어 들어왔다. 대한민국 정부 비밀조직에서도 열 수 없는 고위 문서라니. 얼마나 대단한 놈인 거야.

 

 

 

"그게 지금 미스테리야. 장동우가 가만히 갇혀있을 놈이 아닌데.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미국 지사가 납치를 당할 만한 보안이 아니었을 텐데. 제 발로 나간 건지. 위치추적은 오래전에 끊겼고. 사실 그전까지 거주지가 있었는데 우리가 뒤를 밟아서 찾아냈을 땐 소리소문없이 철거됐었어. IRN에서 장동우를 데려갈 때 위치추적 칩을 뽑은 것 같아. "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현재로선. 폭탄 한번 터져봐야 알 수 있을걸. 그놈들 본거지에 아마 핵무기와 기본 병력이 있을 거야. 우리가 침입하는 순간."

 

 

 

펑.하고 목숨 여러 명 날아가겠지만. 명수가 옆에서 손을 바삐 움직이며 꽤 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상부에서도 인질이 장동우란 말이 들어갔는지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장동우가 그렇게 중요인물인데도 그동안 저한테 말을 하지 않으신 이유라도 있나요? 핵이란 말에 우현이 상기된 표정으로 물었다.

 

 

 

 

"장동우는 대통령이 관리하는 인물이야. 그전까진 얘기할 필요가 없었지. 사실 조금 뒤에 너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뭐 이렇게 돼버렸네."

 

 

 

 

메시지의 약속장소와 시간을 확인한 명수가 나갈 채비를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인물이 아무래도 명수 같았다. 사실 협상도 뛰어나고 사격, 분장에서도 뛰어난 우현이었지만 직급이 낮았기에 제가 가고 싶어도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같이 들어온 제 동기들에 비하면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던 것이었다. 우현이 작전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으로 본부에 들어왔을 때 제 동기들은 아마 흙바닥을 구르고 있었을 것이라 위로한 우현이 명수를 배웅하기 위해 일어났다.

 

 

 

 

"너 뭐해?"

 

 

"예?"

 

 

 

 

 

 

"빨리 인이어 안 껴?"

 

 

"...?"

 

 

 

 

"이번 협상의 로비스트는 너야, 남우현. 물론 뒤에서 내 지시가 있겠지만. 빨리 준비해. 경험치곤 너무 큰 작전이지만 이럴 때도 있는 거니까."

 

 

 

"..."

 

 

어안이 벙벙해지기도 전에 상황파악이 된 우현이 황급히 뒷주머니에 있는 총탄의 개수를 확인했다. 명수가 건네받은 인이어의 무전상태를 확인한 우현이 상의를 탈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드러난 허리에는 잔 근육과 함께 곳곳에 피딱지가 말라붙은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누가 봐도 병자의 모습이었지만 우현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우현의 몸을 보고 한숨을 내쉰 명수를 뒤로하고 둘은 차에 올랐다.

 

 

 

 

 

 

 

 

 

 

 

호원이 카페 주차장에서 초조하게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거렸다. 이내 검은 차 한 대가 들어오고 조수석에서 우현이 내리는 것을 본 호원이 살짝 미소를 지은 후 이내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여기는 이호원, 지금 한국정부 협상 측에서 카페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저쪽의 결정에 따라 장동우와 이호원의 목숨이 한 번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차에서 내린 호원이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쥔 손을 힐끔 쳐다본 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IRN측 협상가 이호원입니다."

 

 

 

"남우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카페의 가장 구석진 곳에서 우현을 발견한 호원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남우현이라. 심호흡을 한 뒤 꽉 쥐고 있던 손을 교묘히 펴 우현과 악수를 했다. 이

 

곳의 모든 CCTV가 한국 정부와 IRN의 손에 이미 놀아나고 있을 것이라. 까딱하다간 시내 한복판에서 총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호원이 직접적으로 같이 온 요원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반경 5km 이내에 오십 명쯤은 다반사였다.

 

 

 

손이 맞잡히는 순간 까슬한 이물감에 우현이 본능적으로 반대 손을 총으로 가져갔다. 그것을 눈치챈 호원이 우현의 손을 압력으로 세게 눌렀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손을 뺀 우현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앉으시죠."

 

 

우현이 의자에 앉아 손을 바짝 테이블 위로 붙여 종이를 확인했다. 내용을 확인한 그 순간 동공이 커지더니 당황한 기색을 여지없이 들어냈다. 그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호원이 입 모양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인이어를 가리켰다.

 

 

 

 

 

-knock down. 11032822-

 

 

 

쪽지의 의미를 알아챈 우현과 호원이 눈치를 보다 동시에 잔을 들었다. 잔을 일부러 넓게 잡아 오른쪽 천장에 있던 CCTV에 찍히지 않게 입을 가렸다. 물을 마시는 척 엄지손가락으로 입 주위를 가리고 호원은 약지로 목덜미의 인이어 마이크를 막았다. 그사이에 우현이 작게 자신의 마이크에 속삭였다.

 

 

 

 

 

"IRN. 협상가 쪽에서 접선을 시도했습니다. 11032822."

 

 

 

 

「...코드 확인, IRN 무전을 해킹한다. 3초 뒤 도킹. 시간은 8분. 남우현, 정신 똑바로 차려. 」

 

 

 

 

「3」

 

 

 

「2」

 

 

 

「1」

 

 

 

명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원의 인이어로 자신이 준비한 음성이 흘러갔다.

 

김명수 측에서 자신을 받아드렸단 걸 알기 직전까지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IRN측은 호원이 준비한 음성을 대화 내용으로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입에서 잔을 땐 호원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일방적으로 IRN을 뒤로하고 무전 코드까지 알려주시면서 접선하신 이유가 뭡니까."

 

 

 

 

"살릴 사람이 있습니다. 정부 측에서도 손해 볼일은 아닐 텐데."

 

 

 

 

 

"세계적인 핵전쟁을 일으킬 테러 군에서 살릴 사람이란 게 대체 누구죠?"

 

 

 

 

우현이 낮게 비웃었다. 자신을 쉽게 내주는 척하면서 혼란시키려는 작전일 수도 있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인이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주변에 병력이 있다는 사실은 뻔했다.

 

 

 

 

 

"J를, 살리고 싶습니다."

 

 

 

 

 

 

 

우현의 인이어 너머로 명수의 욕이 들려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명수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호원이 준 코드를 해킹하자 8분짜리 음성과 IP가 떴고 그 주소대로 음성을 조작하여 IRN의 무전기에 입력해줬더니 하는 소리가 장동우의 목숨이라니. IRN 음성의 내용을 도청하는 동시에 호원과 우현의 대화를 이해하려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좁은 운전석에서 노트북을 켜고 불편하지만 빠른 속도로 타자를 쳤다. 지금 믿을 건 호원밖에 없었다. 이것이 함정이라면, 정부군은 떼죽음이었다.

 

 

 

 

" J가 죽는다고요? 그 사람은 당신들이 쥐고 있는 카드가 아니었요?"

 

 

 

 

 

 

"반란군 쪽에서는 J를 전면전의 인질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불가피한 핵 테러를 실시하겠단 얘기죠."

 

 

 

"..."

 

 

 

 

우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호원의 말이 진심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장동우를 살려야 합니다."

 

 

 

 

"당신과 J의 관계가 궁금해지는군요. 지금까지 정부군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와, 살려야 하는 이유도."

 

 

 

 

 

「6분 남았어.」

 

 

호원의 말이 조금 빨라졌다.

 

 

 

 

 

"장동우는 스스로 추적 칩을 뽑았어요. 또한, 지금 자기가 IRN에 잡혀있단 사실을 모릅니다."

 

 

 

"지금, 그게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와 장동우는 연인 사이니까요. J는 지금 자신이 누군지도 제대로 모를 겁니다. 그를 철저하게 망가트린 건 저지만 그를 살려야 할 것도 접니다."

 

 

 

 

"...지금,"

 

 

 

 

"장난 아닙니다. 이건 협상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를 답례로 한 부탁이죠."

 

 

 

부탁하는 자세가 참 건방지고 드라마틱하네요. 우현이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제 뒤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은 어떻게 알아채셨습니까. 인이어를 끼고 있다는 것도요. "

 

 

 

 

예상치 못한 질문에 호원이 재밌다는 듯 반가워했다.

 

 

 

"아, 그거라면. 난 우현 씨가 조수석에서 내리는 걸 봤습니다. 분명 누군가 같이 왔겠죠. 설마 조수석에서 운전할 수 있는 능력자라도 되는 건가? 안 내린 그 사람은 당신을 지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테고. 그리고 협상하는데 설마 인이어도 안 끼고 오는 멍청이가 어딨습니까. 다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거지."

 

 

 

 

"생각보다 예리하시네요."

 

 

 

 

「3분 남았어.」

 

 

피식-웃은 호원이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더니 목소리를 낮춰 작게 속삭였다.

 

 

 

 

"성산동 마포구 A-2 건물 3층. 장동우의 거처.

 

 

 

그리고 정확히 3시간 뒤에 전 죽을 겁니다."

 

 

 

 

"...?"

 

 

 

"IRN의 카드를 가지고 있고, 절 유일하게 다루는 사람, k죠. 일을 벌린이상 난 어차피 그 사람에게서 살아남지 못해요."

 

 

 

 

「IRN에서 우리 쪽 해킹을 시도 하는 것 같아. 빨리 끝내.」

 

 

 

"IRN의 목적은 핵 전쟁으로 핵 개발과 썩은 인류를 동시에 끝내는 거죠."

 

 

 

 

"그걸 누가 모릅니까?"

 

 

 

 

 

"NP칩을 아십니까?"

 

 

 

 

 

 

"그게 무슨,"

 

 

 

 

 

 

 

 

"한 시간 후에 전 IRN의 모든 핵무기의 코드를 오류 시킬 겁니다. 그럼 K가 건물에 병력을 넣겠죠. 그전에 IRN을 급습하고 동우를 빼내 오세요. "

 

 

 

 

 

 

"그때 당신은 죽는다는 건가요?"

 

 

 

 

아니요. 저를 죽일 사람은 따로 있어요. 호원이 크게 웃으며 우현을 흥미롭다는 듯 쳐다봤다. 어리지만 상황 판단능력은 꽤 뛰어난 것 같았다. 한국 정부가 쓰레기는 아니었구나. 우현에게 동우를 맡겨도 괜찮을 것 같았다.

 

 

 

 

 

"제가 IRN을 끝낼 마지막 키워드입니다."

 

 

 

 

...동우, 꼭 살려주세요.

 

 

 

 

우현이 마지막으로 봤던 호원의 눈은 조금 슬펐던 것 같다.

 

 

 

 

 

 

 

3시간.

 

 

 

 

 

 

방문을 조심스럽게 연 호원이 자는 동우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엔 지친 기색이 가득했지만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마지막이라는걸 본능적으로 아는지 호원이 나갔다온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평온하게 자는 모습이었다. 동우의 옆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던 호원이 고개를 숙여 동우의 이마에 입술을 댔다. 슬픈 눈을 하고 떨어진 입술을 깨문 호원이 동우의 옆에 우현이 준 핸드폰을 내려놨다.

 

 

 

 

 

 

2시간 30분.

 

 

 

호원이 옆방으로 넘어가 노트북을 켰다. 일부러 문은 잠그지 않았다. 괜스레 떠오르는 추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음 작전임무를 위해 LA로 넘어가 장동우를 데려왔을 땐 그저 귀찮았다. 잦은 고문으로 동우는 그때도 지쳐있었다. 한국으로 넘어왔을 땐 저에게 무척이나 의지했다. 자신이 추적 칩을 뽑고 둘이 숨어 살자 했을 때 순순히 따라와 주었다. 자신이 동우를 속인 것은 그때부터였지만. 제 옆에서 편히 잠들고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이 귀여웠고 고양이처럼 안겨오는 게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차츰차츰 장동우에게 빠져들었다.

 

 

 

 

같이 산지 한 달쯤 됐을 때는 다른 작전 임무를 위해서 가끔씩 동우를 재우기 위해 수면제를 주사했다. 하지만 주사를 사용하는 일이 잦아지자 깨져버린 신체 리듬에 동우는 잠을 원하는 대로 자기 힘들었고 몸은 천천히 망가져 갔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아직은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었기에 힘들어하는 동우를 외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는 동우가 저에게 집착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동우를 대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 전화를 받아서 K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장동우가 죽는다, 나 때문에. 동우는 약물의 환각작용으로 자신이 무슨 일을 했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울고, 호원과 얘기를 나누다 다시 잠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추억 따윈 사치였고 하루하루를 악몽과 싸우기 바쁜 동우를 IRN의 노리개로 쓰게 될 상황이 닥치자 제정신이 아니었다. 원래 장동우를 데려온 목적인 걸 알았음에도. 짧은 순간 든 생각은 동우를 살리는 것밖엔 없었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행동을 바로 실천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 때문에 망가진 동우를 지키기 위해서.

 

 

 

 

 

 

2시간.

 

 

호원이 IRN 서버로 들어가 무기정보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귀에 있던 인이어를 구석에 내던지고는 손의 반지도 빼버렸다. k의 코드네임을 입력하고 들어간 서버에 입력된 무기는 생각보다 많았다. 하나하나 들키지 않게 교묘하게 발사 루트를 바꾸는 호원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씨... 왜 이렇게 많아."

 

 

 

1시간 20분.

 

 

메인 무기의 명령기억을 삭제하기 위해 서버를 폭파시킬 바이러스를 넣던 호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반란 시작의 메인 무기라면 핵도탄쯤 될 줄 알았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수도권을 넘어 반도를 통째로 으스러트릴 정도의 무기의 호원이 혀를 내둘렀다. 이정도로는 루트를 바꿔서는 안 된다. 생각보다 K는 약았다. 무기를 아예 못 쓰게 만들어야 했다. 서버에 비밀번호를 친 호원이 회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1시간.

 

 

옆방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올 것이 왔구나. 호원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예상 시간은 30여 분. 이때쯤이면 K도 눈치채지 싶었다. 그때 바로 호원의 노트북 모니터로 메세지가 떠올랐다.

 

 

 

 

-당장 인이어끼고 무전 연결해 씨발새끼야.

 

 

 

 

봐. 내 감은 틀린 적이 없어. 호원이 웃으며 옆에 팽개쳐진 인이어를 다시 귀에 꽂고 연결했다.

 

 

 

 

 

 

"1128. 이호원입니다."

 

 

 

 

「장난하냐 씨발.」

 

 

 

 

"지금 장난으로 보이십니까. K. 아니, 김성규."

 

 

 

「IRN 무전 조작한 것도, 지금 무기 루트 바꾼것도 니 새끼지. 」

 

 

 

"글쎄요."

 

 

 

옆방이 조용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호원의 손놀림이 조금 더 빨라졌다.

 

 

 

「너 때문에 8년간 쌓아온 IRN이 무너지고 있어!! 장동우 어딨어 개새끼야.」

 

 

 

 

"아마. 대한민국 정부에."

 

 

 

곧 가겠지. 호원이 뒷말을 생략한 채 노트북 옆에 있던 총을 들어 탄피를 비웠다. 귓가 너머로 성규의 욕지거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너, 니 몸속에 칩 있다는 거 기억해? 내가 너 끝까지 찾아가서 그 칩 작동시키면 다 끝이야.」

 

 

 

 

김성규, 넌 너무 앞만 내다보는 경향이 있어. 설마 내가 그 정도도 생각 못 할까.

 

 

 

 

"넌 사랑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세상엔 참 지켜줄 게 많아. 당신은 타락한 인류의 파괴만을 바랬지. 근데 그렇게 따지면 당신도 나도 파괴 대상이야. "

 

 

 

30분.

 

 

 

「지금 장동우가 니가 지킬 사람이라는 건가?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군. 인생을 구제해준 사람한테 반말도 내뱉는 걸 보면.」

 

 

 

 

 

"장동우는 초승달. 너와 나는 보름달."

 

 

 

 

 

초승달은 차오르고, 보름달은 기운다.

 

운명이길 바라야지.

 

 

 

「웃기는 소리 마. 넌 장동우의 아픈 기억을 들쑤시고 IRN의 모든 사람들을 죽였어.」

 

 

 

호원이 숨을 죽이고 화면에 코드를 입력했다.

 

 

-IRN0609Nuclear-

 

 

SUCCESS. 큰 글씨의 팝업 알림이 뜨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끝났다. 이제 자신만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된다.

 

 

 

"다음 생에서는 너도 행복한 인생을 얻길 바래. K."

 

 

 

 

호원이 인이어의 전원을 뽑았다. 입고 있던 방탄조끼를 벗어 창문 밖으로 던지고 우현에게 모든 것을 끝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5분.

 

 

 

쾅-!

 

 

문이 열리고 동우가 바들바들 떨며 들어왔다. 한 손엔 제가 침대맡에 놓은 휴대폰이 들려있었고, 다른 한손엔 총이 들려있었다. 타이밍도 참 드리마틱하군. 남우현은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었다. 울고 있었다, 너는.

 

 

 

 

 

 

 

 

 

 

 

 

삐이- 삐이-

 

 

 

 

기분 나쁜 전화음이 시끄럽게 울리자 동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렸지만 옆에는 호원이 없었다. 제 옆에 있는 폰은 호원의 것이 아니었다. 불안하게 빨라지는 심박 수를 뒤로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장동우 씨.」

 

 

 

"누구세요?"

 

 

 

「지금부터 내가 동우 씨한테 재밌는 얘기를 하나 해줄까 해요.」

 

 

 

전화기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두통약을 찾으려 인상을 찌푸린 채로 침대 옆 책장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닿는 순간 와장창 소리를 내며 떨어진 약병을 보며 동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호원, 알죠?」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에서 호원의 이름이 들려왔다. 동우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인상을 구겼다. 깨무는 손톱이 형편없이 갈라졌다.

 

 

 

 

"당신, 누구야?"

 

 

 

 

「당신이 사랑했던 그 이호원이, 연구소에서 데려와 추적 칩 뽑고 도망가서 살자고 했죠?」

 

 

 

 

 

 

 

"...그걸."

 

 

 

 

 

「그 사람이 IRN의 주요인물인 건 아나?」

 

 

 

 

 

동우가 입을 열지 못했다. IRN? 지금 제 옆에 없는 연인이 자신을 위협하는 IRN의 주요인물이라니. 그럴 리가. 비어있던 머리가 한순간에 무언가로 꽉 차는 느낌이었다.

 

 

 

 

 

「당신은, 이호원 몸에 넣어진 NP칩 어디 있는지 알고 있죠?」

 

 

 

 

 

 

「몰라도 본능이 기억할걸?」

 

 

 

호원의 몸에. 자신이 만든 NP칩이 있다고?

 

 

 

 

거짓말.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전쟁이 나면 알겠지.」

 

 

 

 

 

 

 

 

 

 

 

 

「이호원은 당신을 이용한 거야.」

 

 

 

 

 

이용당했다. 순식간에 머리에 돌을 맞은 듯이 눈앞이 캄캄했다. 눈을 채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연인이 핵 반란군의 주체였다고 말해도 빌어먹을 심장은 저 말을 믿지 않고 있었으니까.

 

 

 

 

 

「칩은 당신이 뽑아줬으면 해요. 이호원도 그걸 원할 거고. 이호원 옷 어딘가에 총이 하나 있을 거에요. 총, 쏠 줄은 알죠?」

 

 

 

 

 

"난, 난 칩이 어디 있는지 몰라."

 

 

 

자신이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나 싶었다. 한순간에 옛 기억을 모두 떠올리기엔 동우의 몸은 너무 약했다. 자신이 총을 들고 호원을 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당신이 만들었잖아. 본능이 기억한다니까?」

 

 

 

그놈의 본능은 날 너무 짜증 나게 해.

 

 

 

 

 

 

「15분 줄게요. 이호원과 칩, 제거하고 건물 밑으로 내려와요. 기다릴게요.

 

 

 

 

당신이 있어야 대한민국 정부가, 이 세계가 살아.」

 

 

 

 

전화가 끊기고 동우가 멍하니 침대 옆에 걸린 호원의 옷을 쳐다봤다. 멍한 눈빛은 초점이 돌아오지 않았다.

침대 위를 내려오면서 깨진 약병 위를 맨발로 밟았다.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가루와 조각들이 발바닥에 형편없이 밟혔지만, 혹시나 근처에 호원이 들을까 신음소리도 내지 못했다.

 

 

 

 

 

 

-

 

 

 

 

전화를 끊은 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켜보고 있던 명수가 우현의 어깨를 감쌌다. 잘 될 거야.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죠.

 

 

 

"후방 군을 제외한 모든 부대 전투준비. IRN의 기지 급습이 15분 후에 이루어진다."

 

 

 

 

"전 가서 동우 씨를 데려와야겠네요."

 

 

총의 상태를 체크한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자신을 포함한 모든 정부군은 IRN의 기지를 둘러싼 상태였다. 호원만 잘해준다면 쉽게 끝날 수있었다.

 

 

 

"장동우한테 전화한 건 누구 아이디어야?"

 

 

 

 

 

"제 아이디어요."

 

 

 

우현의 말에 명수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호원의 제안일 줄 알았는데. 우현이 계획한 일이었다니.

 

 

 

 

 

그 의견에 따른 이호원도 그렇지만 남우현, 생각보다 잔인하네.

 

그러네요. 동우 씨는 매번 누구에게나 상처를 받네요. 머쓱해진 우현이 괜히 들고 있던 핸드폰을 손 안에서 굴렸다. 그러더니 이내 차키를 꺼내 들곤 멀리떨어진 제 차 쪽으로 달려갔다.

 

 

 

 

 

 

-

 

 

 

 

 

 

 

 

"NP칩을 아십니까?"

 

 

 

 

 

 

"그게 무슨,"

 

 

 

 

 

"장동우가 LA에서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의 칩이죠."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습니까?"

 

 

 

 

"물론이죠. 핵무기와 칩 코드를 연결하면 무선으로 모든 조정을 가능합니다. 아무리 보안을 쳐놓은 무기라도요. 그걸 손쉽게 뚫어버리죠."

 

 

 

"...!"

 

 

 

 

"동우는 미국의 협박을 받아 칩을 제조했지만 위험하단 걸 알고 폐기 처분할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우를 데리고 넘어오면서 K가 그걸 빼돌렸죠. "

 

 

 

 

 

"그 칩이 지금 K한테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제 몸속에요."

 

 

 

 

"네?"

 

 

 

 

"K가 몇 주 전에 칩을 제 몸에 주사했어요. 하지만 데이터 부족으로 주사한 칩이 어디 정착되는지 알지 못했죠.

 

동우는, 그걸 알아요. 지금 당장 기억 못하는 것 뿐."

 

 

 

 

 

 

 

"한 시간 후에 전 IRN의 모든 핵무기의 코드를 오류 시킬 겁니다. 그럼 K가 건물에 병력을 넣겠죠. 그전에 IRN을 급습하고 동우를 빼내 오세요."

 

 

 

 

"그때 당신은 죽는다는 건가요?"

 

 

 

 

"아니요. 저를 죽일 사람은 따로 있어요. 제 몸에 칩이 있는 한 K는 제가 죽어서도 끝까지 절 추적해 작동시킬 거에요. 아니면 아직 불안정한 칩이 오작동을 불러낼 수도 있는 거고요. 어차피 NP칩을 작동시키나, 제거하나 제 몸엔 큰 타격을 입힐 겁니다."

 

 

 

 

 

 

호원이 애써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절 죽일 사람은 장동우죠. 제가 IRN을 끝낼 마지막 키워드입니다.

 

 

 

...동우, 꼭 살려주세요."

 

 

 

 

 

 

 

 

 

 

 

 

동우가 떨리는 발에 애써 힘을 주었다. 방바닥에 널려있는 인이어와 노트북. 그리고 굴러다니는 총과 탄알.

 

 

 

 

"너... 너."

 

 

 

"동우야."

 

 

 

"니가 IRN이라고? 이호원이?"

 

 

 

호원이 벽에 걸린 시계를 곁눈질하며 시간을 체크했다. 우현이 말한 시간은 15분. 조금 촉박한 시간이었다.

 

 

 

 

"난 널 속였어. 네 몸을 망친 것도, 널 이용하려 한 것도 나야."

 

 

 

 

"니가, 니가 어떻게 그 칩을 가지고 있어!!"

 

 

 

동우가 부들부들 떨며 총을 호원에게 겨누었다. 발바닥의 상처가 더 깊게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난 내 목숨을 걸고 끝내려고 해. 동우야. 넌 칩이 어디 있는지 알잖아."

 

 

 

 

모른다고 부정해도 쓸데없는 기억은 꼭 마지막 순간에 다가왔다. 본능과 함께 마주한 현실이었다. 칩을 제거하면 호원이 죽고 놔두면 모두 다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갈림길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동우가 호원은 안쓰러웠다.

 

 

 

 

"날, 사랑하긴 한 거야?"

 

 

 

 

 

 

아니. 모순. 감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호원이 동우에게 지은 죄는 사랑이 아니었다고, 심장이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이 빌어먹을 상황을 다 때려치우고 가녀린 저 어깨를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을 향해 놓인 동우의 총구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저 울고 있는 빨간 눈으로 뭐가 제대로 보이긴할까.

 

 

동우가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호원은 웃고 있었다. 얄미웠다. 자신이 총을 쏘면 죽을 것이 뻔한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호원이 너무나 얄미웠다. 얄미운 게 아니라 가슴 언저리 어딘가 아픈 것일지도 몰랐다. 총의 안전장치를 푼 동우가 총구를 호원의 오른손에 겨누었다.

 

 

 

 

 

 

탕-

 

 

소음기를 달지 않은 총은 적나라한 소리를 내며 호원의 오른 손에 그대로 박혔다. 자신이 항상 동우를 만졌던 오른손이었다. 호원의 인상이 구겨졌다. 칩 때문인지 다른 곳에 맞았을 때보다 몇 배는 더 통증이 타는 듯이 밀려왔다. 이로써 IRN의 운명이 끝난 건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자 동우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오...오지마."

 

 

"동우야."

 

 

"오지 말라고!!!"

 

 

"장동우"

 

 

 

두려움이란 감정에 지친 표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금방이라도 쏠듯이 다시 총을 든 동우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붉게 오른 핏대가 위태로웠다.

 

 

순간 호원이 달려들어 동우의 오른팔을 잡고 그대로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눈을 질끈 감은 동우가 호원에게 안겨 어쩔 줄을 모르자 호원이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왼손으론 동우의 허리를 감싸고. 피가 흐르는 오른손으로는 동우의 손과함께 총을 세게 쥐었다. 그 총은 정확하게 호원의 심장 위에 닿아있었다.

 

 

 

"동우야. 나 봐."

 

 

손에서 총을 빼려 아무리 당겨도 호원의 악력에 이기지 못했다. 눈을 뜨기가 두려워 아무런 대답도 못 하는 동우를 호원이 안쓰럽게 쳐다봤다. 발은 또 언제 다쳤어. 정말 나 없으면 어쩌려고.

 

 

 

 

 

호원이 고개를 숙여 동우에 입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눈물 섞인 입술이 짜다. 혀로 동우의 아랫입술을 핥던 호원이 조금 더 진하게 동우의 입을 탐했다. 경직된 동우의 혀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호원이 입천장을 간지럽히다 이내 떨어졌다.

 

 

 

 

 

 

"내가 살아있으면 니가 위험해."

 

 

 

 

 

 

"넌...정말..하, 대체."

 

 

 

 

숨이 가빠오는데 너무나 여유로운 호원의 행동이 기가 막혔다. 자신만 애가 타는 것같아 미워 보이기도했다.

 

 

 

"한국 정부군에서 널 데리러 올 거야. 알고 있지?"

 

 

 

지금의 상황은 꿈이다. 호원과 내가 만든 환상이야. 전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래도, 호원이 자신을 꿈에서 깨워주길 믿었다.

 

 

 

 

"다시, 다시 한 번 물을게."

 

 

 

 

 

"..."

 

 

"날 사랑해?"

 

 

 

"..."

 

 

 

제발.

 

 

 

호원의 오른 손에 점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동우의 손을 넘어 바닥으로 뚝뚝 흐르는 호원의 피가 너무나 생생했다. 구역질 나는 피비린내가 까무러칠 정도로 힘들었다.

 

 

 

 

"응. 사랑해."

 

 

 

 

 

탕-

 

 

, 마지막 말을 끝으로 예고 없이 호원이 방아쇠 위에 있던 동우의 손가락을 당겼다. 동우의 동공이 커짐과 동시에 그대로 관통당한 호원의 가슴이 힘없이 무너졌다. 안 그래도 기운 없는 몸이, 물체를 바로 앞에서 총을 쏜 반동으로 인해 발목이 꺾이며 힘없이 쓰러졌다. 탄피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러가자 갈 곳을 잃은 눈이 호원의 오른손으로인해  피범벅이 된 제 손을 내려봤다. 털썩, 무언가 제 앞으로 쓰러지는 소리가 나자 이내 눈시울이 더 붉어졌다. 다가가서 만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바닥에 스며드는 붉은 혈흔조차 가식적이게 느껴졌다.

 

 

 

꿈이 아니었네. 동우가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아마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

 

 

 

 

 

 

"깼어요?"

 

 

 

 

 

동우가 눈을 뜬 곳은 병원이었다. 목소리가  통화한, 자신을 데리러 온다는 사람이구나. 직감적으로 알았다. 얼굴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고개를 돌릴 힘조차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내려 오길래. 또 둘이 도망간 줄 알았네."

 

 

 

 

 

 

아, 그런방법이 있었구나. 동우가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남우현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왠지 모르게 미웠다. 오른쪽 발에 감겨진 붕대가 자신을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는 듯이 압박했다. 끝까지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IRN은 정부군에게 점령당했습니다. 애초에 모두 호원 씨가 계획한 일이에요. 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호원씨가 은근 멋있는 남자네요

 

 

 

 

동우가 호원에게 총을 쏨과 동시에 정부군이 IRN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모든 대형무기의 입력정보를 바꿔놓은 호원 덕분에 IRN은 공격하는데 소총 같은 작은 무기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김성규는 김명수의 손에 잡혀들어갔고 모든 핵무기는 연구소에서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이 났다. 우현은 동우가 5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건물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처음엔, 호원과 동우가 같이 동반자살을 한 줄 알았다. 방의 상황은 처참했고 급히 본부에 연락해 호원의 시신을 처리해 장례를 치렀다. 동우를 병원으로 호송하고 호원의 노트북을 챙겨 뒷수습을했던 우현이었다.

 

 

 

 

 

 

"내가, 왜."

 

 

 

칩을 오른쪽 손에 장착되게 만들었을까. 아니 왜, 그 칩을 만들었을까. 항상 자신을 감쌌던 호원의 손에 시한폭탄 같은 무서움을 담았을까. 갈라지듯 듣기 싫은 목소리에 이내 굳게 입을 닫아버렸다. 호원과 같이 있을 땐 하나도 나지 않던 기억이 혼자 남겨지니까 너무나 생생하다 못해 고통스러웠다. 고문을 받으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먼 타지에 살았던 것도, 죄책감에 못 이겨 칩을 폐기하려는 것도, IRN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호원이 자신을 처음 찾아온 것도. 서로에게 속고 속이며 총을 쏘고 상처만 남긴 채 호원은 죽었다. 진한 사랑이란 감정을 채 느껴보기도 전에. 자신이 호원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사랑을 죽였어요."

 

 

 

 

 

"동우씨."

 

 

 

 

"..."

 

 

 

"당신은 세계를 구했어요."

 

 

 

 

뻑뻑했던 눈에 또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누워있는 바람에 눈물이 양옆으로 볼품없이 흘러내렸다.

 

 

 

 

 

 

 

 

 

 

 

 

 

우현이 노트북을 폐기하기 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을 때 옆에 꽂혀있던 USB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호원이 담당했던 IRN의 기밀문서와 호원이 우현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힘없이 늘어진 동우의 손에 USB를 쥐여준 우현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호원 씨가, 마지막으로 전해달라는군요."

 

 

 

 

"..."

 

 

 

 

 

 

 

 

 

"다음생에서, 니가 기억을 못 해도."

 

 

 

 

 

 

「꼭 찾아갈게. 딴 놈 만나면 미워할 거야.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고 죄를 진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

 

 

 

 

마지막에는

 

 

 

 

 

 

함께여서 다행이다. 사랑해 내 초승달.」

 

 

 

 

이라고-

 

 

 

 

 

"지 손으로 방아쇠 당기고, 나 두고 혼자 죽은 주제에 똥 폼잡기는."

 

 

 

 

 

 

 

힘없이 갈라져 살갗이 뜯어진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손등에는 링거 바늘이 아슬아슬하게 꽂혀있었다. 탈진할 정도로 울며 우현에게 안겨 밤새도록 하소연을 했던 것 같다.

 

 

 

 

 

 

 

동우에게는, 잔인한 밤이었다.

 

 

 

 

 

 

 

 

 

 

 

 

 

 

 

 

 소재 자체가 장편이였는데 줄이고 줄여서 단편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소 빠른 전개에 불편하시고 모자른 글이지만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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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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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멍규님 블로그에서 보고 왔어요. 이 글 알게 해주신 멍규님한테 감사하고 있어요. 동우는 세계를 구했지만 사랑을 잃었네요. 호원이는 자신을 바쳐서 동우와 세계를 구했구요. 동우가 꿈을 꿨다는 건 이미 본능이 알고 있었던 건가봐요. 동우랑 호원이도, 성규도 모두 불쌍해요ㅠㅠ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잘 읽었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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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온화
저야 말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인스티즈 첫글에서 받는 첫 댓글이네요.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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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앞으로 혹시 다른 글로 오신다면 기다릴게요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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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진짜 야밤에 현실 눈물 쏟ㅇㅏㅆ어요 잘 읽었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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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온화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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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 대박 진짜 금손이시다 ㅠㅠ사랑해요 진짜 완전 재밌어 ㅠㅠㅡ 호워나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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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온화
금손이라니, 다른 작가 분들 보기 부끄럽네요.크흐 저도 사랑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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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작가님 진짜 금손.... 비지랑 듣다가 눈물날뻔했어요 ㅠㅠ..... 아 미치겠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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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온화
제가 좋아하는 노래에요.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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