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클타레-타오,크리스,레이,준면]크리스가 연인인 타오를 뱀파이어로 만들고 방치하는 이야기01
BY 제일예쁜나무
한껏 치장한 여자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정신 없이 몸을 흔들어 제끼는 사람들. 모두들 제 멋에 취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 탐색 중이었다.
누가 누가 제일 괜찮나? 오늘밤은 또 누구와 함께 이 외로운 밤을 보낼까? 술잔 너머로 끈적한 시선들이 정신없이 얽힌다. 그 모습을 보며 크리스
는 300년 전 파리나 지금 이곳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 많고 할 일 없는 인간들은 결국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환락을 쫓기 마
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다를 게 없었다.
클럽을 유럽 사교계의 현대버전쯤으로 생각한다면 크리스는 그 사교계의 제왕이었다. 한때는 영원히 방황을 멈춘 줄로 알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그 잠깐의 착각이 끝난 후에 크리스는 제 안에 흐르는 타락과 퇴폐의 피는 영원히 변치 않을 거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결과가 지금의 자신이었다.
"꺄아, 크리스다."
"거봐. 요즘 여기 자주 온다니까. 오길 잘했지?"
크리스가 클럽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여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저마다 눈치만 볼 뿐 섣불리 다가서진 못했다. 크리스는 꽤나 눈이 높다. 게다
가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에겐 대꾸조차 하지 않는 차가운 남자이기도 했다. 본능에 충실하다고나 할까? 비록 잠깐 즐기는 거라도 최고의 미녀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했다.
자, 그럼 오늘 여기서 누가 제일 아름다운가. 감히 크리스의 곁에 설 여왕은 누구인가. 여자들은 저마다 눈치를 보며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그런
그녀들을 가르며 당당하게 크리스에게로 걸어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클럽을 메운 두꺼운 메이크업의 여자들 중에서도 특히나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풍만한 몸매와 시원스레 뻗은 다리는 육감적이었고 모델이란 직업에 맞게 세련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서자 클럽 안의 여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됐다. 그리고.....
크리스는 웃었다. 살짝 긴장하고 있던 여자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의 시샘어린 시선을 느끼며 한껏 콧대를 높였다. 봤지?
너네가 아무리 벗고 흔들어대도 다 내 아래야. 이 클럽에서 제일 섹시한 건 나라고! 여자는 우월감을 느끼며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슬며시 클럽안
의 여자들을 훑었다. 크리스의 상대가 된다는 건 그런 의미가 있었다.
"하이, 크리스."
"안녕."
"그 재킷 새로 산 거야? 잘 어울린다. 오늘 멋지네."
"오늘만?"
"아니! 크리스야 항상 멋지지ㅎㅎ."
"고마워. 그나저나 손에 든 거 예거? 내가 좋아하는 거네. 나 목마른데..."
크리스의 그 말에 여자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리곤 술을 한 모금 머금더니 자연스럽게 크리스의 목에 손을 둘렀다. 이윽고 주변의 시선따윈 전
혀 신경쓰지 않는 농염한 키스가 오갔다. 그녀는 최근들어 크리스가 가장 가까이 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이름따윈 모른다. 주희였던가 은정? 아니
면 희정?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크리스에게는 항상 지금이 중요했다. 지독한 권태를 마비시켜 줄 쾌락과 술, 그거면 충분했다.
음악이 채 3곡이 바뀌기도 전, 키스소리는 날카로운 교성으로 변했다. 여자의 달뜬 숨이 룸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오늘따라 크리스는 영 집중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클럽의 비트가 영 신경에 거슬렸다. 음악소리와 여자의 교성이 만들어낸 불협화음에 머리가 뱅뱅 도는 듯도 하다. 반면에 여자는
다소 신경질적이고 거친 크리스의 몸짓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흥분한 듯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타오가 전화해서 뭐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크리스는 쾌락에 정신을 못 차리는 여자를 무표정하게 내려다 보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이 3통이나 와 있었다. 모두 타오의 것이었다.
"나 왔어."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신축 오피스텔. 두 사람이 살기에는 꽤나 넓은 그곳이 바로 타오와 크리스의 보금자리였다. 꽤 늦은 시간인데도
타오는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 왜 이제야 왔어?"
크리스가 들어서자마자 타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칭얼거렸다.
"얌전히 잘 있었어? 타오."
크리스는 타오의 투정을 건성으로 들으며 타오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그러나 숨결에서 느껴지는 독한 술기운에 타오는 이맛살을 찌푸렸
다.
"계속 전화해도 안 받고... 나 어제 무서운 꿈 꿨다고 했잖아.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와 달라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크리스는 빙긋 웃었다.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 밤에는 혼자 샤워하도 못하는 아이가 홀로 얼마나 떨었을까?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자
신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을 게 분명하다. 약 200년쯤 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리고 순수한 타오.... 크리스는 타오의 그 한
결같은 모습이 좋았다.
"미안. 대신 오늘은 손 꼭 잡고 자자. 그럼 악몽도 안 꾸겠지?"
우선 샤워부터 좀 하고.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크리스의 와이셔츠 뒤에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다. 크리스의 눈엔 절대 띄지 않지만 타인이 보기엔
딱 좋은 위치. 보란 듯이 남겨놓은 표식이 분명했다. 타오는 순간 움찔했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표정을 가다듬었다. 뭘 새삼스레...
아무리 자신이 바보라도 매일 밤 크리스가 뭘 하다 들어오는 지 모를 정도로 둔하진 않았다. 온몸에서 진동하는 술냄새와 역겨운 여자 향수 냄새,
그리고 미미하게 느껴지는 애액냄새까지. 그 모두가 단 하나의 진실만을 가리키지 않는가. 다만 지금처럼 그 흔적을 직접 확인하는 것까지는 아무
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타오는 크리스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와이셔츠를 손가락 끝으로 집어 빨래통에 넣었다. 바보, 하루 이
틀도 아닌데.... 우울해진 타오는 애꿎은 자신만 탓했다.
사실 말마따나 크리스의 외도는 아주 오래 된 것이었다. 처음엔 어디 가냐고도 물어도 보고 자신도 데려가라고 떼도 썼지만,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 크리스가 나가면 타오는 그 긴 시간을 홀로 방치돼 있었다. 가끔은 크리스가 며칠씩이나 들어 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타오
는 안 그래도 소심한 편인 제가 더욱 겁쟁이에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이 된 것은, 바로 그 오랜 방치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두컴컴한 성
안에 아무렇게나 놓인 짐짝같던 저. 비오고 천둥번개라도 치는 날엔 베갯잇으로 귀를 막은채 오들오들 떨며 애써 잠을 청했다. 가끔 나타나서 양초
를 갉아먹는 생쥐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그런 타오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리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했다. 거울에 비친 제 몸은 제가 봐도 아주 환상적인 것이었다. 그
런데 목덜미에 키스자국이 영 거슬린다. 그 계집, 이런 건 남기지 말라니까. 크리스는 타오가 보지 못하도록 잠옷 셔츠를 단단히 여민 채 밖으로
나왔다. 혼자 집에 있으며 외로웠는지 타오는 크리스의 품 안으로 자꾸만 파고들었다. 크리스는 그런 타오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마치
자기가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이 위태로운 생명체가 크리스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크리스는 새삼 타오를 뱀파이어로 만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
다.
자신이 아니면 몇 백년 전에 죽어도 진작 죽었을 소년.
처음 봤을 때 타오는 파리 뒷골목 중에서도 가장 하층민들만 다니는 길에 약에 절어 버려져 있었다.
*
엉망진창인 몸과 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에 한 눈에 험한 꼴을 당한 걸 알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이 곳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자신과 같은 검은 머리가 크리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파리에선 보기 드물었던 동양인. 희귀한 것이니 뒷골목 인생 치곤 꽤
나 비싼값에 팔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가 그런 잡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곧 끊어질 듯 거의 들리지 않던 숨소리가 점점 더 사
그라들기 시작했다. 생명이 다 해가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는 갈등했다.
자신이 그를 물어 뱀파이어로 만든다면 그는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루에도 수십명쯤은 죽어 나가는 이곳이다. 당장 자
신만 해도 먹이감을 사냥하러 들어온 참이 아닌가.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이곳에선 이름 모를 창녀 하나 거꾸러져도 신경쓰는 이 하나 없었다.
게다가 약을 한 사람의 피를 빨면 일시적일지라도 자신에게도 영향이 있다. 예전에 실수로 마약에 찌든 여자의 목을 물었다 며칠이나 몽롱한 기분
에 사로잡혀 고생했던 것이 떠올랐다.
망설이던 크리스는 결국 그에게 영생을 주기로 했다. 자신조차도 이유를 몰랐다. 단순한 변덕? 아니면 오랜 환락에 염증을 느껴 새로운 유희거리라
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외로워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크리스는 스스로의 생각이 우스워 코웃음을 쳤다. 하, 외로워? 영혼도 없는 진
성 뱀파이어인 이 크리스가? 크리스는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년을 품에 안고는 큰소리로 웃어 댔다. 마약기운에 정신이 몽롱해왔다. 어쨌거
나 영원한 권태를 함께해 줄 동반자를 얻은 셈이니 결코 손해보는 거래는 아니었다.
크리스와 소년의 처음은 참으로 순탄치 않았다. 마약 중독은 꽤나 심각한 것이었다. 소년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약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강간의 트라
우마인지 모를 발작을 해댔다. 크리스는 답지 않게 긴 인내심을 발휘했다. 자신이 만든 생명체에 책임이라도 지려는 건지 아주 헌신적으로 그를 치
료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든 노력들이 결실을 맺은 건지 소년은 어느 순간 맑은 눈을 되찾았다. 더 이상 약을 찾지도 않았다. 크리스는 소년
의 과거를 묻지 않았다. 얼핏 아주 어려서 고아가 됐단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대충 짐작됐던 것이다. 소년의 이름은 황 쯔타
오였지만 크리스는 과거는 버리라는 의미로 타오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사해 주었다.
제정신을 차린 타오는 생각보다 훨씬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그 험한 일을 당한 아이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순백의 생명체였다. 자신 못지 않은
큰 키에 여태까지 본 인간들 중 가장 날카로운 눈매. 하지만 묘하게 아름다웠다. 헌신적인 남자와 그의 보살핌을 받은 미인, 둘은 자연럽게 연인으
로 발전했다. 단언컨대 타오는 싫증을 잘 내는 크리스가 가장 오랫동안 푹 빠져있던 것이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연인이라는 호칭을 허락한 상대이
기도 했다.
처음 얼마간은 어떻게 시간이 흘러 가는지도 몰랐다. 그만큼 빠져 있었다. 타오를 만난 후 크리스는 매일 밤마다 반복되던 외출을 무려 100년간이
나 중단했다. 크리스는 이제 영원할 것 같던 허무와 방황이 끝이 났다고 믿었다. 타오도 행복하긴 마찬가지였다. 단 둘이 파리 외곽의 한 낡은 고
성에서 보낸 시간은, 아마도 타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서서히 크리스의 몸 안에 있는 피가 들끓기 시작했다. 타오의 존재가 크리스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 되어 가면서 크리스
의 외출이 잦아졌다. 크리스는 새로운 자극을 원했다. 사실 평범한 인간의 사랑은 고작해야 3년 남짓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에 비하면 크리스는
타오를 무려 100년간이나 사랑해 준 것이다. 그 누가 크리스를 탓할 수 있을까?
크리스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타오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었다. 다만 가끔은 뱀파이어에게 허락된 영생만큼이나 거추장스럽
게 느껴졌을 뿐이다.
약 200년 전쯤 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리고 순수한 타오....
크리스는 타오의 그 한결같은 모습이 지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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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루민러인데 쓰던거나 마저 쓰지 뭐 하는 짓인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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