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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시기 전에

 

아련주의! bgm과 함께 들으면 더 좋을 꺼에요 :)

내용은 1988년을 기준으로 잡고 썼습니다.

 

 

 

 

[카디] 만남 | 인스티즈

 

 

 

 

 

BGM-영화 늑대아이 (만남)

 

 

만남

 

W. 오늘은내가됴리사

 

 

 

 

 

 음…. 경수는 제 손에 들려진 하늘색 편지봉투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제도, 있었던 것 같은데…' 경수는 며칠전부터, 컴퓨터용 잉크로 형식적이게 적힌 하얀 편지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하늘색 편지를 보았다. 연필로 반듯하게 쓰인 주소와 우편번호. '편지를 자주 보내는 사람이구나.' 경수는 하늘색 편지를 다시 통에 집어넣고 지퍼를 잠그고는 빨간색 우체부 모자를 고쳐썼다. 그러고는 자전거에 올라타 패달을 밟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편지를 보내주는 역할은, 경수의 일이었다. 경수는 자취하는 대학생이라서인지,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도 다 떨어져가고 마침 방학이었기 때문에 우체부 알바를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수십통의 편지를 싣고 여러사람의 집에 편지를 전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겨울에도 불구하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끼익, 경수는 패달을 밟고 멈춰서 하늘색 편지를 꺼냈다. '어제 봤던 집이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

"……."

"…안녕하세요."

 

 

 

 

 고등학생인지, 근처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있는 남자가 경수를 바라보며 꾸벅, 인사했다. 김종인. 빨간 명찰이 가슴께에서 달랑거렸다. "어, 어…안녕하세요…" 경수는 자신도모르게 당황해 모자를 벗고 허겁지겁 구십도 인사를 했다. 남자는 경수를 보며 씩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그거… 우리집에 온거 맞죠? 저 주시면돼요" 경수는 남자의 손에 하늘색 편지를 올리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감사합니다!" 뒤에서 들리는 커다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 창피해… 경수는 부러 패달을 빠르게 밟으며 바람에 뜨거워지 귀를 식혔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내일도, 편지가 있을까…' 경수는 자전거의 손잡기를 꾹 잡았다 폈다.

 

 

 

 

[1988년 무진년의 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이번해는 소원 성취하시길 바라고…]

"하나, 둘,셋…. 스물한살…"

 

 

 

 

'내가…벌써 스물한살…' 으아. 경수는 머리를 꾹 감싸쥐고 연신 새해 잘보내라는 말을 하고있는 라디오를 껐다. 오늘은 다른날과는 무언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살 더 먹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왠지모르게 일찍 떠진 눈에 라디오라도 들어볼까 생각해 켰지만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나, 라는 자괴감만 느끼게 해주었다. 경수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벽에 걸려진 달력을 떼내었다. 1월 12일… 내 생일도 얼마 안남았네. 경수는 시계를 보고 우체국에 가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느릿느릿 게으름피우던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 며칠동안 눈이 아주 많이와 쉬고있던 터라 몸이 둔해진 것 같았다.

 

한달째 하늘색 편지가 도통 보이지 않았다. 경수는 어느샌가 하얀편지들 속을 뒤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헉, 괴상한 소리를 내며 손을 빼냈다. 내가 지금 뭘 하고있는거지. '바보,바보…' 이상하게 하늘색편지지만 보면 마음이 찌릿하고 이상해졌다. 경수는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쿵쿵 쥐어박으며 편지가 가득 들어있는 통의 지퍼를 잠그려하던 때였다. "어…" 있구나. 수많은 편지속에 파묻혀 한쪽귀퉁이만 쑥 나온 하늘색 편지가 보였다. 경수의 입가에 작은웃음이 번졌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 저…"

"……."

"아…그냥, 왜 요즘에는 편지가 없나…해서요."

 

 

 

 

며칠 안본 사이에 남자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인지, 제법 성인이 된 티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고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에 경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결국, 왜 편지가 없나 물어본 경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진짜로 물어봤다…. 빨간 우체부 모자가 자신의 얼굴을 다 가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궁금해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을 때는 나른한 웃음을 입가에 담고 있었다. "…저, 음…" 벙어리처럼 입술만 뻐끔거리고 있자 하하, 소리내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경수가 우체통에 넣어놓은 하늘색 편지를 꺼내 손에 쥐고 말했다. "왜 궁금한것 같아요?" 경수는, 남자가 자신을 미궁속으로 몰아넣는 것 같았다. "잘…모르겠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터벅터벅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는 남자가 느껴졌다. 온몸이 경직되는 느낌에, 경수는 반질반질한 남자의 신발코만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편지는, 형이 보내준거에요."

"……."

"형이, 아파서 그랬어요."

"아…"

 

 

 

죄송해요…. 실례를 했다는 느낌에 경수가 사과하자 남자가 손사래치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남자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경수의 빨간 모자를 쓱 벗겨냈다. 푹 눌린 연갈색머리가 드러나자 경수가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봤다. "우체부 그만뒀을까봐 걱정했어요." 아.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서 찌릿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 안 보고싶었어요?" 쿵쿵쿵쿵. 점점 커지는 소리와 함께 얼굴도 귀도 붉어지는 것 같았다. 경수는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보고싶었어요. 많이. "나도 보고싶었어요." 남자가 눈꼬리를 휘며 환하게 웃었다. 그 며칠동안 쏟아졌던 눈덩이들이 녹는 것 처럼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진짜로." 남자의 표정이 살짝 굳으며 입을 뗐다. "진짜로, 좋아해요." 경수는, 무언가 홀린 것 만 같았다.

 

 

 

"…나 싫어요?"

"아… 아니에요,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좋아해요… 경수의 말이 끝나자 종인의 입가에 웃음이 잔뜩 걸쳐졌다. 흰색 편지들 속에서 하늘색 편지를 찾았을 때의 기쁨, 그리고 마음이 찌릿하는 이상한 느낌. 경수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내가, 진짜로… 진짜로 좋아하구나. 산더미처럼 쌓였던 눈이 어느새 녹아 얼음이 되고, 물이 되고, 곧 없어져버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이 되며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이 와도 춥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흰색 편지들 속에서 하나의 하늘색편지를 찾는다면 어느것도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젠, 정말로….

 

 

 

 


+ 여담

 

감수성 폭발해서 아련한거 써보고싶었습니다.. 자야되는데 이러고있네요.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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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글도예쁘고사진도예쁘고브금도예쁘고전부다예쁜글이네요달달하고간질간질해서,지치는시험기간이라우울했었는데작가님덕분에기분좋게잘수있을것같아요잘읽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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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글이 너무 이쁘다 . 달달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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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글도예쁘고 글 속의 경수랑 종인이 모습도예쁘네요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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