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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흔들리는 버스 맨 마지막 좌석 바로 앞 자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자리에 앉아 스쳐지나가는 세상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저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 바로 내 취미다. 가끔 이렇게 지나가는 아무 버스에 올라타 그저 창밖을 통해 보이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멍하니 세상을 흘러 보내는 것.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알 수 없는 일상에서의 작은 도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어차피 다시 막막한 일상으로 되돌아 와야 하니 애써 먼 곳으로 가 돈 날리고 몸 지치는 그런 여행보다는 이렇게 짧은 여행이 나을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 때문일 수도 있고-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귓가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익숙한 노랫말에 오늘따라 이유모를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 라- 내가 만약 천국을 가게 되어 지금 그 문 앞에 서 있다. - - 이제 손을 들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그 순간 난 행복할까? - -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난 행복할까? 글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에 두고 온 것들이 너무 많다면, 세상에 미련이 너무 많다면, 지금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천국이라 해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행복하기 보다는 너무 서글플 것 같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서글프기보다는 절망적일 것 같다. 뒤돌아 세상을 향해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세상에 두고 온 것이 너무 많다면- 세상에 미련이 너무 많다면-

 

 

천국, 그 첫 번째 이야기

 

 

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움직이던 그의 몸이, 코너를 도는 바퀴의 움직임에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몸이 기우려졌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어깨에 툭-하고 기대 떨어지는 자그만한 머리통 하나.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코끝을 맴도는 알 수 없는 꽃향기..

꽃향기? 꽃향기가 나는 샴푸가 있었던가?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긴 내가 알게 모야. 하지만 이내 그 작은 관심은 여간해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그의 성향으로 금방 멈춰졌다. 그렇다고 잠에 취해 기대온 사람을 내칠 만큼 모진 사람도 아니었기에 그는 그저 아이의 까만 머리통에 닿았던 시선을 거둬 다시 창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자꾸 창밖 세상을 향했던 그의 시선이 창에 비친 아이에게로 향했다.

 

언제부터지..?

 

창에 비친 아이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잠시 기울려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물음을 담는다. 그는 자신의 옆자리가 이 아이로 채워졌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실 그가 이 버스에 올라타고 얼마 안가 그의 옆자리에 이 아이가 앉았고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옆자리는 한 번의 변화도 없이 이 아이가 지켰는데- 즉 아이가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시간이 꽤 되었는데 그는 정말 이 아이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에, 창밖의 풍경에 모든 걸 맡겨버려서-

나도 참 무신경하지. 옆자리에 누가 있었다는 걸 모를정도라니. 피식-

그가 자신도 자신의 이런 무심함에 조금은 어이가 없었던지 이내 작게 웃었다. 힐끔- 그가 이젠 창이 아닌 자신의 어깨에 기대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단정한 교복이 꽤 잘 어울리는 아이는 동글동글 귀여운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는데 색색- 거리며 잠에 푹 빠진 모습이 꽤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다. 염색은 아닌 듯한테 옅은 갈색 빛이 도는 머리에선 아까부터 자꾸 은은한 꽃향기가 그의 코를 슬그머니 건들이며 자극했다. 어깨에 닿아온 체온도, 기대온 아이의 동글한 머리의 무게도, 모르고 있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깨달으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그였다. 이젠 이러다가 내릴 때 못 내리면 어쩌려고 싶은 걱정까지 드는 것이었다. 자신은 너무할 정도로 타인에게 무신경한데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걱정되는 마음은 기어코 그의 손을 아이에게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깨우려고 다가갔던 그의 손이 아이의 볼에 닿기 직전 이내 뭐 나와 상관없다는 평상시 그의 사고로 인해 거둬졌다. 어쩌면 너무도 편안하게 곤히 자는 아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그렇게 그는 이름 모를 아이와 그만의 작은 여행을 함께했다.

 

- -

 

“......”

저기요. 일어나요. 이제 곧 있으면 종점이란 말이예요.”

 

 

따스한 체온이 어깨에 닿아옴에, 묘한 음성하나가 귀를 웅-하고 울리기에 그는 부스스-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 가득 빛이 들어차고 흐릿했던 눈앞이 서서히 밝아졌다. 언제 잠이 들어버렸지? - 아이의 모습이 아닌 창 밖 풍경에 시선을 두려 그렇게 눈에 힘을 주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잠이 들었나보다. 그는 눈을 깜박- 깜박- 두어번 감았다 뜨며 눈꺼풀위에 남아있는 잠을 마저 쫓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자세가 많이도 기울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도- 이 꽃향기... 코를 은은하게 감싸는 향기에 화악- 정신이 든 그가 황급히 자세를 바로 세웠다. 언제부터-

 

 

어깨 아파 죽는 줄 알았네-”

 

 

- - 자신의 아픔이 진짜라는 듯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두드리는 아이. 그가 들으라는 듯 아아- 어깨 빠지겠다- 아파 죽겠다- 계속 중얼중얼 거리는 아이를 그는 괜히 머쓱하고 어색해 어깨를 콩- - 두드리는 아이의 손을 가만 바라보았다. 어쩌라는 거지? 드럽게 생색내네. ! 그러고보니 아까 나도 너 때문에 아파 죽는 줄 알았다고! 입 안엔 자꾸만 아이 못지않게 투덜투덜대는 말들이 맴돌았지만, 그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그였다. 자신은 어른이고,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이니깐- 어른은 어른답게 너그러워야 하는 거니깐. 그는 귀 아프게 여전히 아프다 쫑알대는 아이를 향해 미안하다- 얼른 말을 꺼냈다. 그러니 열심히 움직이던 작은 입이 뚝- 하고 멈춰졌다 이내 다시 열린다.

 

 

미안하다가 아니라 고맙다예요.”

“...?”

어깨 빌려줘서 고맙다가 먼저라구요.”

 

 

또랑또랑한 아이의 음성에 그는 순간 벙쪄 아무 말도 못했다. 당찬 아이의 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너무나 묘해서- 아까부터 느꼈던 거지만, 아이의 목소리는 참 아이에게 묘했다. 그 여린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아이의 소리. 가느다란 듯 여리지만, 강하고 곧지만 조금은 허스키한 소리.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를 여운이 느껴지는- 그래서 동글동글 선하게 생긴 이 아이와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묘한 소리. 그는 아이의 목소리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자꾸만 자신을 잡아끄는 아이만의 소리. 노래하는 거 듣고 싶다. 저 소리로.. 아아- 이것도 꼴에 직업병인가? 이상하게 새는 생각을 끊으며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곤 그런 자신을 뚱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재빨리 웃음을 거두며 아- ..고맙다. 하고 어색히 인사했다. 그러니 만족한 듯 아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웃기는 놈.

 

[이번 정거장은 이 차의 종점인....]

 

조용한 버스 안,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소리에 그는 몸을 살짝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역시나 버스 안에는 자신과 자신 옆에 앉아 있는 아이, 둘 뿐이었다. 이걸로 작은 여행도 끝이구나- 조금은 허무한 마음에 그는 일으켰던 몸을 털썩- 다시 기대앉았다. - 그가 앉으며 누른 벨소리가 오늘따라 왜이리 크게 울리는지- 그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푸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요 며칠 자신은 일에 치여 너무나 지치고 피곤했다. 그 일이 드디어 아까 저녁 무렵 끝났고, 끝나자마자 지갑하나 들고 집을 나섰다. 자신만의 여행을 위해- 일이 끝나면 꼭 이렇게 버스여행을 떠나는 그였다. 요번 여행은 끝에 잠이 들어버려 좀 허탈하지만, - 그럭저럭 괜찮았다. 부시럭 부시럭- 옆에 앉은 아이가 일어날 준비하곤 이내 일어섬에 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커덩- 빠르게 도로 위를 달리던 버스가 멈춰서며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 그와 아이를 남겨놓고, 다시 빠르게 출발했다. 떠나가는 버스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정류장에 자리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정류장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의 눈에 사람은커녕 그 흔한 가게도 들어차지 않았다. 도심과 조금 떨어진 곳인 듯 고요하고 한적했다. 그래서 그런지 꼭 세상에 사람이라고는 자신 옆에 앉은 아이와 자신 뿐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 세상에 둘만 남은 기분.

 

적막함에 큰 한숨을 내시귀고 가만 시선을 손목에 주니 손목에 들어찬 은빛 시계가 12시가 다 되어감을 반짝거리며 알려주고 있었다. 시간이 이래서 그런가? 도심과 떨어진 이 곳엔 그 흔한 택시는 커녕, 차도 한 대 지나지 않고 있었다. 콜택시를 불러야하나? ! 그러고보니 저 아이는..

 

 

하아-”

 

그리고 생각이 아이를 향하기 무섭게 들리는 큰 숨소리에 그의 고개가 자연스레 그 곳을 향했다. 그 곳엔 아이가 두 팔을 벌린 체 크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주위의 공기를 다 끌어 모으듯 그리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는다. 표정이 편안하게 풀어진 게 걱정하나 없는 얼굴이여서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얘는 걱정도 안되나- 자신이야 취미가 이런 여행이니, 이 늦은 시각에, 이리 모르는 곳에 떨어지는 게 종종 있는 일이라 아무렇지 않다지만, 이리 인적도 드물고, 차도 끊긴 시각, 이 어두운 곳에 남겨졌다면 조금은 무서울 만도 한데 오히려 표정은 편하니-

 

참 여러모로 의외라는 변수를 많이 가지고 있는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 물정 하나 모르게 그리 순하게 생겨선, 천진난만한 순수한 얼굴을 가져선 조금 의외인 목소리도 그렇고, 또박또박 말하는 폼새가 의외로 꽤 당돌한 면이 있는 것도 그렇고, 이리 겁도 없는 것도 그렇고. 넌 뭐 그렇게 의외인 게 많냐? 아니다. 그 얼굴 하나가 의외인 건가?

 

이내 아이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 어이없는 웃음하나가 번졌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신경 끄자. 자신의 테두리안의 것이 아니라면 신경조차 안 쓰는 그였는데 자꾸만 이 아이에게 흘러가는 생각이 평소 그 답지 않았다. 그 조차 놀랄 정도니. 일하느라 사람구경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무리 사람에 관심이 없는 나라지만... 결국 그렇게 자기 자신과 합의를 보는 그였다. 그냥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사람에 궁금함이 더해진거라고. 오랜만에 세상구경, 사람구경해서 그런 거라고.

 

콜택시를 부르곤 가만있으려니 어색해 죽을 것 같은 그였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버스정류장에 그와 아이만 덩그러니 앉아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콜택시라도 그리 빨리 올 것 같지도 않고, 그동안 둘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다. 이런 경우가 그에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어서. 모르는 사람과 둘만 있는 상황은 애초에 그가 만들지 않을뿐더러 설사 모르는 사람과 둘이 남겨졌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이니깐. 하지만 이 아이는 조금 달랐다. 애매모호. 아까 대화만 안했어도, 아니 아까 아이의 어깨의 기대 잠들지 않았어도 그에게 이 아이는 모르는 사람으로 이런 어색함은 느끼지 않아도 됐을 텐데- 지금 그에게 아이는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아닌 그냥 어중간한, 조금 어색한 사람이었다.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 죽으려하는 그와는 다르게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작게 발장난을 치며 그리 앉아있다. 의자의 양 끝에 앉아 있는 둘의 상반된 모습이 퍽 우습다 느껴졌다. - 싫다. 어색한 거 딱 질색인데-

 

 

 

“...부모님이 걱정 안하시니?”

 

 

결국 어색함을 깨고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이놈아 겨우 내뱉은 말이 저거냐? 최악이다. 그는 자신이 내뱉은 샌님 같은 발언에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고요한 공간에 그의 목소리가 울리듯 크게 아이의 귀를 파고들었다. 작게 발장난을 치던 움직임이 멈춰지고, 아이의 눈동자가 그와 마주했다.

 

 

 

안해요.”

“..안해..?”

걱정해 줄 부모.. 없거든요.”

“....미안..”

“..그 쪽는 미안하다는 말을 좋아하나봐요.”

..?”

 

 

 

미안함에 찌푸려졌던 미간이 더욱 더 찡그리며, 어찌해야할 지 몰라 마주한 아이의 시선을 살짝 피하니 예상치 못한 아이의 음성이 날라들었다그는 무슨 말이냐는 듯 피했던 시선을 다시 아이에게로 주었다.

 

 
미안하다 하지 않아도 돼요.”

“...........?”

그쪽이 저한테 미안해할 건 아무것도 없잖아요.

막말로 우리 부모 없게 한 것도 아니고-”

“...........”

있잖아요..”

 

 

조곤조곤. 아이의 목소리가 다시금 그를 불렀다. 허공을 지나 서로의 눈동자를 마주한 둘. ? 그가 눈으로 아이의 목소리에 답했다.

 

 

미안하다는 말이에요.

그렇게 너무 쉽게- 그렇게 간단하게 내뱉는 말이 아니래요.

그 말이 참 아픈 거라서 가시투성이인 말이라서.. 듣는 사람이 참 많이 아프대요.

그니깐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얘기하지 마세요.”

“...........”

 

 

 

뭐라 해야할 지. 눈 앞에 있는 아이가 꼭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아서, 한동안 눈조차 깜박거리지 못하는 그였다. 눈을 깜박거리는 그 짧은 찰나에 아이가 흔적도 없이 그렇게 아스라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그를 바라보던 아이의 눈이 이내 작아지며 웃음을 띤다. 아주 작고 희미한 웃음. 조금은 서글프다 느껴지는.

 

 

 

누가 그러더라구요. 저도 예전엔 그렇게 쉽게.. 습관처럼 그 말을 내뱉었거든요.

그러니깐 누가 막 화내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그러니깐 앞으론 그 말 그렇게 쉽게 하지 마세요.

어디가서 저처럼 혼날까봐 말씀드리는 거예요.

미안하다는 말 좋아하면 안돼요. 아셨죠?”

“............”

? 아셨죠?”

“........”

 

 

 

그의 대답에 만족하는 베시시- 웃는 아이. 웃기는 놈.

 

 

 

? 택시 왔다!”

 

 

 

그러보니 그의 주머니에 지이잉-지이잉- 아마 택시기사가 전화한 듯 그렇게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먹먹함에 숨조차 못 쉴 그 먹먹함에 그는 아이의 외침도, 몸을 떠는 휴대폰의 알림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가 그를 흔들자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지 다가온 아이의 눈동자와 초점을 맞추는 그였다. 뭐지? 이 먹먹함은.. 이 여운은.. 네 그 표정은.. 그는 넋 나간 듯 그렇게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내 뭐하냐는 아이의 눈빛이 닿아온다. 너 아까 꼭 울 것 같았는데. 아이에게서 본 서글픔은 어느새 공기중에 흩어져 흔적조차 없었다. 그저 뚱한 얼굴만이 그를 향해 있을 뿐.

 

 

택시 떠나요.”

“........”

“..?”

이름이..뭐냐..?”

 

 

 

아직도 조금 멍한 그의 음성에 아이의 눈이 이내 곱게 접히며 웃는다. 그 말간 웃음에 그의 정신이 아찔하게 깨어남을 느낀다. 아까 그 표정 네 얼굴과 많이 의외였어. 하지만

 

 

박지민.”

“..박지민.....”

~ 택시 가겠네- 조심히 가요.”

-! 같이 가자. 어디 살아? 가는데까지 같이..”

아니요. 저 이 동네 살아요.”

..? 근데 왜..”

택시이이!”

 

 

 

아이의 서두름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택시를 향했다. 아이는 그가 빨리 가도록 등을 떠밀어줄 뿐 더 이상 걸음 하지 않고, 그냥 그 모습을 정류장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길래 누군가를 기다리던가, 나와 같이 택시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알 수 없는 아이의 행동이 택시로 향하는 그의 걸음을 느리게 했다. 택시에 다다른 그가 택시 문을 열고 막 몸을 넣으려할 때 아이의 목소리가 그를 잡았다. 저기요!! 몇 걸음 떨어진 정류장에서 아이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같이 있어 드린 거요. 아까 어깨 빌려준 답례였어요. 궁금해하실까봐- 고마워요.!!!”

“.......!!”

잘가요.”

 

 

 

방긋 웃으며 작은 손을 흔드는 아이의 모습에 그의 얼굴에도 하얀 웃음이 걸렸다. 택시에 탄 그가 기사를 향해 목적지를 말하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인사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출발하는 택시. 그리고 그에 천천히 뒤돌아서는 아이.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가 황급히 창문을 열었다.

 

 

 

꼬맹이!!! 아니.. 박지민!!”

“....???”

내 이름! 그쪽이 아니라 민윤기다! 기억해!”

 

 

 

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그렇게 고요한 공간에 가득 퍼진다. 택시가 떠나고 정류장에 홀로 남은 아이, 지민의 얼굴에 알 수없는 웃음이 서렸다. 고요한 이곳에 윤기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흐르고 흘러 계속 그리 남아있는 듯했다. 여운이 남고 또 남았다. 지민이 이제 사라져 보이지 않는 택시의 흔적을 쫓다 천천히 뒤돌아섰다. 웃음기 가득했던 지민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굳어져있었다.

 

그리고 터덜터덜 뒤돌아 익숙한 길을 홀로 걷는 지민의 작은 입에서 기다렸다는 듯 큰 한숨이 새어나왔다. 오늘 참 박지민, 너 답지 않았어. 자신답지 않았던 오늘을 혼내듯 이내 콩-하고 머리를 아프게 쥐어박는 지민의 손이 제 자리를 찾아가다 아프긴한지 다시 머리로 향한다. 부비적부비적 머리가 헝클어지는데도 상관치 않고 금방 때린 곳을 비비는 지민이었다.

 

 

아프다-”

 

 

오늘 솔직히 자신은 이상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은 모르는 사람과 그리 대화할 만큼 살가운 사람이 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을 귀찮아했고, 멀리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세상이 깨지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이 생판 모르는 남에게 그리 말을 건네고 이상한 말까지 중얼댔으니- 왜 그랬을까? 박지민. ?

 

종점이 집인 덕분에 지민은 언제나 버스에 올라타면 그대로 잠에 빠지곤 했다. 중간에 내리지 않기 때문에 그 점에서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사람 많고 낯선 공간에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지민인데도 버스에 올라타면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더구나 어제 아르바이트에서 짤리는 바람에 오랜만에 야간자율학습까지 남아 자리 지키고 공부했더니 알바할때와는 또 다른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서 그렇게 세상모르게 자다가 콩- 하고 자신의 머리를 한번 박고, 그대로 자신의 머리에 기대오는 누군가의 체온에 천천히 눈을 떴다. 깜박-깜박-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만 굴리니 자신이 누군가의 어깨에 편히 기대고 있었고, 그 누군가는 자신의 머리에 기대 불편하게 기대자고 있었다. 불편한 자세라 버스에서 자다가 꼭 한 두 번은 깨기 마련인데 오늘은 한 번도 안 깼나 했더니 이 사람 때문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은 충분히 잔 것 같고, 지민은 자고 있는 그 사람이 깨지않게 조심히 자신의 머리를 빼내곤 자신의 어깨에 편하게 기대 잘 수 있도록 그의 머리를 어깨에 놓았다. 한두 번 뒤척이며 자세를 잡던 그가 이내 편한 자세로 잠에 빠져듬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몸이 스르륵 하고 풀렸다. 그렇게 종점인 자신의 집까지 그에게 어깨를 대주었다. 힐끔힐끔- 신경 쓰여 자는 그의 얼굴을 훔쳐보다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움찔 놀라곤 하면서-

 

 

 

집에는 잘 갔을려나.?”

 

 

 

자신을 향해 하얗게 웃던 그 얼굴이 떠오른다. 그에 지민은 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곤 다시 아프게 콩- 하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오늘 너 정말 이상하다. 왜 자꾸 생각해! 그만 생각해! 지민의 얼굴이 울상이 되어 그리 자신에게 말한다. 이유를 모르겠다. 왜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이 흘러가는지- ! 그래 어깨 빌려줘서야. 오랜만에 받는 호의였으니까. 결국 지민은 그렇게 자신과 합의를 봤다. 그냥 사람의 온기를 오랜만에 받아서, 그 사람이 민윤기란 사람일 뿐이고 별 의미는 없다고. 그 어느 누군가처럼 그렇게.

 

하지만.......... 오랜만이었지.? 그 애가 생각난 건. 방금 전까지 그려졌던 그의 얼굴위에 또 다른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진다. 그에 자꾸만 지민의 걸음이 갈수록 더뎌지고, 더뎌지고 있었다. 지민의 동글동글한 눈동자가 무언가를 그리듯, 추억하듯 그리 촉촉이 젖어들고 있었다.

 

 

 

[제발 그만해.. 그 미안하다는 말.. 지긋지긋하다고!

네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 미안하다는 말에

난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절망하고 또 절망한단 말이야...제발.. 박지민...]

 

 

아프다-”

 

 

 

어느새 그 작은 손은 머리가 아닌 심장부근을 부비적부비적 거리며 비비고 있었다.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에 웅- - 울리며 떠나질 않는다. 다 그 사람 때문에 생각나버렸어. 자꾸만 생각이 이상하게 새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지도 못한 과거의 인물까지 이끌어내버렸다. 저 깊이 묻어뒀던 과거까지. 아이씨- 울상이 된 지민의 얼굴이 아팠다. 눈가가 시큼 거려옴에 재빨리 눈가를 비비는 그 작은 손이 아팠다. 아까부터 부비적거리며 만지고 있는 그 심장부근이 아팠다. 다 그 사람 때문이야.

 

“...진짜 아파죽겠다..”

 

 

 

까만밤 하늘과 가까운 곳을 향해 걸어가는 지민의 발걸음이 유난히 무거웠다.

 

 

 

-

 

 

 

Trrr Trrr

 

 

얇은 허리춤에 아슬하게 타올한 장 걸치고 욕실을 나오는 윤기의 귀에 전화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눈이 벽에 걸린 시계를 향한다. 2시가 넘어가는 시각. 예의는 어디다가 팔아먹고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윤기의 얼굴이 작게 찌푸려졌다. 목에 걸친 수건을 들어 머리를 탈탈- 털며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기를 향한다. 이 시간에 핸드폰도 아니고 집으로 전화라- 윤기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수화기를 향하다 그냥 큼지막한 버튼으로 향한다. - 버튼을 누르니 이내 집안 가득 익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너 일줄 알았다.

 

 

 

-민윤기! 작업 다 끝났지?

-”

 

 

윤기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대답하며 쇼파에 기대앉았다. 탈탈- 머리를 털며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금 크게 답했다. 수화기가 아니니 잘 안 들릴 수도 있으니-

 

 

 

-여행 갔다 왔어?

-”

-, 어쩐지 통화음은 가는데 안받나했더니..

야야야야야~ 나 부탁하나만 들어 주라.

-”

-! 그전에! 너 말이야. 말 좀 길게 할 수 없어? 아 답답해!!!

뭐가. 네 말에 꼬박꼬박 대답하고 있구만.”

-아니. 좀 반가운 척도 하면서 그렇게 말할 순 없냐구.

. . . 이게 겨우 10년 친구에게 할 수 있는 전화 태도냐?

더구나 너 작업하느라 거의 2주 만에 목소리 듣는 건데!!!

 

 

 

띡띡 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자연스레 수화기를 붙잡고 길길이 날뛰고 있을 그의 모습도 떠올라 윤기의 입에서 푸웁- 하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물론 웃음이 터진 순간 재빨리 입을 가려 그가 듣진 못했겠지만- 아마 들었다면 지금 저 전화기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정호석 너 서운하고 섭섭하다 이거냐? 아직도 애라니깐. 그나저나 벌써 그렇게 됐나? 이 녀석 얼굴은 커녕 목소리도 구경 못한지.

 

그의 눈이 전화기 옆에 놓인 작은 달력을 향한다. 눈으로 대충 숫자를 세니 정말이다. 요번엔 꽤 오래 걸렸네- 작업이 들어와 일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핸드폰은 커녕 집전화까지 모두 끊어버리는 윤기였다. 그 덕에 몇 안되는 주변 사람들의 애만 타들어갔다. 연락하고 싶어도 그 길이 없으니 말이다. 또 집에 찾아오는 건 끔찍이도 싫어하는 윤기라서,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집도 찾아가지 못할뿐더러, 그 집조차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무니 어중간히 아는 사람이라면 그와 연락이 닿는 걸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할 정도였다. 친하다해도 별 도리 없는건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그냥 급한 사람이 그에게 매일 전화해 음성메모 남기고, 그러다 그에게 연락 오거나 혹은 그가 연락을 받으면 그제서야 아- 작업이 끝났구나.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래- 호석아 미안.. 아니 고맙.. 아니 아이씨! 뭐 어쩌라고!!!”

 

 

 

무심결에 미안하다 내뱉다 갑자기 아까 봤던 지민이 했던 말이 떠올라 당황한 윤기였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은 끝까지 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고마운 건 없기에 그냥 튀어나온 고맙다는 말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뭐라 할 지 몰라 답답함에 버럭- 소리질러버린 윤기였다. 그냥 내 맘대로 하면 되는데, 그건 또 그 말을 하던 지민의 목소리가 들리고, 지민의 표정이 그려져 맘대로 못하겠다. 그 놈은 쓸데없는 소리해서 말 하나도 내 맘대로 못하게. 갑자기 꽥-하고 소리 지른 윤기로 인해 놀란 상대방의 목소리가 윤기를 찾는다. 윤기야- 왜그래? 무슨 일이야? 답답함에 짜증나 윤기는 채 마르지 않은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아니야. 신경 쓰지마. 그래 부탁이 뭔데?”

-..! 그게 우리 가게 피아노가 사정이 생겨서, 사람 구할 때까지만 네가 좀..

안돼. 안해

-? 야 그렇게 딱 잘라서 거절하냐?

야 나도 명색의..”

-작곡가라 이거냐? 이 새끼 이름 좀 날린다고 친구고 뭐고 없는 거냐?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내가 너 그렇게 키웠냐? 10년 우정이 이것밖에 안돼?

너 떴다고 그렇게 옆에 있는 사람 모른 척 하는 거 아니다.

내가 그리고 너한테 그냥 친구야? ?? 그냥 친구냐고!!”

! 시끄러워! 싫다고!”

-- 이 말하는 싸가지 좀 봐! 민윤기 이 개새끼야! 아니 개도 의리는 있을 거다!

이 동물보다 못한 새끼야! 내가 계속 해달래? 사람 구할때까지만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너 아무도 모르거든? 막말로 네가 연예인이야 뭐야.

네 이름만 유명하지 네 얼굴이 유명하냐? ? ????? ”

! 진짜 시끄러우니깐 그만 쫑알대!”

-! 몰라 내일 8시까지 가게로 와. 안 오면 진짜 너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너 내 성격알지? 8시까지다!

! ! 정호석!!! 아 진짜!!!”

 

 

 

- - - 저쪽편의 전화가 끊겼다는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집안을 울린다. 하여튼 정호석 지 멋대로라니깐. 윤기는 어그적 일어나 전화기로 다가가 아까 눌렀던 버튼을 다시금 눌렀다. 그러니 시끄러워 정신없던 집이 언제 그랬냐는 냥 착- 가라앉는다. 휴우-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골이 다 울린다.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 - 누르며 아까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 챙겨놓은 옷을 느릿느릿 걸쳐 입었다. 흰색 브이넥 니트와 베이지 반바지가 그의 하얀 피부와 멋들어지게 잘 어울렸다. 더위가 다 지나긴 했는지 그거 조금 벗고 있었다고 온 몸의 체온이 한층 낮아졌다. 으스스- 한기마저 드는 게 윤기는 팔을 비비며 침실로 향했다.

 

 

호석과는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었다. 둘 다 평범한 집 가정이 아니라, 소위 있다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이리저리 행사에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 얼굴정도는 익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엔 관심을 잘 두지 않는 그인지라 호석과 친해진 건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운명인지 인연인지 1학년 같은 반이 되어서였다. 안 걸로 따지면 윤기의 나이와 엇비슷한 세월이지만, 친구라고 이름붙이고 정호석이란 사람이 윤기의 세상 안의 사람이 된 건 올해가 딱 10년째였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시끄럽고 사람 좋아하는 호석과 조용하고 타인에겐 무신경한 윤기는 완전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호석과 윤기가 이리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된 건 호석만이 윤기의 꿈을 응원했고, 물신양면으로 도와줬기 때문이었다. 호석이 가끔 농담 삼아 자신이 어떻게 윤기를 키웠는데 라 늘어놓는 말들도 다 그 때문이었다. 꿈과 집안의 기대라는 무거운 짐 앞에 누구보다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던 17살의 민윤기를 정호석은 누구보다 이해해줬고, 같이 싸워줬다. 집안에서 아무것도 없이 쫓겨났을 때 자신을 받아준 건 호석 단 한 사람뿐이었다.

 

결국 윤기의 피나는 노력과 집안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싸운 결과,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뤄 이젠 그 쪽에선 인정받는 유명한 작곡가가 되었고, 장남인 윤기완 다르게 집안의 막내라 늘 제멋대로였던 호석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군대를 다녀왔고 제대 후 빈둥빈둥 놀던 그에게 뭐라도 하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바를 운영하기 시작한지 2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고급스럽고 심플한 인테리어의 가게와 입만 열지 않는다면 서있는 그 자체로 너무나 가게와 잘 어울리는 주인 호석 덕에 호석이 운영하는 바는 부유층 자제들 사이에서 금방 입소문이 퍼져 꽤 인기가 있었다. 물론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은 종종 재즈, 힙합 등 이색공연이 이뤄진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게 가득 울려 퍼지는 피아노연주 때문이었다. (거기다 보너스로 가끔 호석이 기분 내킬때마다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이거 한번 보려고 매일 찾는 손님도 있을 정도였다.)

 

고급스런 그 공간에 울려 퍼지는 멋들어지고, 은은한 피아노 선율. 호석의 가게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피아노연주와 가게 분위기 때문에 계속 발걸음 한다는 건 한번 그 가게를 찾는다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피아노연주가 호석의 가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돈이야 남아도는 호석이었고, 그 높으신 안목으로 늘 내놓라하는 피아니스트를 올려다 세웠는데 지금 그 자리가 비게 되었다. 그렇다고 까다로운 정호석이 급하다고 아무나 올리지도 않고, 결국 호석은 자신이 처음으로 인정한 음악가 윤기에게 부탁을 해온것이다.

 

 

정호석 하여튼 못말려.”

 

 

 

귀찮다는 윤기의 음성과 다르게 침대에 누운 윤기의 얼굴은 호석이 떠오른 듯 피식피식 거리며 웃고 있었다. 솔직히 호석의 가게에서 일하는 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는 편이었다. 호석과 함께 있으면 평생 웃을 걸 한꺼번에 몰아서 웃을 정도로 유쾌하니깐 말이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니. 아까 그리 뚱하게 말하고, 싫다 소리친건 그냥 펄쩍펄쩍 뛰고 열내는 호석의 반응이 재미있어 그리 한 것뿐 정말로 그의 부탁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호석 또한 윤기가 일부러 그리 반응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싫다 말해도 자신의 부탁을 단 한 번도 거절 하지 않았던 윤기였으니 말이다. 괜히 10년 친구가 아니었다.

 

 

하아-”

 

 

침대에 누워 호석을 생각하던 윤기는 이내 하루를 곱씹는다. 참 긴 하루였다. 저녁까지 곡 작업을 했고, 끝나자마자 여행을 떠났고, 그리고 그 여행에서 이상한 꼬맹이 한명을 만났고... 하루를 되짚던 윤기의 생각이 누군가가 떠오르자 거기서 뚝- 하고 끊긴다. 자신의 의도완 다르게 지민의 얼굴이 어느새 천장 가득 그려져있다. ...... 윤기의 입모양이 뻐금거리며 그 이름을 한 자 한 자 내뱉는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며 기억하라 했지만 다시 만날 일은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상스레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소리 없이 다시금 박지민 하고 입 모양으로 그려본다. 묘한 아이. 인연이 닿는다면,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한 번 보고싶다. 스르륵- 지민을 그리며 생각하며 윤기는 그렇게 눈을 살포시 감았다. 하루의 마침표가 박지민란 처음 봤던 아이라는 것이 믿기 않았지만, 그것에 따질 만큼 그에겐 힘이 남아있지않았다. 노곤한 윤기는 그렇게 잠에 빠져버렸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1편이라지만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02편부터 이뤄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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