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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뷔] 김태형 표류기 04

Written by_라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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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토옥- 톡.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어디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뜬 태형이 주윌 둘러보았다. ……병원? 왜 저가 여기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쓰러졌었나. 도대체 누가 병원까지 옮겨 준거지. 태형이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아, 석진이 형. 석진이 형이 저를 발견하고 병원까지 옮겨 준 듯 싶었다. 매번 신세만 지는 듯한 자신에 태형이 머리를 긁적였다. 석진이 형은 어딨지. 주윌 둘러보던 태형이 저만치서 걸어오는 석진을 발견하곤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곧 다가올 엄청난 잔소리들이 무서웠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석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나 속상해요, 를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왜 일어났어. 몸도 안 좋으면서."

"이제 괜찮아. 나가자. 나 링겔까지 맞을 정도 아니야.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제일 잘 아는 애가 네 몸을 이렇게 망가질 정도로 방치해 둬? 잔말말고 누워있어 죽 사왔어."

"나 진짜 괜찮다니까? 나가자. 나가야 해."

"너 진짜 이럴래?"

"나 괜찮다고 했잖아! 나갈래, 나가고 싶다고!"

"……김태형!"

……아, 형 화났다. 태형이 멍한 눈으로 석진을 바라보았다.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거칠게 머릴 헤집는 석진에 태형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말하려던 거나 계속 말해. 괜히 폼 잡지 말고. 형 어깨 넓어서 화내면 깡패같단 말야. 석진이 어이가 없단 듯 실소를 터뜨렸다.

"그래, 내가 제대로 말해줘?"

"……."

"너 지금 전정국 때문에 이러잖아, 전정국 때문에 병 난거잖아! 쉽게 풀어서 말해줄까? 니가 지금 이런 병신 짓 한다고 해서 전정국이 너 한번이라도 뒤돌아 봐 줄 것 같아? 착각하지마. 이 병신아. 피하지만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그만해, 그만 하란말야!"

"……김태,"

"나도 알아, 나도 안다고. 자려고 누우면 계속 전정국이 생각나고, 틈만나면 상처받은 듯한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려 손을 뻗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형이 그런 마음을 알기나 해? 알기나 하냐고!"

태형의 눈물샘이 터졌다. 눈물을 훔쳐내는 태형의 손목이 너무나도 말라서, 석진이 차마 보지 못 하겠다는 듯 고갤 돌렸다.

"죽만 먹고 가. 그럼 보내줄게. 이 이상은 더이상 나도 양보 못해."

태형의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복죽이 놓여졌다.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집어 든 태형이 죽 한 숟갈을 떠 먹었다. 그렇게 태형은, 석진의 눈 앞에서 애써 괜찮은 척 보란 듯이 죽을 오기로라도 다 비웠다.

벌써 9시였다. 정국이 말한 시간까지 채 한시간도 남지 않음에 태형이 비틀거리면서도 빠르게 달렸다. 택시를 탈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무작정 달려 간신히 약속 시간까지 채 몇 분 안 남긴 채로 도착하였다. 세상이 핑글핑글 도는 것 같았다. 거친 숨을 밭은 태형이 숨을 골랐다. 클럽 안에서 정국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따라 와. 제 눈도 마주치지 않는 정국 탓에 정국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초조함과 불안감에 태형이 손톱을 물어 뜯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어느 한 룸에서 멈춘 정국이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오라는 건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 태형이 안 쪽의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야, 드디어 주인공 등장인건가?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여기저기서 목소리들이 웅웅댔다. 세상이 핑글핑글 도는 듯 했다. 정국아 나 여기 싫어. 나가자. 응? 정국이 태형의 애처로운 눈을 마주했다. 몇 초간 마주했던 정국의 눈이 지금껏 제가 봐왔던 눈이 아닌 듯 해, 겁이 덜컥 났다. 정국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이대로 있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몰랐다. 태형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비척 비척 거리며 룸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안쓰러운 노력이 물거품이라도 되듯, 태형은 정국의 억센 손아귀 힘에 의해 되돌려 세워 졌다. 그대로 태형을 제 품안에 가둬 저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관중들을 향해 몸을 돌린 정국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꼭 올거라고."

개 중에 몇명이 태형이 오는 여부에 대하여 저들끼리 내기를 했던지 아쉬운 듯 쩝쩝거리며 돈이 오고 가는 장면에 태형의 동공이 흔들렸다.

"에이씨, 전정국 애인이라고 해서 좀 비싼 년일 줄 알았지! 이렇게 냉큼 올지 누가 알았겠냐고!"

돈을 많이 잃은 게 열이 받는 듯 정국과 친해보이는 남자가 자리서 다리를 꼬며 말했다. 눈빛은 여전히 태형을 바라본 채로.

"섹스는 얼마나 잘 할까 기대되네. 명색이 전정국 애인인데 허리 정도는 유연해야 하지 않겠어?"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태형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저들은 지금 저를 우롱거리로 삼고 있었다. 저를 억세게 안고 있는 정국만 아니면 금방이라도 저 더러운 입으로 제 이름을 들먹이는 저 놈에게 주먹 정도는 날아 갔을텐데, 태형이 정국에게 놔 달라는 듯 어깨를 툭툭 쳤다. 정국이 태형을 바라봤다. 정국은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태형이 애처로운 눈길을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데려온 거잖아. 나만 하기 아까워서."

정국이 말을 하는 내내 태형과 눈을 마주쳤다. 태형은 정국의 말을 아직 이해하지 못 한듯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 내가, 뭘한다고? 태형은 당장 묻고만 싶었다. 정국이 지금 한 말에 대해. 정국이 태형을 안고 있던 팔을 풀어 자신을 보고 있던 친구들에게 태형을 밀었다. 힘 없이 밀려나간 태형이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정국 아닌 다른 사람 품에 갇혔다. 아니야, 날 안지마. 난 전정국 아니면 싫어……. 결국 태형이 울음을 터트렸다. 김태형. 제 이름을 부르는 정국의 목소리가 차갑다 못해 시려워서 제 살갗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래? 제가 바라보고 있는 정국이 정국이 아닌 것만 같았다. 당연히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잠시 제 몸이 아파서 헛 것을 들은 것 뿐이라고 태형은 굳게 믿었다. 이 것은 꿈이고, 나는 아직 전정국을 만나지 않았다, 라는. 그러나 그런 태형이 무색하듯 정국이 태형을 향해 몇 걸음 다가왔다. 태형을 안고 있던 이름 모를 손이 떨어져 나가고 정국이 태형의 웃옷을 거칠게 벗겼다. 그대로 태형의 유두를 손으로 거칠게 문지르기 시작한 정국에 태형이 정국의 어깨를 미친듯이 쳤다. 그만해. 사람들이 다 보고 있잖아. 여기서는 안돼. 제발 이러지마. 정국의 혀가 태형의 유두에 닿았다. 흐윽! 뜨겁고 물컹한 혀가 제 유두를 쪼옥 빨아들이다가도, 어쩔땐 혀를 굴려 제 봉우리를 살살 자극했다. 뭉근하게 제 유두를 혀로 쓸어 올리는 정국에 신음이 나올 것만 같아 태형이 제 팔을 깨물며 신음을 참아 내었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개중엔 꼴린다며 벌서 자기위로를 하고 있는 놈들도 있었다. 태형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정국의 입술이 외설적인 소리를 내며 태형의 유두에서 떨어져 나갔다. 나 이만 간다. 알아서 하고 싶은 만큼 하고 가. 이 녀석, 더러운 공동 변소 거든. 정국의 구두굽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멀어져 갔다. 태형이 황급히 그 뒷모습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결국 태형은 그를 붙잡지 못했다. 태형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허망하게 멀어져 가는 뒷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무지막지하게 덩치가 큰 거미 여럿이 제 팔을 타고 올랐다. 닿기만 해도 섬찟한 감촉에 태형이 몸을 떨었다. 비유해보자면 그랬다. 저는 지금 촘촘히 짜여진 거미줄에 걸린 한낱 날 벌레일 뿐 이었다. 거미가 입을 쩍 벌렸다. 거미에게서 나오는 진액의 향취가 지독했다. 저를 집어 삼키겠다는 듯 제 몸 이곳 저곳을 훑었다. 벗어나려고 노력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제 몸을 짓눌러 오는 거미에 태형이 눈을 질끈 감았다. 살려주세요, 누가 저 좀 도와주세요! 목청이 터져라 외쳐봐도 소용이 없었다. 다들 한 통속임에 틀림 없었다. 분명 룸 앞에 대기하고 있을 웨이터도, 제 몸을 그 더러운 혀로 훑고 있는 이 남자도, 또 저만치서 바라만 보고 있는 군중들도. 눈물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정국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게 이런 짓을 벌인 걸까. 죽도록 미웠던걸까 그것도 아니면, 아예 죽이고 싶어서 그랬던 걸까. 너는 내가 이 짓을 당하고 자살이라도 하길 바랐던 걸까. 태형이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자조적인 웃음을 짓다가 또 울부짖었다. 거미의 행동이 잠시 당황한 듯 멈췄다. 기회를 틈타 태형이 제 위에 올라타 있는 형체에게서 벗어 났다. 서둘러 옷가지들을 챙겼다. 이에 얼떨결에 저를 놓쳐버린 거미가 성이 난 듯 입을 쩍쩍 벌려대었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치지 않으면 먹힌다. 오로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정신 없이 허둥지둥 텅 빈 눈으로 옷을 꿰어입었다. 저만치서 시선이 느껴졌다. 저 눈, 아까부터 거슬리던 시선이었다. 저가 이 방에 들어오던 순간 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꽤나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그러나 그는 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가 이 중의 우두머리인 듯 싶었다. 몇 초 간 시선이 맞닿았다. 날카로운 듯 어딘가 나른한 그 시선에 몸이 녹아버릴 듯 했다. 거미가 쉭쉭 거리며 제게 다가왔다. 동시에 앉아만 있던 그 또한 제게 다가왔다. 양 팔이 하나씩 붙들렸다. 놔. 우두머리가 명령했다. 거미는 다시 쉭쉭대며 불만을 표현했다. 신기하게도 어쩔 수 없이 제게서 떨어져 나가는 거미가 저에게서 떨어져 나갈 수록 사람의 형태로 되돌아 왔다. 태형이 여전히 제 손목을 붙들고 있는 우두머리를 쳐다 보았다. 감사합니다. 나오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갈라져 있었다. 따라 나와. 우두머리가 제게 한 첫 마디였다. 태형이 급격히 사그라든 분위기 속에서 고개를 주억였다.

바깥 공기가 시원했다. 퀘퀘하고 어두운 냄새를 풍기던 룸 안 쪽 깊숙한 공간과는 달리, 밤 공기가 시원하고 상쾌했다. 그 퀘퀘한 공기와 역겨운 냄새를 씻어 내겠다는 듯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태형을 물끄러미 옆에서 바라만보던 우두머리가 태형과 고개를 마주했다. 민윤기.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내 이름. 태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지만 말이 짧은 것을 느낄 겨를도 없이 태형은 정신이 없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병원에서 약 줄때 그냥 받아 올 걸. 굳이 거부했던 저가 원망스러워졌다. 어디 아픈가봐. 태형이 커진 눈으로 무표정히 말하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딱 보면 알아."

아아. 태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보는 한강 야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몸 안 좋으면 빨리 집으로 가. 앞만 보고 있던 윤기를 태형이 돌아 보았다. 괜찮아요. 이상했다. 정말로 이상했다. 그냥 가버리면 될 것을, 이상하게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던가. 윤기가 그대로 잔디 위에 누웠다. 공기, 상쾌하네. 그러네요. 짧게 대답한 태형이 윤기를 따라 옆에 털썩 누웠다. 검은 비단 위에 진주를 뿌리기라도 한 듯 별들이 각각의 빛을 내뿜었다. 반짝거리는 하늘을 바라보던 태형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별들에 태형이 아쉬운 듯 손을 내렸다. 그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윤기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신기하네. 뭐가요? 태형이 반문했다. 윤기가 한참 대답을 하지 않자 머쓱해진 태형이 다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넌, 내가 안 무서워? 윤기의 눈이 올곧이 태형을 향했다. 시선과 시선이 맞닿았다.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 태형이 입을 열었다.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윤기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바람이 차다. 들어가. 윤기가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제 옷가지들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낸 윤기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만요! 태형이 멀어져가는 윤기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은 윤기가-사실 태형은 윤기가 계속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줄만 알았다.-태형을 바라보았다. 저, 그게, 그러니까. 한참을 우물쭈물 대던 태형이 결심한 듯 외쳤다. 번호 좀 주세요! 저가 지금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는 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이 사람에 대해 궁금해졌을 뿐 이었다. 나중에. 윤기가 살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태형은 멀어져가는 윤기를 붙잡지 못했다. 윤기의 뒷모습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중에라. 집으로 돌아온 태형이 곰곰히 생각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우리가 만날 일은 없을텐데 그는 저에게 나중에란 말만 남기고 떠났다. 번호를 주기 싫었던 걸까. 태형이 머리가 복잡하다는 듯 침대 위로 쓰러졌다.

-

기분이 계속 찝찝했다. 온 몸이 간지러웠다. 게다가 조금 전에 받은 전화로 인해 정신 없던 머릿속이 더욱 어지러워졌다. 왜 이러지. 박박 긁어봐도 해소되지 않는 기분에 정국이 거칠게 머리를 헝클였다. 태형이 자꾸만 떠올랐다. 저를 보내달라며 애원하던 태형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에이씨, 왜 자꾸 생각나는 거야. 결국 정국이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조급하게 클럽으로 들어선 정국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룸 문을 열었다. 김태형! 그러나 안에 태형은 없었다. 김태형 어디갔어. 정국이 룸에 놓여진 소파에 놓여있는 형체에게 살벌하게 물어보았다. 그제야 부시시한 머리를 털고 일어난 윤기가 정국의 싸늘한 시선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노려보았다. 한참을 노려보던 윤기가 흔들리는 정국의 표정을 보곤 픽 웃었다. 역시나네. 돌아 올 줄 알았어. 윤기가 특유의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태형 어디있냐고! 정국이 문을 부술듯이 닫고 윤기의 멱살을 잡아 챘다. 안 놓냐. 윤기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놓지 않으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윤기의 목소리에 정국이 낮게 조소를 흘렸다.

"네가 김태형 데리고 나갔냐?"

"그렇다면."

니가 뭐 어쩔건데? 윤기가 낮은 조소를 흘렸다. 이 씨발 새끼가! 정국의 주먹이 윤기의 볼에 꽂혔다. 퉤. 윤기가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옷깃으로 입가를 닦은 윤기의 주먹이 그대로 정국의 안면을 강타했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짐승 새끼지. 윤기가 제 볼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국을 한심스레 쳐다 보았다.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던 윤기가 정국의 행동에 의해 저지 당했다. 눈썹을 꿈틀인 윤기가 뭐냐는 듯 정국을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김태형 맘에 담은 거면."

정말 그때는 친구고 뭐고 없어, 이 씹새끼야. 씹듯이 말을 뱉은 정국이 살벌하게 윤기를 쳐다보았다. 수고. 멀어져 가면서 손을 흔드는 윤기의 뒷모습에 정국이 화를 못 견디겠다는 듯 옆에 있던 양주병을 바닥으로 던졌다.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튄 유리 파편에 정국의 볼이 긁혔다. 볼을 타고 주르륵 흐르는 감촉이 눈물인지 피인지는 정국 자신도 모르는 바 였다.

-

"안녕."

태형이 제 눈을 비볐다. 제 앞엔 며칠 전에 만났던 우두머리, 아니 민윤기란 사람이 떡하니 제 앞에 서 있는 것이 맞는 듯 했다.

"저 이 학교 다니는지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비밀이야."

치……. 태형이 윤기를 치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요? 토라진 듯한 태형에 윤기가 태형의 손목을 잡았다. 윤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던 태형이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지금까지 기다리셨어요?! 아무 말이 없는 윤기에 태형이 경악했다. 헉, 진짜 죄송해요! 강의가 이 시간에 끝나는 것은 전혀 죄송할 부분이 아니었지만 태형은 그래도 미안했다. 그래도 나름 생명의 은인인데 기다리게 하다니……. 태형이 윤기의 눈치를 보며 손톱을 깨물었다.

"그거."

"네?"

"습관인가."

아…… 태형이 재빨리 손톱을 제 입에서 빼내었다. 되도록이면 고쳐. 무심하게 저를 신경 써 주는 윤기에 태형이 미소를 지었다. 노력 해 볼게요. 그래. 짧게 답변하는 윤기 였지만 태형은 기분이 좋았다. 딱히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해지는 기분에 태형이 작게 웃었다.

"제 이름은 아세요?"

지금껏 통성명을 하지 못했다. 저만 윤기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알아."

그럼 그렇지 역시 윤기는 제 이름을 모르고 있었……. 잠깐, 뭐라구요? 네 이름, 안다고. 윤기가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두 번 말하게 하지마, 귀찮으니까. 아 네……. 이 사람, 저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인 듯 싶다. 속으로 작게 감탄한 태형은 정말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말 안 해줄거죠?"

"잘 아네."

혹시나 역시나다. 태형은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쪽을 선택 했다. 그게 윤기에게도, 저에게도 편한 방법인 듯 했다.

"다 왔어."

저절로 다리가 멈춰섰다. 여긴……. 태형이 흔들리는 눈으로 윤기를 쳐다 보았다. 들어 가자. 떠밀리듯이 들어선 장소가 무척이나 낯익었다. 정국과 옛날에 자주 오던 식당이었다. 알고 데려오신 거에요? 윤기에게 묻는 태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뭐가. 무뚝뚝함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답변한 윤기에 태형이 아, 아니에요! 라며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 습관이란게 참 무서웠다. 제 몸은 알아서 항상 정국과 앉던 자리에 앉고 있었다. 자릴 바꾸긴 또 뭐해서, 묵묵히 자리에 앉아있던 태형이 벽면을 쳐다보았다.

'태형♥정국'

야, 뭐하는 짓이야 전정국! 태형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다. 뭐 어때? 태형에 비해 너무나도 태연한 정국이 초연하게 태형을 바라보았다. 이러다 누가 이 낙서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우리 사귀는 거 확 밝혀버리지 뭐. 정국이 헤실헤실 웃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더니, 웃는 정국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할 수 없어진 태형이 궁시렁 대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입가에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하여간 전정국 못말려. 둘이 마주보며 미소 지었다. 점심 시간을 조금 지난 탓에 가게에 손님이라곤 태형과 정국 밖에 없었다. 키스할까? 정국이 태형의 눈을 마주쳤다. 남몰래 나누는 키스는, 생각보다 짜릿하고 행복했다.

태형이 손으로 그 낙서를 매만졌다. 학생 신분이라 돈이 풍족하지 못했던 정국과 저는 항상 이 곳에 와 허기를 달래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도 생경한 그때에 태형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땐 정말 좋았는데. 입안이 썼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지금은 요리를 해주시던 아주머니도 바뀌었고 항상 저와 정국이 올때면 반갑게 맞아주시던 사장 아주머니도 안 계셨다. 가게 인테리어 또한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거라곤 식당의 이름 뿐 이었다. 낙서가 남아있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하나. 울컥한 태형이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떴다.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났다. 절대 슬퍼서 우는게 아니다. 그냥, 그냥. 너무 맛있어서, 그래서 우는 것 뿐 이었다.

건물을 나섰다. 음식이 나온 이후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을 쳐다보던 윤기가 입을 열었다. 미안. 태형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 뭐가요? 바보 같이 말을 더듬고 말았다. 너에게 그렇게 소중한 곳인 줄 몰랐어. 태형이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아요. 오랜만에 잊었던 기억도 생각나고 좋았어요. 윤기는 말이 없었다. 한참을 앞만 보고 걸었다. 집 어디야. 데려다 줄게. 한참만에 내뱉은 윤기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안 데려다 주셔도 되는데…….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 태형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늘 아파트 103동이요. 윤기가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태형이 고갤 숙여 인사했다. 윤기가 미미한 미소를 지으며 태형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보자. 윤기가 태형의 머리를 헝클였다.

"아, 맞다."

윤기가 태형의 얼굴에 제 얼굴을 바짝 붙였다. 010-0309-0613. 내 번호. 윤기가 살풋 미소를 지었다. 왜 제 얼굴이 터질듯이 빨개졌는지는 태형 자신도 몰랐다.

-

절정에 치달은 셋의 관계. 다음이 어찌 될진 너도 몰라 나도 몰라 작가도 몰라!(≥∀≤)/ 다음 이야기는 김태형 표류기 05에서 이어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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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00:58 l 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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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00:57 l 레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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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슙민] 일진 민윤기 + 깔따구 박지민 (부제: 군주의 꽃잎)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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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00:56 l 레빌
[VIXX/택엔/랍콩] 우리학교 쌤들 소개함. 스승의날 (특별편)5
01.03 00:33 l 실론
[VIXX/택엔/랍콩] 우리학교 쌤들 소개함21
01.03 00:12 l 실론
[세븐틴/권순영] 권순영의 자리 2 7
01.02 23:55 l 말석민
[세븐틴/권순영] 권순영의 자리 1 5
01.02 23:39 l 말석민
[VIXX/택엔/랍콩] 우리학교 쌤들 소개함1
01.02 23:13 l 실론
[싱크짤/백도] 의처증 때문에 싸우는 백도2
01.02 22:10 l 짤랑이
[EXO/징어] 한번 본건 절대 잊지 않는 너징썰01(부제:빛을 따라)66
01.02 17:32 l Nei
[방탄소년단/뷔민] 박지민을 만나서 생긴일 11 18
01.02 16:32 l 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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