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01
w. 예하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겨울방학이 왔고, 난 정체되어있었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기엔 용기가 부족했고 정해진 길을 따르자니 내키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았다. 아무리 악셀을 밟아도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서려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 정신없이 밀치고 뛰어나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이창섭은 가장 앞에서 뛰어가는 것 같다. 가장 앞에서 뛰는 자는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가장 앞에서 뛰기 때문에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다. 멀리서 지켜보는 나는 이창섭을 바른 쪽으로 밀어주고 싶다. 앞에서 끌어주진 못해도 뒤에서 밀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창섭의 뒤까지 따라가 이창섭을 밀어주기에는 나는 너무 뒤쳐져있고, 느리다.
겨울방학 자습은 길다. 추워서 그런걸까. 아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이라 그런걸까. 나는 추위를, 눈보라를 헤쳐나갈 자신이 없다. 조용히 사그라들어 동면하고 싶을 뿐이다. 푹 자고나면 봄이 올까.
학교가는 길에 발끝만 쳐다보던 시선을 올려 앞으로 보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이창섭이네. 이창섭이 나보다 빨리 등교를 한다고? 웬일이래 무슨 바람이 불었나?
"이창섭"
"..."
"이창섭!!"
"..."
왜 대답을 안해?라고 하며 뒤통수를 치니 부스스한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어? 이름이네?"
"너 뭐하냐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노래 듣는다고 몰랐어 이번 대회 곡이거든. 아 너무 피곤하다 하암-"
"나도 너무 피곤하다... 학교 가기 싫다... 학교 가지말까? 오늘만 우리 학교 가지말래?"
"이게 발랑까져가지고! 누가 니맘대로 학교 빼먹으래?"
"치.. 자기는 툭하면 학교 빠지는 주제에"
"아아 넌 안돼. 내가 너 반에 있는지 확인하러 갈테니까 학교에 가만히 있어."
"예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 이번엔 무슨 노래 불러?"
"비밀이야"
"뭐가 비밀이야~ 그거 말하면 안되는거야?"
"그럼! 대상을 휩쓸고 다니는 이창섭님이 무슨노래 하는지 퍼지면 다들 견제할꺼 아니야!"
"야 내가 니 얘길 뭐좋다고 퍼뜨려. 그냥 말해 찌질하게 굴지말고"
"아 싫어싫어 싫다아아 안들린다아아아"
"니가 이러니까 더 궁금하잖아 빨리 말해봐"
"몰라몰라몰라몰라 에베베베베"
이창섭은 가끔가다 이상한 구석이 있다. 대회 공연곡은 왜 안가르쳐 주는지 이해가 하나도 안된다. 하여간 쓸데없이 고집만 세서 으휴.
"이창섭 일로온나"
"예..예?"
"니 일로 와보라고 누가 학교에 사복잠바 입고오라데?"
"아씨...야 성이름 너 먼저가라"
"응.."
교문을 슬쩍 지나가려다 마침 이창섭의 불량한 복장이 학주의 눈에 띄었다. 이창섭에게는 늘 있는 일이라 별로 시덥지 않다. 익숙한 듯 학주에게 비굴해지며 엎드려 뻗쳐를 한다. 골때리는 놈.
쉬는시간에 노트를 베게삼아 잠을 청하려는데 누가 앞문을 쾅! 연다.
"성이름~ 잘있지? 학교 빼먹고 그런거 아니지?"
"저게 미쳤나진짜 야 내가 넌줄 알아?"
"잘 있네~ 어 자고있었어?? 더 자 푹 자 난 간다"
"아 진짜 쪽팔려"
반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이창섭은 학교 축제 이후로 부쩍 인기가 많아졌다. 별명도 생겼다 음색킹이라고. 이창섭 음색에 녹는다느니 이미 뻑갔다느니... 저놈 분명 인기체감 하고 싶어서 일부러 온걸꺼야. 내가 잘 있나 확인하는건 변명이었을껄.
아이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깬 잠을 억지로 청했다. 그리고 꿈을 꿨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이창섭을 가만히 지켜보는 나. 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 사이로 무대위의 이창섭과 사람들 틈 속의 나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것 같았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둘만 존재하는 느낌. 이창섭은 내 눈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틈에 나를 진짜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나도 행복했다. 공연장 안에는 기쁨만이 가득했다. 이창섭의 목소리가 공연장 안의 공기에 녹아있는 것 같았다. 피부로도 그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고 손바닥 위에서 이창섭의 목소리가 춤을추는 것 같았다. 이창섭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입모양으로 나에게 얘기한다 이름아 안녕. 그리고 그는 뒤로돌아 무대 뒤로 사라졌다. 박수가 터져나왔고 나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는 없어졌다. 나는 이제 그림자처럼 까만 그늘 속에서 이창섭이 떠난 자리를 가만히 지켜보고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공연장을 빠져나가는데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가만히.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ㅋ... 죄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했나봐요 다음편을 기약해야겠네요.....
더 길게 쓰고싶었는데 나가봐야해서ㅠㅠㅠㅠㅠㅠ
내용이 많이 심심하네요.. 좀더 두근거리게 쓰고싶은데 아직 능력이 거기까지는 안닿나봐여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