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02
w. 예하
길었던 1주일이 끝나고 행복한 주말을 기원하며 금요일을 마무리한다.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봄이 오네요 그대 향기를 닮은 포근한 햇살이란 이불을 덮어
기나긴 겨울이 지나 오늘의 꽃이 피는 날 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
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나요 벚꽃이 춤을 추는 어느 봄날에
모든게 될 것만 같아 거리엔 많은 사람들
봄이 가기전에 그대와
봄...봄....온갖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고 사랑이 피어나는 계절 봄.
나에게 봄은 이별의 계절이다. 키우던 강아지가 병으로 죽던 날도, 모든걸 다 내준 첫 남자친구에게 2주년에 차이던 날도 봄이었으니.
흩날리는 벚꽃처럼 하얗게 잊고싶지만 따뜻한 햇살은 나를 떠난 이들의 체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봄 하면 떠오르는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이창섭의 해맑은 웃음.
내가 봄의 잔인한 이별을 겪을 때 마다 내 곁엔 이창섭이 있었다.
「울지마... 응? 이름아... 나 봐바 고개들어봐」
「시끄러... 나 너무 힘들어 창섭아... 나 혼자있게 해줄래?」
이창섭은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다. 눈물이 더 터져나왔다. 주체 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 창섭이의 어깨를 적셨다.
잠시 후 눈물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울음을 그친 후.
「다 울었어?」
「...」
「너 혼자 뒀어도 이렇게 울었을꺼잖아. 분명 외롭고 쓸쓸할텐데 널 어떻게 혼자 둬.」
그러고는 내 머리에 벚꽃을 꽃으며 씩 웃는다.
이창섭의 미소에는 봄이 담겨있다. 이별의 봄 말고 분홍색 봄.
「너 완전 부었어 ㅋㅋ」
「알아. 쳐다보지마 자꾸.」
「싫은데? 뚫어져라 봐야겠네」
「야! 씨... 죽을래? 나 지금 너무 슬프거든?」
그 날 저녁, 이창섭에게 문자가 왔다
[찌질아 이제 그런일로 울지마 ㅋㅋ 눈물아까움;;]
올해 봄이되면 이창섭이랑 벚꽃놀이나 가야겠다.
이창섭은 언제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을까. 분명 어릴때부터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하긴 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아참 내일 이창섭한테 기타 배우기로 했는데. 몇 시까지 였더라...
전화벨소리에 눈을 떴다. 이창섭이다.
"야 너 일어났냐? 왜이렇게 안와"
지금 몇시지.....? 헐 11시다. 10시까지 이창섭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어떡하지.
"헐 나 어떡해 이창섭 많이기다렸어? 어 어떡하지 지금 바로 나갈게 미안해"
"빨리와!!! 나 추워죽겠어"
"응응 금방갈게!!"
머리도 대충 감고 말리지도 못했다. 옷도 대충 입고 사람 구실만 하고 나갔다.
그때 문자가 왔다.
[성이름 카페건물 3층으로 와 거기 연습실이야]
연습실? 오 제대로 하는건가?
회색 문을 열었다. 이창섭은 소파에 앉아 기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가수들 녹음실에 들어온 것 같았다. 신기한 장비들이 늘어져있었고 연습실 한켠에는 키보드가 있었다.
"오~ 제대론데?"
"크크 멋있지 여기 대실 겁나 비싸~ 내가 너 늦을 줄 모르고 미리 와있었으면 돈 완전 깨졌겠다"
"아 미안미안 나 빨리 기타나 가르쳐줘"
"여기 옆에 앉아봐"
나에게 기타를 쥐어준다.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설명한다.
"제일 기본적인 것 부터 가르쳐줄게. 이렇..게 잡으면.. 이게 C코드야."
"어어.. 이렇게?"
"어 그리고 G코드는..."
한참을 그렇게 기본적인 코드들을 배우다 슬슬 지쳐갈때 쯤이었다.
"이창섭 노래 한 곡 뽑아봐"
"노래? 음... 나 아무한테나 노래 안하는데~?"
"야 내가 아무나냐? 빨랑 불러봐 오랜만에 좀 듣자"
"너니까 불러줄게 ㅋㅋ 신청곡?"
"음... 그 노래! 에디킴 너사용법 불러줘"
"이야 선곡센스있네 그 노래는 기타가 생명이지. 흠흠"
기타를 잡고 목을 가다듬는다.
부드럽게 무드있게 따뜻하게 꼭 안아주시오
매일 한 번씩 사용하시오
부드러운 눈 마주칠 땐 미소 지어서
그녀를 웃게 hey what's up beauty 말을 거시오
그날 아침엔 먼저 일어나서 turning on jazz
Gentle kiss 널 바라봐
너무 지칠 땐 소주 두 병 들고
솔직하게 그녀의 집 두드리시오
"끝! 너무 잘해서 말도 안나오지?"
"야 너 노래 왜이렇게 잘해?"
"뭘 새삼스럽게~"
"너 노래 완전 늘었어!! 옛날에도 잘했는데 지금은 더 잘해. 너 진짜 가수가 운명인가봐."
"에이 운명은 무슨 그냥 희망직업이야 희망직업."
"아 너 저번에 벤치에서 나한테 꿈 뭐냐고 물어봤잖아. 이거 사실 비밀인데 나는 커서 작사가가 될거야. 작사가가 되서 예쁜노래를 많이 만들거야"
"너 국어쌤 되고싶은거 아니였어?"
"그건 엄마아빠 소원이지 내 꿈은 아니야. 난 작사가가 되고싶어."
"그럼 니가 다음에 나 가사 써주면 되겠네. 난 그걸 노래하고."
"진짜 그러면 좋겠다."
진짜 그러면 좋겠다. 내가 쓴 가사를 니가 노래하는 거야. 내 감정을 낱낱이 알아차릴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너밖에 없을지도 몰라.
"이제 가자. 시간 다 됐어."
"그래. 어? 밖에 비온다."
"그러네. 너 우산 있냐?"
"아니? 없는데?"
"아 어떡하지... 그냥 뛸래?"
"그러자 그럼. 우리 어렸을 때 생각난다. 9살땐가? 비오는데 놀이터에서 놀았다가 둘다 쫄딱 비맞고 너만 아팠잖아"
"아니야 그때 너도 아팠어. 비 때문은 아니고 니가 나 심심할까봐 내방에서 같이 놀다가 나한테 옮아서 니가 더 아팠었어."
"그랬나?"
"그럼 ㅋㅋ 야 뛰어!"
뛰어! 하는 이창섭의 목소리와 함께 내 머리에 뭔가가 덮였다.
그리고 뛰어가는 이창섭은 후드티 하나 차림으로 1월의 차가운 빗속을 달리고 있었다.
"야 너 그러다 감기들어!!!!"
"빨랑 오기나해!"
아 진짜 이창섭 내가 못살아.
"야 같이가!!!"
10년 전 그때처럼, 우린 또 비를 쫄딱 맞았다.
*
안녕하세요 예하에요 ㅎㅎ
분량을 어느정도로 해야될지 모르겠네요 ㅠㅠ 더 길게 쓸까요?
아 그리고 암호닉 받아요!!
전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소중하거든요 댓글써주시는 분들 다들 더럽...♥
재밋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신알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