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뷔 블랙킹덤 01.
삑삑삑. 다소 경망스러운 버튼 음에 방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던 지민이 머리칼을 손으로 헤집으며 방에서 나왔다. 문이 열리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정국이 들어왔다. 저녁은? 하는 지민의 물음에 정국은 밥 맛 없어. 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요즘 들어 정국은 입맛을 부쩍 잃었다. 원래도 많이 먹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지민과 함께 1인 1닭은 거뜬했는데 요샌 1인 1닭은 고사하고 세 끼니 챙겨먹는 모습도 잘 볼 수가 없었다. 이쪽 일은 체력전이었다. 정국이 아무리 스나이퍼로 포지션이 잡혔다 해도 육탄전을 배제받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또 실력있는 정국을 가만히 둘 조직도 아니었다. 무영회 안에서의 정국의 입지는 거의 석진을 제외하고 제일 컸기 때문에 어느 일이건 정국을 통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정국의 방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지민이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정국은 쉬고 싶을 것이었다.
정국은 언제나 지민보다 수행할 것이 많았다. 조직에 들어와 있는 주제에 지민은 마음이 약했다. 사채를 받으러 가서 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받아 와라. 사채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원의 설명은 이게 끝이었다. 조직이 담당하는 업무 중에 제일 말단이 하는 그 업무는 실은 제일 잔인한 일이었다. 조직원이 말한 그 '수단'과 '방법'에 인신매매와 보험사기, 원양어선에 강제 승선이 있는줄은 꿈에도 몰랐던 지민은 허탕을 치고 오기 일쑤였다. 지민의 잔업은 오롯이 정국의 몫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에 정국은 더욱 잔인해져 갔다. 정국이 자신의 일을 계속 하는걸 지켜만 볼 수는 없던 지민이 보고 배워야겠다며 정국을 몰래 뒤따라가서 본 광경은 잔혹했다. 손 하나에 얼마, 어디가 병신이 되면 얼마. 나직히 읊조린 정국은 받아와야 할 가격만큼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일'을 했다. 제발 살려달라며 빌던 사람의 목소리가 비명으로 바뀌는 때에도 정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민은 울며 발걸음을 돌렸다.
정국이 어린 나이에 사채를 꿔다 쓴 엄마 때문에 이 어두운 곳까지 걸어오게 된 정국은 살아남기 위해 남들을 죽여갔다. 자기 몸이 해쳐지는 건 죽기보다 싫었던 엄마는 조직원들에게 정국을 손짓해보였다. 원양어선에 태우든 장기매매를 하든 멋대로 하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무영회에 끌려온 정국은 사내자식이 눈빛이 좋다고 호탕히 웃던 당시 회장 덕에 살아날 수 있었다. 물론 그 회장은 석진에 의해 왕좌를 빼앗겼지만. 니, 살려주는 대신에 내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된데이. '시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모르지만 그것만 하면 장기도 멀쩡히 붙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 정국이었다. 열여섯, 미소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정국은 잔혹하게 배웠다. 그리고 잔혹하게 살아남았다. 원체 몸이 날렵해서 운동도 곧잘 하던 정국은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에 투입됐다. 그런 정국에게 감히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단 하나도 없었다. 지민은 그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악의 구렁텅이에서 정국을 꺼내 준 것은 새로 회장직에 앉자마자 사채업을 청산해버린 석진이었다.
Black Kingdom
01
정국은 아침부터 일어나 김태형의 집으로 향했다. 태형의 동태를 살피고 생활 패턴을 읽기 위해서였다. 어제 석진에게 태형에 대해 듣자마자 사전 답사를 하러 간 정국은 태형의 집 앞에서 의외의 소득을 얻었다. 까만 썬탠지를 하도 붙여 안에 누가 탔는지 보이지도 않을 차에서 내린 캐주얼한 옷차림새의 남자는 민윤기였다. 처음에는 예상도 하지 못한 복장에 의심도 하지 않았지만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피부를 보고서야 정국은 윤기임을 알았다. 사내 새끼가 더럽게 하얗네, 혼자 중얼거린 정국은 태형의 집으로 향하는 윤기를 눈으로 쫒았다. 연인이었다는 말은 사실인지 윤기는 1시간 쯤이 지난 후에야 태형의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정국은 김태형을 처음으로 보았다. 여느 20대처럼 보이는 태형은 저번에 본 사진에서처럼 해사하게 웃으며 윤기의 차를 향해 손인사를 했다. 그래, 제 연인 앞에서는 조폭이고 싶지 않은 저 새끼 약점이 김태형이다 이거지. 태형이 쌀쌀한 날씨에 옷을 여미고 집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다 지켜본 정국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
"다녀 왔어?"
"어."
"... 잘 있어, 걔는?"
"잘 못 있을 이유가 뭐가 있어. 잘 있어, 김태형은."
아, 씨 진짜. 불안해 죽겠어. 머리를 헝클어 트리며 소파에 풀썩 앉은 남준이 피우던 담배를 밟아 꺼뜨렸다. 그런 남준을 바라보던 윤기가 나지막히 아무도 모를 것이라 말했다. 아무리 알아내려고 애 써도 우리도 무영회에서 누가 총잡이인지 못 알아냈어 우리도 마찬가지야 노출 된 적 없는 김태형이라 괜찮아. 홍연회는 앉아서 머리만 쓰는 회장이 있는 무영회와는 다르게 윤기가 직접 나가 뛰었다. 전략적으로는 무영회보다 조금 더 부족할 지 모르나 육탄전에 있어서는 홍연회가 조금 더 우위를 점했다. 그렇게 두 조직은 균형있게 대립해 나갔다. 무영회에서 김석진과 박지민, 그리고 이름도 생긴 것도 알지못하는 스나이퍼 하나가 있다면 홍연회에서는 민윤기와 김남준, 그리고 김태형이 있었다. 사실 서울 시내에서 총격전은 너무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스나이퍼들은 자리만 지킬 뿐 조직끼리의 싸움에 잘 끼어들지 않았다. 물론 육탄전에도 조용히 스며들곤 하지만 조직끼리의 싸움은 그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싸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저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 자리를 뺏기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조금 더 위험한 일에 있어서는 그들이 꼭 필요했다.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태형의 입지는 생각보다 컸다. 이제는 홍연회가 더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영회와 부딪힐 일이 생겨서 좋을 것이 하나 없었다. 게다가 태형은 기억을 잃고 쓸모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위험을 감수한 채 살아 있었다. 무영회에 그 사실이 들킨다면 윤기에게 어떤 것보다 큰 약점이 되어 돌아올 것이었다. 남준은 그것을 걱정했다. 허나 정작 윤기는 태연했다.
"우리 거래는 몇 시에 있어."
"오늘 오전 3시에 인천항 제 2부두로 운송선 하나 뜰 거야. 그걸로 경찰들 눈막음 하고 제 3부두 뒷길로 운반할 계획인데, 우선 형은 오늘 나서지 마. 김태형도 없는 와중에 나서서 좋을 거 없어. 괜히 다치면 일이 곤란해져."
"얼마나 들어올 예정이야?"
"500kg. 이번에 걸리면 우리 끝나. 그러니까 제발, 형은 개입하지 말라고. 왜 대답을 안 해?"
"남준아."
어쩐지 다정스럽게 부르는 윤기의 목소리가 섬뜩했다. 왜, 왜 부르는데. 남준의 뚱한 표정에 윤기가 웃어 보였다.
"큰 거래에 보스가 빠지면 쓰나."
자기보다 한 뼘은 더 큰 남준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가는 윤기의 뒤로 아 형! 하는 남준의 외침이 울렸다. 윤기가 경쾌한 발걸음으로 회장실을 나섰다.
*****
쓰차 걸려서 늦게 온 주제에 분량 조절을 못 했습니다... 원래는 호석이까지 나왔어야 하는데.. 엉엉ㅠㅠㅠ 저를 때려주세요.. 분위기가 무거워서 제가 쭉 무겁게 잘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지만 연재열심히 해 볼게요.. 그리고 쓰차 이제 다신 안 걸리겠습니다 ㅠ.ㅠ 암호닉 신청해주신 당근님 뽀숭아잼님 슙긩님 뷔뷤밥님 시렉님 슈가민천재님 감사합니다 ♡♡ 2화는 좀 더 일찍 올 예정이에요 !! 이번편은 너무 짧아서 포인트 20으로 했습니당! 호석이 데꾸 빨리올게요 댓글 신알신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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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하는거 천박한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