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희가 준비한 마지막 코너입니다.
'내 말을 들어봐' 코너인데요,
청취자분들의 사연을 이 코너만 특별히 아날로그 감성으로 우편으로 받아서
라디오가 시작하기 전에 피디님이 읽고 감명깊었던 사연을 뽑아서 제게 넘겨주시면
그걸 오늘의 게스트님이 읽어드리는 코너에요.
청취자분들의 어떤 사연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많이 많이 보내주세요~
오늘은 게스트분이 요즘 인기많은 프로듀서 겸 래퍼 슈가씨라서 그런지 특히 평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사연을 보내왔네요!
그럼 슈가씨, 성심성의껏 잘 읽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즐기던 익명의 28살 여자입니다.
저는 유학을 떠나기 전 정말 오랜시간 함께 지내왔던 한 친구가 있었어요.
저희의 어머님들은 고등학생 때 소위 말하는 소울메이트셨고, 자연스럽게 저희는 기억이 없는 어린시절부터 함께였고 친구가 되었어요.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다 같이 나왔고 고등학교는 각자 남고와 여고를 가면서 갈라지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꽤 먼거리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되도록이면 늘상 붙어다녔습니다.
그 친구는 음악을 하는 아이였어요.
그 친구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아마 초등학생 때부터 작곡이라던지 작사라던지 여러가지를 시작했을거에요.
처음에 주변 어른들께서는 그 아이가 장난으로, 재미로 시작했다고 생각하시고 자유롭게 내버려 두셨어요.
하지만 우리가 좀 더 크고 미래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는 나이가 되자 이제야 반대를 하시기 시작하셨어요.
그 친구는 그 당시 많이 힘들었을거에요.
하지만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더군요.
저는 그 친구가 위태로워 보였어요.
그 친구가 겉은 강해보여도 속은 굉장히 유한 아이라 많이 상처를 받았을거에요.
저는 그 때 제가 정말 무능력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정말로 하고싶었던 것도 없고, 빼어나게 잘하는 것도 없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친구의 가장 절친한 친구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의 그 친구에게 해줄 수 있던 것이 없었어요.
지금 제 사연을 읽고 계실 PD님이라던지, 혹시나 이게 방송이 된다면 청취자 분들이라던지, 꿀FM의 DJ 남준씨라던지, 또 게스트이신 슈가씨라던지
여러분들은 아마도 눈치를 채셨을거에요.
저는 그 친구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저는 더 괴로웠어요.
그 친구가 힘들면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데 제가 겁쟁이라
그 부분을 건드리면 혹시나 그 친구 마음 속의 상처가 곪아 터져 더 힘들게 하진 않을지 항상 노심초사 했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그 친구가 원래 제 얘기를 하지 않던 아인데 밤 늦게 저를 불러 고민을 털어놓더라구요.
내색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저는 기뻤어요.
아, 이 친구가 정말로 나를 믿는구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더 성심성의껏 그 친구의 얘기를 들어줬어요.
그 친구는 '정말로 내가 하는게 잘못된걸까? 내가 하고 있는게 맞는걸까? 나는 잘 하고 있는걸까?'
그 친구 마음 속 깊이 있던 응어리들을 꺼내놓았어요.
저는 그 친구가 제게 들려주었던 곡들을 생각해보았어요.
그 친구는 막귀인 제가 듣기에도 정말 소질있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 한마디 했어요.
'나는 너가 만든 음악이 좋아, 너가 쓴 가사도 정말 좋아.
나는 너가 하는 무엇이든지 좋아. 내가 응원할게. 그러니까 일단 앞만보고 달리자. 우린 아직 젊고 어리잖아?'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오글거리는 것 같네요.
그래도 그 친구는 제 나름대로의 응원을 진심으로 고맙게 받아들여줬어요.
그 친구가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고맙다고 웃으며 인사하던게 아직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어쨌거나 제가 말한게 도움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그 친구의 길을 걸어갔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희가 어른이 되었을 때였어요.
그 친구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갈 나이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떠나게 되었어요.
그 친구가 떠나기 전 정말로 저는 아쉬워서 펑펑울었고 그 친구에게 약간은 성급하게 고백까지도 했어요.
그 친구가 군대가기 전 날 저와 그 친구는 단 둘이 술을 마셨는데 제가 그 자리에서 저질러버렸어요.
나는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으니 나랑 사귀지 않겠냐고
그 친구가 망설이다 대답을 하려고 할 때 저는 일단 대답은 듣지 않겠다, 다음 휴가 때 말해달라며 성급히 마무리 지었어요.
흐지부지 제 고백을 넘기고 그 다음날 그 친구는 입대를 했고 얼마 후 휴가를 나왔죠.
저는 휴가 나온지 몰랐는데 제가 강의가 끝나고 나오고 있었는데 강의실 앞에서 그 친구가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오랜만에 본 얼굴에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대뜸 말했어요.
'좋아'
저는 잠시 상황파악을 못하고 뻥진채로 가만히 있었는데 그 친구가 연이어 말했어요.
'나도 너 좋아. 앞으로 남은 1년 더 남은 기간 혼자둬서 미안해. 염치없지만 나랑 사겨줄래?'
그렇게 저희는 연애를 시작했어요.
시작하자마자 고무신이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오래봐온만큼 그 친구에 대한 믿음이 강했거든요.
그 친구가 제대한 후 저희는 하루가 다르게 항상 붙어다녔고 누구보다도 달달한 연애를 시작했어요.
정말로 하루하루가 행복했어요. 꿈같았구요.
그런데 그 꿈을 깨고싶었던 누군가가 있었는지 저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떨어졌어요.
제게 건강상의 이상이 생긴거였어요.
정말로 드라마도 아니고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어요.
저희는 함께한 시간에 비해 정식으로 사귀게 된지도 얼마 안됐고, 아직 해보지 못한게 많았거든요.
심지어 제게 생긴 병이 한국에선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였고, 설령 외국에 나가서 치료를 받는다 해도 성공확률이 그리 높진 않았어요.
저는 그 친구에게 제 발병사실을 알리지 못하겠더라구요.
일단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성공확률이 높진 않다고 하니 혹시나,
정말로 혹시나 제가 잘못된다면 그 친구는 어떻게 되는건가 싶더라구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발병사실을 연인에게 알리지 못하고 무턱대고 헤어지자고한 장면만 보면 욕하던 저였는데
막상 제게 닥치고 보니 정말로 어찌할 방법이 없었어요.
저는 치료를 받다가 죽는 것을 알고 그 친구가 슬퍼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나쁜년이 돼서 헤어지는게 낫다고 판단을 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저희가 자주가던 식당에서 그 친구에게 내가 유학을 가게 됐는데 언제 돌아올진 모른다.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그 친구가 제발 날 기다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한번 더 보태 말했어요.
'나는 능력이 없는 남자는 싫어. 지금의 너는 나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면서 청혼할 그 정도의 능력은 돼?
몇년 후 성공해서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짝이 없다면 5년 후 2016년 1월 13일 이 시간에 이 곳에서 만나자. 만약에 짝이 있다면 나오지 않아도 돼.'
저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떴어요.
그리고 며칠 후 미국으로 떠났죠.
저는 제 어머니께도 주변사람들에게 제가 유학으로 미국을 왔다고 말해달라 당부하고 왔어요.
그래서 아마 그 친구는 아직도 제가 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왔다고 알고있을거에요.
미국에서 치료는 성공적이였어요. 기를 쓰고 버텨낸 덕이였어요.
한 번 제대로 치료하면 재발 가능성은 없는 병이라 지난주에 안심하고 입국했어요.
그리고 이제 약속했던 2016년 1월 1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그 친구가 제 사연을 들었다면 제가 누군지 알겠죠?
나는 내일 그 곳으로 갈거야.
이제야 털어놔서 미안해.
염치없지만 내일 나와 만나줄 수 있을까?
.
.
.
-네 슈가씨 사연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역시 목소리 정말 좋으시네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슈가씨라면 어떨 것 같아요? 내일 나갈 것 같아요?
-아… 저라면 기를 쓰고 나가야죠. 그 남자분 꼭 나가실 겁니다.
-내일 남자 분 꼭 만나주실거에요! 여자분 내일 꼭 그 동안 못했던 진솔한 얘기 나누시길 바라겠구요.
오늘 꿀FM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내일 밤 12시에 만나요. 안녕~
*윤기시점
오늘 라디오가 보이는라디오가 아니라서 다행이였다.
나는 멍한 듯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내색 안했지만 사연을 읽으면서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사연은 그 아이가 보낸것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원망한 적 없었다.
사실 그 아이는 거짓말을 할 때 습관이 있다.
그 아이는 거짓말을 할 때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상대방의 입술을 바라보며 말하는데 5년 전 나에게 이별을 고할 때도 그랬다.
나는 그 아이가 5년 후 만나자고 말할 때 비로소 나의 눈을 마주치는 것을 보고 알았다.
이 아이는 기필코 이 약속을 지킬것이라는 걸
그래서 그 때 묻거나 따지지도 않았다.
무작정 기다렸다.
내일이 그 날이라는 것도 알았다.
나는 오늘 아마 잠을 이루지 못할것이다.
그리고 내일 만나면 따스히 품에 안아 한마디 해줄것이다.
'수고했어.'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부려 한마디 더 해줄것이다.
'이제 내가 너가 말한 성공한 기준에 도달한 것 같아. 다이아몬드 반지 준비했으니까 나랑 결혼하자.'
밤열한시 |
영화 '이별계약'을 모토로 써내려갔어요.
처음이라 많이 부족하지만 잘 읽어주세요.
약간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주가 정말로 아직 성공하지 못해서 윤기랑 헤어진거 아닌거, 마음에도 없던 소리인거 윤기는 알아요!
그러니까 마지막 대사는 그냥 과거 생각하면서 윤기가 청혼하는거에요.
암호닉 신청 댓글로 해주시면 다음 단편에...♥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단편위주로 써내려 갈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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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애인이랑 헤어졌는데 애인 어머님한테 톡으로 마지막인사 남기는거 에바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