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브금을 꼭! 들으시면서 읽어주세요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05
w. 예하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
발버둥 쳐봐도
단지 추억일뿐
추억은 조용히 사라진다
별것도 아닌듯
하나 흔적없이
뜨거웠던 시간도
그리웠던 계절도
아무힘도 없이 무너진다
그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단 눈물 하나로 이젠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이렇게 덧없이
아무 일도 아닌듯
지워지는게 너무 무섭다
나는 생각보다 잘 지냈다.
눈에서 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연락이 뜸해졌고
나는 입시에, 이창섭은 연습에 몰두하며
서로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잡고있던 우리는 서서히 희미해졌다.
고달픈 하루가 끝나고 자리에 누울때면
이창섭과 나눈 소중한 추억들이 생각날때가 있었다.
심적으로 힘들어질때면 나를 일으켜세워주던 이창섭의 말들이 생각났다.
그럴때마다 이창섭이 작곡한 멜로디를 지겹도록 들었다.
정말 간절하게 이창섭의 목소리가 듣고싶었고, 그의 눈웃음이 그리웠다.
그러면 그때의 시름들이 모두 날아갈 것 같았다.
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번호를 나의 손가락들은 애석하게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전화 한 통이면 닿을텐데 충분히 들을 수 있을텐데
난 쉽게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이창섭에게는 한번도 전화가 온 적이 없었다.
그 흔한 문자도 한 번 없었으니.
가끔 우리 엄마와 창섭이 엄마가 긴 통화로 수다를 나누고 나면
엄마가 창섭이가 너는 어떻게 지내냐고 묻더래 라는게 전부였다.
우리는 점점 형식적인 사이가 되어갔다.
그래,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
시간은 흘러 계절은 또다시 봄을 향해가고 있다.
이창섭이 떠난지 1년이 흘렀지만 그의 데뷔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홀로 고독히 걸어야하는 연습생 생활을 겪을 이창섭을 생각할때면
언제든 달려가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냥 꼭 안아주고 싶었다.
그래도 난 절대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
아무 연락 없는 이창섭이 괘씸해서인지 선뜻 내키지 않았다.
나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고, 새내기가 된다는 설레임에 휩싸여있었다.
기타동아리에 들어갔다.
이창섭에게 배우던 기타를 마저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임현식을 만났다.
현식선배는 실용음악과라고 했다.
까무잡잡한 피부색은 창섭이와 달랐지만 해맑은 눈웃음은 이창섭과 꼭 닮았다.
현식선배는 인기가 많았다.
노래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고 뭐 하나 빠지는게 없으니 여자후배들이 늘 곁에 여럿 달라붙어있었다.
현식선배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냥 멀리서 바라볼 뿐이었고, 현식선배도 나를 특별히 여기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름이..? 맞지? 안녕? 너도 이 수업 듣는거야?"
"안녕하세요. 네 저 이 수업 들어요."
"어...보니까 혼자 앉는 거 같은데. 나 너 옆에 앉아도 돼?"
"네네! 선배님만 괜찮으시면 그러세요."
"땡큐~ 안그래도 이 수업 나혼자 들어서 걱정했는데. 아참 이름아 너 기타는 좀 많이 늘었어? 그때 보니까 좀 헤메는거 같던데"
"아 좀 어렵더라구요. 손가락도 아프고..."
"원래 처음엔 다 그래. 너무 힘들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가르쳐줄게"
"선배님 시간만 괜찮으면 전 언제든지 좋죠."
"그래? 어...그럼 오늘 시간 괜찮아? 나 오늘 이 수업 들으면 끝인데."
"네네 좋아요! 저도 스케줄 없거든요."
"알았어. 그리고 선배님이라고 안해도 돼. 그냥 편하게 불러. 현식오빠나 현식선배 정도로?"
현식선배와 약속을 잡았다.
난 아직 새내기고 학기초라서 선배들과의 밥약속, 술약속은 많았지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약속을 잡은건 처음이다.
떨렸다.
이렇게 멋있는 사람과 둘이서 기타연습을.
기타줄을 튕기는 임현식을 바라보다가 뜬금없이 물었다.
"선배, 선배는 꿈이 뭐에요?"
선배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씩 웃고 다시 고개를 내렸다.
"가수"
"아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넌 뭔데? 꿈"
"저는... 작사가요"
"그래? 그럼 니가 내 가사 써주면 되겠네"
"그래요! 진짜 그럼 좋겠다"
이창섭 생각이 났다.
가사 써준다는 약속, 이창섭이랑 한 약속인데.
내 꿈이 작사가라는거 이창섭밖에 모르는 거였는데.
뭐, 이창섭이 가수되고 싶어하는건 온 세상이 다 알았는데
나라고 못 알릴 필요는 없지.
애써 합리화를 해본다.
언제나 이창섭을 나의 한계선에 세울 순 없다.
"선배, 제 친구중에도 가수가 꿈인 애가 있어요."
"진짜? 이름이 뭔데?"
"이창섭이라고 있어요. 지금은 연습생이에요."
"그래? 와.. 나중에 만날지도 모르겠네."
"그렇겠죠?"
"기회되면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고 해. 아 바빠서 안되려나?"
"걘 엄청 바빠서 시간 안날껄요... 연락 끊긴지도 좀 됐어요."
"그래? 아쉽네... 나중에 음악방송같은데서 만나면 이름이 친구냐고 물어볼게 ㅋㅋ"
"이름이는 어떤 장르 좋아해?"
"저는 인디 발라드 제일 좋아하구요. 음... 락도 가끔 들어요. 락발라드 같은거? 너무 격한거까진 안듣구요. 그냥 밴드음악 좋아하는 편이에요."
"되게 극과 극이네. 나도 밴드음악 좋아해. 가끔 공연도 보러가기도 하고. 공연보러 간 적 있어?"
"아 아니요. 콘서트는 가본 적 없어요."
"그럼 다음에 기회되면 데리고 가줄게."
"진짜요? 그러면 너무 고맙죠."
내 취향은 이창섭과 닮았다.
잔잔한 발라드나 인디곡만 고집하던 내가 시끄러운 락까지 듣게 된 것도 이창섭 때문이다.
꼭 지같은 것만 듣는다고 나를 타박하며
내 귀에 꽂아준 이어폰 속에서는 비트가 울렸다.
"신나잖아! 그지?"
이창섭은 검은색, 흰색 처럼 무채색 옷만 즐겨입었다.
그래서 난 매 생일마다 빨간색, 파란색 등의 색채가 강한 옷을 선물했다.
매번 이창섭은 이게 뭐냐, 초등학생 같다며 투덜댔지만
그래도 선물이라 정성을 생각해서 그러는지 잘 입고다녔다.
나는 창섭이를 색칠해주고 싶었다.
새하얗고 아무런 색을 가지지 않은 이창섭.
알록달록한 이창섭이 보고싶었다.
성격은 참 알록달록한데, 외형적으로 그는 무채색이었다.
난 무채색 성격인데, 외형적으로는 알록달록했다.
우린 그랬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아직은 숨기고 싶은게 많은 애들이었다.
어쩌면 나는 마음속에 이창섭과 나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아무도 안보이게 꼭꼭 숨기고 다녔던 걸지도 모른다.
더이상 이창섭은 그 공간에 드나들지 않는다.
그리고 현식선배는 그 공간의 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추억은 한때의 기억일 뿐이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
그대는 이렇게 나완 다르다
이 길을 걸어도
거긴 내가 없다
세상은 흘러가고
나만 여기 머물다
허무하게 흩어진 시간들
그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단 눈물 하나로 이젠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이렇게 덧없이
아무일도 아닌듯
지워지는게 너무 무섭다
그 사람의 추억은 내가 아니다 그래
아무일 없었다 그땐
그 사랑이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 하나로 정말
사랑이 변하지 않을거란 그 믿음 하나로
한참을 덧없이
아무일도 아닌듯 그냥
살아온 내가 가엽다
이렇게 잊혀진다
추억은 아무런 힘이 없다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ㅎㅎ
현식선배가 등장을 했어요!!!
전 임아기보다 임선배가 좋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이번 편은 꼭 브금을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는데
뭐...굳이....안들어도 괜찮을거 같기도하고 그러네요...ㅋㅋ
이번 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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