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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짜증나. 이걸 언제 다해.” 

 

 

백현이 괴성을 지르며 과제가 널브러진 테이블 위로 엎드렸다.  자연 친화적 삶의 이해. 종이뭉치 앞장에 딱딱하게 인쇄된 아홉 글자를 경수가 가만히 되뇌었다.  

문득 며칠 전 강교수의 이름이 들어간 수업은 절대 듣지 말라고 당부하던 한 선배의 목소리가 경수의 귓가를 맴돌았다. 결국 그 강의를 선택한 경수에게 그 선배는 안타깝다는 듯 물어왔다. 왜 하필 그 강의 수강했냐? 그저 무언가에 이끌리듯 수강신청버튼을 눌렀던 경수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없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늦었지만, 테이블 가득한 과제더미를 보니 저의 부탁에 함께 강의를 듣게 된 백현에게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백현은 항상 경수의 사과에 괜찮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래봤자 백현을 유난스럽게 만들 정도의 대단한 과제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경수는 인정했다. 수강을 잘못 들었다고. 

 

 

“뭐야, 벌써 가?” 

 

 

가방을 챙기는 경수를 보곤 백현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응, 약속 있어서. 그렇게 답하며 경수가 일어섰다. 

 

 

“내일 봐.” 

 

“오야.” 

 

 

피곤한 목소리의 백현을 뒤로한 채 경수가 카페를 나섰다. 미안한 마음은 미안한 마음이고, 약속은 약속이었다. 일 초의 쉼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친구간의 우애를 고려해주지 않았다. 다음에 만나면 음료는 제가 쏴야겠단 생각을 하며 경수가 유리문을 열었다. 열린 틈새로 훅 끼치는 열기가 한여름의 오후다웠다. 

 

 

 

☓  ☓  ☓ 

 

 

 

툭, 장난을 치며 걸어가는 교복무리들의 팔꿈치에 치여 경수가 들고 있던 쇼핑백을 떨어뜨렸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쇼핑백이 내용물을 토해냈다. 바닥에 흩어진 책들을 보며 당황해 하던 교복무리 중 한명이 경수의 눈치를 보더니 쭈그려 앉아 책을 줍기 시작한다. 

 

 

“죄송합니다.” 

 

 

건네준 쇼핑백을 받아 들며 멍하니 그 소년의 얼굴을 주시하던 경수가 이내 퍼뜩 정신을 차리곤 쇼핑백의 안을 살폈다. 방금 산 책들이 헌 책 마냥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는지, 당황해하던 소년이 이젠 안절부절 못 하며 경수의 앞을 배회했다. 그러다 결심한 듯 멈춰 서더니 경수의 어깨를 톡톡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저기… 변상 해드릴까요?” 

 

 

덩치는 경수의 몇 배 쯤 되는 소년이 귀를 추욱 늘어뜨리며 말하는 게 퍽 귀여워 경수는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먼지 좀 뒤집어썼다고 속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닐 뿐더러, 저 혼자 읽을 것이기에 더럽혀진 표지는 딱히 상관없었다.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경수인데도 소년은 예의상의 거절이라고 생각했는지 두 세 번 더 물어보다가 결국 눈썹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저 그럼, 번호라도 알려주세요.” 

 

“…네?” 

 

 

설마 나한테 장난 친 건가, 라는 생각에 되물었으나 장난이라기엔 소년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했다. 결국 경수는 조심히 휴대폰을 내밀었다. 차가운 검은색 휴대폰이 소년에게로 전해졌다. 열심히 액정을 두드리던 소년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흘러나오자 흡족한 미소를 띄면서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손에 닿은 휴대폰에서 전에 없던 온기가 느껴졌다.  

 

 

 

 

-- 

전에 써놨던 글 천천히 수정도 조금씩 하면서 올려보려구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읽기 불편하신 건 아니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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