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5.5
w. 예하
이름이는 항상 제자리에 있었다.
내가 멀리 여행을 가도, 잠깐 노는데 정신이 팔려 연락을 못받아도
돌아가면 항상 그자리에 있었다.
이름이는 흐르지 않는다.
그곳에 가만히 고여서 나를 기다린다.
이유는 없다.
예전부터, 우리가 어렸을때 부터 당연히 그랬다.
성이름을 처음 본 날은 꽤 요란하다.
초등학생이었는데 몇학년이었는지는 잘 기억 안난다.
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고 흙먼지를 뒤집어쓴채 집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집으로 가기위해 몸을 트는 순간
으르렁거리는 개와 대치중인 어떤 여자애를 봤다.
여자애는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고
개는 으르렁거리며 한 발 한 발 여자애에게 다가갔다.
그대로 두면 안되겠다 싶어 여자애 가방을 확 잡고
"뛰어!"
물음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뒤돌아보던 여자애를 무작정 데리고 뛰었다.
얼마 안가서, 여자애는 내 손을 뿌리쳤다.
"뭐하는거야."
"개가 너 막 물려고 그래서... 괜찮아? 다음부터 그렇게 큰 개가 으르렁대면..."
"그 개는 물지 않아."
"무슨 소리야. 완전 으르렁대던데?"
여자애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잠깐 쳐다보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휴... 그런거 아니야."
라고 말하고는 뒤로 돌아서 아까 그 길로 걸어갔다.
그 일 이후로, 우린 생각보다 골목에서 자주 만났다.
타이밍이 항상 잘 들어 맞았다.
나는 그 '타이밍'에 온 노력을 다했다.
여자애가 학원차에서 내려 그 골목을 지나갈때 쯤이 5시 10분 정도 되니까
나는 일부러 놀이터에서 집에가려는 친구를 잡고 놀았다.
놀면서 시계를 계속 확인하다 5시가 되면 그만 놀자 그랬다.
그리고 골목길을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걔가 지나가면
우연인척하며 인사했다.
여자애는 매번 짧게 손만 흔들며 지나갔다.
그렇게 하기를 2주.
여자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근데 너 있지."
"응?"
"너 왜 맨날 저기 골목에 숨었다가 나와?"
"무...무슨 소리야 그게 하하 난 모르겠네."
"너 나 보려고 맨날 그러는거야?"
"니가 보고싶긴 무슨~ 그냥 친구랑 숨바꼭질 하는거야."
"너 이름이 뭐야?"
"나 이창섭인데... 근데 진짜 오해하지마."
"풉.. 그래 오해 안할게. 난 성이름이야. 저기 저 아파트 살아. 해모초등학교 4학년."
"어 나도 4학년이야. 난 해봄초등학교 다녀."
"그래?"
기뻤다.
나의 존재를 걔가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이창섭 생애 처음, 심장박동만으로도 심장이 어디있는지 알게되는 경험을 했다.
성이름이는 봄을 싫어한다고 그랬다.
그런데 매년 2월 말이 되면 항상 나한테 그런다.
"드디어 봄이다."
봄을 싫어한다면서 성이름이는 봄을 그리워한다.
우린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2학년 여름. 가장 철없을 때 성이름이는 자기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사실 그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보다 성이름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더 가까워질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남자친구가 옆 학교의 신동근이라길래 여기저기 묻고 다녔다.
"너 신동근 누군지 알아?"
"혹시 너 신동근이라고... 옆 학교에... 걔 어때?"
그러다 이름이한테 오해를 사서 한동안 가까이 가지도 못한 적이 있다.
"너 동근이 뒤 캐고 다니냐?"
"뭐? 내가 뭘?"
"애들이 자꾸 니가 신동근 어떤 애냐고 물어보고 다닌대서. 사실이야?"
"어...그게..."
"왜 그랬어?"
"아니 나는 그냥 니가 어떤 애랑 만나는지 궁금해서..."
"너 내가 걔랑 만나는게 못마땅해? 왜 그래? 니가 자꾸 그러니까 동근이가 나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미안해."
그 때 나는 다른 의도는 없었다.
단지 이름이가 만난다는 신동근이라는 사람이 누구고, 어떤 앤지 알고싶었을 뿐이다.
누구길래 성이름이랑 사귀는지.
이름이랑 꽤 오래간거 보면 신동근이라는 사람은 나쁜사람은 아니었나보다.
이름이는 늘 신동근과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물었다.
너는 남자니까 남자마음을 잘 알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마다 말했다.
"그냥 헤어져 ㅋㅋ 그게 답이네."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다. 으휴"
신동근때문에 하루종일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이름이가 보기 싫었다.
걔가 뭐라고.
돌아서면 남인 사람을.
성이름과 신동근은 2주년이 되던 날 헤어졌다.
정확하게는 신동근에게 성이름이 차였다.
그 날 밤부터 새벽까지 성이름이는 나와 통화를 하며 엉엉 울었다.
나에게 신동근에 관한 있는 욕 없는 욕을 다했다.
행복해 죽을 것 같았다.
성이름이 결국 안정을 찾는 곳은 나의 곁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물은,
성이름이 아닌 내가 아닐까.
나는 노래하는게 좋았다.
종종 이름이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평소에는 그때 그때 생각나는 곡, 내 기분에 맞는 곡을 흥얼거렸다.
이름이에게 들려줄 곡은 정말 세심히 골랐다.
가사 하나하나를 살펴봤다.
이름이가 알아차렸을진 모르겠다. 그냥 나의 작은 마음이었다.
난 단 한번도 이름이에게 내 마음을 다 내보인 적이 없다.
난 늘 노래로 이름이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름이는 내가 노래할때가 가장 멋있는 순간이라고했다.
그래서 노래를 더 열심히 했고.
가수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름이를 못본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대학생일 텐데.
잘 지내는지, 요즘 고민은 없는지,
내가 모르는 모습이 생겼는지 모든게 궁금하다.
하지만, 전화를 하고 목소리를 들으면 이름이가 너무 너무 보고싶을 것 같다.
너무 보고싶어서 당장 그 곳으로 가겠다고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선뜻 전화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아주 바빠서 자신조차 잊은 줄 알겠지.
아주 바쁜건 사실이다.
근데 이름이를 잊은 적은 없다.
이름이는 내 꿈의 이유니까 절대 잊어선 안된다.
이름이는 마음이 예뻐서 가사도 아마 예쁠거다.
예상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름이가 처음으로 써준 그 가사를 읽고 온 몸에 전율이 돋았다.
내 마음을 엿보고있는 것 같아서.
서로 발가벗고 마음을 투시해 뚫어져라 쳐디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말해준 적은 없지만
서로를 잘 안다.
빨리 가수가 되서, 이름이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음악에 찌들어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 요즘 너무 힘들다.
막막한 미래에, 넘쳐나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치이고 치인다.
빨리 나한테 와서 힘을 줘야지.
아마 니가 너무 보고싶은 것 같다.
보고싶은 것 같은게 아니라 그냥 보고싶다.
그날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의 표정이 생생하다.
충격을 받아 동그래진 눈과 다물어지지 않는 입.
우리 다시 만날거니까.
슬픈 이별이 아니다 그건.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우린 서로에게 흐르고, 고이는 물이다.
나의 고인 물, 이름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너에 대한 생각으로 이 새벽이 가득 찬다.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ㅎㅎ
이번 편은 오쩜오편!으로
창섭이 관점의 번외에요 ㅎㅎ
재밌게...읽으셨ㄴ요
사실 너무 졸려서 ㅠㅠ 더 쓰고 싶었는데 급 마무리했어요 ㅠㅠ
이번 편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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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암호닉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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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확인은 다음편에서 할게요 ㅎㅎ
감사합니다♡
와 제 글이 초록글이라니 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독자님들 예지앞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