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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P.S 파트너

 

 

 

05

 

 

 

 

삶은 면을 볶는 뒷모습이 분주했다. 부엌은 맛있는 냄새로 한 가득이었다. 식탁에 턱을 괴고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까만 뒤통수가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나왔다. 끝이 났는지 접시를 찾아 덜어 포크와 함께 식탁에 내왔다. 고소한 냄새가 코끝으로 들어왔다. 포크를 들어 면을 말아 입안으로 넣어주는 손이 작았다. 제 표정을 살피더니 곧 만족한 표정으로 저도 포크를 들고는 면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우리 경아, 오빠한테 시집와도 되겠다.”

, .”

 

 

경수는 가볍게 눈을 흘기며 입 안으로 면을 넣었다. 오물오물 씹는 그 입을 보며 포크를 들었다. 면을 들어올리며 최대한 무심해 보이도록 이야기를 꺼냈다.

 

 

경수야.”

, 형아.”

형 애가 생기면 어떨 거 같아?

 

 

포크를 소리 나게 떨어트리고는 저를 처다 봤다.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져 있었다.

 

 

형아 사고 쳤어?”

으이구, 형이 그럴 사람 같아 보이냐?”

형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 형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많았잖아.”

! 몇 명 안 되거든.”

내가 아는 거만 한 번 읊어봐? 형 스무 살 때 곰, 스물 셋 때 뱀이랑 사슴, 기린 스물 넷 때,”

넌 무슨!”

저기요, 변백현씨. 저 그 때 당신 무지 좋아했었거든요? 내가 그 사람들 보면서 얼마나 혼자 마음 졸였게.”

그 때야, 하도 혈기 왕성할 때잖아.”

잘나셨어요.”

그래서, 내 애가 있으면 어떨 거 같냐고.”

 

 

뿔난 표정을 지으니 그제서야 진지하게 생각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큰 눈을 한참을 굴리더니 눈을 맞춰오며 낭랑하게 얘기한다.

 

 

형아 닮은 여우라면 예쁘겠지.”

그게 끝?”

뭐가 더 있어야 되나.”

찬열이 애라면?”

 

 

질문이 바뀌자 조금 심란한 표정으로 바뀐다. 경수가 저를 포기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것을 뺐는다는 죄책감에서 시작된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경수의 저에 대한 사랑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기도 했다.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에 저조차도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는 했다. 그리고 경수를 그렇게 부추긴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항상 경수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도 자신이었다. 경수는 꽤나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 형 닮아서 잘생겼겠지.”

 

 

경수는 시무룩한 모습이었다.

 

 

경수야.”

.”

우리 예쁜 경수.”

“....”

그럼 너랑 내 애기는 어떨 거 같아?”

 

 

제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경수의 표정은 물음표를 띄고 있었다.

 

 

형이랑 애기 가질까?”

무슨...”

말 그대로야.  내가 박찬열이랑 결혼해서 애를 낳는다? 우리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글쎄. 난 사실 잘 모르겠어내가 걔를 사랑해? 우리 사이의 아이를 내가 원하나.”

 

 

넋두리 같은 제 말을 듣던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 쪽으로 와서 제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아까 전 요리를 하던 그 작은 손이 제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형아, 겁나는구나.”

“......”

잘 생각해봐. 형아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

형아가 호랑이 형이랑 결혼하는 걸 선택한다면 난 그 선택을 존중할거고 만약 그게 아니더라도 형아 선택이라면 존중해줄 거야.”

“......”

“...그리고 만약에 그 선택이 나라면, 그것도 존중해줄게.”

“,,,,고마워.”

 

 

여느 때와 다름없는 경수의 산뜻한 향에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경수의 말은 자신에게 큰 위로를 주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고민은 도무지 해결되지가 않았다. 경수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찬열의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눈을 감고 경수의 허리만 끌어안았다.

 

 

 

 

-

 

 

 

 

그 날 이후로도 세훈은 자신에게 절대로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를 마주할 때면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괜히 시선을 피하고 이리저리 도망을 다녔다. 물론 그 웃음이 끝은 아니었다. 강당을 비롯한 학교 이곳저곳에서 세훈은 저와 단 둘만 있으면 꼭 키스를 해오고는 했다. 사실 그 키스에 꽤 익숙해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리고 제 교생 실습도 이번 주면 끝이었다. 그 날짜가 지나면 저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이었고 세훈은 한 달 후 수능을 치룰 것이었다. 이렇게 끝나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자 조금 우울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고 복도로 뛰쳐나오는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온 과학 선생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제 머리를 가볍게 쳤다.

 

 

루한 선생님.”

, ?”

과학실에 가서 제 노트 좀 가져다주실래요? 저희 반 애 상담이 있어서 갔다 올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 .”

 

 

자리에서 일어나 별관 쪽 과학실로 향했다. 복도에서 저를 향해 인사를 해오는 아이들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층에 있는 과학실 문을 열자 생각지 못한 사람이 저를 반겼다.

 

 

선생님.”

 

 

차분하게 저를 마주해 오는 눈동자에 또 뺨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수업 끝났는데 여긴 왜 왔어?”

노트 놔두고 가서요.”

 

 

노트를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이는 세훈은 딱 그 나이 또래의 소년처럼 보였다. 갑작스레 세훈과 저의 나이 차이가 느껴졌다. 자신과 세훈이 선생님과 제자라는 것도. 세훈은 제 쪽으로 더 가까이 몸을 움직였다.

 

 

선생님은요?”

 

 

낮은 목소리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서둘러 교탁 쪽으로 걸음을 옮겨 노트를 찾았다. 제 움직임을 따라 세훈의 시선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얼른 나서려는 자신을 세훈이 뒤에서 감싸 안아 왔다.

 

 

선생님.”

세훈아, 이것 좀.”

 

 

세훈의 페로몬 향이 옅게 풍겨왔다. 그 옅은 향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세훈은 그런 제 상태를 알아챘는지 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선생님 모레면 교생 기간 끝나잖아요.”

.”

그리고 저 수능 한 달 남았어요.”

나도 알아.”

할 말 없어요?”

수능 잘 봐.”

또요?”

....”

답답해서 안 되겠다. 수능치고 운동장에서 선생님 기다릴게요.”

“......”

꼭 와줘요.”

“......”

지금은 일단 키스할래요.”

 

 

제 입술에 머물러 있던 세훈의 시선이 진득해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제 입술을 감아왔다. 진득하면서도 가벼운 입맞춤에 눈을 감았다. 제게 또 다른 고민이 주어졌다. 그리고 시간은 한 달이었다. 세훈이 저에게 선택권을 쥐어주었다. 앞으로의 세훈과 저의 관계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바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그 고민보다는 지금은 세훈과의 키스가 먼저였다.

 

 

 

 

 

 

 

 

 

+암호닉

세모네모 댱 딸기밀크 그린티 텐더

 

+

이것저것 벌려 놓은 일이 많아ㅠ계속 텀이 길어지네요ㅠㅠ

그래도 기다려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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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모네모에요
착한 경수ㅠㅜㅠㅜㅠㅠ경수가 불쌍해요ㅠㅠ세루잘 만났으면 좋겠어요 수능끝나고도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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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댱이에요!
마음같아선 모두모두 행쇼했으면 좋으련만..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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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잘보고갑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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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텐더에요 잘보구가요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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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ㅠㅠㅠㅠ경수..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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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이렇게 좋은글이 있을수가....후르츠 바스켓느낌나요..신비신비햐..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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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백현이가 어떤 선택을하게될지......루한이또한 어떤생각일지..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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