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던 2002년, 우리는 한창 철없을 고등시절을 함께 보냈다.'
[응답하라, 2002]
네번째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태태!"
"쟤 뭔데. 뉴스 자주 나오는 애, 네 남친이야?"
"빙고, 알아들었으면 얼른 집에나 들어가라. 부모님 걱정하실라."
그러고는 내 어깨에 손을 덥썩 올리며 뒤돌아 반대쪽으로 걸음을 떼는 태태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채로 벙져있는 윤기를 한 번 돌아보고서야 순둥인줄만 알았던 태태가 방금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취한건지 파악이 되는듯 했다. 우리 순둥이가 욕도 하고, 언제 이렇게 컸대. 처음 본게 중학교 1학년 때 였던 것 같은데.
"태태, 여긴 왠 일이야?"
"너 이러고 있을까봐 도와주러."
"누가 너한테 그런 거짓말 가르쳐주디? 전정국이지, 또?"
"뭐래, 아냐. 진짜야."
"너 언제 나왔어?"
"너 나오고 얼마 안되서?"
"또 거짓말하네. 나 나오고 몇 분 동안 대문 앞에 서있었거든."
"대문... 앞에?"
놀란 눈으로 내려다보는 태태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지민의 고백은 나는 들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지, 참. 들었어요? 하는 태형의 눈빛이 흔들린다. 지민이 걱정되서 그런건가.
"그냥, 어쩌다 보니까... 비밀이야 알겠지?"
"... 넌?"
"응? 뭐가?"
"아무 느낌 없어? 지민이가 너 좋아한다는데?"
"어? 글쎄, 내가 무슨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직접 들은 고백도 아닌데 뭐."
"... 다행이다."
중얼거리듯 다행이라는 말을 내뱉더니 내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나가는 태태의 등판을 멍하니 보았다. 우리 태태, 많이 컸네. 육체도, 정신도.
~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정국의 폰으로 걸려온 집 전화를 받은 것이 문제였을까.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터지지 않았던 것들이 뭐래? 하는 정국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누군가 바늘로 아슬아슬했던 물풍선을 찌른듯이 터져나왔다.
"아빠가, 쓰러졌대."
5분 정도를 우는데 낭비했을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한 기분에 정국과 함께 학교를 빠져나와 택시에 올라탔다. 괜찮으실거야. 택시에 올라탄 후에도 창 밖만을 응시하던 내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어주던 손길은 평소의 정국과는 다르게 다정한 위로와 어른스러움을 담고 있었다.
딸인 나보다도 먼저 와 엄마 옆을 지켜주던 태형이 나를 안심시키려 씨익 웃으며 뛰다시피 다가온다. 정국에게 왔냐는 말을 건네고는 나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가는 태형에 정국은 잠시 둘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이내 걸음을 뗀다.
"엄마, 아빠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뭐라셔?"
"빨리 발견해서 고비는 넘깄다카드라. 아빠 곧 일어나실기다. 강한 분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피부가 많이 상해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울컥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 병실을 빠져나와야 했다. 그런 내가 혼자 울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태형이 있었다.
"태형아."
"응."
"... 우리 아빠 괜찮은 거 맞지?"
"응,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살짝 웃어주며 말하는 태형 덕에 긴장이 풀린 건지 그제야 닦지도 못한 눈물이 부끄러워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하자 내 손목을 강한 힘으로 잡아 돌려 세운 태형이 다시 한 번 예쁘게 웃으며 옷 소매로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준다.
"완전 울보네. 힘만 센 줄 알았더니."
"시끄러. 까불지마."
"응."
"... 나 운거, 전정국한테 말 할거야?"
"왜? 정국이가 그렇게 신경쓰여?"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알았어. 말 안해."
태형이 무엇을 생각하고 한 질문인지 몰라 대답을 망설이자 또 금세 머리를 정리해주며 싱긋 웃는 태태다. 이렇게 순수한 남자는 대체 누가 데려가려나. 조금 멍청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집으로 가서 자고 있으라는 엄마의 말에 거의 등 떠밀리듯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오랜만에 집에 온 언니가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왔으면 병원에 좀 들리지."
"아빠 괜찮다며."
"아빠 걱정되서 온 거 아니야?"
"몰라, 피곤해."
"진짜 장녀라는게 뭐 저래?"
중얼거리듯 투덜대며 TV를 켜는 나를 흘긋 보더니 아예 벽 쪽으로 드러눕는 언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정머리 없는 건 똑같애. 대학교 가면 뭐가 바뀔 줄 알았더니.
'다음 소식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피아니스트 김태형 군이 이번 대회를 급하게 취소했습니다. 주최 측에 빠른 연락을 취한 후, 대회를 기다린 팬들에게도 대회의 불참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사과를 맘겼습니다.'
언니의 등을 보고있던 내 집중을 앗아온 것은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진행자의 목소리였다. 뭐야, 태태. 자신의 부모님도 아니고 우리 아빠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대회를 곧장 취소하고 달려갔을 태형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태형은 어디까지 착한걸까. 힘들게 키워놓은 딸 둘도 없이 혼자 오롯이 모든 불안을 감당해야 했을 마음 약한 엄마의 곁을 지켜준 것도 혼자 울면서 마음 상해할까봐 따라나와준 것도 태태였다. 태형에게는 항상 고마움만 쌓였다.
"나까지 가면 엄마 진짜 무너져, 바보야."
"..."
"내일 같이 병원 다시 가보자."
어쩌면 나를 제외한 모두가 벌써 철이 들어버린 건지도 몰랐다.
~
"태태야, 너 오늘 대회있다며."
"응, 땡땡이."
"진짜 등신. 오늘 대회 중요한 거라고 그렇게 연습하더니 왜."
"별로 안중요해."
"거짓말하네 또."
"...피아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서 그래."
그 말에 정국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 태태가 아주 간접적으로 내게 주현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오랫동안 같이 자라온 나라서. 자기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 태형은 나를 믿고 속마음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태태를 도와줄 수 없는 나쁜 친구였다. 나쁘고, 불쌍한.
***
오늘은 태태 중심이었어요 !
다음 화는 누구일까요 히히.
아 오늘은 태형과 정국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분량이 없었던 점 양해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감사히 받아요 :)
♡첼리 님♡
♡엘리뇨 님♡
♡김탄소 님♡
♡미름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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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하는거 천박한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