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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 Out Loud-I Can't Stop
성격도 순하고 까다롭지가 않아서 윤기가 남준이와의 생활을 쉽게 받아들인 편이었으면.
다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여서,
가끔 윤기와 남준이가 작은 말다툼을 했으면 좋겠다.
준아, 진짜 오늘은 내가 힘들어서 그래.
그래도 난 그 소리 싫어.
준아.
...
윤기가 나직히 남준이를 부르면 남준이는 고개를 슬쩍 돌려 딴청을 피우면서 품에 안고 있는 쿠션을 더 강하게 끌어안았으면.
윤기는 짧게 한숨을 쉬면서
남준이의 양 볼을 손으로 잡아 자신의 쪽으로 돌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내가 진짜 자신이 없어서 그래.
...
하, 끝나고 소원들어줄게.
진짜?
응. 진짜.
결국 소원을 얻고 나서야 남준이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방으로 들어가버리면
윤기는 그제야 집 한구석에 박혀있던 진공청소기를 들고 오며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청소기 한 번 쓰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유독 진공청소기 소리를 싫어하는 남준이 때문에 몇달만에 꺼내보는 청소기에
윤기는 얼른 해버리고 끝나자는 마음으로 청소를 시작했으면.
한동안은 생전 사놓고 쓰지도 않던 빗자루를 꺼내어 청소를 하긴 했지만 수고스럽기는 엄청 수고스러우면서
가끔 제대로 청소가 되지도 않고,
무릎은 아프고,
내가 왜 21세기에 살면서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느껴야하는건지 몇 번이고 중얼중얼거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청소기가 시원스럽게
집 안 곳곳에 널린 남준이의 털을 빨아당기면
왜인지 모를 속시원함에 어느덧 투덜거리던 것도 잊고 청소기를 돌렸으면 좋겠다.
한참 뒤에 남준이가 들어간 침실을 제외하고 청소가 끝나서 윤기가 그제야 침실에 들어갔으면.
그리고 큰 대형견 한 마리가 또 침대 바닥에 얼굴을 쿡 박은 채로 엉덩이와 등만 삐죽 내보이고 있는 걸 봤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청소기를 썼다고 시위하는 걸까,
아니면 무서워서 들어간걸까.
그 모습을 보던 윤기가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남준이의 엉덩이를 팡 내려쳤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꼬리가 움찔, 했으면 좋겠다.
나와.
...
나와.
...
준아, 나와. 세 번 말했다.
윤기의 경고에 그제야 남준이가 슬금슬금 침대 밑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침대 밑에 먼지가 많으니 들어가지 말랬더니 또 들어가냐면서 두 앞 발을 한 번 잡힌 이후에
남준이는 거실로 쫓겨나고
기어코 침실까지 청소기로 청소를 끝냈으면 좋겠다.
개운하게 청소를 마친 윤기가 한결 깨끗하게 변한 집을 보며 뿌듯해하다가 힐끔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소파 구석에 앉아 있는 모습,
쿠션을 껴안은 채 긴 다리까지 올려 쭈그리고 앉은 모양새,
삐죽 튀어나온 입술,
다리 사이로 동그랗게 말려 올라가있는 꼬리.
아... 삐쳤네.
언제나의 패턴처럼 막상 하고나니 괜히 청소기를 쓴다고 우겼나, 윤기가 잠깐 후회를 했으면.
그러다가 슬쩍 남준이의 옆에 앉아 남준이와 시선을 마주하려고 했다가
화제를 돌렸으면 좋겠다.
소원은 생각했어?
응?
소원. 청소기 쓰는 대신에 준이 너 소원 들어준다고 했잖아, 아까. 까먹었지?
... 아냐. 생각하는 중이었어.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애써 올라오는 웃음을 삼켰으면 좋겠다.
대놓고 웃어버리면 제 강아지는 분명 더 삐칠테니까.
잠시 생각하던 남준이가 소원이 생각이 났는지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변해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기대를 담은 눈빛이 예뻐서,
윤기가 손을 올려 남준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주인아, 내 소원은 있잖아.
응. 소원.
남준아, 사랑해. 라는 말 듣고 싶어.
남준이의 소원을 들은 윤기의 손길이 뚝 멎었으면 좋겠다.
진짜 그게 소원이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으면.
남준이가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원이니까 얼른 해달라고 귀를 쫑긋거렸으면.
윤기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남준아, 사랑해.
주인아, 어... 안 부끄러워? 내가 더 부끄러운 것 같은데.
뭐가.
예상보다 덤덤한 윤기의 반응에 남준이가 살짝 실망감을 내비치다가도
아직 제 귓가에 남아있는 윤기의 목소리에 씩 웃었으면 좋겠다.
아무렴 어때. 들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면 됐지. 윤기의 허리를 껴안으며 세차게 꼬리를 흔든 남준이가 간단히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빠르게 흔들거리는 꼬리를 내려보며 작게 웃은 윤기가
조금 길게 숨을 내쉬었으면.
남준이의 뒷머리를 눌러 제 목덜미에서 얼굴을 묻은 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제야 떨리는 손 끝을 애써 감추면서,
잔뜩 붉어진 얼굴을 남준이의 어깨에 부볐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그저 행복함에 윤기의 품에서 온기를 즐기며 그 말을 몇 번이나 되짚는 동안,
윤기는 몰래 부끄러움과 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설레는 마음을 느끼다가 작게 입꼬리를 올렸으면 좋겠다.
너를 얼마나 좋아하면
이 단어 하나가 이렇게 떨리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한 번 더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너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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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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