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AND) 시리즈 01 카앤디
카디 - 니니 and 마마
w.챔프
언제나 생각해 온 거지만, 경수 형과 나는 절대,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그런 사이다. 왜냐? 나는 경수 형을 자그마치 7년간 좋아해왔다. 뭣도 모르는 철 없는 열네살 꼬꼬마 때부터 스물 하나인 지금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매불망 우리 형만 좋아해왔다 이거다. 내 얼굴, 내 성격에 어디 가서 꿀리는 것은 물론 없을 뿐더러 오히려 인기가 많은데도 나는 다른 여자에겐 관심이 없었다. 우리 형. 헥헥.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개새끼 마냥 언제나 형이 없으면 올 때까지 기다렸고, 형이 칭찬이라도 해주면 하트를 마구 발사해대며 무한 애정 표현을 실시했다. 게다가 어딜 보나 귀여운 우리 형 또한 그런 나를 좋아하는 눈치다. 그러니까 우리 둘은 절대로, 절대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거다.
“김종인.”
“어, 어?”
“…뒤지고 싶냐, 진짜?”
“…….”
그런데 나는 이런 형의 표정은 처음 본다. 물론 형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성격이 상남자이긴 하다. 시크하고 조용할 뿐더러 심지어 태권도 예비 사범이랜다. 형에겐 한 없이 큰 하얀 도복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그것마저 귀엽긴 하지만. 무튼, 우리 형은 웬만하면 나에겐 정색은 잘 하지 않았다. 경계심이 많은 성격이긴 했지만, 이미 한번 경계심을 푼 나에겐 입 모양이 활짝 하트로 변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었고, 장난도 꽤 쳤다. 그런데, 우리 형이 나한테 정색을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당황을 해버려서 입술을 꾹 물었다. 그러자 형이 짜증을 낸다. 입술 씹지 말라고. 아, 넵. 누구 말씀인데요.
물론, 지금은 내가 백번 잘못했다. 나와 형은 어릴 때는 시골 촌구석에서 살았지만, 형이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나는 그 때 고삼이였지만 진짜 떼를 쓰고 억지를 써서 올라왔다. 누나들이랑 헤어지는게 슬프긴 했지만, 자주 올라오겠다는 누나들의 말에 눈물을 머금고 수긍했다. 어쨌든간에 이 서울로 온지 어언 이년, 나에게 갑자기 장문의 카톡이 왔다. 친척 형인 준면이 형이였다.
종인아 잘 지내지? 우리는 잘 지내~ 형 해외에서 봉사 활동하다가 돌아왔어 와서 민석이랑 종대랑 너네 집 가니까 너가 없더라? (중략) 형들은 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해^^ 우리 막내잖아 그래서 너네 집에 가보려고 해 우리 못 본지 오래됐잖아~ 아 맞다 너 룸메이트 말이야 꽤 오래 알던 사이 같은데 우리는 종대 빼고는 아무도 잘 모르잖아^^ 니가 말하던 대로만 믿고 갈게 그냥~ 가면 소개 좀 시켜줘~ 그럼 내일 갈게 종인아^^
…오 마이 갓.
내용만 보면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냥 평범한 안부 인사와 찾아가겠다는 예고 뿐이다. 그런데 내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니가 니 형한테 거짓말을 해서 나한테 그 거짓말을 실제로 만들어 달라?”
“어어, 어….”
“그리고 그 거짓말이… 뭐, 시발?”
나는 경수 형이 욕을 이렇게 찰지게 하는 것도 처음 본다. 으으응. 그래. 화날 만도 하지. 그래.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준면이 형은 봉사 활동 때문에, 민석이 형은 출장으로, 종대 형은 먼 대학으로 인해 우리는 자주 만날 수가 없다. 일 년에 한 두번, 설날이나 추석에만 만났지만 그래도 우리의 사이는 좋았다. 게다가 나는 그 중 막내여서 형들은 나를 엄청 예뻐했다. 지금이야 그럴리가 없지만, 어릴 때는 동네 못된 고등 학생들이 초등학생인 나를 괴롭히는 걸 형들이 다 도와줬었다. 그런 형들이 이년 전인가, 일년 전인가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요새 잘 지내? 누가 괴롭히진 않고? 애인은? 좋아하는 사람은?
잘 지내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 경수 형이랑 있는데, 당연히 잘 지내지. 암, 고럼. 괴롭히는 건… 내가 아직도 8살 김종인인줄 아나보다, 형들은. 애인… 애인은 없다고 했다. 사실이니까, 뭐.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형들에게 말하기가 민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고. 결국 내가 한 대답은 동문서답이였다.
나 좋다고 미친 듯이 쫓아다니는 사람은 있어.
…그래, 예상했겠지만 저 쫓아다니는 사람. 그 사람이 경수 형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미친게 분명했다. 내가 쫓아다니는 거면 몰라도, 경수 형은 나를 좋아하긴 해도 쫓아다는 건 아닌데. 그리고 생각해보면 경수 형은 나를 모질게 대하는 쪽에 속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엄마 마냥 잘 챙겨주지만, 시크하고 무심한 말투로 나를 대해왔다. 형아 형아 헥헥 저 좀 봐주세요. 하면서 쫓아다니는 건 나다.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형들은 좋아했다. 우리 막내 역시 인기 많구나! 하고. 하지만 그 중 종대 형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쫓아다녀? 도경수가?
종대 형은 경수 형의 중고등 학교 동창이였다. 나와 경수 형이 있는 모습은 한번 정도밖에 못 봤지만, 형이 아는 경수 형은 누군가를 귀찮게 쫓아다니는 성격이 아닌거다. 그래, 그럴 수 밖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준면이 형과 민석이 형이 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시발.
나는 그 때부터 흥분을 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 형 지금 내가 거짓말 하고 있다는 거야?!! 부터 시작해서 경수 형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 나 쫓아오면서 니니ㅡ 요러는데!! 까지. 난 경수 형을 정말 귀엽고 순수하고 얌전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뭐, 귀엽긴 하지만서도. 무튼, 종대 형까지 수긍을 할 정도로 리얼하게 거짓말을 했다. 종대 형은 곧 아-, 그 새끼 많이 변했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형… 한번만.”
“한번이고 뭐고, 안돼.”
“혀엉. 마마ㅡ.”
“아, 미친. 좀.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싫다고 딱 잡아 떼던 형은 몇 분 후에 결국 내 불쌍한 표정에 알겠다고 한숨을 쉬어댔다. 아싸, 역시 우리 마마는 천사야.
-
“안녕ㅡ.”
“김종인, 우리 왔다!”
“그 경수라는 애는 어디 있어?”
오자마자 경수 형부터 찾는 민석이 형을 보며 괜히 식은 땀이 났다. 경수 형이 연기를 잘 해줄까, 중간에 성격이 나오진 않을까. 등등 무서운게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세 명의 형들은 신이 나서 집을 눈으로 훑어대고 있었다. 물론 종대 형은 이미 몸부터 움직이고 있었지만.
“왜 애 부담스럽게 룸메이트부터 찾고 그래, 종인아 밥은 먹었어?”
“어? 아니.”
“해줄까?”
“아, 아니. 경수 형이 해줄거야.”
“올ㅡ, 요리도 해줘?”
준면이 형이 밥 해줄까? 하고 물었지만 형의 요리 실력은 그닥 믿을만 하지 않아서 고개를 저어댔다. 우리 네 명 중에 요리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나였다. 그럼 말 다한거지, 뭐. 나도 그닥 잘하는 건 아니니까. 무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경수 형이 해줄거라고 했는데 형들의 귀에는 또 그게 특별하게 들렸나보다. 아, 더 걱정되네. 우째요, 마마. 흑흑.
“그럼 그 애 좀 불러봐.”
“응, 나도 보고싶다. 집에 있는 거 맞지?”
“어, 어어…. 경, 경수 혀엉ㅡ.”
왜 불러. 하고 툭 말을 뱉으며 방 밖으로 나올 까봐 무서웠다. 형은 아마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 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귀에다가 평소처럼 이어폰을 끼고서.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었을 거고, 형들이 오는 건 더더욱 모를 것이다. 아, 걱정된다. 걱정되. 입술을 계속 물어뜯으며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으악. 심장 벌렁거리는 거 보소.
폭ㅡ.
“…?”
“니니ㅡ. 왜 이제 와?”
헐.
말 그대로 헐이다. 폭ㅡ. 하고 지금 나한테 안겨 있는게 진짜 리얼로 내가 아는 도경수가 맞는건가?! 밤톨같은 정수리가 보여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하얀 얼굴을 내게서 곧 떼어낸다. 그리고는 활짝 웃음을 짓는다. 아, 하트 입술.
“아, 안녕하세요. 니니 룸메이트 입니다ㅡ.”
“어어? 응, 그래. 안녕!”
“안녕. 난 김민석이야. 종인이네 친척 형.”
“와, 도경수 많이 변했네.”
…내가 걱정 한다고 했었나? 그딴거 개뿔, 다 취소다. 경수 형, 그러니까 우리 마마는 지금 너무나도 귀여운 얼굴로 평소엔 절반도 하지 못 하던 얼굴 값을 하고 있었다. 진짜 귀여워, 미친. 나도 모르게 얼굴에 열이 올랐다. 경수 형은 자연스럽게도 세 명의 형들과 얘기를 나눠가고 있었다. 지금 애교 있게 웃는 저 모습보다는 경계심도 많은 성격인 주제에 날 위해서 서글서글하게 구는 저 모습이 너무 설렜다. 진짜 예뻐죽겠네. 거봐, 저 형 나 좋아한다니까?! 오세훈한테 말해줘야지!
“잘 먹었어, 경수야. 요리도 잘하네?”
“아ㅡ, 아니에요. 히히.”
히히? 히히이?!! 저 형이 진짜 제대로 작정한 거다. 나는 형의 귀여운 모습에 자꾸만 얼굴로 피가 몰렸다. 나한테 하는 애교도 아닌데, 내가 더 난리가 났다. 경수 형은 우리 네명에게 깔끔하게 밥을 차려주었고, 준면이 형과 민석이 형은 어느새 말을 놓고 그런 형을 칭찬하기 바쁘다. 종대 형만이 적응이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니니ㅡ.”
“어, 어?”
“과일 뭐 먹고 싶어?”
“나…, 나는 사과.”
“사과? 아아ㅡ.”
진짜… 허… 미친….
조그마한 포크로 사과를 콕 찍어서 나한테 들이미는 경수 형이 너무 예뻐서 순간 내 역할을 잊고 꼭 끌어안을 뻔했다. 난 지금 형이 쫓아다니는데 안 받아주는 입장이잖아…. 눈물을 머금고 형이 손에 들고 있는 포크를 뺏었다. 형의 눈을 왕방울만큼 커진다. 아, 형 미안…. 근데 우리 형 연기 진짜 짱이다. 형의 눈에는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까지 고여있… 헐, 눈물?!
“…니니, 내가 주는 과일은 싫은거야?”
펑. 나는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것도 핵폭발만큼 커다란 소리. 형이 눈물 흘리면 나는 죽을거야. 중학생 때인가, 형이 졸업할 때 눈물을 찔끔 흘렸는데 그걸 보고 어린 예비 중삼인 나는 엉엉 창피한 줄도 모르고 크게 울음이 터졌었다. 형은 눈물을 닦은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는 형 울지마하고 지랄을 하고 있더랜다. 형은 나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식 때는 입술을 꾹 깨물고 눈물을 참느라 끝날 적엔 입술에서 피가 났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 좀 창피하지만 난 그만큼 우리 형 눈물을 절대 못 봐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형이 지금 나때문에 운다. 와, 미친. 김종인 나쁜 놈!!
“야, 김종인.”
“어?”
“경수 민망하게. 경수야, 나 먹여줘.”
종대 형이 혀를 차더니 경수 형에게로 고개를 쑥 내민다. 눈물을 찔끔 찔끔 흘려대던 경수 형은 그제서야 살짝 종대 형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고 쪼꼬만 손을 들어서 먹여준다. …아깝다. 진짜 평생 안 올 기회인데. 나도 눈물이 찔끔 난다.
“경수야, 울지 말구.”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준면이 형이 경수 형의 눈가를 살짝 닦아준다. …이 형들 오늘 왜 이래. 준면이 형은 원래부터가 친절하긴 하지만 종대 형은 저럴 사람이 아닌데. 영 찝찝하고, 살짝 기분 나쁜 느낌에 입을 다물었다. 오늘따라 형들이 친절한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
“경수야, 이거 먹을래?”
“네ㅡ. 고맙습니다, 형.”
“쪼꼬미! 그거 별로야, 이거 먹어!”
“응. 고마워, 종대야.”
착각은 개뿔이다. 아니, 우리 경수 형이 무슨 햄스터랍니까? 그렇게 먹이를 주게? 물론, 햄스터보다 귀엽긴 하지만. …무튼. 준면이 형은 이제 말버릇처럼 경수 형을 부르고, 종대 형은 애칭까지 친히 불러주신다. 고등학생 때도 저리 불렀댄다. 누가 누구보고 쪼꼬미래. 종대 형이 확실히 좀 더 큰 거같긴 하다만은. 어쨌든간에 나는 지금 불쾌하다 이거다. 혹시 형들이 경수 형의 모습에 반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 형들, 지금 보는 형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야. 말이라도 해주고 싶다. 우리 형 좀 그만보라고.
“나 가야 될 거 같은데.”
“어, 민석이 형 가게?”
“응. 출장 가야되서.”
요리사인 민석이 형은 그쪽에선 꽤 유명해서 바쁜 편이다. 민석이 형이 간다니까 서운하기도 하고, 괜히 슬프기도 해서 기분이 살짝 다운이 됐다. 축 쳐진 강아지 마냥 바닥만을 내려다보고 있자, 민석이 형이 등을 쓰담쓰담 만져준다. 형, 또 놀러 올게ㅡ. 그렇게 일어난 형이 신발장으로 걸어가자 그쪽을 발견한 경수 형이 쪼르르 뛰어온다.
“다음에 또 오세요!”
“응. 나 또 올게. 야, 종인아! 경수한테 좀 잘해라! 이 귀여운 애한테.”
내 등을 쓰담쓰담 만져준 것처럼 경수 형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민석이 형은 손까지 흔들며 나가버린다. 나는 내일 갈래. 잠시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종대 형이 언제 찾아낸 건지 사탕을 우물거리며 거실로 걸어왔다. 내일 간다고?! 미치셨어요?! 간다면 서운하긴 하지만, 경수 형이 고생할 걸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파서 난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종대 형을 바라봤다. 곧 준면이 형이 나도 몇 시간 있다가 갈거야. 하는 말만 안 했다면 난 정말 폭발했을지도 모르겠다.
“…니니.”
“어, 응?”
“…….”
“…….”
경수 형이 어금니를 꽉 물며 내 옷깃을 세게 움켜 쥔다. 잔뜩 주름이 생겨버린 내 옷을 힐끔 보고 나는 허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땀이 났다.
-
“경수야, 형이랑 잘래?”
“뭐?!”
저 목소리는 내 목소리다. 경수 형이 놀라 소리를 지른게 아니라는 거다. 아니, 준면이 형 진짜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얍삽해. 나랑 룸메이트면 나랑 자야된다는 거 뻔히 알면서. 준면이 형은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당황한 듯 뒷머리를 매만지고 있었고, 경수 형 또한 똑같이 놀란 눈을 뜨고 날 올려다 본다. 아씨, 왜 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자면 싫은게 어디 나 뿐인가?! 어휴, 준면이 형이 저렇게 부드럽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흥분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을 거다. 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종대 형이 웃는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야, 쪼꼬미! 누워!”
“…….”
“…….”
아나, 진짜. 결국 내가 큰 소리를 치려는데 덥썩. 무언가가 내 팔을 잡는다.
“아니야, 난 니니랑 잘래ㅡ.”
“…….”
오 마이 갓. 니니랑 잘래. 니니랑 잘래. 니니랑 잘래. 와, 난 경수 형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맨날 같이 자자고 하면 애냐고 화를 냈었고, 손 끝만 대도 화들짝 놀라던 형이다. 그런데 나한테 지금 팔짱을 끼면서… 뭐? 니니랑 잘래? 와. 진짜. 죽어도 좋아요. 마마.
“넌 이따 보자.”
경수 형이 내 팔을 강하게 움켜 쥔다. 아프지만 샐샐 웃음이 나왔다. 허헝. 네. 당연하죠. 이따 봐요.
-
“종인아, 형은 새벽에 나갈거니까 미리 인사할게. 잘 있어.”
“…너무 빠른데. 무튼, 형 잘가.”
“김종인, 얼른 자라. 쪼꼬미 괴롭히지 말고.”
“엉. 알았어.”
준면이 형과 종대 형에게 인사를 하고, 민석이 형에게 간단한 통화로 인사를 하고서야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머리를 탈탈 털며 들어오니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않은 경수 형이 침대에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씨익 웃음을 지으며 그 옆에 바짝 붙어 앉아 허리를 움켜 잡으니 형이 놀란 듯 내 쪽을 확 올려다 본다.
“우리 형. 연기 잘 하던데?”
“너 진짜 짜증나.”
고생 많았다고 허리를 끌어안고서 얼굴을 부벼대자 형은 짜증이 나긴 하는 듯 몸을 비틀어 댄다. 안 떼, 이 놈아? 짜증이 물씬 묻어나는 말투였지만 나는 계속 강아지 마냥 얼굴을 부벼댔다. 그러자 형은 내 얼굴을 퍽 하고 밀쳐댄다. …마마, 내가 지금 티는 안 내지만 나 매우 아파.
“손 안 떼?!”
“아, 마마.”
“뭐. 니니 새끼.”
뚱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을 툭툭 내뱉길래 그게 또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니니 새끼랜다. 형을 끌어안고서 침대에 누웠다. 형은 툴툴거리며 몸을 비틀어대기 시작한다. 어휴,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아예 팔로 몸을 감싸 품 안에다 넣었다. 우리 형은 쪼꼬매서 쏙 들어온다, 아주 그냥. 무슨 맞춤 사이즈도 아니고, 내 몸에 꼭 맞췄다. 딱.
“준면이 형이 보면 어쩌려고.”
“형이 보면 그냥 사귄다고 해버려야지.”
“뭐?!”
장난 반 진담 반 섞인 말에 경수 형은 황당하다는 듯 나를 올려다본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포기를 한건지, 내 품에 더 안겨온다. …아, 형 더이상은 좀 곤란해. 경수 형은 이제 얼굴까지 내 가슴팍에 비비적거린다. 오, 마마.
“종인아.”
“어?”
“나 수고했냐.”
“응, 완전. 고마워, 형.”
씨익 웃음을 크게 지으며 형의 머리를 꼬옥 끌어 안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을 적셔온다. 아, 기분 최고야. 진짜. 그 머리카락에 얼굴을 부비며 마음껏 샴푸 냄새를 맡아대고 있는데, 경수 형이 대뜸 고개를 확 든다. 아, 깜짝이야. 마마. 뽀뽀 할 뻔했잖아….
“넌 내가 왜 좋아?”
“억?”
“…그건 또 뭔 소리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숨을 삼키는 소리를 내자 형은 혀를 찼다. 아, 민망하게시리. 큼큼. 괜히 헛기침을 했다. 갑자기 그건 왜? 그냥. 별 시덥잖은 이유에도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날 말똥하게 바라보는 형의 눈을 마주했다. 아, 형은 밤에도 예쁘구나. 쿵쿵. 괜히 가슴이 뛴다.
“이래서 좋아.”
뭔 소리래. 형은 또 다시 혀를 차며 내 옆구리를 찔러댔다. 알아 듣게 말해.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했다. 이걸 말해야하나. 아, 나 창피한데.
“나한테만 해주잖아.”
“…….”
“나만 아는 형의 모습이 많아서 좋아.”
오늘 같은 경우는 특별한 경우지만, 평소에도 형은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 많았다. 형 주변 친구들은 아마 형이 가끔 애교도 부려주고 장난도 꽤 많이 치고 농담도 많이 하는 형인걸 모를거다. 어른스러운 형이 애기 입맛인 것도 모를거고, 결벽증 소리를 들을 정도지만 사실 청소는 내가 하고 형은 요리를 더 많이 한다는 것도 모를거다. 아니, 그 전에 요리를 하는 건 아려나.
나는 그런 형이 좋았다. 어릴 적부터 주변에 하나 뿐인 동생인 나를 특별 대우 해줬다. 뭣도 모르는 꼬꼬마 나는 헐, 저 형이 나 좋아하나봐. 하고 자빠졌었다. 그 때 한 것은 착각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럼 넌 내가 널 좋아해서 날 좋아해?”
용케 알아 들은 건지 형이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을 감지 않고 날 바라본다. 형의 눈을 직접적으로 보며 날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쿵쿵 뛰던 가슴이 폭발 직전으로 되버렸다. 미치겠네, 진짜.
“근데 그건 또 아닌거 같아.”
“…….”
“형이 날 안 좋아해도 나는 형을 좋아해.”
고백을 하고 있는 건 나다. 그런데 어쩐지 형보다는 내가 더 가슴이 뛸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혀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 토할거같아. 너무 가슴이 뛰어서 속이 울렁거렸다. 형의 표정은 어떨까. 잠시 감았던 눈을 느릿하게 떴다. 방금까진 초롱초롱 예쁘게도 뜨여있던 귀여운 눈.
“…….”
“…….”
바로 내 앞에 있었다. 헉. 놀란 마음에 온 몸에 피가 얼굴로 쏠렸다. 그렇게 감은 눈의 형은 내게 천천히 다가와 입술을 맞물렸다. 말캉한 입술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렸을 때의 나는 형의 뒤통수를 잡고서 열심히 혀를 놀리고 있었다. 사실 첫키스는 커녕, 연애도 못 해본 나였다. 그 상대가 형이라는게 진짜 눈물 나게 좋았다. 쪼끄만한 얼굴을 한손 가득 움켜쥐고 혀를 한참이나 놀리다가 입술을 뗐다. 색색. 우리 둘의 숨이 거칠다. 나도 나지만, 우리 형도 연애 한번 키스 한번 제대로 못 해본게 분명했다.
“…잠이나 쳐 자, 어린 새끼가.”
“형 우리 사귀는거야?”
“아니.”
단호박인줄. 경수 형의 단호한 말에 나는 눈물을 머금고 형을 끌어 안았다. 형 미워. 진짜 무심하게 말을 하고선 내게서 등을 돌리는 형. 왜 사귀는건 안된대. 입술을 비죽이다가도 붉어진 형의 귓가가 보여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좋긴 하지만.
“니니.”
“응?”
“나 좋아하지마.”
“…….”
“너 아직 어리잖아.”
입을 다물었다. 더이상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형이 화를 낼 것 같았다. 입술을 깨물고서 형을 꼬옥 끌어안았다.
싫어. 좋아할거야.
나른하게 눈이 감겼다.
-
사실 블로그에서 연재 중단하고 인티에서 새롭게 하기로 마음 먹은 글!!!
됴총이니만큼 카디 찬디 백도 셓수 면도 첸디가 나올 예정이지만 외전? 번외? 쯤으로 찬백 카백 루민도 나올 예정 아마도!
재미도 없는데 구독료 받아서 미안해요ㅠㅠ 어쩔 수 없었어 분량이 조금 나치고는 긴 편이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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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하는거 천박한거 아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