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해- 내 여자친구 은지, 그리고 여기는 진짜 진짜 죽마고우 OO이"
"안녕-"
"아.. 안녕"
성용이의 옆에 딱 붙어서서 환한 미소로 나에게 인사하는 그녀. 참 부럽다. 그가 밉기도 하고... 내 머릿 속에 둥둥 떠다니는 말, 나가고 싶다.
저 좋아하는 내 맘은 모르고 속 없이 내 앞에서 여자친구- 여자친구-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은 생겼나보다.
난 또 점심 사다준다길래 머리도 새로 손질하고 무슨 옷을 입어야할까 구두는 뭘 신지, 가방은 어떤걸 들까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나왔는데.. 넌 참 사람은 비참하게 만든다.
덕분에 꾸미고 온 보람도 없이 속만 상하다가 가겠네. 기분이 나빠서 예쁜 원피스를 입고 의자에 털썩- 하고 앉아버렸다.
은지라는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길래 내 특유의 아주 아주 띠꺼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황한 성용이가 아- 원래 OO이가 좀 보기 보다 털털해- 라며 놀란 그녀를 다독였다. 진짜 꼴도 보기 싫다, 너..
맛있거 사준다고 제발 나오라고- 나오라고- 할 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진짜 후회 된다. 내 마음은 그렇게 몰라주면서..
사귀게 된게 몇 일이나 됐다고 서로 먹여주고 닦아주고 하는 모습에 눈물이 치밀어 오를것 같아서 애써 눈 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참았다.
"왜? 눈 아파?"
"아냐- 그냥 어제 늦게까지 TV를 좀 봤더니.."
그제야 내가 눈에 보이는건지 스파게티를 돌돌 만 포크를 들고서는 내게 묻는다. 그리고 성용이는 다시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했다.
성용이의 그녀가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잠시 자리를 뜨자 성용이는 샐샐 웃으면서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온다.
"어때? 괜찮은것 같지? 응? 응? 야-"
"아 몰라"
"뭘 몰라- 성격도 괜찮고 착한것 같지? 나 진짜 하늘을 날아갈것 같아"
"그렇게 좋아?"
"완전-"
속이 씁쓸해서 허- 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자 머쓱했는지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속 없다 속 없어..
"다이어트해? 오늘 따라 왜 이리 안먹어? 일부러 너 좋아하는 스파게티 먹으러 왔더니.."
"그냥.. 별로 입맛이 없어서. 나 갈게- 여자친구랑 맛있게 먹다 와"
"뭐 벌써 가- 더 먹고 가- 아, 진짜 오랜만에 만나서 자꾸 이럴래?"
"미안- 진짜 피곤해서 그래. 나중에 연락할게. 좋은 시간 보내고-"
결국 성용이를 피하듯 서둘러 가방을 챙겨 음식점을 빠져나왔다. 내가 미쳤지.. 이제 여자친구도 있는 녀석, 지워버리자. 내가 뭐가 아쉽다고 여자친구도 있는 녀석을..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런저런 생각에 집에 가는 내내 울적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쯤 되면 내가 참 나쁜 아이라는게 느껴진다.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기성용이 그냥.. 그냥 은지라는 아이와 헤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성용이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해주고 축하해줘야 하는데 자꾸만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든다.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이런 생각이 하고.. 내가 미쳤든, 미치지 않았든 변치 않는건.. 기성용 넌 진짜 나쁘다.
한 달 쯤 지났나, 성용이, 성용이 여자친구와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만난지. 항상 그 스파게티 전문점을 지나갈 때 마다 마음 한 구석이 쓸쓸했다. 물론 지금도.
잊자, 잊자, 잊자. 여자친구 있는 놈 좋아해서 될게 뭐가 있어. 괜히 내 마음만 아프고 곪고 곪을 뿐이야. 지워 버려 기성용 따위.
이런 시덥지 않은 생각만 머릿속에 집어 넣고 애써 성용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생각 보다 쉽지 않았다.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꽤나 가까운 거리에 성용이는 살고 있고, 학교에 가면 성용이와 연관성 있는 아이들이 나와 친구이고.
이거야 원 지울래야 지울수가 없다. 결국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난 뭘 했는지.. 잊지도, 버리지도, 지우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만 보냈다.
가끔 같이 저녁 먹자고 전화를 하던 녀석이 그 날 이후로 내게서 연락을 뚝 끊어버리고 집 앞 마트 갈 때면 거의 항상 마주쳤던 녀석을 이제 보지 못한다.
어련하시겠어, 바쁘겠지. 알콩달콩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깨소금이 뿌려질거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지긋이 감아도 성용이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으아 진짜 미치겠네?
"어쩌자고 내가 이런 놈을 좋아해ㅅ.."
기어코 혼잣말을 내뱉는데 한 동안 문자도, 전화도, 카톡도 없이 조용했던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리고 액정을 보면 '성용이'라는 문구가 뜬다.
지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12시 47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은 받았다. 어쩔 수 없구나.. OOO.
"여보세요...?"
"어? 받았네? 끊을뻔 했잖아- 왜이리 늦게 받아?"
"아 뭐...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네.."
"아직 안자?"
"너야 말로 훈련 있을 텐데 왜 안자고 있어?"
얼마만에 나눠보는 소소한 일상 대화인지 몰라 조금은 행복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통화를 한다.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이 꽤나 신경 쓰인다.
근데 왠지모르게 쓸쓸하게 들리는 성용이의 목소리. 내 목소리를 듣고 성용이는 알아채지 못할지라도 나는 성용이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차릴 수 있다.
"근데 너... 무슨 일 있어?"
".......... 잠깐 나올래?"
몇 초간에 침묵 끝에 성용이가 한 말은 잠깐 나오라는 말. 대답 대신 열려진 창문으로 아래를 바라보니 성용이가 차에 기대어 서 있다.
오른손을 들어 흔드는 성용이를 보고는 살짝 웃어주곤 가디건을 챙겨들고 나갔다.
"이제 저녁엔 추워. 따뜻하게 입고 나오지"
성용이는 가디건을 잘 여며주며 내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안하던 짓을 하는걸 보니 진짜 무슨일이 있나보다.
그런 성용이의 모습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연스레 성용이 차의 조수석으로 가 문을 열고 탔다. 성용이는 이내 한숨을 내뱉는가 심더니 운전석에 탔다.
"어디가려고?"
"그냥 바퀴 움직이는대로?"
"계획 없이 움직이는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어요-"
우스갯 소리로 한 말에 되먹지도 않는 정색을 하며 성용인 안전밸트나 매라며 투덜거렸다. 정석해도 넌... 귀여워...
네- 본부대로 해야죠- 나 역시 볼멘소리를 하며 안전밸트를 맸고 이윽고 차가 출발했다.
얼마 쯤이나 도로를 달렸을까. 아직 바퀴가 움직이는대로 가려면 한참이나 남은것 같은데 성용이는 잘 듣고 있던 음악을 끄고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있잖아"
"........."
"........."
"........."
뭔가 불길하다. 내가 들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 위험하다 위험해. 들으면 안될것 같지만 듣기 싫은건 아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움켜쥐듯 가슴 언저리에 놨다.
"헤어졌어"
니가 이러면.... 나 이제 더 이상해져. 자꾸만 자꾸만 다른 마음 먹어 성용아. 나한테 기대지 마. 나한테 니가 기대면 난 너 놔주지 못할지도 몰라.
음악도 꺼지고 깜깜해서 불빛 하나 없는 차 안에서 공기 마저 무거워져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 내가 작아지는 느낌. 한없이 찌그러지는 느낌.
두 손을 맞잡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마른 입술을 혀를 살짝 내어 축이면 조금이라도 이 무거운 공기가 가벼워 질까..
이 무거운 공기가 가득찬 좁은 공간에서도 오히려 넌 아무렇지 않은것 같은데 나는 자꾸만 작아져.
저는 시험기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나 봅니다...ㅋㅋㅋㅋ
단편이라도 올려야지 안되겠어요...ㅠㅠㅠㅠ 스아실 시험이 좀 많이 남긴했지만요..
글 올리는데까지 쭉 올릴게요~ Thanks to 는 다음 편 부터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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