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w. 채셔
4. 취기를 빌려
"내가 어떻게 했더라."
귀신 어택에, 별 이상한 공격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내가 제대로 당황했다. 어중간하게 서 있던 나를 소파 쪽으로 밀어낸 꼬맹이는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탔다. 벗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꼬맹이는 그대로 입술을 물었다. 내가 밀어내기도 전에 재빠르게 입술을 떼어낸 꼬맹이는 '이게 아닌가.'하고 갸우뚱거리며 내 목에 입술을 묻었다. …그만해. 최대한 차갑게 말하려고 노력했으나 꼬맹이는 물러날 생각을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이 자극제가 된 양, 더 농밀하게 놀려대는 혀에 나는 결국 꼬맹이를 탁 쳐냈다. 밀쳐진 꼬맹이가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 틈을 타 재빨리 벗어나 섰다. 심장이 고장난 게 틀림없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어서 호흡하기가, 곤란해졌다.
"아저씨, 귀 빨개."
꼬맹이는 푸흐,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지. 꼬맹이한테 휘둘리기나 하고…. 나는 괜히 귀를 긁었다. 간지러워서 그래.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뒤돌아 선 순간 심장 박동이 제자리를 찾았다. 조금 진정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꼬맹이는 꼬맹이일 뿐이야, 민윤기. 처음부터 그랬다. 그리고 끝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한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 것이라고 되려 안심시켰다. 하아, 하고 겨우 숨을 진정시키고 다시 뒤돌아 꼬맹이를 보았다. 길게 누워 천장만 말똥말똥 보고 있었다, 꼬맹이는. 뭔가가 잘못됐어. …그래, 아까 분명히 틈이 있었는데 왜 꼬맹이의 공격이 없었지. 야, 뭐해. 꼬맹이에게 괜히 물었으나, 꼬맹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장난하는 거지, 너."
가만히 천장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는 게, 이쯤 되니 무섭기 시작했다. 혹시 꼬맹이가 싸이코패스는 아닐까, 이대로 죽어버린 걸까, 별 같잖은 생각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한 발짝 다가서서 꼬맹이를 툭툭 쳐보았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다. 의도치 않은 무반응에 나는 옆에 앉아 꼬맹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픈 건가. 가만히 꼬맹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순간 꼬맹이가 손을 움직이더니 그대로 고개를 들어 내 입술에 도둑 키스를 해왔다. 눈을 감고 내 입술을 음미하는 얼굴이 나름 어른 같았다. 아냐, 꼬맹이는 어른이 됐어도 절대 내게 어른이 될 수 없다. 꼬맹이는 평생 나한테 웬디일 거다. 그러니까 어른 같다는 말보다, 애어른이라고 정정하는 게 좋겠다.
"다 컸네, 꼬맹이."
"……아저씨."
열심히 키스를 하는 작은 입술을 차마 밀어낼 수 없어서 가만히 당해주었다. 이내 제 공격이 성공했다 생각했는지 뿌듯한 표정으로 밝아지는 꼬맹이의 머리를 빠르게 쓰다듬었다. 반짝이는 두 눈을 두고, 나는 잔인해지기로 마음 먹는다. 관계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결국 나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언제든 '착하게 굴어야지.' 하고 항상 말해왔듯이, 꼬맹이는 착한 아이로 남아야 하니까. 학창시절의 악역은 언제나 선생님이었던 것처럼, 결국 내가 악역이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니까 어른처럼 굴어."
"……."
"이딴 애같은 장난 치지 말고."
꼬맹이가 입술을 물었다. 잠시 고개를 숙이는 게 왠지 보기가 힘들어 나는 그대로 코트와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으, 존나 춥네. 나는 괜히 코트를 여몄다. 얼른 회사 가서 작업이나 해야겠다. 원래 어제 끝냈어야 하는데 취기에 오른 꼬맹이나 봐주고 있는다고 아무 것도 하질 못했다. 술버릇이 좀 안 좋아야지. 어후…. 몸을 떨며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아찌, 나 입술 줘어.'
'곱게 자, 제발.'
'왜 입술 안 줘어? 아찌 거 빨리 줘어.'
택시에서 잘 자기에 그대로 업고 집 안으로 데려놓고 제 침대까지 내주었더니…. 이불을 끌어올려주자마자 눈을 번쩍 뜨더니 그 때부터 꼬맹이는 꼬장을 부리기 시작했다. 대뜸 입술을 달라며 칭얼대기에 부글거리는 속을 겨우 잠재우며 재워주려고 노력했는데. 역시나 꼬맹이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내가 얘를 어떻게 키웠지. 하아, 하고 열 뻗친 한숨을 길게 뱉어내며 꼬맹이의 배를 토닥였다. 제발 잠에 들라고 토닥여주었더니 꼬맹이는…. 꼬맹이는 울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꼬맹이가 우는 건 유독 참을 수 없었다. 어릴 적에 처음으로 사람을 팼던 이유도 꼬맹이 때문이었다. 자기를 괴롭힌다며 찔찔거리며 우는 꼬맹이가 보기 싫어서.
"…왜 울어, 자라니까."
"아찌가, 흡, 입술, 크응, 안 주자나."
아깐 그래도 숨죽여 울더니, 왜 우냐고 물어봐주니까 대놓고 울고 있었다. 코까지 중간에 풀어 가면서. 침대 옆에 둔 티슈를 몇 장 꺼내, 콧물이 줄줄 흐르는 꼬맹이의 코를 닦아주었다. 얘는 왜 이렇게 술에 취하면 스킨십에 집착을 할까. 새삼 궁금해진다. 어찌 됐든 티슈를 다 쓸 작정인지 서럽게 울어대는 꼬맹이의 울음부터 좀 그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증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며 나는 꼬맹이에게 '입술 주면 잘 거야?'하고 물었다. 꼬맹이는 그제야 눈물을 제 소매로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래서 키스했다. 아니, 키스해주었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키스를 해주지 않으면 밤새 울어댈 꼬맹이의 성격을 아니까. 그래서 해준 거였는데.
'우리 어제 키스했지?'
왜 당황했는지 모르겠다. 아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난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잠자는 애를 데리고 입술을 훔친 것도 아니고. 평소에 당황의 당자도 모르는 내가 왜 당황했냐는 말이다. 그냥 미스테리로 두기로 했다. 나도 모르고, 꼬맹이도 모르고. 풀기엔 또 귀찮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해서. 그래서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영역의 어느 감정일 것이라고 대충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왠지 모를 착잡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들어섰는데 불청객이 들어 앉아 있다.
"지랄한다."
"ㅇ, 윤기 선배!"
"아니, 그, 그게. 우리 아무 것도 안해써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지민이 술떡에게 키스하려는 장면에 딱 내가 등장한 거다. 신이시여, 왜 이 타이밍에. 지민과 술떡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이 분위기에 뭘 더 하냐. 너네 집 가서 해. 나는 짜증스레 말하며 소파에 길게 누웠다. 왜 이렇게 짜증이 솟구치는지 모르겠다. 하아, 하고 길게 한숨을 내뱉자 지민과 술떡이 입술을 삐죽이며 작업실에서 나갔다. 왜 이렇게 분노가 차지. 내가 이렇게 분노가 많은 사람이었나. 확 몸을 일으키는데 이제껏 들리지 않던 노래가 귀를 맴돈다. 연애의 밤으로 걷자, 우리……. 이거 박지민이 작업하던 곡인데. 아아, 이제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완성곡이 된 노래를 선물로 해준 거다. 나는 씩씩거리며 스피커를 껐다. 이 모든 짜증의 근원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외롭다.
이런 감정 쯤은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술떡이 장난으로라도 '선배는 평생 혼자 살 사람이에요!'하고 대들기도 했었는데. 이런 감정이 왜 이제야 생기는 거냔 말이다. 그리고 왜 외롭다고 생각하자마자 꼬맹이가 떠오르는 거냔 말이다.이게 다 꼬맹이 때문이다. 꼬맹이가 외국에 가 있는 동안은 절대 이런 감정이 찾아오질 않았는데. 그래서 죽으면 사리가 나오겠구나, 하고 인자하게 웃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빨리 꼬맹이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 꼬맹이가 있으면 아무 데에도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 늘 그랬다. 꼬맹이가 주위에 있으면 아무 것도 하질 못했다. 꼬맹이가 사고를 좀 치는 것도 아니고. 매일 다치고, 넘어지고, 아프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형, 제 친구가 형 멋있대요.'
'내가 좀 그렇지.'
'소개해줄까요?'
그저 흘려들었던 호석의 말이 생각 났다. 그래, 소개팅을 해야겠다. 여자를 만나야겠다. 꼬맹이의 시야에서도 벗어나고, 이 거지같은 외로움도 좀 해소해야겠다.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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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많이 늦었죠. 알바도 하구 어제 그제 술 약속도 잡혀가지구...
메일링 글 보다가 이불킥해짜나요...☆ 게다가 태태 글은... 어휴... 제가 어떻게 글을 적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여...
미앙해요... 손 들고 있으깨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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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ㄴ
(손든 이모티콘)
그나저나 오늘 뭥가 길게 쓴 거 같은데!!!! 아닌가!!!!!!!★
참, 암호닉은 계속 받아요. 이미 많이 신청해주셨지만 제가 어떻게 거절하나여 T-T 절대 저는 거절 못해여 T-T
저랑 더 관계를 맺고 싶으시다는데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으시다는데!!!!! 전 언제나 환영이에오 사랑해오 다들...!
자, 다들 안겨여. 내 뽀뽀 받아가여. (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