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는 톱배우 민규 X 스턴트배우 너봉
1. 시작, 그리고 처음이라는 말의 의미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그것은
어쩌면 설렘보단 당혹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그것의 이름은
사랑이었다.
붕- 하고 높이 띄워진 몸이 처음인 양 낯설었고 조금은 두려웠다. 긴장이 몰려오는 탓에 침을 꼴깍- 하고 넘겼다. 3. 2. 1. 속으로 숫자를 되뇌고는 눈을 감았다.
"컷-"
내 발이 땅에 다시 닿는 순간, 감독님의 컷- 하는 소리가 울렸고, 박수갈채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이어졌다. 다들 신났네.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오랫동안 지연되던 드라마 촬영의 마지막 장면 촬영이 막 끝났으니, 신날 만도. 뭐, 나는 얼굴 한 번 안 나오겠지만 괜히 후련하네. 서로에게 수고하셨습니다-를 남발하며 축제 분위기인 스태프들과 멀찍이 떨어져 장비를 풀고는 땀을 훔쳤다.
"여주언니, 이거 마셔요!"
은빈아- 땡큐. 막내 작가라고 했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얼굴에 잔뜩 묻어나듯 앳된 얼굴이었다. 그래도 나 챙겨주는 건 은빈이 밖에 없지. 내 촬영이 끝나자마자 물 한 병을 들고 쪼르르 달려온 은빈이가 내심 귀여워 살포시- 웃었다. 너 이럴 시간에 감독님한테 잘 보여야지. 일개 스턴트우먼한테 잘 보여서 뭐 하게? 내 장난스러운 물음에 은빈이가 웃는다.
" 에이- 내가 언니 좋아하는 거 알면서."
"아이구, 아부는"
"맞아, 언니 오늘 회식 올 거죠?"
회식? 내가 되물었다. 배우들이랑 스태프들 다 오는 그 회식? 엄연히 말하자면 나는 이 드라마의 공식 스태프가 아니다. 회식자리에 끼기 부담스럽고, 은빈이 말고는 딱히 친한 사람도 없는데 … 생각을 마친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그냥, 집 가서 좀 쉬려고- 내가 낄 자리도 아니고. 내 말에 은빈이 얼굴에 실망감이 잔뜩 번졌다.
"그 사람도 온다던데. 배우 김민규 있잖아요"
"…김민규?"
드라마 남자 주인공 배우의 이름이었다. 내가 여자 주인공 담당 스턴트우먼이었으니, 따지자면 내 상대역이지만, 함께 연기를 맞추어볼 장면이 없어 촬영장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차피 내 인생에서 마주칠 일도 엮일 일도 없는 사람이고 뭐,
"우리 여태 회식 한 번도 안 한 거 다 그 사람 때문인 거 몰랐어요? "
"…"
"감독님이 그 사람 스케줄 맞추겠다고 해서 겨우겨우 성사된 회식이래요. 촬영 이외에는 촬영장이며 뭐며 나타나지도 않는다는데."
하긴,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김민규. 그 사람과는 말이다. 얼마나 잘났길래.
"심지어 대본 리딩 할 때도- 근데 언니가 빠질 거예요?"
은빈이가 비밀 얘기를 하듯 목소리를 낮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에이- 그래도 나는 빠질 …
"오늘 회식 전 스태프 참여합니다. 외부 스태프고 뭐고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하도록-"
감독님이 확성기를 통해하는 말에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시끄러운 것도 질색이고, 집에서 푹 쉬고 싶었는데! 울상이 된 내 표정에 은빈이가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아 … 내 운명이구나. 받아들여야지. 암.
결국 오게 된 회식자리. 스태프 수가 스태프 수인지라 식당 안은 북적이고 소란스러웠다. 배우들이 앉은 테이블 주변으로 몰려드는 스태프들을 살짝 피해 옆 테이블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은빈이는 … 막내여서 그런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고, 예상했지만 나만 혼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덩그러니- 앉아있다. 이럴 거면 왜 오라고 했냐고! 괜히 심통이나 앞에 놓인 애꿎은 젓가락만 못살게 굴었다.
"자, 민규 씨도 한 잔 받고-"
"전 괜찮습니다."
저 사람은 … 인기 많네. 감독님이 주는 주는 술을 단번에 거절한다. 무서울게 없나 보지. 김민규인가 뭔가 하는 배우를 둘러싼 사람들 모두 김민규에게 잘 보이려 무던히도 애를 쓴다. 치이- 저런 사람이 뭐가 좋다고. 아까부터 괜히 심통이 난다. 아직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는데, 유치한 생각이 자꾸만 튀어나온다. 연예인만 아니었어도. 뭐, 별로 볼 것도 없구먼, 키는 좀 훤칠하네 … 얼굴도 잘생기긴 했… 영양가 없는 생각을 홀로 이어가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럼 뭐해 싸가지가 없는데!
"다 같이 건배!"
듬성듬성 비어있던 내 옆자리도 어느새 채워졌다. 음식들과 술들이 내가 앉은 테이블에까지 도착하고, 감독님이 건배!를 외쳤다. 소주잔에 살짝 입을 대고 멈칫, 했다가 벌컥 들이마셨다. 그래도 좋은 날인데, 마셔서 나쁠 거야 없지- 하고.
「은빈아, 나 먼저 들어갈게」
촬영장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느라 바쁜 은빈이에게 문자만 살폿 남겨놓고 외투를 챙겼다. 이미 시간은 11시를 훌쩍 넘기기도 했고, 나 하나 없어진다고 해도 눈치채지 못할 분위기니까.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왔다. 알딸딸- 하게 올라온 취기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부러 외투를 여미지 않고 찬 밤공기를 맞았다. 으으- 춥긴 하네. 버스는 이미 끊겼을게 뻔하니 택시를 타기 위해 큰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내 시선 끝에 익숙한 인영하나가 걸렸다.
"…김민규씨?"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내 부름에 돌아보는 모습에 아차, 싶었다. 저 사람은 날 모르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뻔뻔하게 아는 체를 하는 거야! 얼굴에 철판을 깔고 조금 더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하면 돼!
"아, 저는 민규 씨랑 드라마 같이 찍은 그러니까 스턴트 배우 김여주 …"
"…"
"…저, 저기요?"
내가 다가가 악수라도 건네기 위해 뻣뻣하게 손을 내밀고는 말했다. 하지만, 내 말에 대꾸도 않고 나를 한참 내려다보던 이 사람은. 그대로, 그대로 나를 와락 안아버렸다. 미, 미쳤나 봐! 내가 한참 작은 탓에 가슴팍에 안긴 꼴이 돼버렸다. 혹시 누가 보면 어쩌려고! 드라마 여주인공 마냥 김민규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퍽- 내리쳤다. 좀 떨어져 주시면 안 돼요? 저기요! 내 애절한 부탁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김민규는, 내 앞에 서있는 이 망할 배우라는 사람은! 나를 더 꽉 껴안는다.
"나, 살려줘"
"네? 뭐라고요?"
"…살려줘…"
사, 살려줘? 그 말을 끝으로 내 몸에 잔뜩 무게가 실린다. 이 사람 지금 쓰러진 거야? 잠든 건가? 나를 안은 자세 그대로 나에게 폭- 하고 기댄 이 당황스러운 남자를 흔들어보았지만 묵묵부답. 살려달라고 한 거면 아픈가 어디? 병원으로 가야 하나? 이 사람 연예인인데? 내 멋대로 병원 데려가도 돼?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면? 오만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저, 저희 집으로 갈게요. 전 아무 잘못 없어요! 그쪽이 먼저 살려달라고 막 안기고 네?"
결국 내가 내린 결정은 우리 집. 일단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꼭 연예인 납치하는 사생팬 된 기분이잖아! 괜히 뜨끔해 내 말은 듣지도 않는 김민규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난 아무 잘못 없어요! 이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고서-
"…일어나"
"…싫어어- 더 잘 거야"
"일어나라고!"
피곤해죽겠는데, 누가 자꾸 날 깨우는 거야- 어제 김민규인가 뭔가 하는 남자를 집까지 낑낑거리며 옮겨놓았으니, 피곤이 몰려오는 게 당연했다. 잠깐만, 김민규?
"으악-"
"놀란건 누군데 당신이 소리를 질러?"
왜, 왜 내 옆에. 김민규가.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보이는 건 내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 심지어 유명 배우. 나는 분명 침대에서 잤는데? 그럼 나 저 사람이랑 잔 거야? 미쳤어 미쳤어. 경악한 나와 달리 심드렁- 아니 어쩌면 짜증이 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민규가 제 머리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여기 있어요?"
"그건 당신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나, 나도 잘"
나 지금 매우 심기가 불편해요.를 온 얼굴에 가득 품은 김민규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나도 내가 왜 당신이랑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찬찬히 어제의 기억을 되짚어 보려 애썼다. 어제 나는 분명히 나에게 안긴 이 사람을 들쳐메고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우리 집까지 데리고 왔다. 택시에 탔을 땐 혹시라도 당신 얼굴을 알아볼까 봐 나 혼자 쌩쇼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하필 엘리베이터도 고장. 7층까지 이 사람을 업고 우리 집에 안착했다. 내 침실에 눕혀놓고 나도 그 옆에서 …?
"됐고, 난 씻고 올 테니까 소속사 갈 준비해"
"다, 당신이 먼저 나보고 살려달라고 했잖아요!"
소속사라니. 나 고소라도 한다는 건가? 무서운 말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이네. 지금 내가 당신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어제 당신 때문에 무슨 고생을 했는데! 깜짝 놀라 내가 김민규의 앞을 가로막으며 버럭- 하고 소리쳤다.
"…내가?"
"나 껴안고 살려달라고 해서 기껏 집까지 데려왔건만!"
"그, 그럼 병원으로 데려가야지 왜 집으로 데려와?"
아주 적반하장이다. 엉? 버럭 하는 싸가지라고는 밥 말아드신 김민규에 나도 지지 않고 버럭 했다. 그거야 당신이 연예인이니까 그렇지! 얼굴까지 벌겋게 익으며 소리친 결과인지, 김민규는 당황해 잠시 벙 쪄있더니 나 씻으러 갈 거야- 비켜. 하고 말한다. 뭐, 저딴!
"그리고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질이야 당신?"
"너 몇 살인데?"
욕실로 걸음을 옮기는 김민규 앞을 또다시 막아섰다.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질이야! 하고- 도대체 어디서 나온 용기고 패기인지 모르겠지만, 보통 싸가지 없는게 아니어야지 말이야! 그러자 너 몇 살인데? 하고 되묻는다. 나? 23살이다. 왜? 라고 말하려다 자신 있게 되묻는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스,스물셋 …하고.
"내가 너보다 2살이나 더 많아. 그러니까 이제 좀 비키지?"
김민규의 말에 그 자리에 얼음이 됐다. 날 피해 욕실로 향하는 김민규가 얄미웠지만,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 했다. 괜히 나서서 이불킥 감만 만들었다. 이씨- 한순간에 울상이 된 나를 김민규가 비웃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왜 안 씻고 그러고 있어?"
"내가 왜 씻어…요?"
"나랑 같이 가야 할 것 아냐"
순식간에 씻고 나온 김민규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나를 보며 말한다. 소속사 안간다니까! 나는 결백한데? 내가 아까 대들었다고 그러는 건가? 연예인이 막 권력 남용하고 그래도 되는 거야?
"나랑 소속사가서 얘기를 해줘야 할 것 아냐"
"…에?"
어느새 내 앞까지 다가와 팔짱을 끼곤 나를 내려다보는 김민규에 바보같이 에? 하는 소리를 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내 표정에 김민규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입을 다시 연다.
"지금 소속사는 난리 났을 거야 나 사라져서. 난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에 없고. 그나마 기억나는 네가 나랑 가서 설명을 해야할 것 아냐"
답답한 듯 말하는 김민규에 나는 그제야 아아- 하는 바보 같은 탄식을 내뱉었다. 허겁지겁 준비하는 건 옵션.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김민규가 보였다. 저게 진짜 자꾸 사람을 한심하다는 듯이 …!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내가 봐도 한심한 내 행동에 내 스스로 정신을 차리라며 뺨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자꾸 김민규 따위에 말리는 건데! 하고-
사담 안녕하세요 칡이예요!
첫 글이네요. 뭔가 떨리고 설레고 음 긴장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칠 … (쿨럭) 병신년을 맞이해 합법적 오빠가 된 민규배우님에 홀릴 준비 되었슴니까!
그러니까 전 앞으로 민규를 오빠라고 부르겠어요 (양심리스)
왜 저렇게 애매하게 끊겼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분량조절이란 것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꺼이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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