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키잡이 뭔데요?
" 어, 엄마 나 방 계약 끝나서 이사 가야되는데 돈 좀 보내줘. "
- 한 3개월만 연장해서 살면 안 돼? -
" 엥, 무슨 6개월도 아니고 애매하게 3개월? 벌써 다른 사람 들어오기로해서 안 될텐데. "
- 그래? 아빠랑 엄마 3개월 뒤에 다시 한국 가. -
" 진짜? 갑자기 이렇게 빨리? 아니 근데 나 돈 보내달라니까? 나 이사 가야 돼. "
- 너 알바는 안 했어? 모아둔 돈 한 푼도 없어? -
" 했지. 근데 들어온 족족 쓸 데가 있는데 어떡해. "
- 3개월만 계약할 방이 어딨어. 일단 끊고 엄마가 다시 전화할게. -
엄마! 엄마.. 엄마..?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냉정한 뚜뚜 소리에 이미 전화는 끊겨버린 핸드폰 액정만 쳐다봤다. 아니, 돈 보내달라니까 엄마는 제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멍해진 정신을 붙잡고 머리를 굴렸다. 삼개월만 살 방은 어떻게 구할것인가. 웬만한 방 주인들은 단기계약을 꺼려한다. 왜? 방 계약하는게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니까. 그럼 난 방을 어떻게 구해.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쥐어잡고 뜯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확답을 내려주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건 나 알아서 하라는거겠지. 그래. 그럼 난 그냥 방 구하고 엄마 한국 들어와도 따로 살래. 아...결론을 내려도 속 시원해지긴 커녕 무거운 추가 짖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냥 엄마 전화나 기다릴래. 그대로 침대에 대자로 퍼져 누웠다. 형광등이 너무 눈 부셔 눈을 감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늦었다. "
어젯밤 눈을 감기전 모습과 똑같이 대자로 침대에 뻗어있는 나였다. 왜 그런날이 있지 않은가. 그냥 눈이 번쩍 떠졌는데 늦은느낌이 확 오는 그런 날. 손을 침대 위 이리저리 휘휘 저어 핸드폰을 잡아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핸드폰 홀드키를 눌렀다. 와, 미쳤다. 누워있을때가 아니네.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튀어갔다. 손에 잡히는 후드티를 입고 칫솔을 물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 진심 정신없다. 그렇게 정신없이 현관문을 박차고 나와 미친듯이 달렸다. 헉헉대며 강의실문을 열어재끼니 아직 보이지 않는 교수님의 모습에 슬쩍 웃음이 번졌다.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자니 옆에 와서 깝죽대는 박지민이었다.
" 와, 대단하다 진짜. "
" 깝치지마. "
" 내가 뭔 말했다고 까칠하게 지랄일까 또. "
" 너 무슨 말 할지 알거같으니까. "
"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너는 맨날 꼬라지가 왜 이래? "
" 이 꼴 보기 싫으면, 아침에 좀 깨워달라고! 이 나쁜 자식아. "
박지민은 한 쪽 손을 손바닥이 천장을 보게 해 내게 내밀었다. 그런 박지민을 보고 뭔 소리하는거냐는 표정으로 박지민을 쳐다봤다.
" 돈 주면 깨워줄게. "
" 말을 말자. "
그렇게 아침부터 또 박지민과 투닥거리는데 힘을 다 빼서 강의는 듣는둥 마는둥 흘려보냈다. 내가 듣기 싫어서 안 들은게 아니라 박지민때문이라는게 중요하다. 그렇게 지루한 강의를 마치고 구내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구내식당에 도착하니 아는 얼굴들이 참 많았다. 우리 학교 구내식당은 맛이 더럽게 없어 웬만하면 다들 이용하지 않는다. 근데 우리과 선배들은 질리도록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먹다보면 정드는 맛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구내식당엔 거의 우리 과 사람들이 전부였다. 박지민과 처음 구내식당을 이용했을때 했던말이 절대 다시는 여기 오지말자였건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밥 먹을 시간이 되면 구내식당으로 오는거 보면 진짜 먹다보면 정 드는 맛 맞나보다. 밥을 받고 선배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음, 여주는 또 꼴이 왜이럴까. "
" 아, 왜요 또. "
" 뭐 하루 이틀 아니라서 놀랍지는 않은데 볼 때마다 신기하긴하다. 그래도 화장 안 해도 볼 만해. 그치? "
" 왜 예쁘기만한데. 정호석 밥 먹을때 건들지마. 밥 먹을땐 개도 안 건들여 임마. "
" 역시 젠틀맨 석진센빠이. 근데 오빠는 내가 중요한게 아니라 밥이 중요한거죠? "
" 물어서 뭐해. 밥이나 먹어. 역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구내식당이다. "
" 어휴, 김여주 저건 김석진한테 맨날 당하면서 정신 못차린다. "
" 그쵸, 형. 석진이형이 밥 먹을때만 좋은소리 해주는거 맨날 당해도 또 역시 석진센빠이 이러고 있는거 보면 학습능력이 부족한거겠죠? "
" 박지민 밥이나 먹어. 오빠도 밥이나 드세요. "
그렇게 짖궂은 선배들의 공격을 정신없이 맞고서야 밥을 먹을수있었다. 한참 밥을 먹다 알바생각이 났다. 방학에 편의점 알바를 했지만 개강후 편의점알바를 이어나가기엔 시간이 맞지 않아 일주일 뒤 그만둬야했기때문이다. 학비와 집세는 부모님이 매번 입금해주셨지만 성인이 된 후 생활비는 알아서 벌어 써야했다. 갑자기 관두게 된 알바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호석오빠 혹시 알바자리 아는데 있어요? "
" 어? 그 모습으로 알바 구하면 구하기 힘들텐데? "
" 아 진짜 놀리지말고 진짜 급하단말이에요. "
" 왜 알바를 해? 과외를 해. 그럴려고 고등학교때 공부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교 온 거 아니야? "
" 정호석 진짜 골 때린다. 과외하려고 공부했냐? "
" 야, 그래도 과외가 알바보단 편하잖아. "
" 그건 그렇지. 근데 진짜 김여주 너 과외하면 되잖아. "
" 누구 가르쳐본적도 없고 막 괜히 성적 떨어지고 그러면 망하잖아요. "
" 바보냐? 과외한다고 다 성적 오르면 다 과외하지. 꼭 오를 필요 없어. "
" 아 그런가? 과외는 어떻게 구하는데요? 막 전단지 붙히고 다녀야되나. 그럼 진짜 구해지긴 해요? "
"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달라고? "
" 그럼 좋죠. "
" 후배 잘 되라고 또 착한 선배가 도와준다. "
" 헐 진짜요? 농담이었는데. "
" 나 과외하던애 친구 어머니가 과외해달라고 하셨는데 나 취업준비때문에 과외 못늘릴거 같아서. 너 연결 해줄게. "
" 몇 살인데요? "
" 고3. "
" 오 진짜 부담스러운데. 괜히 사람 인생 망치는거 아니에요? "
" 하기 싫음 말고. "
" 아니에요! "
" 그럼 너 번호 알려준다. "
그렇게 순식간에 해보지도 않은 과외알바를 구했다. 그것도 부담스러운 고3 과외. 윤기오빠의 말로는 성적이 꼭 오를 필요는 없는게 맞긴하지만 신경 안 쓸 수 없는 부분이었다. 뭐 어떻게 해야 될지. 과외는 뭘 해 줘야되는지도 모르겠다. 윤기오빠가 필요한 자료는 보내주겠다고 했다. 나도 그 자료를 다 공부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래도 뭐 몸 힘든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나왔다. 구내식당에서 나와 박지민과 교정을 걸었다.
" 콧노래가 잘도 나온다. "
" 그럼 신나는데 울까? "
" 고3이면 세 살 차이네? 넌 정신연령이 중학생수준이니까 대화 잘 통할듯. 또 막 선생이라고 근엄한척하면 개웃기겠다. "
" 아, 안 그래. 친구같은 선생님이 내 모토다. "
" 언제 또 모토씩이나 정했어? "
" 방금. 나 알바 간다. "
***
편의점카운터에 멀뚱히 앉아있었다. 편의점의 시간은 느리게 가는지 시간이 더럽게도 안간다. 차라리 물건정리라도 하면 시간이 빨리 가는데 이렇게 멍 때리는 시간은 참 안 간다. 그냥 앉아 있으면 되는 꿀알바 놓치는게 아깝지만 받아드릴 운명이거니와 겸허히 받아 들여야겠다. 그렇게 드디어 다음 알바와 교대를 했고 편의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열한시 늦다면 늦은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이제부터 또 다른 하루가 시작하는 시간일수도 있는 시간이다. 깜깜한 밤거리지만 매일 걸어 익숙해진탓인가 아무런 경계심도 무서움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이어폰을 꼽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따라 비련의 여주인공도 되었다 씩씩한 여주인공도 되었다 별 쑈를 하며 걸어갔다. 그렇게 발을 열심히 옮겨 집을 향해 갔다.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깜짝 놀라 숨을 훅 들어마시며 돌려진 고개들 들어 보니 50대쯤 되보이는 아저씨였다. 입을 열 때마다 진동하는 술냄새에 아 이 사람 술 취했구나 아는건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내 양어깨를 꾹 눌러잡은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어도 소용이 없었다.
" 아가씨 아저씨가 너무 슬픈데 같이 술 마실 친구가 없네? 같이 술 한 잔 하자 응? "
발음도 안 될만큼 술을 마셨는데도 무슨 술을 더 마신다고. 꼬부랑거리는 발음으로 말을 뱉을때마다 풍기는 술냄새에 인상을 찡그리고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발음도 안 되는 사람이 힘은 왜이렇게 쎈 지 모르겠다.
" 아저씨 술 취한거 같은데 들어가세요. 네? "
" 너도 내가 냄새나냐? 인상 펴 내가 뭐 어떻게 한데? 술 한 잔 하자고. "
" 아니 이것 좀 놓고. "
" 가자고. 좋은 말로 하면 듣는것들이 없네. "
술 취한 아저씨는 이윽고 내 팔목을 잡고 끌기 시작했다. 아저씨 손에 잡힌 팔목을 빼내기 위해 버둥거려도 빠지지 않는 팔에 눈물이 차올랐다. 밤길 걸으면서 조금더 신경 쓰면서 걸을걸. 경계심을 갖고 있을걸 후회해도 되돌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저씨 손에 질질 끌려 열걸음정도 갔다. 그 새 내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살려주세요 라는 말만 반복할뿐이었다.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나왔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 때 누군가 아저씨 손에 잡힌 내 팔목을 강한 힘으로 빼냈다. 그래도 내 눈물을 멈출줄 모르고 엉엉거리며 울 뿐이었다. 내 팔목을 빼낸 사람 손을 잡고 살려달라고 통곡을 했다.
" 뭐야 누구야 넌. 가던 길 가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이. "
" 이런 상황을 보고 그냥 가는 사람도 있어요? "
" 딸이 말을 안 들어서 혼내는데 뭔데 참견이야. "
아저씨는 똑바로 발음도 못하면서 저런말은 어떻게 생각해내는지 경이로울 정도다. 아빠뻘은 맞지만 아빠는 아니지.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에 매달리다싶이 주저앉았다.
" 우리 아빠는 그런짓 안 하고 다녀요. "
그치지않는 울음으로 끅끅거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 그렇다는데. 아저씨 할 말 더 있으세요? "
" ㅁ..뭐..뭐! "
" 또 다른 변명거리 없냐고요. "
" 무슨... "
" 없죠? 저 신고합니다 그럼. "
뭐 드라마처럼 그 아저씨를 때려눕힌다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확실한 해결방법이었다. 술 취한 아저씨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골목길로 유유히 걸어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는 내 앞에 넓은등판이 등장했다. 그때도 계속 엉엉소리를 내며 통곡을 하고있었다.
" 업혀요. "
" ...네? "
" 계속 그러고 있게요? "
" 아니 제가 걸어서 갈게요. "
그렇게 말 하고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서려 했지만 힘이 들어 가지 않았다.
" 못걸을거 같은데 안 업혀요? "
남자의 말에 그냥 입 다물고 업혔다. 그대로 뒤에 업혀 불빛이 반짝이는 거리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모양새였다. 그래도 남자는 꿋꿋히 날 업고 걸어 편의점 의자에 앉혔다. 편의점 의자에 앉아 눈물을 닦아내고 숨을 골랐다. 언제 편의점을 들어가 사온건지 편의점 테이블에 생수병을 올려놓은 남자의 얼굴을 그제서야 처음 봤다.
" 괜찮아요? 물 좀 마셔요. "
" 아, 감사합니다. "
그렇게 생수 뚜껑을 따 물을 벌컥 마시고 시간이 지나니 정신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동안 계속 내 앞에 앉아 기다려주는 남자를 그제서야 바라봤다.
" 아깐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 못드렸는데 진짜 감사해요. 아.. 뭘 어떻게 해드려야 될 지. "
" 이제 정신 차린거 같네. 당연히 할 일 한거에요. "
" 아니, 그래도. 제가 진짜 감사해서요. "
" 진짜 괜찮은데 정 그러면 나중에 밥 사줘요. "
" 밥이요?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사드릴게요. "
" 진짜죠? 나중에 발 빼기 없어요. 핸드폰. "
남자는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가져가 자신의 번호를 찍었다. 다시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 이어폰. "
" 네? "
" 밤에 이어폰 꽂고 다니지 말라고요. "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제 갈 길을 가는 남자였다. 이름도 못물어봤는데...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대충 이어폰 으로 저장을 하고 나도 다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일의 여파가 컸는지 그 길로는 다시 못가겠어 다른 길로 돌아돌아 집으로 갔다.
***
" 미쳤지? "
" 맨날 다니던 길이었단 말이야. "
" 기지배가 겁도 없이. 백번천번 말해도 안 아까운말이 조심하라는거야. 조심 좀 해. "
" 그래도 안 죽었잖아. 다음부터 진짜 조심할게. "
" 그 놈의 입은 끝까지 나불거리네. "
그 일이 있고 난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박지민에게 말을 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당장 말을 하면 감정이 복받쳐 울음이 터질거 같아 기억이 조금이나마 무뎌질때가 되서야 말을했다. 카페에 앉아 내 얘기를 잠자코 듣던 박지민은 역시 격하게 걱정을 했고 난 아무렇지 않은척 괜찮은척을 해보였다.
" 구해준 사람한테 연락은 했고? "
" 아니 아직. "
" 빨리 해. 완전 생명의 은인급인데. "
" 뭐라고 해? 밥 사주기로 했는데 그냥 밥 사준다고 해? "
" 감사하다고 밥 사준다고 해. 몇 살정도 되보였는데? "
"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한 스물? 스물하나? "
" 전화해. "
박지민의 말에 핸드폰을 꺼내 이어폰을 찾아 통화버튼을 누를까 잠시 고민을 하다 그냥 눌러 버렸다. 그리고 귀에 핸드폰을 갖다대니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라고 친절히 알려주는 예쁜 안내원의 목소리만 흘러 나올뿐이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멍한 표정으로 눈을 끔벅이며 박지민을 바라보니 박지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왜라고 물어왔다.
"...없는...번호라는데? "
" 엥? 잘 저장한거 맞아? "
" 직접 찍어주고간건데. "
" 너 번호 달라고 질척거렸니? "
" 내가 무슨 그런 상황에 그랬겠어? "
" 너라면? 잘 생각해봐. "
박지민의 말에 조각조각난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봤다.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보상을 해준다니 거절을 했던거 같은데 내가 아니라고 기어이 보상을 해준다고 했던거같다. 질척거렸네 질척거렸어. 아니 그냥 싫다고 하면되지 굳이 잘못된 번호를 가르쳐줄 필요가 있었나싶었다. 나를 구해줘 고마운것과는 별개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민은 질척거렸네 질척거렸어 라며 깐족거려왔고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박지민과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오늘부터 과외를 하게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외하는 학생 어머니가 보내주신 주소를 보고 택시를 잡아 탔다. 길 잃고 돌아다니는것보다 이게 훨씬 빠르겠다는 판단이 들었기때문이다. 택시에 타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보니 엄마였다. 엄마는 전화를 할 때마다 집에 관한 확답을 주지 않았고 이러다 집 없이 살아야 될 판인 나는 엄마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집타령을 했다.
" 엄마! 나 집 어떡하냐고. 찜질방에서 자게 생겼어. "
- 찜질방에서 안 자도 돼. -
" 돈 보내주게? "
- 너 어릴때 옆집 살던 아줌마 기억나지? -
" 아니 잘 안 나는데. 그건 갑자기 왜 아니, 나 집. "
- 그 집에서 삼개월만 살아. 얘기해뒀어. -
" 뭐? 얹혀살라고? "
- 몰라 시끄러 기지배야. 세 달 뒤에 보자. 주소 문자로 보낸다. -
" 엄마! 엄마? "
또 이런다 뭐야 데자뷰야? 이런 엄마가 어딨냐고요. 택시 창문에 머리를 콩콩 박아대니 택시아저씨는 괜찮냐고 물어왔고 나는 안 괜찮아요 라고 대답을 했다. 그 사이 짧은 진동이 다시 울렸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엄마였다. 집 주소만 띡 보낸걸 보니 탄식이 흘러 나왔다. 불편하게 어딜 얹혀 살라는건지. 엄마가 보낸 주소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서울시... 엥? 눈을 비비고 다시 문자를 읽어 보아도 변하는것은 없었다.
" 아저씨, 제가 어디로 가달라고 했죠? "
아저씨는 내가 말 했던 주소를 다시 읊어주었다. 아저씨가 불러주는 주소는 내 눈에 보이는 문자에 적힌 주소와 같은 주소였다. 그럼 지금 가는 과외하기로 한 집이 내가 살게 될 집이라는 소리? 그 사이 다시 진동이 울렸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또 엄마의 문자였다.
[ 딸~ 세 달만 살고있어. 옛날에 잘 지냈던 아줌마야. 세 달 뒤에 보자. 알러뷰딸랑구 - 엄마♡ ]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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