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는 이창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5
w. 예하
설이에게 카톡이 왔다.
어머니 올꺼니까 오지 말라고.
근데 난 이미 죽이랑 약도 샀는데,
어차피 어릴때부터 본 분인데 오랜만에 인사나 하자.
죽과 초콜릿 등 몇 가지 입맛 돋우는 것들을 담은 종이백을 들고
설이 집 현관 앞에 섰다.
벨을 누르려는 데
안에서 들려오는 남자 노랫소리.
연이어 들리는 설이의 웃음소리.
내가 여기서 벨을 누르고 현관문이 열리면
설이가 난감한 상황이 되겠다 싶어 쇼핑백을 현관문 옆에 살짝 두고 우선 뒤로 돌아섰다.
분명 그 남자는 임현식이겠지.
설이가 아무나 자기 집에 남자 들이는 애는 아니니까.
둘이 있을 수 있지. 그래... 당연한거야. 화내지 말자.
그런데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서 화가 난다.
설이가 아니라 나 스스로 화가 난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집에 들어가서 설이를 데리고 나오고 싶지만,
저 둘의 4년이라는 시간 속에 내가 끼어들 자신이 없다.
설이를 난감하게 하고싶지 않다.
그런데 설아.
나 너랑 친구로 남을 생각은 없어.
다음날도 설이는 아파서 나오지 못했다.
그 다음날 본 설이는 많이 나은듯해보였다.
조금 핼쓱해졌고, 무기력해보였지만 기침이나 콧물도 없었다.
"설이씨. 몸 좀 괜찮아?"
"네 이제 좀 괜찮아요."
"몸관리 잘 해. 그래도 자체 휴가도 하고. 좋겠다."
"아니요. 빨리 작업실 오고싶던데요?"
"마음에 없는 소리 하지마. 창섭이가 너 없는 동안 얼마나 칙칙했는지 알어?"
"아 형. 무슨 소리에요."
"요새 둘이 좀 가까워졌다 느꼈는데. 막 그렇고 그런건 아니지?"
"아유 아니에요."
"둘이 완전 잘 어울려. 한 번 만나봐."
"아 쌤 저 남친도 있잖아요."
"그랬나? 아아...맞다. 미안. 까먹었네. 남친이랑 사이는 좋지?"
"네 좋아요."
그렇고 그런 사이.
였으면 좋겠다.
임현식보다 내가 더 잘해줄 수 있는데.
설이에게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설이는 내가 잘 알아.
아무리 친해져도, 가까워져도 넌 내가 그냥 친구냐.
그때 그 마음 안 변했으면, 그러면 마냥 친구는 아닐텐데.
내가 니 마음 차지하지 못 하면
차라리 친구보다 못한 사이 되고싶다.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매일 니가 써준 가사 읽어보면서 감정이입하고.
니 가사를 매번 읽다보니까 나도 그런 식의 가사를 쓰게되고, 그런 느낌의 곡을 쓰게 되더라.
정쌤이 늘 말하잖아. 우리 감성이 닮았다고.
우리 사실 감성 안 닮았어. 정반대라면 반대지 닮은건 아냐.
내가 너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느끼면서 내가 점점 너를 닮아간거지.
작업실에서 나오면 늘 새벽이다.
살짝 차갑지만 깨끗한 바람이 느껴지는 시간.
쉽게 기분이 들뜨기도 하고
착 가라앉기도 쉬운 시간.
"창섭아."
"왜."
"우리집 앞에 쇼핑백.... 그거 니가 두고 간거지?"
"...아닌데."
"거짓말 하지마. 너 맞잖아."
"..."
"창섭아."
"..."
"...거짓말 해서...미안해."
"...그 사람이랑 둘이 있다는게 나한테 숨길 사실이야? 그런거 나한테 안 숨겨도 돼. 거짓말 하는 게 더 화나."
그냥 솔직하게 그 사람이랑 있어서 안된다고 했으면
그러면
적어도 내가
현관 앞에서 목소리 듣고 뒤돌아설
그런 비참한 일은 없었을거 아니야.
"절대 그럴 일 없기로 약속."
그 남자랑 있었다는 사실에 화낼 수 없는 게 속상하다.
왜냐면 넌 그 남자랑 있는게 당연한 거니까.
내가 니 애인도 아니고 말이야.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
니가 다른 남자랑 있었을 때
내가 화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지금처럼 아무말도 못하고 조용히 한 발짝 물러서는건
너무 병신같거든.
너 지금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게 다 느껴진다.
"그때 기억나냐. 겨울방학 쯤에 너 시험 못 쳤다고 꿍해서 운동장에 앉아있던거."
"아 그때. 기억나지. 진짜 옛날이다."
"그때가 제일 못생겼었는데."
"야!"
"지금도 뭐 다르진 않은거 같고. 그럼 그때는 기억나?"
"언제?"
"우리 겨울비 맞으면서 집까지 뛰어간 날. 그날 내가 너한테 '너 사용법' 불러줬는데."
"맞다 맞다. 너 그 노래 진짜 잘 불렀었어."
"또 듣고싶냐?"
"음.. 너만 괜찮으면 또 듣고싶지. 그때보다 실력도 더 늘었을테니까 기대도 되구."
"근데 지금은 내 목소리가 좀 비싸져서 그냥은 안 되는데."
"야 헛소리하지말고 그냥 한 번 불러줘~"
"내가 너니까. 너니까 불러줄게. 잘 들어놔."
잘 때는 나긋하게 조용하게 눈물 나게 말해 주시오
매일 한 번씩 너무 고마워
그날 아침엔 먼저 일어나서
Clean up mess Last night 썸 널 깨우고
바래다줄 땐 발걸음 천천히
나직하게 그녀에게 고백하시오
다른 여자 앞에선 이성적이지만
이상하게 너 앞에선 감정이 앞서
널 사용하기엔 너무나 아까워
마냥 바라보기엔 넌 날 미치게 해
영원히 널 사용하고 싶어
Oh my girl Oh my girl
부드럽게 무드있게 따뜻하게 꼭 안아 주시오
매일 한 번씩 사용하시오
잘 때는 나긋하게 조용하게 눈물 나게 말해 주시오
매일 한 번씩 너무 고마워
이 아름다운 girl 놓치지 마시오
고개를 까딱이며 작은 미소를 짓고 내 노래를 듣는 모습이 참 예쁘다.
노래가 끝나자 역시 이창섭이 노래하나는 끝내주지라며 활짝 웃는다.
설아.
설아 내가 진짜로.
진짜 너 사랑하나보다.
어느새 설이 집 앞에 도착했고, 곧 너를 들여보내고 뒤돌아서야하지.
"섭쓰. 오늘도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 안피곤해? 빨리 가서 자."
"알았어."
"그리고 오늘 노래 짱이었어. 진짜로. 다음 복면가왕에서 이거 불러!"
내가 가왕자리 올라간 거 말 안했는데.
역시 아는구나.
"내가 복면가왕이야?"
모르는 척 해봐야지.
"아닌 척 하고있네. 너인거 다 아니까 연기하지마."
살짝 째려보는 모습도 귀엽다.
"나 피곤해. 이제 너도 집 가. 빠빠이 내일 봐."
"그래. 내일 보자."
니가 뒤돌아서서 도어락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새벽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날들 간 계속 숨겨온 마음이 자꾸 차올라서인지.
지금 아니면 평생 말 못해볼거 같아서
집으로 들어가려는 설이 손목을 잡고
꽉 안았다.
"야 너 왜이래..."
"설아."
놀란 너의 등을 쓸어내리면서.
입을 열었다.
"설아. 우리 알고 지낸지 13년이나 지났어."
"있잖아. 4년 전에 우리 어땠는지 너도 잘 알잖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니 마음이 얼마나 변하고, 니 생각 속에 내가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런데,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안 변했어. 너는 내 생각 속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 없었고, 지금도 대부분을 차지해."
"니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 안 해. 난 감정 숨기고 그런 짓 잘 못해서 누가 봐도 티나거든 너 좋아하는거."
"설아. 너 그 사람 말고, 나랑 만나자. 나랑 사귀자 설아."
짧은 몇 마디 안에 담기지 못한 감정들이 너무 많지만.
앞으로 천천히 보여주면 되니까.
*
안녕하세요! 예하에요 ㅎㅎ
또 왔어욥ㅎㅎ
오늘은 창섭이 생일이니까요!!
독자분들이 아기다리고기다리시던! 고백씬입니다 ㅎㅎㅎ
설이의 반응은 어떨까요!!
항상 제 글 읽어주러 와주시는 분들 다들 진짜 넘나 감사해요 ㅠㅠㅠ 진짜로 ㅠㅠ
고마운 말들은 완결 후에 한꺼번에 할게용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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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천섭
챂챂
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댓 달아주시는분들!!
♡감사합니다♡
(진짜루요 엄청엄청ㅎㅎ)
#태어나줘서고마워이창섭
초록글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