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26571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446

[세븐틴/권순영] 단비 01 (부제 : 벌써 열 일곱, 아직 열 일곱.) | 인스티즈 



ㄴ Seventeen - Fronting music box



01 (부제 : 벌써 열 일곱, 아직 열 일곱.)





시간이 참 안 간다. 수업이 끝나기까지는 15분 남짓이 남았는데, 시계의 분침은 도통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인다. 아, 대체 언제 끝나냐. 새로운 학원에서의 첫 수업은 나에게 어떠한 긴장감도 주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도 없다. 선생에게 좋은 첫 인상을 남기겠다는 보편적인 노력도, 물론 없다. 어차피 얼마 후면 내 성화에 못 이겨 그만둘 학원. 약간은 지저분한 녹색 칠판과 필기를 하지 않아 지나치게 깨끗한 수학 문제집을 번갈아 보기를 반복한다. 지루해. 그렇게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되면 선생은 이따금씩 순영아, 이해 됐니? 하며 물어온다. 나는 말 없이 고개만 두어 번 끄덕인다. 그러면 선생은 아마 내가 다 이해한 줄 알 거다. 이해는 무슨, 애초에 듣지도 않았는걸.



*



"다녀왔습니다."


아무 데도 눈길을 주지 않고 곧장 내 방으로 들어온다. 이 새 집도 새 학원 만큼이나 아무런 감흥이 없다. 태어나고 10살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이사를 온 건데, 당시 사귀었던 친구들은 아마 나를 기억하지 못 할 거다. 내가 그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 하는 것처럼. 아, 그래. 이름만. 몇 명의 이름들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마저도 정확히 맞는 이름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이 얹힌 가방을 아무렇게나 팽개쳐놓고 그대로 침대에 풀썩 드러눕는다. 일주일 후면 나는 정말로 고등학생이 된다. 남의 눈엔 여전히 어리겠지만, 그래도 어린 티가 그나마 덜 날 고등학생. 어딘지 모르게 훨씬 더 바빠질, 그런 열 일곱. 더 이상 철없는 열 여섯이 아니다. 이미 반 배정도 다 받았으니까. 1학년 6반 17번. 10617. 내가 1년 간 꽁지에 달고 다닐 숫자들.


이제 철 좀 든 열 일곱이라면, 불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일찌감치 포기한 공부도 다시 끌어안고 죽어라 뛰어야 한다. 생각 없이 막 산 중학교 삼 학년 때처럼 수업 시간에 엎어져 자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공부를 쌔빠지게 해서 좋은 대학에 가 엄마에게 이렇다 할 자랑 거리를 안겨줘야 함으로. 그래서 엄마는 나를 부랴부랴 학원에 들이민 거다. 정식 입학도 안 했는데. 사실 나 그렇게 공부 잘 하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들이민다고 다 되나. 멋진 집을 짓고 싶다고 해서 무식하게 벽돌들만 삐뚤빼뚤 쌓아올리면, 집을 흉내낸 그 높은 울타리는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일 테니까. 나는, 적어도 나만큼은, 대학 안 가도 잘 살 것 같은데. 삽시간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이상 생각 하기를 관두고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열 일곱이라는 숫자가 괜스레 미워진다. 그저 이대로 열 여섯의 기억에 갇히길. 



**



넥타이도 다 맸고, 조끼도 다 입었다. 이제 자켓만 입으면 된다. 아무리 기대 안 되는 새 학기라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고 가야지. 신발장 옆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이리 저리 매만진 후 자켓을 천천히 입는다. 됐다. 교복을 다 차려입은 거울 속 내 모습을 가만히 쳐다본다. 중학교 입학식 날도 이랬었나. 쓴 웃음이 미미하게 번진다. 엄마는 일이 많아 나보다 훨씬 일찍 먼저 집을 나섰다.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니 제일 처음 눈에 띈 건 아침상이 차려진 식탁 위에 놓인 작은 포스트잇이다. 새 학기니까, 긴장 말고 아침 든든하게 먹고 가라 적혀있다. 나는 포스트잇 대신 조금 식은 밥이 담긴 그릇을 들고 밥솥에 도로 밥을 넣는다. 안 먹고 가야 속 편한 거, 오늘 꼭 말해 줘야겠다. 오전 8시 25분. 무게감 없는 책가방을 한 쪽 어깨에 대충 메고 집을 나선다.




[세븐틴/권순영] 단비 01 (부제 : 벌써 열 일곱, 아직 열 일곱.) | 인스티즈



세 번째로 오는 이 고등학교의 교문을 느릿하게 통과하고 본관으로 향한다. 주위를 살짝 둘러본다. 역시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다. 하긴, 내가 이 동네에 얼마나 오래 자리를 비웠는데.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아, 정확히는 기억 나는 사람. 본관에 다다른 후 학교 배치도를 찬찬히 살핀다. 1학년 6반은 2층에 있다.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 했지만, 그냥 일단 무작정 계단을 오른다. 2층 올라가면 찾긴 찾겠지. 빠른 눈치로 6반은 오른쪽 복도 끝에 있다는 걸 알았다. 걸음은 딱히 재촉하지 않는다. 약간의 소음이 들려오는 교실에 들어가니 끼리끼리 뭉쳐 있는 아이가 반, 나처럼 혼자 있는 아이가 반인 듯 하다. 나는 개학 첫 날 담임 눈에 잘 띄지 않을 빈 자리의 의자를 빼 앉고 가방을 가방 걸이에 건다. 깨끗한 책상을 보고만 있자니 왠지 모를 공허함이 몰려온다. 가방에서 교과서 한 권과 필통을 꺼낸다. 그냥... 그냥 관상용이다. 아무것도 없는 책상보다야 이게 낫지. 나는 교과서를 이리 저리 훑어본다. 국어 교과서라 수학 만큼 머리가 아려오진 않는다. 그러나 금세 흥미를 잃고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반 아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마저도 재미가 없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교과서 위에 엎어지기로 한다. 이제 수업 시간엔 이러지도 못 하잖아.



***



"…어, 권순영?"



모르는 여자 아이가 내 이름을 부르며 빈 옆 자리에 앉는다. 명찰도 새기지 않아 이름도 모르는 여자 아이. 나를 아는 모양이다. 나는 살짝 놀라 엎드린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고개만 끄덕인다. 나를 어떻게 알지?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낯이 익는 듯 하다가도 모르겠다. 필통에 쓰여 있는 이름을 보고 그냥 아는 척 해본 건가.



"와, 맞구나. 아니면 쪽팔려 죽을 뻔 했네. 언제 다시 여기로 이사 온 거야? 진짜 오랜만이다."



…아, 아무래도 내가 '기억' 하지 못 하는 아이인 것 같다.






효망 'v' ♡

안녕하세요, 효망입니다! 첫 작품의 두 번째 글로나마 정식으로 인사 드리네요.


1.

순영이가 주인공인 저의 첫 작품 '단비' 는 순영이의 소소한 스쿨 라이프를 소재로 한 내용의 글입니다.

평범한 소재인 만큼 독자분들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평소 발휘하지 않던 (...) 끈기와 열정으로 완결까지 안고 가보도록 할게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없어도 글의 끝을 맺어볼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마음이 불편해서요 8ㅅ8

아직 1편이라 드러나지 않은 내막이 많은 만큼 의문점도 많으실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열심히 풀어나가겠습니다!


2.

아, 그리고 포인트는 몇 포인트로 설정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걸어두진 않았어요! 제 글이 뭐라고 포인트를 매기겠냐만은... ('-')

그리고 암호닉은 언제든 신청해주셔도 됩니다! 감사히 받을게요 독자분들 T^T 이 외에도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셔요!

음... 아무래도 구구절절 말이 많은 것 같으니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끝으로 프롤로그에 댓글 달아주신 [순영의캐럿] 님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다들 오늘 하루도 세븐틴 하시길... 좋은 저녁 되세요! 


대표 사진
비회원145.110
헐 여주랑 순영이는 무슨 사이였을까요 궁금해....순영이 시점에서 보는 건 또 새롭네요 헤헤 대작냄새가 폴폴....!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 [만떼] 로 신청할게요 작가님♡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중고 장터 🛒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