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연애를 하기 전 어디에서든 필히 만나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겪을 때 운명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는 그 운명이라는 단어를 내 주관으로 정의하자면 만나기 싫지만 만나야 하는, 죽도록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는 그런 의미가 포함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처음에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무척 보고 싶고 어디서든 필히 만나는 그 사람의 운명이 되고 싶었다. 처음 그 사람을 만날 때는 설렘이었고 두 번째로 만났을 때는 행복이었고 세 번째로 만났을 때는 사랑이었다.
처음에 내가 그 사람을 자꾸 보고 싶었던 것은 단지 관심 때문이었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떠한 상황이 놓였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저 사람의 반응은 어떠할지 설렘을 가졌고, 두 번째로 보았을 때는 내가 늘 밤잠을 설치며 침대 속에서 얼굴만 뺀 채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아 마음대로 생각했던 상황과 그에 대처할 상상 속 사람의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동일했기 때문에 행복했다. 세 번째로 그 사람을 보았을 땐 그 사람도 내 생각과 같은 절차를 밟고 있었는지 서로의 눈에는 사랑이라는 확신이 가득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빗나갔는지 그 사람은 이미 제 단계보다 훨씬 더 앞서 있었다.
"... 안녕하세요 윤기 씨"
"..."
"오늘은 제가 윤기 씨를 보는 마지막 날이 됐으면 좋겠네요"
"..."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제가 너무 무안하잖아요.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 늘 하던 사업 스토리텔링도 좋구요"
무언가의 손짓을 하기 시작하자 그의 고개는 끄덕여졌고 앞에 여자는 그제서 만족한다는 표정을 짓고 앞에 있는 남자의 식사와 동일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색할 정도로 조용한 식사 시간에 여자는 처음에 당황을 했지만 한두 번 만난 뒤 이내 적응된 건지 여자도 조용히 식사를 하다 이내 떠오른 말들에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빼고 앞에 있던 남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제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구요? 당연히 여보세요라고 대답했죠 남자였어요. 제가 여태까지 아는 남자는 민윤기 씨밖에 없는데 말이죠. 번호는 어떻게 안 건지 궁금했다니까요? 근데 역시나 남자랑 연락할 리 없는 제가 무슨 남자겠어요. 민윤기 씨랑 연락되냐고 물어보는데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냐고 했죠 오늘도 민윤기 씨 만났는데 연락이 안 되냐고 그랬더니 알겠다면서 끊었더라구요"
"..."
"왜 나한테 물어보나 잠깐 생각을 해 봤는데 요즘 대표들 사이에서 윤기 씨랑 저 작업 같이하는 거 소문 많이 났잖아요. 신기한 건 그 전화가 끊기고 기분이 막 좋은 거 있죠? 윤기 씨랑 제가 그만큼 각별한 사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어요. 아 어제 일인데 아직도 행복해요. 그러니까 윤기 씨 이제 그만 저 좀 받아 주세요 여자가 이렇게 매달리는 것도 이제 지친다 지쳐."
여자는 그저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를 보며 슬픈 눈을 해 보였고 제 말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는 입을 원망하며 이내 여자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자신이 먹다 말은 음식을 치우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남자도 오늘 밥맛이 없는 건지 손대지 않은 음식만이 식어 있었고 남자의 음식에 손을 대자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여자는 앉아 있는 남자의 뒤에 서서 눈을 감고 남자를 껴안았다.
"오늘이 윤기 씨 보는 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신이 들었는지 제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윤기 씨 슬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끝까지 매정하다. "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
"여보세요?"
"민윤기 씨 핸드폰 아닌가요?"
"아, 맞는데요 무슨 일이시죠"
"경찰입니다. 몇 개월 간 민윤기 씨 행방을 모르겠다고 신고가 들어와서요 혹시 연락되십니까?"
"..."
"여보세요?"
- - - - - - - - - -
안녕하세요 첫 작품을 이렇게 남기네요 단편부터 시작하려고요 허허.
제가 쓴 글이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요.
(물론 저도 지금 제 손이 썼는데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네요 허허)
대충 설명을 드리자면
몇몇 독자 분들이 예상했 듯 윤기는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처음 길게 쓴 독백의 주인공은 여주가 아닌 윤기의 것이었고요. 윤기가 죽기 전까지의 상황 보고(?)라고 해야 할까요.
처음 여주와 윤기가 만났을 때 윤기는 관심이 생기고 설렜고 사랑도 느꼈지만 여주의 싸이코스러운 사랑 그 이상의 감정 때문에 감금을 당하고 발악한 윤기 때문에 여주는 윤기를 살인했습니다.
독백 중에서 '만나기 싫지만 만나야 하는, 죽도록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는 그런 의미' 이 부분은 여주를 만나기 싫지만 만나야 하는 죽도록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는 감금의 상태를 뜻합니다. 만나기 싫지만 여주의 감금으로 인해 만나야 했고 죽이고 싶지만 손발이 묶여 죽일 수 없는 상황이겠죠?
아, 그리고 중간에 여주가 손짓을 해서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좀 웃길 수도 있겠지만 여주가 죽어 있는 윤기의 머리를 내린 거라고 해야 하나요
여주는 죽은 윤기의 시체를 두고 원맨쇼를 했다고 해야 하나 ;
또, 여주는 윤기의 시체를 경찰들이 찾길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윤기를 보는 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그런 희망에서 나온 말이죠
걍 한마디로 정의하면 여주는 싸이코입니다 ㅋㅋㅋㅋㅋ 여주를 이상하게 만들었네요 제 손을 때리겠습니다... 시체를 사랑하는 여주 콘셉트였네요...
첫 작품을 이렇게 망치는군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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