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W. 코코넛쉐이크
"여주씨, 오늘은 태형씨 보러 안 가요?"
" 응? 태형씨요? 태형씨가 누구였더라.. "
병원에만 오래 있다보니 기억력도 안 좋아지나봐.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나름 공부도 잘 하고 총명하기로 유명했었는데. 요즘은 내가 느끼기에도 기억력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다. 사실 난 지금 내가 어떠한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있는지 조차도 알지 못 한다. 부모님이 안 알려주셨거든.
부모님께서는 내 병에 대해 크게 말을 꺼내시지 않으셨다. 어쩌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 한 내가 여쭤보면,
금방 나을 거야. 궁금해하지 말고 병원에서 쉬다보면 집에 갈 수 있어.
하고 내 말을 막곤 하셨다.
병원에서 쉬다보면. 쉬다보면. 이렇게 쉬기만 한지도 벌써 5년, 아니 6년인가. 시간도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이 2016년이니까.. 아, 내가 언제 입원 했더라.
내가 병원에서 지내면서 잃은 것은 기억력뿐만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을 모두 잃어내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다. 내가 병원에 입원하지만 않았다면 잃지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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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퇴원을 해서 병원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되는 날이 오면, 난 가장 먼저 친구를 만나리라 생각했었다. 그 친구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 이 다짐을 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까먹은 건가. 내 자신을 답답해하며 병원 복도를 걸어 간호사님께 도착했다.
" 간호사님, 저 왔어요. "
" 어, 여주씨 왔어요? "
병원에 워낙 오래 머물다보니 간호사님들과 친해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매일을 만나고 매일을 얘기하고. 그리고 내가 잃어가는 과거의 기억들을 꺼내어주는 분도 간호사님이다.
" 아, 있잖아요. 저 막, 치매 같은 게 오나봐요. 젊은 사람한테 무슨 치매람.. 근데 있죠, 정말 치매 걸리신 할머니들 처럼 자주 깜빡 깜빡해요. 나 진짜 왜 이러지. "
계속되는 나의 투정에 간호사님들은
저희도 자주 까먹는데요, 뭘.
하고는 날 향해 웃어보였다.
간호사님들과 얘기를 끝내고 병실로 돌아가던 참에 내 건너편 병실에서는 퇴원을 하는 듯 누군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부럽다. 나도 집에 가고싶은데. 병실 앞에 붙어있는 김여주 세 글자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진짜 부럽다. 그 환자가 빠져나간 병실은 굉장히 조용했다. 3인실을 혼자 쓴 건가. 병실 앞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김지영, 이연화, 김태형.
김태형인가봐, 그 남자. 되게 익숙하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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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 처럼 찾아온 병원의 아침은 분주했다. 조식을 주시는 분주한 아주머니, 그리고 옆 병상에서 책을 읽고있는 김남준 씨.
책을 읽고있는 게 왜 분주하냐하면, 분주하게 파르르 떨리는 그의 손 때문인 것 같다. 전혀 떨리지 않는 시선에 대비돼 바쁘게 떨리고 있는 그의 손, 손에 따라 같이 떨리는 책장까지. 내가 누워있는 이 병실의 아침은 항상 분주했다.
" 김남준 씨, 오늘은 무슨 책 읽어요? "
오늘도 궁금증을 참지 못 하고 물어봤다. 책장이 꽤 넘어가있는 걸 보니 읽은지 좀 된 것 같은데.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는 책장을 바라보던 김남준 씨는 파르르 떨던 손으로 책을 덮으며 말 했다.
" 어제도 대답해줬는데. 그새 까먹은 거예요? "
" 아. 미안해요, 제가 요즘 자주 깜빡해서. "
이 망할 놈의 기억력. 어제 말 해줬다는 것도 까먹을 정도면 꽤나 심각한 치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싱긋 웃으며 책의 표지를 보여준 김남준 씨는 이내 조식의 뚜껑들을 열기 시작했다.
" 밥 식어요. 얼른 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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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약까지 모두 챙겨먹은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졌다. 다시금 무료해진 내게 먼저 말을 건네준 건 김남준 씨였다.
" 오늘도 심심해보이네요. 친구 없어요? "
내 희미한 기억 속에 김남준 씨와의 첫 만남은 꽤 특이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느 때처럼 할 것없고 따뜻한 오후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간호사님은,
여주씨 옆 병상에 새로운 환자 들어온다는 소식 들었어요?
하고 내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말을 해주셨다.
하루 종일을 기다려 내가 얻은 건 졸음 뿐이었다. 병실 안이 온통 어두워질 때 까지 내 옆 병상은 그대로 텅 비어있었다. 뭐야, 간호사님이 거짓말 친 건가봐. 알 수 없는 속상함을 가지고 나는 그대로 잠에 들었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찾아오고 눈을 뜬 내 앞엔 병상 옆에서 환자복을 갈아입고 있던 김남준 씨가 서 있었다.
" 뭐야! 당신 뭐예요! "
환자복의 마지막 단추까지 모두 잠근 김남준 씨는 내게 자신을 김남준이라 소개했고, 자신이 가진 병을 소개해줬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지금 파르르 떨리고 있는 손도 그 병의 증상 중 하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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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코넛쉐이크입니다.
이야기를 어디서 끊어야 자연스러울지도 아직 잘 모르겠어서 그냥 끊어버렸습니다ㅠㅠ
나름 이야기의 기획력을 높이고자 태형이의 이야기는 하늘색 바탕, 여주의 이야기는 분홍색 바탕으로 써보았어요.
언젠가 둘의 이야기가 함께 나올 때의 바탕 색도 달라지겠죠?!
그때가지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암호닉분들,
만원이 덜렁, 빨간모자, 나이테태, 2330 님
소중한 분들께 잘 하기 위해 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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