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은 정녕 한 날 피었다 지는 꽃과 같은 존재밖에 되지 못한단 말인가..그러면 나는,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지고 말 한낱 봉선화란 말인가? 〈제 5장: 소녀의 잘못이옵니까?> 내 낯빛은 내내 좋지 못하였다. 방안을 돌아다니며 해맑게 내일 있을 나와의 혼사가, 세자빈 책봉식이 오기를 기다리는 세자를 보면서도 나는 그저 눈을 내리깐 채 국화차를 들이켤 뿐이었다. '둘째 오라버니와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드렸구나..' 유일하게 온기를 나눈 제 가족이었다. 오라비와 제 어머니, 저를 꼭두각시로 쓰고나면 세자는 그 정을 거두리라. 후사를 위해 가질 제 아이가 벌써부터 안쓰러웠다. 나만큼은, 내 너를 꼭 품에 안아주리라 아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에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래꽃이 곱게 피었다는 화원에 나가볼까 하던 터였다. "세자빈, 어딜 가려 하시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된다하지 않았소." "저어..꽃을 보고 싶사옵니다. 소녀 다녀와도 되겠사옵니까." ..순간 방안에 정적이 흐르고, 혀로 겨우 마른 입술을 축인 정국이 입을 열었다. "..서방님이라 부르라고 하지 않았소. 내일이면 부부의 연을 맺을 우리인데, 어찌 이리 멀어지려 하는것이오." "아니옵니다 저하, 제가 어찌 저하를 멀리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어찌.." "저하, 중전마마께서 오시었습니다." "...들라하라." 중전마마가 방안으로 들어오시자 급히 하석(下席)으로 물러나 앉자 마마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그 웃음이 소름끼치도록 무서워, 몰래 치맛자락을 꾸욱 부여잡자 저하가 슬며시 내 손위에 그 큰 손을 덮어주셨으나 중전마마가 두려울 뿐이었다. '이제 내가 맞서야 할 여인이란 말인가..' "세자, 세자빈과 잘 지낸다는 소문이 궁안에 자자합니다. 벌써 이리 금슬이 좋으니 이 어미가 서운하겠습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세자부부가 금슬이 좋다하면 장차 이 나라의 미래가 밝은것 아니겠사옵니까. 누구보다 이 나라를 소중히 하시는 폐하의 여인께서, 그런말을 하심은 부당하다 아뢰옵니다." "아들인 세자저하가 어미인 제 말을 듣지 아니한 것도 참으로 불효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세자? 내 어미된 마음으로, 비록 그대와 나이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한들 가장 참하고 기품있는 규수를 골라주려 하였어요." 찻잔을 쥐고 있던 내 손이 형편없이 떨릴것만 같아 손을 내렸다. 치욕스러웠다.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 나의 죄인걸까. 조용히 돌아본 옆모습의 저하는 흔들림없이 고고해 보였다. 그러나 그 입이 벌어져 내뱉는 말은, 참으로 숨김없이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었다. "세상을 호령할 자는 어마마마가 아니라 소자이지 않습니까. 나라의 어버이가 서로를 사랑하지 아니한다면 나라의 백성들이 그 누구가 소자를 따르겠사옵니까. 이제 그만 그 무거운 짐을 소자에게 내려두시고 편히 쉬시는 편이 옳은줄로 아뢰옵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팽팽하게 당겨진 그 줄 위에서 나는 앞으로 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광대가 되어선다. 중전이 얼굴을 붉히며 나간 뒤에 하늘은 땅거미를 내리고 그 밝은 광명을 숨겨 검은 밤을 가져왔다. 나는 그저, 자리에 앉아 옛 중국 여인의 이야기를 멍하니 눈속에 담아낼 뿐이었다. "부인" 초점을 읽은 눈동자가 그의 목소리를 따라 올라갔다. "부르셨사옵니까." "안색이 좋지 않소, 내일을 위하여 오늘은 일찍 침소에 드는것이 어떻겠소?"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침소에 들기위해 침소의대(침소에 들기위해 입는 하얀 잠옷) 을 입고 자리에 누웠다. 무리하지 말라는 어명에 방에서 가만히 있었건만 오히려 더 지치는 기분에 얼른 눈을 감았다. 침대가 폭 가라앉았다 올라오며 옆자리에 그가 눕는 것이 느껴졌으나 그저 내일이면 모두의 앞에서 그의 여인이 된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제 5장: 사랑을 손에 쥐기란 쉽지 않구나-정국> '이제 드디어 네가 내 여인이 되겠구나.' 정국은 곱게 잠이든 아미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 고운 미간이 하루 종일 찌뿌려져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은터였다. 달빛이 드리우는 창덕분에 아미의 얼굴이 새하얗게 빛났다. 정국은 문득 겁이 난다고 생각했다. 하얀 옷을 입은 탓에 가뜩이나 가녀린 아미가 더 가녀려 보인다고, 꼭 선녀가 내려와 길을 잃은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네가 사라져버릴까 두렵다. 그 새하얀 빛이 내 곁을 떠나버릴까, 그래서 또 어두운 이 곳에 나 혼자 남을까 그것이 너무 두렵다.' 볼을 쓰다듬던 손이 가만히 멈추었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하루 빨리, 너와의 후사를 가질것이다. 그 누구도 너를 건드릴 수 없게 내 너를 확실히 황가의 이 전정국의 여인으로 그리 만들 것이야.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너를, 반드시 내 옆에 두고 싶다." 단 한번도 어긋나지 않던 정국의 얼굴이 형편없이 찡그려졌다. 눈물을 참는듯 거세게 떨리는 턱과 붉어진 눈가가 어째서인지 굉장히 절박함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한참을 그리 볼을 쓰다듬던 그가 살며시 손을 내리고 그녀의 손을 꼭 잡은채 눈을 감았다. 달빛 아래 이뤄진 맹세였다. (작가는 빠르게 들어와 넙죽 엎드려 죄송하다며 엉엉 빈다.) 예...제가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고삼이라 편차가 좀 심하지요..? 죄송합니다..진짜 제가 늦었네요....(엉엉) 매우 치세요.. [암호닉-여러분 제가 많이 사랑하는거 아시죠..? ♥︎] 뽑우님 꾸기꾸기님 꾸꾸까까님 우유님 띠뚜님 오빠미낭낭님 하니귤님 항암제님 비븨뷔님 보라도리님 막꾹수님 퓨아님 비림님 민빠답님 콩콩이님 쉬림프님 현질할꺼에요님 오전정국님 나는야귀염둥이뚱냥이님 총 19분 모자란 작가 기다려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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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