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칭 주인공 시점인데 딱 하나 등장인물 시점인게 있어요. (색으로 표시 해서 보는데 불편함 없을거에요.)
- '***' 요건 완전한 장면 전환, 회상이라고 할게요. 회상이 끝나도 마찬가지로 '***' 이거입니다. '...'(세로) 이건 시간의 흐름 이에요.
장면의 전환, 시간의 흐름을 글로 풀어냈으면 기호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호가 써있으면 기호 뜻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봐주시면 돼요.
- 이 글은 브금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꼭꼭 들어주셨으면 해요. 수동이에용
다음날,
"안녕." 식빵을 하나 문 채로 웅얼거리면서 말했다.
안녕이라니. 왠지 웃겨서 콧바람을 쳤다.
"음.. 뭐라 하지?
저기 있잖아,
저기,"
아, 이름부터 지어줘야겠다.
뭐로 지을까.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걸 까마득 잊고는 그 자리에서 골똘히 고민했다.
새싹이? 뽀삐? 미미?
그때였다.
전 정 국.
그게 내가 생각한 이름이 맞나?
갑자기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0.1초도 안 되는 그런 무한의 시간, 그 찰나에 말이다.
어.. 방금 뭐라고 말했지? 순식간에 잊어버렸다. 내가 그렇게 멍청한가.
그리고 식물한테 정직한 사람 이름이라니 언뜻 흔한 이름은 아니었는데.
나의 네이밍 센스에 실망했다.
ㅈ...ㅓ..
아, 언짢다.
왠지 잊어버리면 안 되는 이름 같아서 계속 기억을 더듬었다. 상황이 낯설다. 고작 이름 석 자가 섞여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끊어진 필름처럼.
국.. 국이, 구기, 꾸기..
꾸기 하자.
“꾸기야.” 나는 부끄러움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누가보지 않더라도 오글거리고 민망해서 헛기침이 나온다.
그래, 네가 불행의 씨앗일지라도 넌 씨앗에 불과해.
‘그래도 우리, 한번 잘 지내보자.’
이 말은 차마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삼킨다.
어? 시간이 벌써.
무의식으로 휴대폰을 켰는데 내가 생각한 시간과 한참 달랐다.
꾸기야. 좀 있다 봐.
허겁지겁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또 왔다. 저 남자.
“네.” 남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대답도 해주고, 입 꼬리 한쪽이 살짝 올라 간 것을 난 봤다. 왠지 보면 안 될 것 같지만.
남자는 어제와 같이 또 아메리카노와 물을 시켰다.
하나의 이어지는 소리마냥 문의 종소리가 또 울린다.
젠장, 곧 퇴근시간인데.
멀리 있어도 술 냄새가 풍겨오는 아저씨가 들어왔다. 그의 비틀거리는 걸음과 새빨간 얼굴은 누가 봐도 만취상태인걸 알 수 있다.
아저씨가 풀린 눈으로 나를 보더니 말한다.
“아가씨. 코피 줘, 코피”
코피..?
“커피요?” 흐물거리는 발음으로 말하는 아저씨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지만 감으로 대충 맞췄다.
“그것도 못 알아먹어?” 아저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커피 드릴까요?” 커피가 한 종류냐.
“시발, 코피 몰라?” 동문서답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쩌렁 쩌렁 울린다.
“네네, 아메리카노로 드릴게요.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냥 아메리카노로 줘야겠다. 저런 사람은 상대해줄수록 난리치니까. 빨리하고 보내버려야지.
“아가씨 몇 살이야? 귀엽네.” 돈을 주기를 기다리는데 돈은 안주고 아저씨의 더러운 손이 내 뺨에 닿는다. 그 손이 끈덕지게 그지없다.
“손치우세요.” 참자. 참자.. 내 성격을 알기 때문에 참아야했다. 사고 치지 말아야지.
“뭐? 쌍년이 어디서 말대꾸야? 손님이 왕이라는 거 몰라?
니 애미 애비가 그렇게 가르치디? 볼 것도 없는 년이.” 아저씨가 내 머리를 검지로 툭툭 쳤다. 그에 내 머리가 흔들거리고..
그 손짓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도발하려는 것에 불과 하는걸 알지만,
“네. 없는데요?” 아저씨의 폭언, 참을 수 있다면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이 뭔데 우리 엄마, 아빠를 거론해. 나는 당장이라도 아저씨에게 달려들 것 마냥 째려보며 말했다.
“어쩐지, 너 같은 년들이 꼭 부모 없는 거 티내지. 그렇게 살지 마. 한심한 년아, 쯧쯧.”아저씨가 지지않고 계속해서 막말을 한다.
“그래도 저는 아저씨같이 안 살아요.” 정말 화가 났다. 말끝 마다 심한 욕설과 우리 부모님을 들먹이면서의 조롱.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가 당신한테 굽힐 이유가 없지.
“시발. 한 대 맞아야지 정신을 차리지?”
하고 아저씨가 손을 올렸다.
나는 날아오는 손에 본능적으로 한쪽 눈을 감았다.
"뭐하는 거예요.” 아저씨의 손은 전혀 오지 않고 낮고 또박또박한 음성만이 내 귀에 닿았다.
감긴 눈을 서서히 풀었다.
“넌 또 뭐야?” 손이 붙잡힌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면서 발버둥친다.
“저 민윤기요.”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게 아닐 텐데 그는 곧이곧대로 대답한다.
“아니, 시발. 안놔?”
“싫은데요.”
“아아! 그만해!” 남자의 힘에 아저씨가 못당하고 넘어진다.
아저씨가 더욱 발버둥 치면서 손을 뿌리치려하자 남자는 그대로 팔을 뒤로 꺾어버린다.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에요. 알았죠? 아저씨, 나이 먹고 그렇게 살면 안 되죠.” 내 말을 들은걸까?
누구를 가르치듯 비꼬면서 말하는 남자다,
아저씨가 묵묵부답으로 수긍을 안하자 남자가 더 힘을 준다.
“아악! 잘, 잘못했어!” 아저씨는 아픈지 고통에 악을 지른다.
“그럼 꺼져. 다신 오지 마.” 남자가 팔을 풀고 아저씨를 던져버리듯이 떠밀었다. 아저씨는 벌벌 떨면서 밖으로 나갔다.
고맙다고 말할 틈새도 없이 남자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 나를 쳐다보고 꾸벅 인사하더니 가버린다.
나도 문을 급하게 열고 따라 나섰지만 남자는 빠르게 가버렸고, 정수리에 닿는 감각에 위를 쳐다봤다.
비가 오네. 곧 장마철이라고 했었지.
비가 점점 무수히 내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려고 온 거리를 뛰어다닌다.
다들 빠르게 움직이고 우왕좌왕하는데 우산도 없으면서 나 혼자 천천히 걸어갔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 걷기 보다는 내가 이 비와 섞여서 사라져버렸으면 함에.
비가 오는 것이 제일 싫다, 그날이 자꾸 상기되고 기억나서. 아빠의 생사여부를 알기위해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던 흐트러진 세상이 똑같이 재연된다.
오빠 말대로 잊고 싶은데, 약속 지키고 싶은데,
아저씨의 말대로 나는 한심했고. 그렇다고 걱정해줄 엄마 아빠도 없다.
몸에 뭍은 비를 닦을 겨를 없이 방에서도 비를 흘리며 들어갔다. 내 앞에 마주한 화분을 내려다봤다. 괜히 울컥 치밀러온다.
이 씨앗을 심은 지 3주가 돼간다. 3주 정도 지난거면 식은 땅 속에서 죽어버렸을까.
그래도 이것만큼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내게 최면을 걸었는데,
내가 잘 돌보고 이름도 지어주고 사랑을 나눠주면 분명히 너는 피어날 거라고 여겼는데 나는 이렇듯 배신만 당한다.
나의 슬픔, 원망, 악은 고, 작은 화분으로 모든 게 돌아간다.
내게 결말은 없다. 동아줄도 없고 존재조차 하지 않다. 결말 없는 이야기였다.
‘정말로 안할래. 그만하는 것도 아니고 안할거야. 모른 척 할거야.’
거짓말. 어차피 포기 못 할거면서 말만.
그렇게라도 말해서 나는 피하고 싶은 거지?
내 이중적인 태도에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
나는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다 쓸어버렸다. 그렇게 화분도 쓰러진다.
“왜 나한테 그래! 왜!!”
모든 게 없어졌으면, 이것이 허구였으면.
“싫어! 다 싫어..”
기어이 내 손에서 피가 나서야 멈췄다.
눈물이 나온다. 울지 않기로 했잖아.
한번 터진 눈물샘은 방을 채울 듯이 나온다. 눈물이 내 앞에 화분의 흙을 적셔 가는지도 모르고 울었다.
그제야 나는 흩어진 흙을 주섬주섬 담았다.
왜 이제 터져서 나 자신 하나 컨트롤도 못하는지, 너무 초라해진다.
비가 와서? 아저씨가 부모님을 들먹이면서 행패 부려서? 오빠가 한 말 때문에?
“아빠 보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어.”
사람은 본성을 들어날 때, 가장 진실하다.
***
제 풀에 지쳐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어떤 남자가 내 팔목을 으스러질 듯 잡고 거의 뛰다시피 산을 급하게 오른다. 나는 남자의 무력에 뿌리치지 못하고 뒷모습만 바라본 채 헉헉대며 끌려갔다.
산을 어느 정도 올라가자 눈에 다 담지 못하는 넓은 들판이 들어오고 그 아래에는 궁궐이 한눈에 보인다.
남자는 손목을 여전히 쥐고 뒤를 돌아봤다.
“나와 영원을 약속해줄 수 있소?” 남자의 작게 떨리는 숨소리와 함께 섞여 서글픈 목소리가 나온다.
“..” 하지만 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내말은 목구멍에서 막힌다. 내 몸을 누가 조종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무언 연유로 말이 없습니까.”
남자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꽂아주며 말한다.
“전하, 황송하오나, 소인은 영원을 믿지 않습니다.”
어? 목소리가..
“그래서 나와 언약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남자가 내 손에 껴있는 반지를 쓰다듬는다. 무언가의 압박이었다.
“천하에 영원한건 없습니다. 더욱 아시는 분께서..”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네가 약속만 한다면 영원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할 것이다.”
남자도 단호하고 굳건하다.
“전하.. 안되옵니다.” 한사코 거절을 한다.
“그럼 나 혼자라도 하겠다. 그건 괜찮은가.”
혼자 하는 약속이 어딨어.
“내가 찾아가겠소. 어떤 상황이든 어떤 연유이든 너는 기다리는 건만 해라.
아니, 기다리는 것도 할 수 없다면 내가 찾아갈 테니 너는 있기만 해주어라. 걱정하지 말거라. 정녕 나를 잊어버린다 해도 내가 기억하면 되고 내가 너를 볼 수 있으면 된다. 그러니 너는..넌,”
남자가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너무 애달파서 눈물이 나올 것만같다.
나는 울음을 참기 위해 여전히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 헷갈리지만 나와 목소리가 같은 여자의 감정이 나에게까지도 동화되면서 슬퍼졌다.
‘전하 죄송합니다. 저는 그 약속 절대로 지킬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전,ㄴ... 부스럭-
?
부스럭-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린다.
뭐지 꿈이었나. 아 누구야,
누구.
누구......?
맞다. 나 혼자 사는데. 그런 생각을 끝마치자마자 발끝부터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도둑인가. 이럴 땐 어떡해야하지. 짧은 시간, 많은 생각 끝에 자는 척하면서 옆에 있던 스탠드로 손을 조심히 뻗었다.
“누, 누구야!" 벌떡 일어나며 스탠드를 빠르게 공중에 휘저으며 소리쳤다.
딱 보이는 것은 내 눈을 의심케 한다.
방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지, 끙끙대며 애쓰는 어린 꼬마가 있다. 어린 꼬마는 자기 몸 보다 큰, 어른의 한복으로 보이는 것을 입고 있다. 자기도 아는지, 거의 덮고 있는 한복을 목만 내밀고는 흘러내리지 않게 손으로 잡고 있다.
내가 소리를 지르고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자 발짝 일으키듯이 몸을 부르르 떨고는 돌아본다. 이불 속에 파묻힌 내가 있었는지 몰랐나보다. 엄청 놀라네.
아기 와 꼬마사이 그 중간?
그 꼬마는 똘망똘망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어리면서 제법 눈망울이 서글프다.
네가 우리 집에 들어왔으면서 그렇게 보면 내가 미안하잖아.
아직도 꿈인가.
꼬마는 말이 없다. 놀란 자세 그대로 있을 뿐.
“안녕." 나도 하는 말이 안녕이라니, 아, 정신없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말이 헛나온다.
꼬마는 살짝 눈을 즈려감고 천천히 고개를 까닥한다. 꼬마도 얼떨결에 인사한 것 같은데?
가만히 있던 꼬마가 움직이자, 이제야 나도 정신이 돌아온다.
“저기. 꼬마야." 나는 어정쩡하게 침대에서 일어나며 꼬마를 불렀다.
“너 어떻게 여기 있어?” 난생 처음 보는 아이에 은근한 두려움이 생겼다.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고 몸을 굽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했다.
“꼬마야. 어디서 살아? 응?"
대답, 아니 미동조차 없는 꼬마에게 용기내서 다가갔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가까워질수록 아이의 표정이 굳는다.
“놀랐어? 미안-" 나는 꼬마 바로 뒤에 있던 문의 문고리를 돌려 방문을 열었다. 아이를 보채고 거실로 들여보냈다.
“자자, 소파에 앉자.” 테이블에 과자 몇 봉지를 슬쩍 내밀고는 아이가 오물거리는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고, 한참을 있었을까,
꼬마 주제에 애달프게 고사리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어디서 느껴본 손길인데- 익숙한 감각과 갑작스러운 꼬마의 행동에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어느 순간 내가 아닌 느낌에 너의 손을 치우려고 나도 손을 옮기려는데,
“많이 기다렸는가.” 꼬마가 중후한 말투로 말한다.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말.
“어, 어? 꼬마야 일단," 도통 알 수 없는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많이 기다렸지. 얼마나 기다렸는게냐. 영겁의 시간동안 힘들진 않았는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낸다. 기다렸다고? 내가 너를?
“너랑 나랑 아는 사이야?” 아이의 호구조사와 이상한 말투, 물어보고 싶은 것을 재치고 꼬마의 의미심장한 말에 집중했다.
곰곰이 생각한 나는 먼 친척이라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는 네가 여기 있는 게 납득이 안가. 내가 알고 있는 꼬마는 단 한명도 없는데.
"너와 나는 깊은 사이지 않은가." 깊은 사이, 너와 내가 추억이 있니?
"미안, 못 알아봤네." 어리둥절한 말이 아직도 이해가안가지만 어린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여겼고 꼬마에게 맞장구를 쳐줬다. 잘 몰라서 그런 거지? 네가 깊은 사이를 알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는 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마지막으로 너를 보고 나는 정신을 잃고...” 꼬마는 어떤 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입을 마저 다물지 못하고,
“...왜 나를 버렸어.” 목소리의 끝이 거칠다.
“버리다니? 울지 마. 애기야- 응? 미안, 미안해.” 내색 하나 안하고 눈물만 흘리는 아이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미안해. 기억할게.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 어찌, 네가. 보고싶었단 말이다.”
“응, 그러니까 울지 마.” 나까지 애처롭다. 나는 대충 소매를 끌어다가 아이의 흐른 눈물 자국을 조심히 닦아주었다.
“찾았으니 됐다.” 꼬마가 금방 울음을 그치고 웃어보였다. 여린 미소. 웃으니까 예쁘네.
이제 너를 어떡하면 좋지?
막막하다. 아까 울어서 그런가 괜히 마음이 저릿하고 꼬치꼬치 캐묻기가 그렇다. 놀라서 또 울까봐.
수줍은 미소를 짓는 아이를 바라봤다.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옷. 자기 몸에 3배는 되가지고, 바지는 버린 지 오래. 상의가 원피스처럼 다리까지 내려온다. 그것마저도 질질 끌지만.
옷부터 갈아입자. 아이의 옷이 영 불편해보여서 말이지.
나는 옷장 문을 열었다.
..없다. 하긴, 내가 어린애 옷이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저러고 밖에 나가지도 못 할 텐데.
방음이 잘 안 되는 집이라서 옆집 애기들의 까르륵 하는 목소리와 뛰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옆집애기들 시끄러워서 싫어했는데 도움이 되네.
“어..어디 가오.” 아이가 급하게 어디론가는 나에게 당황하며 말했다.
“애기야. 잠깐만 기다려! 빨리 갔다 올게.” 아이는 곧 안도한다,
초인종에 손만 올려놓고 누르지 않고 있다.
막상 옷을 빌려달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옆집 아줌마도 내가 혼자 사는걸 알고 있을 텐데 뭐라 하지?
내적갈등에 시달리다 마음먹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초인종을 힘차게 눌렀다.
“누구세요” 저 집에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짜증난 목소리다.
문이 열리고 나는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 옆집인데요..” 나도 모르게 말할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게.. 애기 옷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비록 동공지진이 났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네..? 애기 옷이요? 갑자기 애기 옷은 왜요?”
“집에 애기가 있는데 옷이 너무 커서요.”
근데 제 옷보다 커요.
“혼자 사는 거 아니었어요? 옆집에 남자는 한명도 못 봤는데. 미혼모예요?
저런, 애기 옷도 없는 거예요? 많이 힘들구나. 빌려줄게요. 아니, 줄게요. 잠시 만요.”
미혼모.... 허허. 남자가 없어서 미혼모가 됐다. 혼자 떠보고 혼자 쉴 새 없이 말하는 아줌마에 아니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도 옷 준다는데, 가만히 있자. 내 눈에서 나오는 건 눈물이 아니야.
아줌마는 머지않아 마트 큰 봉투에 옷을 가득 담아주었다.
“우리 집에 안 쓰는 애기 옷들이 워낙 많아야지. 새댁. 애기 키우기 힘들지? 파이팅! 힘들면 우리 집 찾아와.” 응원까지 해주는 좋으신 아주머니다..
“아하하, 네, 다음에 또 뵐게요.”
무거운 봉투를 두 손으로 쥐곤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꼬마가 기분은 좋은지 바닥에 닿지 않는 발을 흔들며 소파에서 다소곳 기다리고 있다.
“애기야. 옷 갈아입자.”
아이는 내말에 청천벽력을 들은 사람처럼 정색하면서 고개를 뻑뻑하게 돌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꼬마 옷을 벗기려고 다가섰다.
“안 돼! 어딜 만져! 저 흉물스러운 옷은 뭐냐!”
“뽀로로 안 좋아해?” 요맘때 쯤 아이들은 뽀로로 좋아하던데. (시무룩)
“내가 갈아입겠다!” 단호한데.
“혼자 입을 수 있겠어?” 혼자 입을 수 있는지, 그냥 꼬마의 허세인지 걱정돼서 확인 차 물었다.
아이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누가 보면 내가 너 괴롭히는 줄 알겠다.
곧이어 아이가 갈아입고 방에서 문을 조금 열고 빼꼼 나를 쳐다본다.
굉장히 맘에 안 드는 것 같았다.
“여기서는 이런 옷을 입는 건가. 숭하구나.” 까다롭다.
“야, 꼬마야. 안배고파? 케이크 먹을래?” 아침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난걸 보고 아이에게 말했다.
음, 이제 꼬마나 나나 제법 편해지고 친해진 것 같은데?
“케이크..? 케이크가 뭐라는 말인가. 여기에는 이상한 게 많구나.”
“케이크 안 먹어봤어?” 충격. 어떻게 케이크를 안 먹어볼 수 있지? 아이의 엄마를 만나면 혼내줘야겠다. 생일 때도 안 먹어봤다는 말이잖아.
나는 아이에게 케이크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 빠르게 접시에 딸기 케이크를 올려놓고 아이를 식탁에 앉혔다.
“자, 먹어봐. 엄청 맛있을걸.” 비싼 거야.
“기미 상궁은 없는 게냐. 어허, 누가 독 탔으면 어떡하려고.” 꽤 진지하다.
아까부터 옛날 어휘를 구사하는 꼬마였지만 내가 경계심이 풀어져서 그런 지 딱히 신경 쓰이지 않다. 그냥, 그냥. 사극을 좋아한다. 정도?
“기미 상궁을 왜 여기서 찾아. 먹어. 괜찮아.” 보라는 듯이 내가 먼저 먹어보였다. 절대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나를 슬쩍 보곤 안심하고 포크를 어색하게 잡고는 케이크의 모서리만 긁어먹는다.
“맛, 맛이..! 맛이....!” 아이가 포크를 떨군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그래!” 진짜 독이라도 있나. 말을 못하는 꼬마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마시써.” 맛있어서 그런 거였니.
황홀한 표정을 짓고 여전히 서툰 포크질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나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천천히 먹어.”
마지막 한입까지 깨끗하게 다 먹고는 배가 부르고 시원하고, 잠이 오는지.
식탁에 엎드려 기댔다. 피곤할 만도 하지. 아침부터 그 난리를 쳤으니.
“자면 안 되는데.” 자기 싫은데 몸이 안따라주자 발버둥을 치더니, 아이가 결국 잠을 못 참겠는지 속닥거리듯 말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꼭 졸려서 잠을 자는 게 아니라 힘이 빠져서 쓰러진 것 같다. 왜 그런 기분이 들지.
“이제 좀 물어보려고 했더니.”
나는 아이를 살포시 안고 내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이불을 발로 정리하고 뉘였다.
잘 자네. 땀을 흘리는 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그 작은 모습이 귀여워서 문을 닫기 전에 한번 돌아봤는데,
뭔가 이상하다.
보이질 않는다.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게 뭔지 한참을 떠올렸다.
나는 숨이 턱 하고 막히고 만다.
화분.
씨앗.
분명히 어제 흙을 주워 담고 마찬가지로 창가에 놨는데 없다. 다시 봐도 빈자리만 허전하게 있다.
나는 어제의 기억을 살리면서 온 집안을 뒤졌다.
어제의 일을 생각하자니 내 멍청함에 또 눈물이 나고 제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거에 불안하고 초조했다. 떨림에 다리가 경직된다.
방부터 거실까지 찾아봤지만,
없어.
해가 뉘엿거리는데도 찾아볼 수 없자 부은 눈에 눈물이 비집고 나온다.
또한 내 이성도 잃어간다.
내가 소란스러웠는지 눈을 비비고는 아이가 방에서 나왔다. 내 모습을 보곤 달려온다.
아이가 보이자 나는 이 집에서 잃어버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복잡한 머릿속에 한편 떠오른다.
솔직히 말하면 이 아이가 의심스럽다.
“너 어떻게 왔어?” 나를 걱정해하며 달려온 아이에게 바로 물어봤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하기도전에.
너 누구야.
“나는..” 말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 나는 의심만 더 쌓여간다.
설마, 네가.
아니겠지. 저 순진한 애기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지만,
순진할수록 더 영악하다고 했지.
“봤어?" 나는 밑도 끝도 없이 말했다.
“무엇을.” 오히려 아이는 내 모습과 달리 침착하게 대한다.
“화분인데, 플라스틱 컵에 흙이 담겨져 있어. 혹시 봤어?" 나도 진정하기 위해서 천천히 말했다.
“혹, 투명한 물건, 괴상한 것 말인가.”
“어, 어디 있는지 알아?" 무작정 화내지 말고 아이를 달래서 다시 되찾으면 될 거야.
“믿기진 않겠지만 아마... 그게 나인 것 같다.” 주저하다가 나를 똑바로 보며 말한다.
“뭐라고?” 잘못 들었겠지. 아닐 거야.
“나야. 놀랐는가.” 그 화분이 자신이라고 말 하는 널 믿어야 돼?
“무슨 말하는 거야. 장난치지 마,” 나는 떨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데.
그 아이의 한마디에 놀아난다.
“정말이야.”
“그게 너라고? 네가 가지고 있다는 말이야?”
다르게 해석했다. 어려서, 단지 어려서 그렇다고.
그 말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으니까.
“그렇기도 하지.” 너의 어물쩍한 답에 헛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내놔.” 나는 연거푸 막히는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짜냈다.
“아니,”
"빨리 내놔." 아이의 말을 잘라먹고 내 할 말만 했다. 사정 따위 중요하지 않아.
“도대체 왜 그러는 게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데.
"내놔! 그거 내꺼야!" 꼭 어린애처럼 애타게 울부짖었다.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보다 더 어리다.
“나를 가두어놓은 것, 너를 보지 못하게 한 것, 그거 일 뿐이야.”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 눈과 코는 벌게졌다.
“그거 일뿐? 그게 내 전부였어.” 아이가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내 감정, 내 생각을 말했다.
하찮을지라도 내 전부고, 불행의 씨앗이지만 그건 마지막 희망이야. 놓을 수 없는 것.
“..너, 나를 완전히 잊어버렸구나. 나, 정국이야. 전정국.
내가 다 설명해줄게. 진정해.”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다짜고짜 이름을 밝히는 네가 너무 싫다. 모든 걸 해명해도 내 씨앗, 아빠가 준 그것을 찾을 수 있니.
너는 그걸 훔쳤어.
어떻게든 되겠지. 이 근방에서 살터니 아이의 엄마가 알아서 데리고 갈 거야.
다시는 보지말자.
“나가줘."
마지막 말로 아이를 가차 없이 바깥으로 쫓아냈다.
쾅, 쾅
“열어!”
계속해서 들려오는 문을 두들기고 차는 소음이 싫다.
내가 쫓은 아이라는 걸, 죄책감에 옭매이게 하는 소리 같아서 듣기 싫다.
난 합리화 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여기고 싶은데 왜 너까지,
“시끄러워! 그만!”
나는 이불 속에 들어가 귀를 막았다.
“열어! 열라고 하지 않느냐!”
어린 아이의 완성되지 않은 울림통으로 소리치는데, 너의 목은 쉬었을까,
어린 아이답지 않은 힘으로 문을 치는데, 지금쯤 너의 손은 붓고 아플까.
“가!”
나 죽을 것 같아.
그냥 단순한 어린애 혼내기가 아니야.
참지 못하고 힘껏 소리치고는 괴로움에 죽을 것 같다고 혼잣말을 했다,
조그맣게 말했는데 들렸나, 아이의 두들기는 힘이 줄어들더니 이젠 들리지 않는다.
나는 숨죽였다.
마침내 조용해지고,
무기력한 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창문 너머를 흘겨봤다.
네가 정말로 나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비가 여전히 세차게 내리는 바람에 앞이 보이지 않다.
어제보다 더 많이. 찢어버릴 듯.
아무 반응 없이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는데,
흐릿하게 비 사이로 사람의 인영이 지나간다.
그 인영은 멈춰서고 점점 뚜렷해지는 인영에 고개를 내밀었다.
요동치는 빗속에 뚜렷한 오직 하나의 너.
온몸에 비를 남김없이 맞아버린 네가 내가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아이는 내 쪽이 보이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눈을 맞추듯이 빤히 쳐다보는데,
그 눈빛이 자꾸 뇌리에 박히게 해.
무시하고 싶은데, 네 눈빛은 곧 나를 관통할 것 같아.
김아미.
아이가 입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벌린다.
아이의 입 모양은 틀림없이 내 이름이다. 난 너한테 내 이름을 알려준 적 없어.
너는 대체 뭐야.
내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너에게 다가가고 싶다.
나를 부르는 너의 이름은 뭐지?
‘나, 정국이야. 전정국.’
전 정 국
아이의 이름을 인식하자마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전정국과 무슨 인연인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너만 보면 두근거리는지, 눈물이 나는지, 왜 뛰어가는 건지 나는 알아야겠다.
“어딨어!!"
계단으로 뛰어가면서 발이 꼬여 얼마나 넘어졌는지 무릎에 생채기가 났다.
무릅쓰고 달려갔다. 너에게로.
하지만 너는 금방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너는 온데간데 없다.
나는 너를 찾기 위해 근처를 돌고 돌았다.
아빠처럼 너를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어딨어! 전정국.." 이미 비는 맞아버린지 오래. 매서운 비에 우산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비가 싫다.
두렵지만 이상하게 지금의 비는 헤쳐나갈 수 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의 장애물이지만 도리어 원동력이 된다.
지금만큼은 어떠한것도 날 막을 수 없다.
“그만 나와줘.. 제발."
미안해. 전정국.
그 때 저 멀리서 느릿하게 무언가 내게로 온다. 나 또한 다가갔다.
서로가 보일 정도의 거리가 되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추었다.
“아미야.” 따듯한 목소리. 아이의 동공은 힘없이 굴러가던 그 날의 씨앗 같다.
실은 말이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네가 기억을 잊어버렸다는 걸. 그리고 나까지도. 하지만 네가 영원히 모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네가 아플까봐. 또, 너와 네가 현실에서 벗어나 떨어질까 봐.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것 일까. 차라리 내가 없어져야 할까.
제발, 알려고 하지마라.
너는 당장이라도 쓰러지려고 한다.
우산을 내팽개치고 생각할 겨를 없이 달려가서,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기어코 붙잡았다.
정국을 품에 안았지만 사람의 온기라고 볼 수 없는 차가움. 아니, 딱딱함.
내 예상과는 다른 크기.
사람이 아닌걸 느꼈을 때 내가 내려다본 것은
한줌의 흙에서 하나의 초록색 생명.
먼 날의 후회가 되더라도,
| 독자..있나? (다음편에 대해서) | ||||
하.. 드디어.. 1편이네요. 공지를 보셨나요? 엄청난 쓰차 당해서 그 작가 프로필? 거기에 공지를 올렸어요.(사진 첨부로염) 꾸기 사진 모음도 같이 넣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쓰차도 쓰차지만 제 스스로 늦은 것도 있어요.
알다시피 제 글은 유배 글 이잖아요. 독방에서 꾸기 관찰일기 올렸다가 신고당해서 글잡으로 왔는데여, 다른 작가님들처럼 댓글이 “훠우~! 글잡 가자.” 이런 반응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 글을 보는 사람이 있긴 할까 했는데 암호닉도 신청해주시고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비록 댓글이 내 댓글이 반이여도, 꾸기 글, 우필 글 중 하나만 보신다고 해도 감사합니다. 뭐, 매 편마다 똑같은 말해서 질려 하실지 모르겠지만 사랑합니다.
저는 댓글 수, 조회 수 전혀 신경 안 쓰고요, 여러 분이 저를 포기하실 때 까지 우필은 있을거예요. 1편은 길기도 길지만 정신없죠. 회상 장면이 워낙 많아야죠 Hㅏ.. 그래서 한번에 정리하고 3편 만에 쓰려니까 정신없어요. 젠장할
그리고 뜬금없는 윤기와, 뜬금없는 드립들 당황하셨나요. 특히 윤기 놀라셨죠. 윤기는 뭐하는 인물이고, 여주와 어떤 일이 펼쳐 질까요? 투비컨티뉴 하하, 제가 부족해서 그런거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엉망이네요.
여주가 씨앗에 집착하고 막 울었다가 비 맞았다가 오바를 하는데(여러분 말고, 이야기상 여주..) 여주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시나여. 틈만 나면 치이고 여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ㅠㅠ 미안 멀었어.
제 글이 너무 꼬이고 꼬인 것 같아서 해석 글을 쓰려고 해요.
국어 시간이에요. 주제랑, 복선 등 알아봅시다. 당연히 스포는 피하구여!
그래도 2편은 비교적 빨리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세요.
그럼 전 2만 물러갑니다.
p.s. 프롤 1,2 편이 말썽이예요. 사진이 이상하게 배치되고 크기도 조절 안되고 ㅋㅋㅋㅋㅋ 그 나전 칠기 보석함 사진이 화면을 아주 그냥 꽉 채웠어요. 놀라서 급하게 지우긴 했는데.. 아, 그리고 맞춤법도 장난 없더라구여. 혹시 발견하시면 얘기해주세요!
|
| 러블리 내 독자님 |
국쓰 / 풔테이러 / 미니미니 / 블라블라왕 / 윤기꽃 / 열원소
넌 내 하나뿐인 독자 세상에 딱 하나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연과 필연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2/19/9ffab25e230cc24102faf906b7f058ba.gif)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연과 필연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2/21/fdbb69ec885e948d906a8b3c34fe303f.png)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연과 필연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2/20/245f270d947eede62ebd4cb6ee65b6ac.png)
![[방탄소년단/전정국] 우연과 필연1-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2/20/b166d2ff31adba99418ee63033bc9354.png)
내 냉장고가 이런게 뭐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