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건 완전한 장면 전환, 회상, 꿈 이라고 할게요. 끝나도 마찬가지로 '***' 이거입니다. '...'(세로) 이건 시간의 흐름 이에요.
장면의 전환, 시간의 흐름을 글로 풀어냈으면 기호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호가 써있으면 기호 뜻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봐주시면 돼요.
- 오늘도 분량 실패로 두편으로 나눴어요. 브금문제도 있구여.
20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뛰어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 없이, 단지, 몸이 움직이는 데로.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돌아가시고 애어른이 돼버린 11살의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아빠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무언가를 사달라고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사달라고 떼쓰지 않으면 아빠가 ‘나’ 라는 짐을 덜 수 있을 거라는 1차원적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그 나이 여자애 또래와 같이 갖고 싶었던 게 하나 있었는데, 형형색색의 크레파스다.
미술시간에 옆 짝이 7가지 색 외에 못 보던 특이한 색까지 있는 크레파스를 가지고 왔는데, 반면 군데군데 끈적한 검은색 자국과 다 써가는 모난 살구색과 갈색이 들어있는 나의 크레파스 통이 얼마나 허름해 보이던지, 플라스틱 통의 금이 간 부분이 그날따라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금은 가지가 무성한 나무처럼 또 다른 금을 만들며 올라갔고 갈라진 시작점을 따라서 내 눈도 같이 올라갔다.
못, 마음만 먹으면 꿈이 현실로 이뤄질 거라는 순수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11살의 나는 많은 꿈들 중에서 유일하게 1년을 버틴 장래희망이 화가였기 때문에 짝의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색이 있는 크레파스를 더욱 갖고 싶었는지도. 그 크레파스를 쓰면 당장이라도 화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부럽고 혹은, 속상했다.
어찌나 갖고 싶었는지, 몇 번이나 꿈에 나왔다니까.
그런데 웬걸, 때마침 가을 운동회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하면 55색의 크레파스를 상으로 준다고 하지 않나. 주변의 말류에도, 달리기에 소질도 없었지만 그 달리기 시합에 참가하기로 한다.
운동회 당일 날, 반을 대표하는 꼬마 계주들 사이에 내가 있었다. 수십 개의 눈알들이 나를 쳐다봤고 식은땀이 새하얀 체육복 안,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선생님의 준비하라는 말에 나는 마지막으로 운동화 끈의 매듭을 잡아당기며 3번째 트랙의 시작 선에 신발 앞코를 딱 맞춰 닿았다.
그때, 난생 처음, ‘떨리다.’ 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봤지.
얼굴은 사색이 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곧, 귀 따가운 총성이 운동장을 울리고, 나는 힘껏 발돋움을 했다.
이기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으며 이를 악물고 머릿속에 크레파스를 그리면서 1/5 쯤 달렸을까, 앞을 보기위해 눈을 떴다.
기대는 했지만 나를 잘 알기에 일어날 실망감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조마조마 하면서 눈을 떴을 때, 내 앞은 장애물 없이 환하다.
1등 이였다.
나는 1등의 기쁨을 초마다 즐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발바닥과 모래바닥의 사이의 간격이 커져갔다.
아무래도 신이 나서 발이 주체 되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나의 양 옆에서 큰 모래바람이 휩쓸린다.
역전. 짜릿한 패배의 맛.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날따라 스타트가 빠른 것 일 뿐 실력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내 옆을 지나쳐갔고 꼴등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한명이 나를 제쳤을 때는 누가 툭 건들이기만 해도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았는데 눈치껏 경쟁하면서 달려가는 아이들의 뒷모습만을 바라보자 가슴 속에 차오르던 무언가가 발밑까지 가라앉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달리기가 만들어낸 바람이 내 가슴 속을 통과했다.
나는 더 빠르게, 더 열심히 달렸다.
생각 없이, 단지, 몸이 움직이는 데로.
‘의지’ 그 힘만으로.
결국 난 꼴찌로 도착했지만 나보다 행복한 꼴찌가 있을까?
초등학생이 뭘 알겠냐마는, 오로지 내 의지로만 절대 그 날처럼 뛸 날은 없을 거라고 봤다.
그랬었지.
근데, 지금은 그 날보다 더, 숨통이 죄여올 만큼 뛰고 있어.
우연과 필연
: 비온 뒤 맑음이라고 하였다.
by. 퉈메이러
카페 상호가 인쇄되어있는 얇은 플라스틱 컵, 초라하게 그지없는 화분에 잠재적 생명을 내가 깨웠지만 3주나 흔적 하나 없이 똑같은 모습을 한 너는 완전히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깜깜한 화분에서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그리고 나 또한.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아주 연한 초록색, 그렇다고 연두색은 아닌 두 개의 잎을 가진 너는 단단한 흙에도 얇은 뿌리를 내렸고 너에게 넓을 수 있는 손바닥만 한 곳, 가운데에 틔었다.
말대로 씨앗은 전정국일까?
생각보다 나는 침착했다. 다만, 귀가 먹먹해지고 까만 동공이 초점을 잃었을 뿐이다. 또, 입은 살짝 벌어져 알게 모르게 작은 숨만 들락날락했다.
인간들이 놀라면 기본적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치거나,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오감만이 점차 무감각 해졌다.
비는 전체가 아닌 하나하나의 빗방울로 보였고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과 물리의 이치를 무시하고 내게서 느리게 다가왔다.
부서진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 첫 행동은 어이없게도 뺨 때리기였다. 감각을 되찾으려는 무식한 행동.
그러자 젖은 흙냄새가 코 밑에 풍겨오며 먹먹한 귀에서 빗소리가 서서히 들려왔고 원래의 비로, 그리고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
이 광경을 직접 눈으로 봤지만, 믿을 수 없다.
진짜라는 걸 피부에 닿을 정도로 알았지만, 어떻게 믿지?
나는 미쳐버렸나.
아니면, 세상이 미쳐버렸거나. 비가 오는 여긴, 환상 속 일수도.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이야기를 내가 겪고 있다.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빠가 죽은 것도 다 거짓말인거야 사실은.
도무지 머리에서 이해를 하지 못하자, 말도 안 되는 공상 까지 달하고 원하지 않던 날에 대한 부정의 속마음도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나는 아빠를 기억하고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1초였다. 모든 생각을 마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할지라도 정리하는 순간까지 단 1초.
그러니까, 내 품에 너는 정국, 아니, 화분이다. 자각하자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리고 나는 전정국과 화분, 중간의 과정을 누군가가 봤을까봐 머리가 기계적으로 돌아간다.
어떤 때보다 주위를 빠르게 훑어봤지만 자세하다. 죄라도 지은사람처럼.
극함에 몰리자 오히려 판단력은 정확하게.
다행히도 폭우 때문일까,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지 않을 조용한 거리다.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울리지 않게 화분을 잡고 멍하게 서있는 내가 있을 뿐이다.
막상 닥친 이 현실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뛰는 거였다.
나는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윗몸은 앞으로 나오며 달리기 시작했고-
뛰는 만큼은 머릿속이 말끔했다. 비를 맞으면서 기억의 파편과 엉킨 생각들이 씻겨나간다.
세찬 바람 방향대로 우산이 날렸고 손이 갈피를 잡지 못하자 거친 비가 화분에 닿아왔다. 흙에 구멍이 나며 파인다.
새싹이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꺾여 버릴까봐 나는 입고 있던 가디건을 살짝 들추고 내 옆구리에 화분을 감쌌다.
네가 약한 존재가 된 이상, 내가 너를 보호해야했다.
내 행동은 흐트러졌지만 화분을 쥔, 너를 지키려는 손만큼은 단단하고, 흔들림 없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비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이 시야의 일부를 가렸고 계속되는 동작에 다리의 근육은 경련이 일어났다. 조금만 다리를 움직이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움직일수록 잡아먹히는, 마치 늪이었다.
이미 지칠 데로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달리자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갈라진 목소리로 탄성이 절로 나왔고 그런 반복에 목에는 피 맛이 돈다.
그럼에도 내가 달리는 건,
얼마나 너를, 너를 말이야. 걱정 했는지 몰라.
정국아.
나는 집에 오자마자 거실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었다.
비에 젖은 옷가지들에서 빗물이 나와서 지나간 곳만 바닥이 흥건했다. 지금 앉아있는 곳은 더할 나위없고.
가디건 안, 네가 혹시라도 잘못되었을까봐, 나는 숨을 참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화분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꼭 아기라도 다루듯이.
그리고 화분에 코가 닿을 듯이 얼굴을 내밀었다.
새싹 잎에는 빗방울이 맺혀있다.
물방울은 하나가 되어 잎의 곡선을 타고 떨어졌다. 흙은 그걸 흡수하고, 물방울은 감쪽같이 없어진다.
물방울을 흡수한 흙은 축축하고 정돈되지 않았다. 오는 길에 지킨다고 지켰지만 비바람은 어떤 틈새도 놓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새싹은 비교적 멀쩡했다.
아.. 진짜 새싹이구나.
새싹이라는 걸 처음부터 인식하고 있었지만 자꾸만 다가오는 낯설음에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가까이서 새싹을 지켜보다가, 나는 문뜩, 떠올랐다.
떠오른 것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는데 차마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났다.
나는 성인 한명도 간신히 들어갈 창고의 문을 열고 먼지 쌓인 물건들을 손으로 헤집어 놓았다.
‘여기 있었는데.’
이쯤이면 나올 물건인데 나오지 않자 손을 더 깊숙이 넣었다. 내가 찾던 물건의 표면이 만져졌다.
“찾았다.”
고등학교 때나 쓰던 스탠드.
나는 손을 짓누르는 물건들 사이로 끄집어냈다. 다른 물건들이 떨어지든 말든 스탠드를 거실로 가지고 와서 손에 물기를 바지에 대충 닦고는 콘센트에 꽂았다. 바지 또한 젖어있어서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전기가 들어오고 스탠드는 빛을 냈다.
비가 와서 유독 푸르고 어두웠던 집이 나와 화분을 중심으로 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오래된 스탠드가 희뿌연 노란 빛을 띄었다. 그 빛이 꽤나 따듯하다.
화분을 스탠드, 바로 옆에 두었다. 젖은 흙이 마르길 바랐다.
그리고 너에게 온기라는 것이 닿기를.
화분에게 집중적으로 빛이 들어오자 한시름 덜은 나는 꿇은 다리를 풀고 쭉 뻗었다. 아려오는 다리에 허벅지 부근을 꼬집었다.
창문을 바라보니, 비는 멈추고 하늘에 어둠만이 남아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나는 묵묵하게 화분을 바라봤다.
내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든, 배가 고프든 상관없다.
네가 또 사라질까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겠다.
그리고, 네가 전정국으로 변할까봐.
정국아, 너는 죽어버렸을까.
너에게 들어야 할 말들이 많아.
너의 말을 들어줄게, 귀 기울여줄게.
그러니 다시 네가 나타나줘.
기다리고, 꼭 너를 만날게.
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머릿속에 목록을 적어가는 중이다. 저번처럼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똑같은 실수를 하기는 싫다. 직감적으로 내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걸 알기에 실수 따위는 없어야했다.
.
.
.
진정한 밤이 오고, 새벽이 되고, 시계바늘은 돌아가서 하루를 시작하는 숫자에 하나가 된다.
어제, 오늘 하루가 심상치 않았으니 몸이 천근만근 한건 당연했다.
그래서 그런지,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거다.
몸은 바른 자세를 버티지 못하고 여전히 거실 가운데에서, 하지만 새싹에 눈을 떼지 않고 배와 바닥이 닿은 채로 누웠다. 이어서 턱을 괬다.
그게 그렇게 편할 수 없다.
줄곧 더웠는데, 비가 남긴 오랜만의 선선한 바람과 따듯한 느낌을 발산하는 불빛에 결국, 잠은 턱까지 오른다.
꿈뻑.
눈꺼풀을 길게 감았다 떴다.
그에 따라, 암흑이 되었다가 컵 위로 보이는 두 개의 잎이 보였다.
꿈뻑.
또다시 암흑이 되었다. 이번에는 암흑을 떨쳐내기가 버거웠다. 어영부영 떴을 때는 화분은 반만 보였다. 그것마저 흐리게 보였고.
이제 한번만 더 눈을 깜빡이면 다시 뜨지 못 할 거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자면 안 돼. 자면 안 돼.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는데,
“어서 자거라.” 내 머리카락 결대로 쓰다듬는 기분 좋은 손길과 함께 귓가에 소곤거리는 미성이 들려온다.
“...” 이미 수면상태로 돌입한 나는 말은 하지 못하고 정신만 간신히 부여잡고 있다.
“코 자자.”
다시 들려온 전정국의 목소리는 환청이 아님을.
‘꼬맹이 주제에.’
사람 마음 가지고 논다니까.
그토록 참아왔던 것이 한마디 말하는 목소리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
곧 너의 목소리는 잔잔한 수면의 파동이 된다.
2-2 읽어요 여러부우운 2-2는 나름 즐거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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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냉장고가 이런게 뭐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