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우아한 킬러
비가 질펀하게도 많이 내리는 날이였다. 버버리 장화를 구겨 신은 여성이 낡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미 마을 사람들이 떠난 낡은 카페에 인기적이 찾아온 것도 참 오래간만이였다. 낡은 카페건물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낙서와 떨어진 간판에서 나온 쇳조각들로 가득했다. 여자는 유럽의 고전영화에나 나올 법한 우산을 접어 댕기며 카페의 문을 열었다. 구식이지만 갖출 건 다 갖춘 건물에서는 여자가 들어섬과 함께 또르릉, 하는 차임 벨 소리가 울렸다. 여자는 꽤나 익숙하게 테이블에 걸쳐 앉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양새였다.
얼마 후, 주방에서 인기척이 났다. 큼큼. 몇번의 마른 기침 소리에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예상했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모양새가 얄밉다. 선글라스를 내리자 진한 눈화장으로 멋을 낸 날카로운 눈매가 보였다. 어지간히도 화려한 것을 즐기는 성격인지 빨간 입술이 매력적이다. 그 입술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미리 와있었군."
"...."
"무슨 일이지?"
그 남자가 여자에게로 다가왔다. 아지랑이처럼 미소가 피어올랐다. 남자가 테이블에 사진 한장을 올려놓았다.
"D.O...?"
자세를 고쳐잡은 여자가 사진에 시선을 던졌다. 마스크로 완벽히 가려진 얼굴 덕에 자세한 형체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여자의 직감에 따르면 그 남자는 디오가 확실했다. 거래처와의 약속을 깨고 자신과 거래를 성사한다면 그 세배의 값을 쳐준다고 했던 묘령의 남자. 한번 더 보자 확신이 들었다. 사진 속 남자는 디오가 확실했다
"이미 거래는 끝난걸로 아는데."
"......"
여자의 새빨간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위로 걸렸다. 남자가 이마에 총구를 가져다대었지만 여전히 느긋한 표정이였다. 남자는 금방이라도 사격할 수 있을 듯이 여자의 이마에 총을 들이밀었다. 그 와중에도 위트있는 대화가 두 어번 오고 갔다.
"이마는 새로 한건가?"
"음.. 그래. 감쪽같지?"
킬킬거리며 비아냥대는 여자의 말에 남자가 배를 잡고 웃었다.
"지금 날 쏘면 실리콘만 너덜거리는 시체가 될거야."
"그것 참 유감이군."
남자가 정말 유감이라는 표정을 지어뵈었다. 그러자 여자가 총구를 손으로 눌러잡았다. 여자가 가방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찾는 듯한 시늉을 해 뵈었지만 남자는 여전히 태연했다. 여자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소형 리볼버. 서로 서로를 향하는 총구는 언제라도 발사 될 듯 뜨겁게 달궈졌다.
슬슬 뒷걸음질 치던 남자가 갑자기 멈춰섰다. 여자가 견제하는 태세를 갖추었다. 남자가 품에 넣은 디오의 사진을 다시 꺼냈다. 남자가 사진을 뒤집자 양면으로 인쇄된 다른 한 사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어떤 여자였다. 나잇대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진의 주인공은 한 쪽으로 높게 머리를 들쳐 묶은 모습이였다. 재잘재잘 친구들과 정답게 노니는 모습이 그녀의 밝은 성격을 뒷받침해주었다. 여자는 다리가 곧 풀릴 것 만 같았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자신의 딸이였다.
탕! 총알이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사진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있었다.
"아! 안돼!"
다급한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리볼버를 고쳐잡았다. 손바닥이 긴장의 땀으로 물들어갔다. 그 남자는 여유롭게 웃기만 할 뿐이였다. 어깨를 으시대며 사진을 흔들어보이는 그 남자가 얄밉기도 했다.
"가르시아, 불어로 계집년이라는 뜻인가?"
"당장 그 입 다물어!"
사내가 킬킬대었다. 쏠 수 있을 거 같애? 정말 그러냐구.
갸르릉거리는 여자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할 수 있어.
하나, 둘, 셋..
속으로 삼세번을 연거푸 센 그녀가 총을 잡아 댕겼다. 남은 4발이 장전 되었다. 여자의 머릿속이 뒤집힌 것만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여자가 총구를 남자의 심장으로 조준하였다.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총구에서 뜨거운 총알이 날라들어갈 것만 같았다. 여자의 이마에서는 땀과 파운데이션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친 사람처럼 웃기만 하던 남자에게서는 긴장한 기색이라곤 털끝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곳에서 총을 쏘게 되면 분명 자신에게 불리한 싸움이 될 것 이다. 제 모습은 제 정신이 아닌 여자였다. 그리고 제겐.. 딸도 있다. 아까부터 빠지지 않는 반지덕에 손가락이 아려왔다.
여자가 손을 놓았다, 총알이 총구를 뚫을 듯 뿜어져나왔다. 붉은 피의 선혈이 온 몸을 적셨다. 여러번의 총성이 낡은 카페를 울렸다.
누구의 것일까?
도망쳤다.
*
사건 현장에 짐입하기 위해 바리게이트를 타 넘는 종인의 표정이 짜증으로 물들었다. 현장에는 이미 경수가 와 있었다. 세심하게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경수가 들려오는 소음에 고개를 들었다.
"선배, 오셨어요?"
"응.. 차가 여간 막혀야지."
경수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싱거운 자식.. 이라며 종인이 고개를 내둘렀지만 경수는 아랑곳않고 미소만 지어뵈었다. 곧이어, 낡은 판자촌에 위치한 오래된 카페와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번쩍거림이 둘의 눈을 찔렀다. 은색의 BMW였다. 슬쩍 눈길을 준 경수와 종인이 아무일 없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보나마나 저 차의 주인공은 크리스일 것이다. 그렇게 판단을 지어버렸다.
차가 멈춰서고 나오는 인물은 역시 크리스였다. 종인과 마찬가지로 지방업무에 강한 불만이 있다는 듯 표정을 잔뜩 구겼다.
"검사님!"
살인 사건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슈트가 참으로 멋드러졌다. 궁시렁 거리는 종인과, 몇번이나 바리게이트에 걸려 넘어질 것만 같던 크리스를 진정시킨건 경수였다. 모두들 현장에 모이고 드디어 조금씩 진전이 되었다.
곧이어 경수가 이미 조사를 끝낸 목격자들의 증언이 담긴 녹음 파일을 재생시켰다.
현장에서 발견 된 시체 한 구. 들려오던 여러 발의 총성.
신고자이자 판자촌에서 조금 더 벗어난 재개발 지역에 조그마한 원룸을 마련해 살고 있는 여대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날따라 으슥한 분위기에 빨리 벗어나려던 그녀는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소리에 놀랐다고 한다. 발걸음을 재촉해 가까스로 그 근방에서 벗어난 그녀는 잘 터지지 않는 전화기를 부여잡고 바로 신고를 했다. 거기까지는 신고가 접수된 경찰서와 알리바이가 일치했다. 그 후에도 검열에 걸린 몇명의 주민들의 진술도 모두 일치했다. 그 들의 말에 따르면 한 번의 총성이 아니라 두 어번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났다고 했다.
"정확히 8번.. 8번이였을꺼예요!"
육중한 체구를 가졌던 걸로 기억되는 남정네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녹음파일이 끝을 맺었다.
"하지만 리볼버 소형의 경우 장전할 수 있는 총알의 갯수가 대 여섯 발로 한정되어 있잖아."
"검찰 측에서도 그 것을 의문점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종인의 말에 경수가 바로 반문했다. 그러자 크리스는 고민이라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괜히 무안하거나, 겸연쩍을때 나오는 일종의 버릇이였다.
"사라진 총알이라.."
또다. 또 혼자 시름시름 앓으며 생각에 나래에 잠기는 크리스를 종인이 흘겨보았다. 이래서는 더 이상 수사의 진전따위는 찾아 뵐수도 없을 것 같다. 결론을 내린 종인이 의욕만 앞서 가게를 두리번거렸다. 도무지 대한민국 경찰과 검사가 함께 꾸리는 사건현장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는 개판이다. 경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아직은 너무 더운 여름날씨와 코를 찌르는 시체 냄새에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한 두번이 아니였다. 금방이라도 흰봉투에 辭職書, 라는 한자 세 글자를 갈기고 싶은 충동이 머리속을 헤집었다.
"어?!"
"왜 그러세요. 선배"
"아까는 이런 걸 본 적 없는 것 같았는데."
"반지네요?"
"반지?"
"네. 금테인거 같아요. 엄청 특이하네요.. 장식도 없는 그냥 반지테가 왜.."
한참을 뒤적이던 종인이 경수에게로 내민 건 반지테로 추정되는 고리였다. 크리스까지 합세해 이목을 끌게 되자 종인이 내심 으쓰대었다. 다 큰 어른들이 애들 처럼 옥신각신 해대는 뽄새가 우스웠다. 내가 뭔 유치원 선생님두 아니구.. 문득 제 처지가 불쌍해지는 경수였다.
아직 마르지 않은 접착력을 보아 펜던트가 빠진지는 얼마되지 않은 듯 했다. 말도 안돼. 이런 한적한 곳에 금반지테라니. 살인사건 현장에 나타난 은색BMW 보다 언밸러스한 조합이다. 경수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기라도 했는 지 크리스가 경수에게 덜컥 짜증을 냈다. 내 BMW가 어쨌단 말이지? 검사님두 참, 그걸 질문이라고 하시나.. 알면서 왜그래요. 그러자 한 눈에 봐도 여문 주먹을 주억거리는 크리스에 경수가 움츠러들었다.
"이 반지 부검 의뢰할때 같이 넣어서 보내도록 해요."
진공 비닐에 반지가 빨려 들어갔다. 현장 요원들이 시체와 반지를 이송했다. 투닥거리던 두 사람도 다툼을 멈췄다. 크리스의 손목에 채여진 롤렉스 시계가 벌써 오후 두 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형사들에게 배고픔은 일상과도 같았다. 둘은 그나마 참을 만 했지만 실은 아까전부터 크리스의 배꼽시계가 정각을 알리고 있었다.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였다. 부검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점심이나 먹자며 크리스가 둘의 등을 밀어붙였다. 두 사람이 현장에서 나가고 크리스가 다시 한 번 카페안을 둘러보았다. 큼큼한 냄새가 불쾌했다.
"이건 또.. 뭐지..?"
얇은 종이 한장이 발에 채였다. 그 것을 들어올린 크리스가 요리조리 살폈다. 구멍이 크게 뚫려 형체도 알아뵐 수 없는 사진이였다. 사진이라고 칭하기도 뭐한 그 사진에는 영문글씨가 휘갈겨져있었다. D.O, 외부에 알리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크리스가 종이 조각을 지갑에 끼워넣었다. 확실이 이번 사건은 의문점이 한 두개가 아니였다. 괴짜라고 봐도 무방한 피의자의 몽타주를 상상해보던 크리스가 밖에서 들려오는 종인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대답했다. 현장을 빠져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벌써 부터 어떤 점심을 먹을까 고민에 빠진 종인과 경수가 퍽 귀여워보였다.
*
"네? 사건 일시 종료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경수와 종인이 동시에 소리쳤다. 크리스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떤 압력이 있었던 것 같기도.."
"지금 그게 말이됩니까?!! 타살이라니요! 무슨 얼토당토않는..!"
역정을 내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종인을 말리는 경수의 눈망울도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사실 지금 가장 미칠 것 같은 건 크리스 제 자신이였다. 갑작스런 상부의 지시로 사건을 철회하긴 했지만 미심쩍은 게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말을 전하기 까지 경수와 종인의 표정이 아른거려 괜히 찔리는 느낌이였다. 강력 2반이 싸한 분위기로 뒤덮였다. 금바이라도 조무래기가 눈에 띈다면 집어 삼켜버릴 듯한 종인과 경수, 크리스.
이 것은 분명히 경찰을 우롱하는 것이 틀림없다. 태어나서 처음느껴보는 모욕감에 종인이 이를 갈았다.
"사실.. 아까 메일 한 통을 받았어요."
"메일?"
"그냥 스팸메일인 줄 알고 휴지통에 넣어버렸는데, 혹시 모르니깐 복구 신청을 해두었어요. 잠시만요.."
휴지통을 길게 내리찍는 경수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곧이어 메일이 떴다. 입력되지 않은 채로 전송된 메일 주소에, garica 라는 영문글자만 떡하니 적혀져 보내어졌다. 사진 속 그녀는 한마디로 정의해서 세련되었다. 제 자신을 가르시아라고 밝힌 그녀는 한눈에 보기에도 비범해보였다. 여유있게 파파라치 카메라를 바라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사진에서는 부르르 떨리는 종인의 손을 경수가 움켜쥐었다.
이것은, 분명히.
"우리에게 내미는 도전장이예요."
모두들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해봐야 힘 없는 일개 형사들과 검사하나로 이루어진 집단이였지만 불타는 열정만은 치열했다. 아이피 주소 추적을 부탁하는 종인에게 경수가 대답했다. 이미 아이피 추적은 끝난 상태였지만 조금 이상했다. 뜨는 아이피가 여러개였다. 해킹의 천재가 아니라면 가르시아는 여러명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 해 두어서는 안된다.
"보통이 아니예요. 그 여자,"
"그 계집년이 보통이 아니거나, 우리나라 경찰이 보통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겠지.."
"......"
"엿먹여줄꺼야. 반드시."
경수가 종인의 손을 세게 쥐었다. 종인 또한 경수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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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전 신작뱅크 달렌이니깐요~^^ 이렇게 갈 곳 잃은 멍멍이 마냥 씨뿌리듯 신작만 뱉어내는 게 지겹죠 큐ㅠㅠㅠㅠ 저두여유.. 앞으로 헤럴드중심으로 달릴 듯해요~ 트바가 업뎃되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2~3일에 한 번씩 찾아뵐께요! 헤럴드는 공동묘지를 배회하는 무법자 라는 뜻의 신조어예요! 보시다시피 추리물이고, 커플링은 카디클루~ 에피소드1을 맛보기로 ㅎㅎ.. 트란실바니아는 주말 연재니깐 (아마도) 연중할 일은 없을 거 같구.. 에덴을 쏴라는 연재텀이 거북이 달리듯.. 느리게 굴러갑니당. 헤럴드 폭연!!!! 그나저나 글잡에 엑쏘픽이 왜 이렇게 많이 줄었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그로디망.. 시험기간이구 그러다 보니 헤럴드를 제외한 신알신은 많이 가지 않을..거예용 ㅠ_ㅠ 뎨둉햇어용.. 사랑해요 독자님덜!!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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