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작년과 똑같은 패턴의 설날이다. 역시 도착하자마자 이어지는 지겨운 잔소리들….
" 유천아 결혼소식은 없니? "
" 아니 허우대 멀쩡한 놈이 아직도 장가를 안가? "
" 이제 나이도 있으니 빨리 가야지 "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능구렁이처럼 대답을 피하는 법도 웬만큼 늘었다.
" 저도 빨리 장가가고 싶습니다. 근데 아직 어머니처럼 좋은 여자가 없네요…."
" 녀석도 참…. "
" 이러다 이 녀석 손주부터 보여주는 거 아닙니까? "
" 차라리 그게 더 낫겠다! "
" 과속 너무 하시면 사고 납니다, 아버지 "
" 하하, 그래 내가 졌다. "
지금은 이렇게 웃으셔도 아마 속으로는 간절히 바라고 계실 거다. 그래도 아버지, 손주는 영영 못 보실 거에요…. 죄송합니다.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하세요. 착잡하고 답답한 마음에 찬바람이나 맞으러 나갈까 하고 창문을 내려다보는데 샛노란 머리가 하나가 눈에 띈다.
자신의 키에 반도 안 되는 남자아이와 쭈그려 앉아서 놀아주는 모습이 흡사 병아리 같았다.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내려가자 뭐가 문젠지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아이와 그 앞에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 사탕 먹을래? "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는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날 올려다보는 아이는 약간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아 "
" 아…. "
" 맛있어? "
" 응…. "
" 몇 살이야? "
" 다섯 살이에요 "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하면서 듣기 좋게 하이톤이다.
" 아, 귀엽네요 "
" 이럴 때나 귀엽지, 말 안 들을 땐 악마 같아요 "
" 조카인가 봐요? "
" 네, 하도 나가자고 졸라대서…. "
목소리마저 뭔가 병아리 같다.
분명히 나랑 같은 말을 하는 거 같은데 삐약삐약으로 들린다.
" 이럴 땐 정말 결혼하고 싶네요 "
" 결혼 안 하셨나 봐요? 인기 되게 많으실 거 같은데 "
"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
" 왜요? "
" 게이거든요 "
와우..그냥 집에서 메모장 켜놓고 몇번쓴적은 있어도 이렇게 올려본적은 처음이라ㅋㅋㅋㅋㅋ
저는 달달물을 좋아해서요..쭉 일상(?)+달달물일거같아요..
재밌게봐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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