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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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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시당하겠지. 

갑자기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해져 급하게 사과를 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쭉 찢어진 눈꼬리에 투명하게 스며들던 눈물-

세게 깨문 입술은 차츰 더 붉어지기 시작하더랬다.
어쩔줄 몰라하며 돌아서서 걸어가던 모습도, 꼭 혼난 새끼 강아지마냥-





"아..씨. 별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난리야."



유권은 엉거주춤 가방을 고쳐 매고 교실문을 열었다.
소란스러운 교실을 그대로 가로질러 자리에 가방을 던졌다. 




"어, 권이 왔다."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의자를 끌어앉자 경은 기다렸다는듯이 등을 찔렀다.




"왜?"
"지호가 할 말 있대."




우지호? 

상황파악을 하기까지는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권은 고개만 살짝 돌려 흘낏, 쳐다보고 말했다.





"말해."

"어제 일은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랬어.."




옆얼굴로도 지호가 애꿎은 손만 꼼지락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유권은 비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미안하다고 하면, 일주일 내내 무시당한 건 다 용서되고?"
".."




지호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으나 곧 힘없이 숙였다.

연갈색 머리카락이 정수리에서부터 미끄러져 흩어졌다.

경은 시종일관 애매하게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못견뎌하고 있었다.





몇 초간의 정적. 유권이 원한 것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결국 유권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입가에 다시 미소를 띄웠다.





"경이 친구니까, 다 같이 잘지내자고 하는건데.
내 신경도 좀 써주라."
".."




대답은 없었지만, 고개를 숙인채로 두어번 끄덕였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유권은 괜히 또 웃음이 나왔다.





"자자자, 그럼 잘 풀린거지? 괜찮은거지? 그래 우리 셋이 좀 친하게 지내자. 얼마나 좋아. 둘에서 셋으로. 안 그래 권아? 안그래 지호야?"





역시 마무리는 박경의 넉살. 

하여튼 박경이라니까- 

왠지모를 안도감을 느낀 후 유권은 고개를 다시 돌리고는 턱을 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뭔가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


-






언제 잠들었던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유권은 젖은 책장을 대충 펴서 덮고는 기지개를 폈다.

아마도 따뜻한 바람에 취해 잠시 졸았던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잠에서 깨어나는 중인데 뒷자리의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응? 어디?"

"미술실.."

"엥? 미술실은 왜?"




유권은 머리를 벅벅 긁고서는 다시 엎드렸지만 귀만은 말소리에 완전히 집중한 상태였다.




".."

"아아, 가보고 싶구나? 그럼 권이랑 내가 데려다 줄게. 권아!"

"아아니, 안 그래도 되는-"





유권은 자신의 이름이 경의 입에서 나옴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자. 미술실"




성큼성큼 앞서가는 유권의 뒷모습을 경과 지호는 벙쪄서 바라보다가 급하게 따라나섰다.


"같이 가, 김유권!"












"여기야. 미술실."


동아리실로 쓰이지만 부원이 거의 없어 사실상 빈 교실이다.

낡은 이젤과 붓, 말라붙은 물감, 조잡한 석고상 하나만이 먼지쌓인 교실 안을 뒹굴고 있었다.






".."

"조, 좀 처참하긴 하지. 그래도! 한번 싹 쓸고 닦고 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치 권아!"




그걸 왜 나한테, 라는 눈으로 경을 쳐다보던 유권은 조금 시무룩해진 지호의 얼굴을 턱으로 가리키는 경의 사인을 보고는 금새 태세를 전환했다.



"그..렇지. 여기 저녁때는 석양도 보여서 무드도 있고. 외진 곳이라서 왕년에는 커플들의 핫플레이스였-"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야.

유권은 생각없이 말을 뱉어놓고 흠칫 놀라며 지호의 표정을 살폈다.

지호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근데 미술실은 왜?"




경은 씨익 웃으며 유권을 필꿈치로 찌르더니 물었다.
이젤에서 먼지를 털어내던 지호는 고개를 들었다.


"나, 여기서 그림 그리고 싶어서."


-





어제 찾던 곳이 미술실이었구나.



지호가 어릴적부터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도,

일본에 간 이유가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모두 오늘 지호에게 듣고서 안 사실이었다.

아니, 사실은 경이가 들은 내용을 전해 들은 거지만.





그랬구나. 어쩐지.

한번도 밖에서 뛰어논 적이 없는 애 마냥 살결도 하얗고, 금방이라도 톡하고 부서질 것 같더니.

방에 틀어박혀서 햇빛도 못 보고 그림만 그려댔으니 그럴만 하지. 그렇고 말고.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뒤에서 또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경이 저 자식은 뭘 먹였길래 우지호가 저렇게 입을 가만히 못 두는거야.

신났네, 신났어.





순간 짜증이 몰려온다.
왜 저렇게 나를 피하는 거지? 내가 뭘 어쨌다고.
먼저 인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 뿐인데.




부담스러웠던건가?




그럼 박경은? 저 오이같은 녀석이 나보단 훨씬 부담스러울텐데.

나같이 헤실헤실, 실없이 웃어대기나 하고, 말이라고 섞어 볼 기회가 날라치면 똥강아지마냥 조르르 달려가고.


자기랑 친해지고 싶다는 티를 이렇게도 팍팍 내는 애가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피하는지.




'역시 너무 적극적이었나'




박경은 워낙 촐싹거리기도 하고, 짝꿍으로써 이것저것 챙겨주니까 편해진 모양이다.

그렇지만 앞자리에 앉은 유권은 체격도 있는데다 웃지 않을 때에는 차가워보인다는 말도 자주 들으니 무섭게 느낀 거겠지.




'그래, 이제부터 신경쓰지 말자.'



결국 유권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연애에서도 밀당이 중요한 법- 

물론, 이건 절대로, 어떤 부분에서도, 연애라 칭할 수는 없는 관계지만 유권은 좀 더 객관적인 측면에서 관찰하고 싶었다.

지금의 상태는 너무나도 조급하고, 불안하고, 오기로 간신히 버텨내는 관계였으니.




"권아, 오늘도 별로야?"
"아.. 뭐가?"
"뭐긴 뭐야."




눈을 찡긋하는 박경을 보며 유권은 영문도 모르고 멀뚱히 서있었다.

설마 저 자식, 아무리 눈치가 빨라도 그렇지, 내가 지금 우지호때문에 고생하는걸 가지고 놀리는건가.




"피시방 말이야. 오늘도 별로 안 땡기냐고."



그럼 그렇지. 혹시나 했던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유권은 떨어진 심장에 밧줄을 묶어 끌어올리는 상상을 했다.



"어..어. 나 오늘 좀 피곤하다. 미안"




맨날 뭘 하느라 그렇게 피곤해. 야동 보지.
좋은 거 있으면 같이 좀 보자. 치사한 새끼.
유권은 툴툴대는 경을 뒤로 하고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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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지호를 신경쓰기 시작하는 권이! 바람직해요 아주 바람직해♡-♡
7년 전
카모
댓글 고마워요❤️ 바람직하쥬~?ㅋㅋㅋㅋㅋㅋ
7년 전
독자2
오오오 김유권....이제 지호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네요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ㅜ
7년 전
카모
지호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요! 두근두근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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