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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뷔민] 이방인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뷔민] 이방인 | 인스티즈


뷔민
이방인






1

우리는 바닷가에 살았다. 바닷바람은 사정없이 얼굴을 휘갈겼고 나는 느지막하게 옷깃을 여미었다. 날아가는 미성년자 딱지를 붙잡지도 못한 채 맞이한 스무살이었다. 어릴 적에 상상하던 것마냥 폭죽이 터지지도 않았고 그저 방파제를 향해 부서지는 파도 소리로 가득찬 시시하기 그지없는 스무살. 나는 욱신거리는 발목께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2

태형아. 나는 고래가 될 거야.

지민은 이따금씩 생뚱맞은 소리를 잘했다. 그것도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눈빛을 하고선 말이다. 몇몇은 지민이 홱 돌아버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다. 지민은 미치지 않았다는 걸. 단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잠시 우리를 떠났을 뿐이라는 걸. 이틀에 한 번 꼴로 지민은 고래가 되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돌고래라면 모를까. 나는 고래와 지민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남몰래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래도 왠지 그 말을 들은 날이면 지민이 정말로 고래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바다를 찾게 되었다. 나는 지민의 소망을 떠안아 매일 아침 바다 속으로 그것을 투기했다.

미안해, 지민아.
이건 다 너를 위한 일인걸.

합리화는 끝이 없었다. 바닷바람은 내 죄를 묻기라도 하듯 거세게 몰아쳐왔다.





3

"어어, 거기 지민이하고 같이 사는 학생 아니여?"

몇달 전만 해도 인사성이 밝았던 지민은 동네에 모르는 어른들이 없었다. 지민이 친구, 지민이하고 같이 사는 학생 정도는 내게 있어서 익숙한 호칭이었다. 내가 긍정을 답하자 세탁소 아주머니는 마침 줄 것이 있다며 내 손목을 붙들어왔다. 나는 그에 이끌려 조그만 세탁소 안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어휴, 그래. 요즘 통 지민이가 안 보여서 이걸 못 전해줬어."

아주머니께서 내게 건넨 건 낡은 외투 한 벌이었다. 학생. 거 지민이 만나면 이거 꼬옥 전해줘야 한다이. 알았제? 아주머니는 몇 번이고 당부의 말씀을 전했고 나는 그때마다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이와는 도통 관련이 없어보이는 자줏빛 겨울 점퍼였다. 나는 의문을 닫아둔 채 그것을 받아든다.

"근데 학생은 이름이 어떻게 되나?"

세탁소는 입구가 낮았다. 나는 허리를 굽히며 계단 역할을 하는 디딤돌을 밟았다. 디딤돌은 한쪽이 마모되었는지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아주머니에게 이름을 알렸다.

"태형이요. 김태형."
"그래. 곧 있음 눈 온다던데 태형이도 조심히 들어가라이. 응?"

네에. 안녕히 계세요. 다정하던 인삿말과는 다르게 아주머니는 아주 황급히 돌아서고 있었다. 그때 아주머니의 안색이 굳어있었던 건 아무래도 나의 착각이지 싶었다. 아무래도 바쁜 일이 있으신 모양이었다. 나는 아주머니의 억양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콧노래와 함께 귀가했다. 아주머니의 염려와는 다르게 혹독한 날씨에도 눈은 내리지 않았다.





4

태형아. 우리 이사가자.

우리는 바닷가를 떠나기로 했다. 지민의 한마디라면 이유는 충분했다. 어디로 갈까? 우리는 좁은 방 안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짚어보았다. 아침에 보았던 파도만큼이나 우리는 잔잔한 시간들을 보냈다. 평화였다. 그에 반해 동네는 꽤 어수선한 상태였다. 세탁소 아주머니가 원인 모를 병으로 지난밤 숨을 거두었던 까닭이었다. 조그만 마을은 앰뷸런스가 도착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 초를 다투던 싸움 끝에 아주머니는 결국 호흡을 내어주고야 말았다고 했다. 졸지에 나는 아주머니의 마지막을 대면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뭐 특별했던 점은 없었고?"
"네. 그다지…."

나는 본의아닌 질문도 여럿 받았다. 사적인 대화는 처음이었는데 그게 한 사람의 마지막이 된 셈이었다. 아주머니와 시답잖은 내 대답에도 아주머니의 가족 분들은 나를 탓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머니가 했던 것처럼 불현듯 내 이름을 물을 뿐이었다.

"근데 학생.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들은 내게 같은 대답을 종용한다. 나는 기꺼이 그들이 내민 손을 마주잡는다.

"태형이요. 김태형."

경악을 금치 못하던 그들의 표정을 나는 끝내 목격하고야 말았다.





5

이사 계획은 무산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지민이의 제안을 거절한 탓이었다. 우리는 주인이 떠나버린 하숙집에 좀 더 머물기로 했다. 본디 처음 방을 구할 땐 모녀가 함께하던 하숙집이었는데 딸이 자살하는 바람에 그녀의 어머니마저 떠나고 말았다. 흉흉한 소문도 끝없이 돌았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당장 누울 자리가 필요했고 눈앞에 생긴 거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조그만 동네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집성촌이었다. 처음 동네에 발을 들였을 때 무언가 낯선 이를 꺼린다고 생각했던 나의 느낌은 꽤 정확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몇 년만에 찾아온 마을의 이방인인 셈이었다. 내가 새로운 사실들을 차차 정리해가던 즈음 지민은 돌연 운동화를 신었다.

"신발 똑바로 신고 가. 넘어진다?"

나의 충고에도 아랑곳않고 지민은 운동화의 뒤축을 구겨신은 채로 현관문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지민은 요즈음 내게 고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지민이가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징조라고 여겼다.

"태형아."
"어?"
"전에 그 옷 말이야. 세탁소 아주머니가 주셨던 거."

급작스레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온 지민이 말했다. 나는 아차, 하고 말을 잇는다.

"맞다. 그거 너한테 전해주라고 하셨는데 깜빡했네."
"괜찮아. 봤으니까."
"그런데 그건 왜?"
"안 바쁘면 나갈 때 좀 내다버리라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나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려 대화를 끌기 위해 노력한다.

"그걸 왜 버려? 너한테 주신건데."
"그냥."
"……."
"죽은 사람 물건 갖고있는 거 재수없잖아."
"……."
"그리고 그 옷. 나한테 주신 게 아니라 나한테 버린 거야."

네가 날마다 바다에 나가서 내 소망을 갖다버린 것처럼. 지민은 마치 좀 전의 대화가 아주 일상적이었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다시 발목이 욱신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조심스레 되뇌었다. 지민은 미치지 않았다. 그건 나만이 알고있는 조그마한 비밀이었다.





6

자줏빛 점퍼는 내가 놓아두었던 그대로 옷장 속에 걸려있었다. 나는 지민이의 말대로 그것을 처분하려 꺼내들었다. 그때 나는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쪽지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녀를 사냥한 죄를 묻고자 곧이어 그의 아들이 나타날 것이니
너희들이 그토록 피하고자 하던 이방인이 되어 이 땅을 밟을 지어다

이해할 수 없는 문구였다. 이방인. 나는 휘갈겨진 쪽지의 활자를 만져보다가 흥미를 잃고 그만두었다. 예언이라도 되는 종이인가. 오랫동안 이어져오던 집성촌의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할 이방인의 존재. 마녀를 사냥한 죄. 그의 아들. 세탁소 아주머니는 왜 이 점퍼를 나를 통해 지민이에게 가져다주려 했던 것일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에워쌌다.





7

"사람들은 네가 그 아들이라고 생각해."

지민은 쪽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느티나무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께 들었다던 그 내용은 꽤나 신비로운 괴담이었다. 마을에서 억울한 추방을 당한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아비를 모르는 아이를 뱄다는 이유였다. 쪽지 속 문구는 그 여자가 마을을 떠나며 홀연히 남긴 말이라고 했다.

"문제될 게 뭐가 있는데?"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게 네 탓이라고 생각하잖아."
"왜?"
"이방인의 저주."

제법 비장한 모양새로 이야기하는 지민이가 우스워서 나는 깔깔댔다. 너 왜 이렇게 귀엽냐. 나 장난칠 기분 아니야.

"그래서 이사가자고 한 거야?"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이사가자."

나는 결국 네게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8

지민아. 나 물어볼 거 있어.
뭔데?
아직도 고래가 되고 싶어?

무작정 표를 끊고 탑승한 서울행 기차 안에서 나는 창 밖에 시선을 빼앗긴 지민​에게 물었다.

"아니면 어쩔건데?"

기차는 빨랐다. 주변 풍경들은 들여다볼 찰나도 주지 않은 채 흩뿌려진다. 지민은 온 가족을 바다에게 내주었다고 했다. 물론 본인에게서 확답을 받은 적은 없지만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공연한 사고였다. 지민은 항상 고래가 되어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고 싶어했다.

"너 대신 내가 되고싶어 해줄게."

바다를 향한 갈망.

"그럴 필욘 없겠다. 나 아직도 고래가 되고 싶거든."

우리는 오늘도 그 속에서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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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작가님 분위기 완전 짱이에요 ㅠㅠㅠㅜㅜ 내용도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작가님 글 정말 기대되어요 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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