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둠에 뒤덮이고, 도시에는 색색의 조명들로 뒤덮이고, 수많은 도장들을 몸에 새긴 듯 남겨진 나의 멍 자국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Aquatic
by. 꿀비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는 내가 엄마를 많이 닮아서, 돈도 벌지 못하면서 돈만 축내어서, 자신에 인생에 남은 큰 걸림돌인 이유로 손을 드셨고. 나는 도장과 같은 멍자국이 하나 둘 더 늘어났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술 취한 모습을 봐오고, 폭력을 항상 당했지만 이렇게 무서운 일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질 수 없나보다. 그래서 지금 술에 취한 아버지를 마주할 때, 그렇게 많이 봐왔지만 항상 심장이 미칠듯이 뛰면서 손에 땀이난다. 이는 밖을 돌아다니다 어느 성인 남성이 소리치는 것만 봐도 몸이 떨릴 정도로 아버지는 내게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술에 취하신 날은 어김없이 밖으로 도망을 나온다. 집에 있어봤자 맞기만 할 뿐, 내 생명에 위협을 느낄 뿐.. 남들은 위험과 재난을 피하기 위해 집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난 다르다. 내가 위험을 피해야 하는 곳은 지금 내가 있는 이 장소이고, 내가 위험을 느끼는 장소는 집이다. 확실히 평범한 이들과는 반대되는 배경을 지녔고, 나 역시도 그걸 자각하고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나의 배경을 보이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리고 그 두려움과 트라우마들을 너무 방치해서인가
나는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
그래 난 세상 살이에서 혼자를 자저한 것이다.
"오늘도, 오래 버티네. 안힘들어?"
그렇게 지내온지 꽤 지난 나는 혼자가 익숙하다.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겁을 먹고 도망가버릴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물 밖에 있는 저 아이는 왜 봐도 아무렇지 않을까. 저 아이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 왜 저아이를 보면 난 안심을 할까. 하고 생각에 빠진다. 마치 저 아이를 형용한다면 살랑살랑 넘실거리는 파도라 비유하고 싶다. 내 몸이 아주 멀리 떠내려가도 좋으니 내 모든 걸 맡기고 싶다. 저 아이는 나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고 안심을 심어줄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을 이렇게 생각할까, 왜 두려워 하지 않을까. 저 아이를 바라보고 난 후의 난 항상 어지럽다. 처음에는 편안함이 나를 뒤덮어 예전에 어머니에게서 느낀 포근함을 느꼈다가 나의 변화에 대한 차갑고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은 파도에 휩쓸린 느낌에 저 아이를 만날때면 내 머릿속은 항상 어지럽다.
"오늘도 대답 안해주네, 내가 마음에 안드는거야? 아, 이 시간이 지금 네 시간인데 내가 불쑥 나타나서 기분 나쁜건가?"
파도는 항상 다르다. 때때론 몸을 맡기고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때때론 나를 바다 저 깊은 곳으로 보낼 정도로 무섭게. 그리고 저 아이는 내게 바다 같은 아이이다. 항상 혼자인 내게 다가와준 부드러운 파도였다가 호기심의 끝에 다시 혼자가 될 여지를 남긴 무서운 파도가 된다. 그리고 저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내 앞에 나타나 대답도 해주지 않는 고요함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떠들고 하다 오늘은 너무 늦었다며 조심히 가라는 말과 함께 돌아간다. 그리고는 지치지도 않는 걸까 어김없이 다시 돌아와선 또 다시 질문을 던지고, 혼자 떠들고. 그 고요한이 민망하지도 않는지 다시 찾아고 혼자 얘기하기를 반복하는 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너무나도 궁금하고, 왜 계속 이 곳으로 오는지가 궁금했다. 가끔 어떤 하루들은 저 아이가 설마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이곳에 오는 건가 생각하지만 나 같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걸 생각하면 그거 아니기에 난 저 아이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물 속이 그렇게 좋나, 답답하기만 한데.."
"....."
"여긴 바다도 아니라 안에 아무것도 없잖아, 왜 그렇게 항상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
"역시, 오늘도 대답ㅇ.."
"..왜, 여기로 오는 거야?"
"...." "와봤자 항상 너 혼자 떠들잖아. 난 너한테 재미를 주디도 않는데 뭐가 즐겁다고 매일 같이 와?"
"...와..너 대답할 줄 알아?"
"뭐?"
"난 네가 말을 못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
"생각도 못할만큼, 목소리 너무 예쁘다"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저 아이는 나에게 더 다가왔고 나도 저 아이가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에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저 아이의 이름은 전정국이였고 이곳에 오는 이유는 자신의 고모가 이곳 사장인데 오랜만에 수영하러 왔다가 내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한참을 기다려도 안나오길래 죽었나 싶어 꺼내주고 눈이 맞주친 순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내가 그렇게까지 호기심의 대상인그 싶었지만 나도 달빛에 빛나는 정국의 모습을 보고 파도까지 연상했으니 그가 어떤 느낌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정국과 만난지 꽤 시간이 지나고 나는 항상 그곳에서 정국만을 기다렸다. 평소 같으면 물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요새 들어서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시간보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물속에 잠시 들어갔다 혹시나 정국이 왔을까 싶어 고개를 들었다. 디시 들어갔다 혹시나 해서 나왔다 이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리고 내가 5번쯤 고개를 뺄 쯤이면 정국은 이미 들어와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다르게 5번이 지나 6번, 7번이 지나도 정국이 있어야할 그 의자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국도 나에 대한 호김심이였던 걸까. 가볍게 사라질 모래와도 같은 호기심이였던 건가 싶어 내 자신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물속으로 들어가려 하자 갑자기 잡아당기는 느낌에 놀라 눈을 질끈 감으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닿았다.
"많이 기다렸어?"
"..아"
"오늘은, 너랑 가까이서 얘기하고 싶어서"
"...."
"..내가 너무 갑자기 나타난건가, 놀랐어?"
정국의 당기는 힘에 못이겨 물 속에서 힘이 풀렸을 때 정국은 나를 끌어 안아 자신의 품속에 가두고는 나와 눈을 마춰주며 평소와 같이 얘기를 해나갔다. 그리고 그런 정국을 보며 항상 신기하게 느낀다. 얘기를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인지 항상 다른 이야기로 나와 눈을 자춰주며 계속 해서 재잘재잘 얘기해준다. 그러다 갑자기 얘기를 하다 멈추는 정국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싶어 왜그러냐 묻자 나의 팔을 잡고 올리며 확인하고서, 달빛이 잘 비추는 곳으로 날 데리고 가 가만히 날 바라보더니 정국의 표정을 심각하다는 걸 표출하듯이 변했다.
"너, 누구한테 맞아?"
"..어?"
"왜 온 몸이 멍투성이야? 평소에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얼굴은 상처, 몸에는 멍이 엄청 있어. 누가 너 때리기라도 해?"
"....."
"무슨 일인거야, 응? 누가 너 괴롭히는거야?"
"...."
"이름아"
"..네가 참견할 일 아냐, 신경쓰지마"
"야 이렇게 심한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쓰겠어, 말 안할거야? 어?"
"상관하지마! 내가 말해도 너랑 다른 얘기인 걸 네가 어떻게 이해하겠어! 내가 멍이 들던 말던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
"...이름아"
"..미안, 오늘은 먼저 갈게. 그리고 다음부터 함부로 내 몸 안건들였음, 좋겠어."
그렇게 나가버리고 집으류 돌아가지도 못하는 시간. 나는 다시 그 어두운 길을 떠돌아 다녀야했다.
외롭고, 무섭고, 아무것도 없는.. 달빛 조차 어둠으로 뒤덮여 있는 그 어두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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