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이해할 수 없다. 네가 나를 왜 그렇게 챙기는지, 왜 가끔은 날 보며 울 듯한 표정을 짓는지. 날 그저 빤히 보고있을 때도 많다.
"너." "어, 내..?" "왜 자꾸 그렇게 보고있는 거니, 할말이라도 있니?" 그러면 넌 또 귀가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던 공부를 마저 하려해도 맞은편에서 계속 나를 보는듯한 시선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
"빵 묵을래..?" 녀석이 조용히 입을 뗀다. 빵 먹을래? 그 한 마디만 하고 또 입술을 꾹 깨문다. 고개를 젓는다. "배불러."
녀석은 아..하며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햇빛이 창틀 사이로 책상에 스며들 듯 들어온다. 온몸이 나른하다. 한숨 자야겠다 싶어 책상에 엎드린다.
진갈색 머리칼이 책상위로 부스스 흩어지고 왼뺨이 책상 표면에 닿아 시리다.
"아..." 녀석이 옅게 신음을 내뱉는다. 멀뚱멀뚱 엎드린 채 녀석을 마주한다. 내 시선을 피한다. 날 피한다.
왠지 묘한 기분이 들어 녀석을 보고있다가 졸음이 쏟아져 그만 잠을 청한다.
"아..." 잠깐 잠을 잔다는 게 그만 푹 자버렸다. 입술을 꼭 깨물었다. 손목에 매져였는 시계를 확인한다. 6시 36분.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없다. 눈을 부비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급기야 일어서려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턱 잡는다.
고개를 돌린다. "내 찾나..?" 나 보다 한뼘은 큰 녀석을 올려다본다.
"어디갔었니?" "잠깐 화장실 갔다왔다." 나는 비로소 납득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다.
너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나의 눈동자를 좇는다.
"왜 그렇게 보니?" "이제 가자. 데리다 줄게." "어딜 가자는 말이니, 집?" "어." 나는 녀석의 말에 수긍하며 가방을 챙긴다.
참고서들을 가방에 집어넣는데 뭔가 툭 소리를 내며 차가운대리석바닥으로 떨어진다. 웬 종이조각이지.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펴려들자 녀석이 휙하고 종이를 빼앗는다. 녀석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뭐야.. 하자 고개를 격하게 좌우로 흔들더니 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니다. 며 종이조각을 성급히 바지주머니에 넣는다.
"가방 도. 내가 맬게." "됐어." "아니다. 내 힘 세다. 내 도." 마지못해 새까만 가방을 건네주자. 슬쩍 웃는다. "가자."
아무말 없이 걷는다. 아직 일곱 시가 채 안 됐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어두컴컴하다. 밤길, 가로등 불빛이 깜박거린다. 좁은 골목길이라 그런지, 가로등도 몇 개 없다.
쌀쌀한 날씨에 몸을 흠칫한다. 기침도 콜록, 나온다
"춥나?" "조금."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손을 꼭 잡는다. 그러고서는 자기 점퍼주머니에 넣는다.
"아직 춥나." "조금" 땅을 향해 숙인 고개를 엄지와 검지로 들어올린다. "내가 우째해주꼬." "됐어, 지금도 나쁘지않아." 못미더운 듯이 쳐다본다. 내 양쪽 옆구리에 손을 척 얹더니 끌어당긴다. 새까만 점퍼 사이로 나를 쏙 집어넣는다. "이제 좀 따시나." "응. 야 근데.. 숨막혀.." 또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나와 눈을 맞춘다.
"아..진짜.." "왜." "미치뿌겠네, 아." 특유의 울먹이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왜 그래." 녀석의 등을 토닥인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녀석이 다시 고개를 든다. 가로등 밑에 선 얼굴이 훤하다.
"나는.." 녀석이 말을 시작함과 동시에 깜박대던 가로등이 꺼졌다. 가로등 밑의 녀석과 나는 어둠속으로 잠긴다.
옅은 어둠속에서 간간히 녀석의 진갈색 눈동자가 보인다. 내 양볼을 두 손으로 감싸쥔다.
어둠속에 녀석과 나의 눈동자가 맞닿는다. 눈을 스르르 감는다. 내 입술위로 네 입술이 포개진다.
이젠 너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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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은 처음이에요^6^ 똥손이죠.. 죄송해요..! 경상도 여자라 그런가,. 글 쓸 때도 사투리가 더 편하네요 허허허ㅓ허.
bgm은 사.계.한(ver.piano)입니당. 혹시나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까봐서!
그럼 안녀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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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