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정석
배경음악은 두번째 달 - 더질더질
내가 꿈꾸던 이상형은 ' 내가 배울 수 있는 여자 '였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날의 그녀는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않았을까.
누구든 그렇겠지만 본인이 꺼려하는 사람과는 함께 있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싫어하는 사람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녀의 첫 인상이 딱 그러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조건은
1. 남 괴롭히는 사람
2. 거짓말 치는 사람
3. 담배피는 사람
인데 그녀의 첫 인상이 딱 이러했다.
첫 만남이 어떠했길래 내가 이렇게 까지 이야기하는지 궁금하겠지.
그러니
그녀와의 첫 만남을 내가 알려주겠다.
아, 궁금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그래도 말 할 것이니^!*
그녀와의 첫만남은 내가 그녀를 양아치로 오인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때는 8년 전
고3 지겨운 수시와 수능이 끝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남은 학교생활을 보낼 때 였다.
그 때 당시의 나는 지금의 유한 모습과는 달리 내 주관이 뚜렷했고, 나름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였다.
늘 남에게 모범이 되고, 바른 행동을 실천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나는 다들 청소년시기에 호기심으로 한번씩은 다 펴본다는 술과 담배도 시도해본 적도 없으며 그 시기에 방황하는 친구들을 멀리했다.
....배척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러한 내 성격으로 나는 고등학교 3년을 반장과 부회장을 활동을 하며 같은 학우를 잘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너무 자랑처럼 들리는 것 같기는 한데.....
자랑이다.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날도 윤오네 집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아 담배냄새 "
띵하는 소리와 함께 1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가 문이 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강한 담배냄새가 났다.
아, 개매너 진짜 누구냐
기관지가 안 좋아서 조금만 담배냄새만 맡아도 목이 따가운데.
속으로 욕을 뱉으며 앞을 쳐다보니
아파트입구에서 한 여자가 담배를 피고있는 것이 아닌가....
(충격)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곳에서 담배라니.
인상이 찌푸려질대로 찌푸려졌다.
입구에 가까이오자 훅 끼쳐오는 담배냄새에 잔기침이 나왔다.
내 기침소리를 들은 건지
그녀는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또 한번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얼핏봐도 날티나는 노랗게 탈색된 머리와 옷차림새
'진짜 싫어'
황급히 휴대용 재털이를 꺼내 불을 끄는 모습도 아니꼬워 보였다.
"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 담배를 피면 어떡합니까 "
오늘따라 따가움이 느껴지는 목에 나는 뜻하지 않게 날선 말투로 그녀에게 쏘았고
그녀는
"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집으로 향했다.
나 스스로가 놀랄만큼 무례한 행동이지만 안 그래도 상한 기분 더 더러워지기 전에 무시하기로 했다.
"아씨.."
뒤에서 그녀의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려왔지만 개의치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했 듯 그녀와 나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그 뒤로 윤오집에 놀러가면서 그녀와 꽤 자주 마주쳤다.
알고보니 그녀는 윤오의 앞 집에 살고 있더라고.
그러다보니 자주 마주쳤지만 별로 아는 척 하고 싶지않았기에 대충 고개만 까닥이곤 했다.
윤오와는 꽤 친한사이인지 윤오가 나에게 그녀에 대해 알려주고는 했지만 기억나는 건 그녀가 우리보다 한 살 많은 20살이라는 것 정도?
그닥 알고 싶지 않아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 언젠가
윤오가 그녀에대해 말을 하며
" 그 누나 친해지면 엄청 좋아. 왠지 너랑도 잘 맞을 것 같은데 "
라고 말을 했었는데 윤오가 그녀를 꽤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티는 내지 못 하엿지만 기분이 퍽 상해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 내가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그 날따라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싶어 도서관을 방문한 날이였다.
나는 책장에 책을 한 권, 한 권 모으는 것을 좋아하기에 도서관보다는 서점을 자주 찾는 편인데
그날따라 도서관이 가고싶었다.
수능 이 후로는 처음 찾는 도서관은 텅텅 비어있었다.
수능 전 에는 그리도 없던 자리지만 오늘은 썰렁하다고 느껴질만큼 텅 비었다.
하긴.. 요즘 책을 읽기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몇이겠는가.
뭐, 나야 조용하고 좋으니까.
고민 끝에 책 한권을 골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 전용자리로 향했다.
도서관에는 생각보다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는데 그 중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들도 있었다.
내 전용자리 또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서관 내부에 카페가 하나있는데 꼬불꼬불 미로같은 길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는 곳이라 도서관 내 카페인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이렇게 숨겨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 말이 다른 쪽으로 새어버렸네.
그 카페 안쪽으로 계단이 하나 있는데
그 계단을 내려가면 내가 늘 앉는 자리가 있다.
그 곳은 다른사람이 잘 몰라서 시험기간에도 늘 텅 비어있다.
오늘도 혼자 그 아늑한 공간에서 책을 읽을생각에 갔더니
내가 늘 앉는 자리에 누가 앉아있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그 맞은편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한창 책에 빠져들어가고 있을까
" 어? "
나를 향한듯한 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내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녀를 밝게 비추고 있었고, 평소와 달리 단정한 머리는 가지런히 한 방향으로 넘어 가 있어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화장기없는 그녀의 얼굴은 투명하고 맑은 느낌이였으며 평소의 빨간 입술이 아니라 은은한 선홍빛 입술은 그녀를 더 청순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 너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
" 네? 네..네.. "
라며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먼저 말을 건내었다.
그녀는 약속때문에 나온 김에 평소 보고싶던 책을 빌리기위해 왔다가 책에 빠져버려 계속 읽고 있다고 했다.
신기했다.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기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니......
나도 자주 도서관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누나는 나에게서 좋은이미지로 바꾸어졌다.
.
.
.
" 아, 석민아 "
" 네? "
"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나랑 공연 하나 보러 갈래? "
" 네...네? "
도서관을 찾는 횟수가 점차 늘어났고, 누나와 함께 마주앉아 책을 읽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 날도 맞은 편에 앉아 책을 읽는 누나를 바라보는데 갑작스레 고개를 들고 말을 거는 누나의 행동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나는 바보같이 대답을 하고 화들짝 놀랐다.
" 아싸! 심심하게 혼자 안 가도 되겠다! 표는 누나가 쏠게 ! "
" 무슨 공연이에요? "
" 국악! 다들 관심없다길래 혼자가야하나 했는데 "
" 석민아 너가 있어서 다행이야! "
어린아이들처럼 짝짝 박수까지 쳐가며 좋아하는 누나는 참 맑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누나와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나는 우리의 고유한 콘텐츠를 널리 알리고 싶어! "
누나는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이였다.
.
.
.
또 그녀는 새로운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내가 그녀와 친해지면서 여태 해보지 못 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되었다.
왜 그 때는 몰랐을까.
그녀가 말 없이 훌쩍 떠나버렸을 때
그제서야 나는 느꼈다
그녀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또
그녀가 내 첫사랑이였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시작도 못 해본 첫 사랑을 접었다.
내가 8년 만에 첫 사랑을 꺼내어 보는 것은 이제 그녀와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
.
.
카페에 마주 앉은 남녀
조금은 길었던 이야기를 멈춘 남자가
미지근해진 아메리카노로 목을 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 이번에는 첫사랑이 아니니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 이번에는 말 없이 가지 마요. 누나 "
-
강제 기억조작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12시간 비행에 쌍둥이 둘 안고 탄 진상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