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다. 바람도 선선하고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에 기분이 들뜬다. 조준점을 맞추며 가볍게 허밍을 하다 작게 콜록이는 소리가 나 고개를 번뜩 들었다.
"너, 내가 좀 뜨시게 입고 다니랬지."
-감기 아니거든.
"지랄은."
말 좀 예쁘게 해. 그러곤 또 기침을 한다. 목소리도 푹 가라앉은게 견적 나오는구만 이빨을 까, 이게. 본부에 돌아가면 족 치리라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잡았다. 눈 앞에 확대된 평일의 고속화도로는 한적했다. 언제 오나. 피가 뜨끈하게 열이 오른다. 나는 총 안 쥐었으면 뭐 해먹고 살았으려나.
-포착.
터널을 빠져나온 검은 카니발이 신명나게 바람을 가르고 도로를 질주한다. 장애물도 없으니 대충 쏴도 명중이리라.
-또 다 죽이지 말고.
"조준."
-듣고 있냐.
"사격."
단 한 발의 총알이 빠르게 날아가 차 앞바퀴에 쿡 박혔다. 나이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했는지 빙글빙글 돌던 차체가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전복가진 생각에 없었는데. 모니터를 보고 있던 사무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인이어를 잠시 뺐다. 꼬우면 지들이 쏘지. 상부에 뭐라고 하나. 다시 인이어를 꼽으니 주위가 조용한게 민윤기가 빡쳤구나, 싶다. 쌤쌤으로 쳐야지.
-복귀나 해라.
"전복될 줄 알았나."
-시말서 쓸 준비하고.
"아, 고의 아니잖아!"
-잔말 말고 와. 잠깐만, 김탄소. 거기 신호...
"뭐?"
신호가 뚝 끊겼다. 그러게 새걸로 싹 바꾸자니까. 인이어를 거칠게 배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뒤 총을 분리하고 케이스에 조심히 넣었다. 우리 이쁜이 다치면 엄마가 속상해. 그리고 뒤를 도는 순간, 관자놀이에 쌔끈한 총구가 닿아왔다. 여자 하나 잡겠다고 남자를 몇이나 보낸거야. 개새끼들.
김탄소, 보고, 작전, 사죄, 유가족, 장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단어들은 문장이 되지 못 하고 귀 앞에 툭툭 쌓였다. 어두운 장내가 숙연하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떻게 안다고 장례 타령이야. 빔 프로젝트는 화보마냥 찍어와서 사기라고 놀렸던 김탄소의 프로필 사진과 입사 후 실적을 비추고 있다. 울고 싶은가. 눈물은 안 나는데. 괜히 눈 주위를 꾹꾹 눌렀다. 수신 교란이 있었다.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아무 것도 안 들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모니터에도, 인이어 넘어에도 김탄소는 없었다. 급하게 달려간 그 곳엔 위치추적기가 내장된 인이어가 부서져있었다. 이름까지 붙여가며 애지중지하던 총도 그대로 둔 채. 탄소의 집에 연락을 넣는건 내 담당이 되었다. 뭐라고 해야할지. 서류뭉치를 정리해 들고 회의실을 나섰다. 담배가 필요했다. 김탄소 때문에 끊은걸 김탄소 때문에 다시 피네. 픽, 웃었다. 내 책상에 도착하자 각티슈를 쥐어주는 박지민 덕에 내가 운다는 걸 알았다. 그제서야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숨 죽인 눈물을 토해냈다. 빌어먹을. 시말서 쓰기 싫다고 욕나부랭이 씨부리면서 문 부서져라 열고 들어와야지. 통제실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암전. 멀찍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탄소 목소리가 없어서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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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버렸어 어떡해 (손 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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