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위에서Written by 호봄●공허한 눈빛으로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유리잔같은 눈빝으로 날 바라봤다. 눈빛엔 원망이 가득했다.기성용을 마주보고 서 있는 나를 향한 화살. 나로 부터의 반대방향에서 새찬 비바람이 불어본다. 그가 나를 보는 눈빛에서 오는 화살처럼 날 공격할듯 매섭게 부는바람에 난 위태롭게 서있었다. 내 뒤엔 잡아먹을 듯한절벽이 입을 떡하니 벌리곤 당당히 막고있었다.왜 그랬어?뭐가날 버리고 떠났잖아...기성용의 억지로 목을 쥐어짜 뱉은듯한 말에 난 그저 눈을 내리깔고 그의 발 끝만 볼수밖에 없었다.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어쩌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바람은 불고 시간은 지나가고 모두들 잘 살고있다.나만 왜 그럴까 이렇게 힘들까, 자책해봤자 돌아오는건 태어났다는 후회뿐. 그에게서 뒤돌아 한걸음 한걸음 나를 향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절벽을 향해 깊은 구덩이를 향해 걸어갔다...뭐하는거야?너를 위해.멈춰.그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오지마. 내가 가시처럼 따갑게 소리쳤다. 혹시나 내가 우는걸 들킬까 내 어깨가 떨리는게 보일까 입술을 꽉 깨물고 울음소리가 세어나갈까 조마조마했다. 손등으로 턱까지 흘러버린 뜨거운 눈물을 훔쳐냈다. 난 끝까지 차가워야해. 그를 버려야만 그가 행복해. 내가 떠나야만 행복해. 작게 중얼거렸다. 오직 나와 나를 둘러싼 무거운 공기만이 들을수 있도록.안녕...한 발을 절벽의 보이지않는 깊은 구덩이속으로 내밀었을때 두려움이 내 몸을 감쌋다. 후회했다. 그를 만난걸 어쩌면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도, 어쩌면 나도 행복했을텐데. 하지만 이미 지나갔고 운명이라면 그 운명의벽에 맞서기로 다짐했다. 주먹을 꽉 쥐곤 나머지 한발도 내밀었을때 내가 떨어지기 직전에 기성용이 나의 팔을 잡아버렸다...놔.싫어.놓으라고!왜 날 버린거야.기성용이 여전히 내 팔을 잡은채로 상처받은 불쌍한 사슴의 표정으로 나까지 먹먹해질 표정으로 말했다.난 그의 가슴에 상처를 주어야만 한다. 그가 날 떠나야한다. 어쩌면... 그가 날 잡아주길 바랬던것일지도 몰라. 바보같다는 생각에 뒤틀린 웃음이 나왔다. 그는 여전히 내 꾹 닫힌 입술을 보며 답을 기다렸고 내 귀로 얼마나 깊을지 모르는 구덩이의 소름돋는듯한 깊고 날카로운 소리가 스쳐지나갔다....난....안녕.내가 겨우 말한 말은 이것이 다였다. 왼쪽 주머니속에서 작은 칼을 꺼내 그의 팔에 흉터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푹 박았다.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탄식을 뱉을때쯤 내가 구덩이를 향해 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까지도 난 무척 두렵고 힘들고 아프고 슬펐다. 조용히 몸을 맡겼다. 난 그를 떠나야만 하는 운명이니까. 그에게 기분나쁜 사람으로 찍혀도 난 그를 사랑하니까. 중력에 몸를 맡겨 어디가 끝일지도 모르는 구덩이 안으로 점점 점점... 두렵고 무서운 그곳으로... 안녕.....2012.10.07 절벽위에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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