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랄라
몇 달 전, 언니의 부탁으로 언니의 라이브 카페에서 일주일에 두번 씩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별로 내가 잘하지도 않는데 민망하고 쑥쓰러웠는데, 이제 익숙해져간다.
여유로워진 나는 이제 익숙한 단골 손님들과 소통도 가능하게 되었다. 지루한 내 일상이 이제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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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대훈이와 서로 안지는 얼마 안됐다. 한 달 정도? 사장인 언니의 친구가 자주 놀러왔었는데 하루는 친구라며 대훈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대훈이는 그 후로 내 공연이 있는 날 마다 찾아와서 노래를 듣고 몇 마디를 나누다 집으로 가곤 했다. 평소 말이 그렇게 많지 않은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대훈이. 우린 서로 말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통하는 구석은 많았다. 같은 장르의 노래를 좋아하고, 평소 태권도 하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해오던 나였는데 대훈이는 태권도도 배운다고 했다. 연습은 안하냐고 물으면 항상 수줍게 웃으며 대답하는 대훈이.
“ 너 노래 들으면 더 힘나서, 듣고 가야지 연습 잘해. ”
“ 뻥치네- ”
“ 진짜거든? ”
한 달도 채 안됐지만 인간관계가 좁은 나로썬 굉장히 친해졌다. 그러다보니 카페가 아닌 밖에서 따로 만나서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할 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대훈이를 보면 그냥 친구 같지 않고 가끔 설렐때도 많았다. 매일 밤 대훈이와 메신저를 하는것도 일상이 되버렸다. 그러던 어느날은 내가 아무리 메신저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연습을 오래하나 싶어서 그냥 자려는데 밖으로 잠시 나와보라는 문자가 왔다. 대충 입고 있던 옷에 가디건을 걸치고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대훈이가 대문 앞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대문 소리도 못들은건지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였다.
“ 야- 뭐해? ”
“ 어? 나왔어? ”
“ 응 나왔어. 밤중에 갑자기 왜? ”
“ 나 오늘 하루종일 연습 하나도 못했어. ”
“ 왜? 다쳤어?! ”
“ 아닌데- ”
“ 그럼 왜… ”
“ 너 때문에. ”
나 때문에? 나때문이란 말에 괜히 심란해져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대훈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연습 하려는데 자꾸 너가 생각나서-. 대훈이는 말 끝을 흐렸다. 난 깜짝 놀라 대훈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무릎에 고개를 파묻은 대훈이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대충 알 것 같았다. 내심 기분이 좋아져 대훈이의 옆으로 가 똑같이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 때 까지도 대훈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 야 남자가 뭐 그렇게 부끄러워하냐… ”
“ ……뭐. ”
“ 나도. ”
“ 응? ”
“ 나도 너 때문에 노래 연습도 못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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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사장인 언니가 몇 일 전 갑자기 듀엣을 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했었다. 난 굳이 싫다고 해 언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또 나 혼자 부르기도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 참에 잘 됐다 싶어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출 한 남자가 왔다. 남자의 이름은 홍정호-라고 했다. 처음 봤을땐 몰랐다. 그냥 편한 체육복을 입고 왔었다. 소개받았을때 솔직히 못마땅했다. 그래서 더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러나 성격이 좋은 그는 까칠하시네-하고 웃어넘겼다. 그리고 저녁이 되고 그의 무대를 테이블에 앉아 지켜봤다. 무대에선 옷도 말끔하게 입고 나타났다. …괜찮네. 노래도 꽤 잘불렀다. 노래를 마치고 그 남자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
“ 나 괜찮았죠. ”
“ 네…잘하시던데… ”
“ 그럼 합격인가? 나. ”
“ 합격은 무슨……. ”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언니는 자기 친구들이 보러 올거라며 제발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카페 안쪽엔 작은 연습실이 있었다. 왠만한건 다 갖춰서 가끔 거기서 자기도 했다. 홍정호는 약속시간에 딱 맞춰서 나왔다. 살짝 어색한 분위기였었지만 그가 유쾌하게 분위기를 바꿨다. 우리는 꽤 오랜시간동안 연습을 했다. 목도 살짝 따가워오던 참에, 그는 배가 출출하다며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나름 기대했지만 해주겠다던 그 요리는, 라면이였다.
“ 라면…… ”
“ 왜요? 나 라면 진짜 잘끓이는데. ”
“ 그냥. 난 또 뭐하나 했네. ”
“ 다음엔 더 맛있는거 해줄게요. 재료가 없어서 그랬어요, 정말이야- ”
그리고 내 접시에 라면을 덜어주고는 자기도 맛있게 먹었다. 맛없어 보였는데 나도 배고팠는지 맛있게 먹었다. 한 냄비를 싹 다 비우고 쇼파에 늘어져 쉬고 있는데 홍정호가 길게 뻗고 있는 내 다리를 들고 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 다리를 자신의 무릎에 놓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멍청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자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불편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무리한 내 목에서 쉰소리가 났다. 그는 놀라며 물었다.
“ 괜찮아요? ㅇㅇ씨 너무 무리한다 싶더라. ”
“ 아- 괜찮아요. 이런적 많아서. ”
“ 많으면 어떡해. 앞으로 나랑 계속 해야하는데 자꾸 아프지마요. ”
“ …죄송해요. ”
“ 듣는 귀도 생각해줘야지. ”
그가 자꾸 나를 혼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춘기 애들같이 뾰루퉁해져서 대답도 안하고 내 손톱만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다. 엄마같이 잔소리를 해대던 그가 말을 잠시 멈췄다. 그러자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너무 어색해서 아무런 말이나 꺼내려고 입을 벙긋거렸는데 그가 다시 입을 뗐다. 미안해요- 잔소리 할려던건 아닌데-
“ 아니에요. 무리한 제 탓이죠 뭐… ”
“ ㅇㅇ씨 예쁜 목소리 못듣는다고 생각하니까 좀 화나더라구요. ”
“ 네? ”
“ 그니까 무리하지 말라고…알겠죠? ”
그의 자상한 목소리에 뾰루퉁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눈 녹듯이 다 녹았다. 내가 언제 화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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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오늘도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오늘따라 만족스러운 결과에 기분이 좋아서 카페에 더 있다 가겠다고 했다. 일행이 없는 나는 바에 앉아 도수가 없는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앉아서 다가오는, 익숙한 손님들과 이야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누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뭔가 싶어 위를 올려다 보니 말끔하게 생긴 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키가 엄청 컸다. 고개가 꺾이도록 위로 쳐다보기엔 내 목이 너무 아파서 몇 걸음 뒤로 물러가 말했다.
“ 좀 비켜주시죠- 나가야해서. ”
“ 번호 좀. ”
“ 예? ”
“ 번호. 달라고. ”
“ 제 번호요? ”
“ 그럼 누구 번호. 아 빨리 내놔. ”
다짜고짜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내는 그 남자. 휴대폰을 계속 들이밀어서 나도 모르게 급하게 저장해줬다. 뭐지… 저장해주고 나서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그는 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 쳐다보니까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가 거짓말 했을까봐.
“ 갑자기 제 번호는 왜요? ”
“ 일단 따라와봐. ”
“ 아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이세요 진짜. ”
“ 아 미안요. 빨리 와봐요, 빨리. ”
아까부터 이유 없이 급한 남자였다. 근데 저렇게 급하게 부르는덴 이유가 있겠지 싶어 그의 뒤를 쫓아갔다.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2층에 있는 한 테이블이였다. 아무도 없었다. 궁금하단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는 느긋하게 자리에 앉더니 나보곤 앉으라며 고갯짓을 했다. 짜증이 난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걸어갔다. 그러자 남자는 빠르게 다가와 내 손목을 잡아 다시 그 테이블에 끌고갔다. 언니의 카페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손목을 부러질 듯 잡는 남자의 힘을 뿌리쳐낼 자신도 없었다. 그는 내가 또 갈까 불안했는지 날 구석에 앉히고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을 시작했다.
“ 너 노래 잘하더라. ”
“ 감사합니다. ”
“ 근데 너 노래할 때 왜 2층은 안봐주냐. ”
“ 네? ”
“ 나는 너 맨날 노래 할 때마다 보고 있는데 넌 나 안봐주잖아. ”
“ …아. 다음 부턴 2층도 볼께요 그럼. ”
“ 오- 착하다. 싸가지 없는줄 알았는데. ”
그리고 혼자 웃었다. 싸이코…인가. 살짝 무서워진 나는 좀 더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는 웃음을 멈추곤 빈 잔에 와인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한 번에 다 마셨다. 난 그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멀쩡하게 잘 생겨서 왜 저런 짓이나 하고 있는거지… 집에나 가고싶다. 그렇게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연속해서 마시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는 착한 여자가 좋더라. 나한테 존나…순종적인? 그런 여자…….
“ 아…그렇구나. ”
“ 그래서 너도 좋아. ”
“ 네?! ”
“ 너한테 관심 있었는데 착해서 더 좋아. ”
태어나서 또 착하단 소리 들어보기는 처음이네. 평소 까칠하다는 소리만 들어본 나에게 착하단 그의 말은 생소했다. 설마 아까 2층도 보겠다던 그 말만 듣고 착하다고 하는건가. 되게 단순하네. 뭐라 대답해줄 말이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는데 그가 내 옆으로 바짝 붙었다. 그리고 말했다. 난 너 이름 아는데- 넌 내이름 모르지. 당연히 모르죠. 기성용이야 기성용. 아- 그렇구나-. 내 대답을 끝으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얼굴만 빤히 쳐다봤다. 민망해져서 밑으로 보이는 1층을 쳐다봤다. 그가 낮게 야-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못들은 척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작게 욕을 뱉더니 내 손목을 세게 쥐었다. 너무 아파 그를 쳐다보자 그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숨소리까지 다 들렸다. 그러나 난 숨을 쉴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입술이 닿을것만 같았다. 내가 얼굴을 뒤로 빼면 뺄수록 그는 더욱 더 다가왔다. 그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말할 때 마다 자꾸 입술이 스쳤다. 그래서 일부러 대답 하지 않았다.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다 다시 입을 열었다. 사귀자. 그리곤 내 입술을 덮었다.
* * *
오늘은 빨리 온 랄라에요ㅎ.ㅎ
별로 할말이 없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민망하다.......
아 그리고 소재 추천 좀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암호닉 항상 받아요!!! 댓글도 많이 써주세요!!!!!! 사랑합니당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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