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06
W.여우
몇 시간 전부터 은근히 호원의 기분이 좋았다. 대체 무엇때문인가 했더니, 아무래도 동우를 만날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어디서 만날까-, 내가 모시러 가야 하나…….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호원의 기분이 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결국은-. 호원아, 타임 끝났다, 수고했어-. 점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호원은 앞치마까지 벗어치우고 현관앞에 서 있었다. 저, 그럼 가도 돼요? 똘망똘망한 눈초리로 보내달라는 눈빛을 보내는데, 그 어떤 사람이 넘어가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 가봐라-. 호원은 감사합니다를 연신 반복하고서는 룰루랄라 유리문을 열어당겼다. 딸랑- 거리는 종소리가 이렇게 유쾌한 적이 있었던지 호원은 생각했다. 아차-. 그 순간 호원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다. 오늘 만나기로 했던 것은 분명한데, 어디서 어느 시각에 만나기로 하는 지를 전혀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 나는 바보인가. 멍하니 초점을 잃은 호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씨, 또 문자넣어야 하나……. 호원은 괜히 밀려오는 자괴감에 애꿎은 보도블럭을 툭툭 찼다.
"나 말고 보도블럭이랑 데이트 할 생각이에요?"
호원의 어깨가 움찔 들썩였다. 설……마, 설마가 사람잡는다더니……. 호원의 고개가 서서히 들려지자, 그 앞에 까만 선글라스를 찬란히 빛내고 있는 동우가 서 있었다.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동우였다. 호원은 다시보아도 빛을 발하는 동우의 후광에 눈이 부셨다. 아……아름다워. 호원은 순간 입을 흠칫- 막았다. 생각으로만 중얼거리던 말이 혹시나 입밖으로 새어나갈까 두려워서 였다. 동우는 그런 호원을 보며 상큼하게 웃어주고는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먼저 앞서 걸어나갔다. 어……어디가요, 동우……씨. 푸핫-. 호원의 어중간한 말솜씨에 결국 동우가 빵- 하고 터져버렸다. 끅끅-. 참아내는 모습이 용하다 싶을 정도로, 동우가 숨을 몰아쉬었다. 호원은 대체 무엇이 웃긴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저 동우의 뒤를 졸졸 따랐다. 동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우디에 몸을 실었다. 호원은 멀뚱히 조수석의 손잡이만을 바라보았다. 결국, 동우가 다시 운전석에서 빠져나와 그를 쳐다보았다.
"밥 먹으러 안 갈꺼에요? 난 호원학생이 빨리 차 탔으면 좋겠는데……."
"이거, 아우디 TT Roadster 맞아요……?"
호원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자, 동우는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빨리 타지 않으면 혼자 먼저 가 버릴 거라는 엄포를 놓은 채-. 호원은 동우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달칵- 열리는 손잡이를 끌어안고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호원은 흠집하나라도 날까- 가만히 앉아 요지부동, 돌부처가 되어 입한마디 열지 않았다. 동우는 부드러운 운전 실력을 뽐내며, 호원에게 말을 거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렇다고 해서, 호원마저 부드러운 대답을 해준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호원은 동우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설레임과, 아우디에 탔다는 불안감, 그리고 흠집에 대한 공포로 돌돌 싸인 것 같았다. 결국 호원은 레스토랑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된 대화조차 시도해보지 못한 채 꾸물대야만 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나서도 별반 달라질 것은 없었다. 겉부터 으리으리한 자태에, 호원은 가격부터 지레 겁을 먹어야만 했다.
"이 곳 식사가 워낙에 유명해서요, 맛있게 들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호원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하, 어떡하면 좋아, 진짜-. 동우가 선글라스를 벗고, 종업원에게 메뉴를 주문하고-. 다시 생긋웃으며 메뉴판을 전해주고는 자신을 쳐다볼 때까지. 호원은 동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결국 호원은 멍하니 생각하던 그 말을 입술 밖으로 내뱉어버리고 말았다. 원래 그렇게 예쁘세요……?. 호원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저 중얼중얼 말을 얼버무렸다. 동우는 다시 한 번 되물었다가 멍하니 자신에게 빠진 듯한 눈빛을 보내는 호원을 바라보았다. 정말, 미치겠네-, 이 남자. 동우는 미간을 살짝 긁적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호원의 불타는 눈빛탓에 구멍이 뻥 하고 뚫려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곧이어 주문한 식사가 나오고, 동우는 잘 익은 스테이크를 얌전히 썰어먹기 시작했다.
"호원학생도 맛있죠, 여기?"
오물오물대는 그 입술이 너무나 예뻤다. 호원은 동우의 입술을 한 번 깨물어 보고 싶었다. 혹시 앵두는 아닐런지, 저 상큼한 입술색이 자꾸만 호원을 유혹했다. 살짝만 건드려도 달콤한 과육이 호원을 사로잡을 듯한 착각은 호원 스스로에게 하여금 미칠듯한 자제심과 인내력을 불러일으켰다. 후-하……, 후-으…… 하……. 몇 번의 심호흡 끝에 삼킨 스테이크는 기관지를 통하는지, 식도를 통하는 지 도무지 알길이 없었다. 결국 몇 번의 되새김질 끝에 넘긴 스테이크가 접시를 하얗게 비우면서, 그들의 식사는 끝이 났다. 동우는 냅킨을 이용해 입 주위를 몇번 토닥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원은 이런 곳에서의 식사가 익숙치 않은 듯 동우를 따라갔고, 곧 계산대 앞까지 서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가격이 얼마일까……. 호원의 등 뒤로 식은 땀이 주르륵 흘렀다. 아무래도 첫 식사니까, 남자답게 내가 돈을 내야겠지, 아, 어떡하면 좋아……. 호원은 지갑상태라도 확인해보자라는 심정으로 화장실을 찾고야 말았다. 호원은 지갑을 열어 자신의 지폐를 확인했다. 딸랑 3000원, 그리고 주머니에 짤랑거리는 650원-. 아씨, 현금카드라도 찍어야하나……. 호원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고는 당당하게 카운터로 나갔다.
"여기, 계산해주세요!"
"3번째 테이블 말씀이십니까, 고객님. 고객님 테이블이시라면 앞서 계시던 일행분께서 먼저 계산하시고 나가셨습니다. 저희 레스토랑 앞 전용 주차장 입구 앞에서 기다리시겠다고 전해달라 부탁하셨습니다, 고객님."
호원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우……, 돈이 얼마나 많길래 아우디를 끌고 다니고-, 하물며 처음 본 남자에게 덜컥 이런 비싼 밥까지 사먹이는 걸까. 호원은 덜덜거리는 다리를 겨우 끌어 주차장 입구 까지 왔다. 주차장입구에서는 뭐가 그리도 웃긴지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깔깔거리는 동우가 보였다. 호원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천천히 그 쪽으록 걸어들어갔다. 재밌어요, 그게- 그렇게? 호원의 말에 동우가 움찔하고 놀라나 싶더니, 많이 놀란 듯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갑……갑자기 그렇게 나타나면……. 동우의 말에 호원이 미안하다는 듯,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동우는 괜찮다며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살짝 호원을 올려다보았다. 호원은 동우를 내려다보며 짐짓 화가 났다는 표정으로 방금 먹은 스테이크의 계산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듯 한 느낌이었다. 동우는 스스로도 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느낀지, 본래 성격대로 좀 부드럽게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화장실 가면 계산 안한다는 거 아닌가……. 다음엔 호원학생이 사요, 그 땐 내가 더 비싼 거 먹을 거에요."
쿡- 하고 호원의 입술에서 웃음이 비집고 나와버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퉁명스럽게 굴면서도 자꾸만 애교가 슬슬 흐르는 모습이 도무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자신과의 다음 약속을 잡고 있는 그를 보니, 심호흡이 절로 되는 것 같았다. 호원은 부끄러운 듯 멀리 통통걸어가는 동우가 보였다. 동우는 잘 걷나 싶다가, 퍽- 하고 엎어질 기세로 발을 헛디뎠다. 어……어- 으아아……악!. 주차장내에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리고, 이내 일어날 끔찍할 사고에 눈을 감았던 동우가 스르르 눈을 떴다. 어……안 아프……네? 살며시 눈을 뜬 동우가 두 눈을 깜빡거리자, 그의 시야에 누군가의 가슴팍이 보였다. 탄탄한 가슴팍이 은근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 향기 좋다…… 동우가 다시 그의 향기를 맡아내기도 전, 당황해하며 그를 밀어내는 호원에게 밀려버렸다. 미안해해야하는 것이 도리어 저인데도, 허락도 없이 함부로 안은 것이 미안하다며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동우는 오히려 생긋 웃어주며 고맙다는 의미로 호원을 꼭 안아주었다.
* * * * *
"잘 들어가요- 그럼."
동우의 말이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호원은 멀어져가는 동우의 차를 보면서도 그저 멍하니 초점을 흐렸다. 아, 어떡하냐- 진짜. 호원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던 자신을 원망했다. 아, 난 진짜 머저리인가봐-, 아 돌겠다. 진짜. 호원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 허나, 보면 볼수록 정신이 멍해지고, 자괴감은 깊어질 뿐이었다.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자신을 알았을 때, 자신이 선것을 느꼈을까……. 으으, 이제 동우씨 얼굴을 어떻게 본담……. 호원은 누가 본다면 미친 놈 취급할 자세들을 취하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정도 자제력도 참지 못하는 자신이 한 스러웠다. 절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떡하면 좋아, 진짜로……. 결국 호원은 스스로를 원망하며 원룸촌 한 구석, 연립주택 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 * * *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동우의 입이 쉬지를 않았다. 안그래도 환절기 탓인지, 감기에 걸려 정신이 없는 성규였는데, 도무지 동우의 입은 가만히 있지를 않는 것 같았다. 아우……, 장동우 너 완전 시끄러워……. 성규가 직접적으로 입을 다물라는 엄포를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동우의 입은 다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성규는 울리는 머리를 잠재우려 애쓰는 것 보다, 동우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잠을 자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느껴버렸다. 그래그래, 그래서 요점이 뭐야……. 축 처지는 성규의 목소리가 동우에게 자극을 주고 말았다. 뭐야, 지금까지 듣지도 않은거야? 쫑알쫑알 대는 저 입이 너무나 귀여웠지만, 오늘만큼이나 저 입을 막아버리고 싶다고 생각 한 적도 드물었다. 성규는 다시 말해달라며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니, 내가 그래서 마지막에 넘어질 뻔 했는데 호원학생이 나를 꼭- 안아준 거 있지? 근데 거기서 완전 좋은 향이 나는거야. 아 무슨 향 섬유유연제 쓰지? 아, 알려달라고 할껄, 처음 맡아본 향이었는데……. 아, 그냥 호원학생 자체에서 나는 향일까?"
결국은 '그만……, 그만, 동우야…….' 를 내뱉고 말았다. 이건 듣기 싫은 것을 떠나서 체력적인 문제였다. 결국 동우가 뾰루퉁히 입술을 내밀며 들어가서 얼른 자라고 다독였다. 빨리 쉬라고 하면서도 저렇게 불쑥- 튀어나온 입술은 어떻게 해명하려고 하는 건지……. 성규는 끌끌대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속에 들어가 누웠는데도 머리가 화끈거렸다. 으으……, 머리울려. 사실 머리는 울린다기보다도 무언가 엄청나게 매서운 파도가 자신을 머리를 향해 철썩철썩- 매질을 가하는 것 같았다. 성규는 인상을 찌푸리며 더욱 더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럴 때면, 우현이 나타나 죽이라도 만들어주면 좋으련만……. 성규는 괜히 짜증이 더욱 솟구쳤다. 허, 아파도 짜증낼 힘은 있네……. 이런 상황에서조차 우현을 생각하는 자신때문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어둑히 진 방안에서 홀로 누워있으니 더 서러운 것 같기도 했다. 차라리 동우의 이야기라도 듣고 있는 것이었는데……. 성규는 눈꼬리를 훑는 눈물이 괜히 짜증났다. 그리고 이순간에서 조차 '울면- 더 머리아파, 바보야…….' 라며 물에 적신 찬 수건을 대 주던 우현이 생각나는 것이 슬프고 서러웠다.
* * * * *
동우는 성규의 방문을 빼꼼 열어보았다. 으이구, 저 미련한 것…….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하니 일찍이 잠이 든 것 같았다. 동우는 차키와 간단한 겉옷을 챙겨 집을 빠져나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성규가 죽을 것만 같았다. 남우현……, 그도 좋은 친구지만, 동우에게 있어 성규만큼이나 더 소중한 친구도 없었다. 동우는 쌀쌀한 가을날씨에 몸을 떨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우르릉- 소리를 내며 걸리는 차가 동우를 적셨다. 내가 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동우는 괜히 머리가 띵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동우는 아파하는 성규의 저런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봐야할 이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한 쪽으로는 믿고 있었다. 우현이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우현 또한 지금 굉장히 많이 아파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동우는 소음없이 미끄러지는 핸들을 꺾으며 망원아파트로 향했다. 우현과 성규의 보금자리였던, 그리고 지금 우현이 있는 그 곳으로.
"남우현, 믿는다……, 진짜로."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제가 오늘 정말 많이 늦었져..흡, 죄송해요
저 정말 사실 약속 잘 지켜여, 레알 정말 참 트루에요ㅠㅠ
어헝헝, 그런데 오늘 학교에서 방송반 아나운서라서 그 뭐냐 무슨 목소리 녹음하느라
방금까지 잡혀있었어요 ㅠㅠㅠ 엉엉, 진짜 제가 그것만 아니면 오는 건데 흡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정말 친한 언니를 만나서 밥 사주느라 또 늦었어요 ㅠㅠ
ㅠㅠㅠ이번에 고 3인데 취직하는 바람에 얼굴을 잘 못 봤거든요 ㅠㅠ
어엉, 근데 돈 버는 거 부럽더군요! 껄껄, 저는 하루종일 목소리에 시달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언니가 벌써 주택청약에 적금 2개까지 총 3개나 들었다고..흡. 전 뭐져..
엉엉, 어쨌든, 오늘 그대들 기다리게 해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약속 잘 지키는 여우 될게요, 기다리게 해서 너무나 죄송해요!
+) 아 그리고, 신알신/ 신암호닉 여신님들, 제가 지금 캡쳐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후에, 오늘 밤에 미리 캡쳐해둘게요, 내일은 활기차게 뵈요! 잉잉, 그대들 사랑해요.
아, 그리고 한 편에 한 커플링이 나오되, 돌아가면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다각이 아니라 현성으로 구상되었던 만큼 현성 비율이 조금 더 많습니다, 이해바래요 ㅠㅠ
+) 댓글 안달고 가면 때찌할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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